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위의 여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32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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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의 태도는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계급을 모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와 샘의 관계는 일종의 애정이나 인간적인 유대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새로운 풍요로움 속에 잠겨 있던 당시의 신흥 부자들 대다수가 자신과 하인들 사이에 차가운 장벽을 세워 놓은 것에 비하면 훨씬 좋은 것이었다.

찰스는 대대로 하인을 거느린 집안 출신이었다. 반면에 당시의 신흥 부자들은 하인을 부려 본 경험이 업슨 집안 출신이었다. 아니, 실제로는 그들 자신이 하인의 자식인 경우가 허다하였다. 찰스는 하인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흥 부자들은 달랐다. 그래서 그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훨씬 혹독하게 하인을 다루었다. 그들은 하인을 기계로 만들려고 애썼다. 반면에 찰스는 하인이 어떤 면에서는 친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요컨대 그가 샘을 데리고 있는 까닭은 더 좋은 기계를 찾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샘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높은 지성과 부드러운 감성, 그리고 유쾌한 냉담함을 보았다.

촌사람들은 도시의 노예들보다 진정으로 갗 있는 것과 훨씬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다.

아내보다 못난 여자들도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아내보다 잘난 여자들도 있다는 생각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남자도 있다. 찰스는 이제 자기가 어느 쪽에 속한 남자인지를 유감스럽게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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