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 나는 화성에게 말 걸고 싶어진다.
이쪽은 흐려서 바람도 낮고 바람도 강해질 뿐 이봐! 그쪽은 어때.
달이 보고 있다. 완전히 냉정한 제3자로서
많은 별이 주시해서 아프다 아직도 어린 지구의 자식들이여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 화성의 붉은색이 따뜻한 것이다.
슬픔은 깎다 만 사과 비유가 아니고 시가 아닌 그냥 거기에 있는 깎는 도중의 사과 슬픔은 그냥 거기에 있는 어제 날짜 석간신문
사랑의 시작
너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도 네 얼굴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정신 차려 보니 문득 귀에 익은 음악 한 소절을 반복해서 읊조리고 있는 거야 너를 만나고 싶지만 그것은 정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으로 내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버린 건가 다시 한 번 네 앞에서 나의 마음을 ㅗ학인하고 싶은 거야 그 이전의 일은 떠오르지 않네 너를 포옹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어 단지 네가 없는 세계가 정말 따분해서 나는 고속 촬영하는 영화 속 배우처럼 천천히 담배에 불붙이는 거야 그러면 너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쾌락처럼도 생각돼 너는 어쩌면 언젠가 내가 타국에서 본 아득한 옛날 아름다운 조각상의 하나일지도 몰라 그 옆에서 분수는 높이 솟아 햇살에 빛나고 있네
울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려 눈시울을 눈물로 적신 채 상대의 농담에 나는 웃었다.
내가 운 이유는 통속 소설의 통속적인 한 줄 때문이지만 하지만 알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구원받아 덕분에 웃었을지도 모른다.
5월의 노래
하나님이 용서해주시는 달 그 사람을 사랑해도 좋다고 푸른 하늘 눈동자 따뜻하게 나를 내려다보시는 달
바바루아가 흔들리는 달 꽃나무 아래 앉아 심장의 알레그로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새로운 나를 만나는 달
집집마다 숲이 있고 숲에는 바다가 있고 바다에는 사막이 있어 모든 역사가 겹쳐지는 달
- 할지도 모를 달.
9월의 노래
당신께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바람에 흔들리는 맨드라미를 말없이 바라본다.
당신 곁에서 울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파도 소리 반복되는 저 파도 소리는 내 마음 늙어가는 소리
슬픔은 언제나 낯설다 당신 탓이 아니다 내 탓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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