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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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은 아니 에르노가 아니라 비비언 고닉이 받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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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 - 만화와 요시나가 후미: 요시나가 후미 인터뷰집
요시나가 후미 지음, 김솜이 옮김, 야마모토 후미코 인터뷰이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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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경향이란 건 있었지만 ‘만화 처방전‘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고등학생쯤 되면 그때까지 살아온 과정에 따라 마음을 울리는 대상이 저마다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 P73

개인적으로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잘못한 사람이 없어도 슬픈 일은 일어난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향한 저의 일관된 취향이 반여오대 있습니다. - P109

‘여자는 결혼하면 일 그만둬야 하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전부 반박하면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럴 때마다 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제가 평생 일해서 스스로를 부양하며 살아간다면 그로 인해 세상에 일하며 살아가는 여성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고, 그거면 충분하다는 것이었어요.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해요. 하지만 우선 중요한 첫걸음은 제스스로가 자신의 신념을 배신하지 않고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 P114

뭐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관계를 좋아합니다. 아까 이야기했던 죽은 배우자의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관계도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부르는게 마땅한지 알 수 없는 관계가 좋아요. ...관계에 대한 명명은 어렵지만 ‘뭐,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라고 할까. 바로 그 ‘뭐, 어때‘의 감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관계에 이름을 붙이기 어려워도, 그런 건 별로 상관없는 거죠. - P168

회복될 수 없는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슬픈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해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해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면 되잖아요? 근데 전 그런 이야기엔 흥미가 영. 재능도 그렇지만 세상에는 컨트롤 가능한 범위 밖에서 결정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아무리 바르게 사는 사람도,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은 착한 사람조차도 돌연 재해의 피해자가 되거나 사건에 휘말릴 때가 있거든요. ...제가 가족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가족은 자신의 기호대로 고를 수 없고, 교제상대는 선택할 수 있어도 그 상대의 가족은 마찬가지로 고를 수 없잖아요. 자신의 가족 혹은 상대방의 가족과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그 지점에서 탄생하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 P172

단편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농도는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1화 혹은 단권을 읽으면 이야기는 끝나는데 거기에 인생의 이야기가 통째로 담겨 있잖아요. 엄청난 정보량입니다. 엔터테인먼트물로서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하거나 쉽게 흥행과 닿지 않는 소녀만화가 독자들에게 대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정보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작품은 발매 직후의 위력은 약할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읽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 P176

귀여웠던 소년이 축 처진 아저씨가 되는 걸 좋아합니다.그럼에도 행복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 P197

<서양골동양과자점>

이것도 상실과 재생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어떤 큰 사건에 휘말리지 않아도 누구나 소소한 상실을 반복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해서요. 오노는 오노대로 베이킹을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파티셰를 하고 있고, 결국에는 에이지를 어엿한 파티셰로 성장시키면서 자신이그때까지 해온 일의 의미나 삶의 보람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보였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제 안에서 확고해져갔습니다. - P220

실제로는 구원의 작대기가 일치하지 않는 게 현실이고, 전 바로 그 지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험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반드시 배상을 받으리란 보장도 없고,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곳에서 보상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죠. 그것이 인생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P230

‘피아니스트‘는 좀더 차가운 현실을 그린 이야기로, 재능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하지만 결론은 역시 이런 인생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거죠. 뜻밖의 구원을 그린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노력이 보상받는 게 아니라 엉뚱한 행운에 의해 구원받는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 P270

저는 만화를 그릴 때 게이든 이성해자 남성이든 여성이든 노인이든 아이든, 좌우간 등장하는 캐릭터에 관해서는 모두 저와 같은 인간으로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설령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일지라도 무슨 외계인 같은 정체 모를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그런 신념을 지켜왔는데. - P302

위정자가 된 여성은 인간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측실의 자리에 묶인 남성은 인간적으로 훌륭해도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는 거죠. 성벽이 역전되면 그런 일이 생긴다는 것을 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P334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인간은 성장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물론 실패의 기회도 늘어나지만 처음부터 기회 자체가 많이 주어진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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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이야기 -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비비언 고닉 지음, 이영아 옮김 / 마농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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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컬리는 자신이 가족사의 퍼즐을 맞추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건들을 차례로 배열하고 세부 내용을 정확히 기술하기만 하면 전부 착착 들어맞을 거야, 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착착 들어맞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존재가 아닌 부재를 묘사하고 있구나. 이것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못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누구였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왜 우리는 서로 엇갈리기만 했을까? - P25

