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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없이>
2025-04-01
좋아하는 마음 없이 - 2025년 제7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지연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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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너머로 보이는 눈 쌓인 산의 능선이 너무 아름다워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혜영의 머릿속은 점점 잿빛 슬픔으로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곧 눈이 그칠 것이고 눈이 녹을 것이고 또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산은 푸르러질 것인데 그때에도 산은 여전히 아름답겠지만, 언젠가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앙상한 나무들로 희끗해질 것이고 우뚝한 바위가 드러난 초겨울 산도 역시 아름다울 것이지만, 혜영은 산이 겪을 그 모든 변화들이 너무 생생해서 못견디게 슬퍼졌다.

- P127

어느 순간 슬픔이 차올랐다가 어느 순간 아련하게 잦아드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산의 아름다움이 시간을 통과하면서 자아내는 아드한 무채색 슬픔의 아우라가 혜영의 내부에서 느린 호흡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지극한 슬픔에 비하면 지금 당장 눈 오는 순간의 아름다움이 주는 즉자성은 아무 의미도 감동도 없는 얇은 환각에 불과할 뿐인 것 같았다. 이것은 또 무슨 우울의 증상인가, 혜영은 가슴을 누르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생각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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