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 머신건스
미나미 나쓰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품절


우리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시대의 질주가 새기는 통증에 농락당하며 조금씩 닳아가다가, 저도 모르는 새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자신을 확립할 방법을 잃어간다. 예컨대 사실은 놀고 싶고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데 어째서 책상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수식을 배워야 하는지 늘 의아해하며 고민하지만, 하라니까 하는 거다라는 핵심을 비껴난 결론에 다다른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본능이 아니라 체면이다. -34쪽

..선생님은 포기했는지 "나는 어릴 때 자신감이 별로 없었단다."라고 말을 꺼내며 나름의 인생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아도취에 빠져보는 거야. 나는 완벽해, 최고야, 대단해 하고 굳게 믿는 거지. 그럼 말이지, 사소한 단점이나 조금이라도 납득할 수 없는 결함이 생겼을 때 도저히 용납이 안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생겨나게 돼.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되는 거지. 그런데 이건 양날의 칼이기도 해. 자기 힘을 과신하면, 그 자신감이 꺾였을 때 정말로 절망해서 무너져버리거든. 콤플렉스를 경쟁심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한번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무서울 게 없단다. 분명히 계속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야."
"못해요."
나는 즉답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언제든 내가 최우선이었고 무슨 일이 생겨도 내겐 아무 잘못 없다는 생각부터 했고 스스로를 완벽한 존재로 생각했었기 때문에, 왕따를 당한다는 굴욕과 마주하려니 너무 분해서 선생님이 말하는 '절망해서 무너져버리'는 지경에 빠진 것이다. 나는 거기에 해당된다.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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