상상력으로 쓰는 글에서는 대상에 대한 공감이 꼭 필요한데, 정치적 올바름이나 윤리적 온당함 때문이 아니라, 공감이 없으면 마음이 닫혀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이란 상대에게 감정으 ㄹ이입함으로써 입체감을 부여하는 수준의 공감이다. 우리 독자들로 하여금 타자를타자 자신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감정이입이야말로 글을 진전시킨다. 서술자는 아무 잘못 없는 사람, 서술 대상은 괴물로 묘사되는 회고록은 상황이 정지 상태로 머물러 있기에 실패작이 된다. 드라마가 깊어지려면, 괴물의 외로움과 무고한 자의 교활함이 보여야 한다. - P43

늙어가는 것이 아우슈비츠보다 더 나쁘다고 그는 결론 내렸다. 무시무시한 강제수용소보다 "늙어가는 경험의 내적 공포와 고통이 더 크다." 이 공포와 고통이 그의 화두가 되었다. -늙어감에 대하여 - P72

젊을 때 우리는 공간과 시간의 한가운데 서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공간 감각은 사라지고 오로지 시간만이 밀려들어 와 일상을 채운다. 우리는 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우리는 자신에게 이방인이 된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반대편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얼굴에 경악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흠칫 놀란다. 영영 헤어나지 못할 이 충격이 매일같이 우리를 따라다닌다. 자연계 역시 낯설어진다.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산을 바라보고 싶은 이가 있을까? ..문화적 노화는 더 심각하다. 우리는 주변 세계와 하나 된 기분을 더는 느끼지 못한다. 예술, 정치, 패션의 새로운 발전이 당황스럽거나 노엽거나 불편하다. 거기에 우리의 경험이라곤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 P73

모든 인간의 생에에는 현재의 자신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시점이 있다. 세상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믿지 않고, 더 이상 우리의 가능성을 보지 않으려 한다는 깨달음이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 어느덧 우리는 잠재력 없는 생물체가 되어 있다. 이제는 누구도 우리에게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지 않는다. 이룬 바를 이미 계산당하고 저울질당한 노인들은 폐품 판정을 받는다. - P77

인간은 가장 깊숙한 내면의 자아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리고 가장 깊숙한 내면의 자아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때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아! 그러려면 그 깊숙한 곳으로 뛰어내려야 한다. - P78

프리쳇은 회고록에 대해 "중요한 건 필력이다. 인생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P108

삶이란 한 사람의 인격을 완전히 형성하는 사소한 선택들의 합에 지나지 않는다. 신사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지 않는다. 남자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지 않으며, 이런 말을 하고, 저런 말은 하지 않는다. - P127

외로움에 대한 혐오는 삶의 욕구만큼 자연스럽다. 그게 아니라면 인간은 굳이 문자를 만들지도, 한갓 짐승의 소리에서 단어를 빚어내지도, 그저 남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대륙을 횡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P165

이 책은 15년간 예술대학 석사 과정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으로부터 나왔다. 그동안 내가 깨달은 점이 있다면,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극적 표현력, 구조를 이해하는 본능적 감각, 서술의 표면 아래 언어를 가라앉히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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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 - 만화와 요시나가 후미: 요시나가 후미 인터뷰집
요시나가 후미 지음, 김솜이 옮김, 야마모토 후미코 인터뷰이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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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친필사인본이라고 이해하고 샀는데 친필사인 ˝인쇄본˝ 임. 문동정도 되는 출판사가 왜 표지뿐 아니라 마케팅도 이렇게 짜치게 하는지 이해가 안감. 책값이 싼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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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 - 만화와 요시나가 후미: 요시나가 후미 인터뷰집
요시나가 후미 지음, 김솜이 옮김, 야마모토 후미코 인터뷰이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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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학급문집 수준의 재질이라 독서에 방해가 될 정도. 표지가 힘이 없으니 책을 잡거나 쥐고 읽기 힘들고 쉽게 구겨져 책 형태가 변형됩니다. 내지 또한 일반 단행본보다 얇은 종이를 쓴것 같은데 2쇄 인쇄부터라도 당장 바꿔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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