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02
김규항 김정란 홍세화 진중권 엮음 / 아웃사이더 / 2000년 10월
절판


'지역감정'이라는 현상에는 윤리적 층위와 정치적 층위가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역시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후자, 즉 지역감정의 정치적 효과다. '지역감정'이 운위되는 맥락은 대부분 현실의 정당정치에 과낳ㄴ 것이다. 그리하여 선거철이 지나면 '지역감정'이라는 말은 공론의 영역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 와중에서 종종 잊혀지는 것은, 한 집단이 다른 인간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는 사실이다. 지역감정을 논할 때 정치적 열기 속에 쉽게 묻혀지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나는 이 점이 다른 어떤 고려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은 영남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그 차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침묵을 통해 소극적으로 반관해온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70쪽

...여기에서 순수학문이라는 대목을 비판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좀 더 부연설명을 한다면, 제가 의미하는 순수학문이란 현실에서 유리된 채로 상아탑에서 자족적이고 뜬구름 잡는 학문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것을 지양한 상황, 즉 기본적으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제한된 사회의 상상력의 지평을 보다 넓게 열어나가는 학문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의된 학문은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을 침해하는 어떤한 억압에도 저항살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대학은 사회의 상부구조(당연히 하부구조 포합)를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지요. -92쪽

조 편집장님은 친절하게도 역사를 짧게 보면 군대가 민주화를 방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넓게 보면 민주화의 후견인이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좁게 보고 넓게 보아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넓게 보면 볼수록 국군은 민주화의 걸림돌입니다. 특히 일상의 민주화, 생활을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군대 갔다온 남성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남성중심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자기반성이 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대가기 전에 순결을 '버리기 위해서(있는 걸 왜 버리지? 무겁지도 않은데?)' 창녀촌을 향해서 돌진을 하는 사실을 모르시진 않겠죠? 그게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되는 중요한 계기라는 것도 인정하시나요? 이게 얼마나 남녀평등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인지도 아시죠? 아 조 편집장님에게 여자는 남자의 성적 대상으로서만, 정액받이로서만 존재하지요? 아,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96쪽

조 편집장님은 문화민주화와 사회민주화의 결정적 걸림돌인 군대에서 겨껙 되는 어이없는 고통과 처우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일러주십니다. "'신고빠따', '선착순', '원산폭격'을 당하면서 인격과 인권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더 떨어질데 없는 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들은..그 시적을 떠올리며 '에이, 군대생활 하는 셈치지 뭐'하면서 용기를 동원해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군대생활은 인간을 하나의 물건으로 전락케 하고, 정당한 이유도 없고 필요이상으로 가해자는 가혹한 구타와 기합은 진취적인 젊은이를 시키는 것만 하고 눈치만 살피는 수동적이고 간사한 인가능로 만들며, 주위를 돌아보는 관대한 인간을 고참이 되어서 당한 만큼 돌려주기를 다짐하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치졸한 인간으로 만듭니다.그뿐인 줄 아십니까? 정당한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상명하달의 위계구조와 복종관행은 군대를 떠나서도 한국 남성의 가슴 깊숙이 남아 사회전체의 획일화와 경직화, 대화 및 토론부재, 노예근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출판되는 각종 출판물들에 대한 검열때문에 군대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은 고작해야 국방이로반 월관조센징이나 한창때의 젊은이들에게 극우. 파쇼적 사고를 머리 속 깊숙이 박아 넣어 머리는 없고 감정만 남은 인간으로 개조하는 것도 군대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 사명입니다. -97쪽

... 아지만 이건 허구에요. 난 민족 중흥의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같이 자서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결과 태어난 것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 주정 과정은 확률이 수억 분의 일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명은 고사하고 우연에다 우연을 더한 결합으로 발생한 것이지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식을 얻기 위해 백일지성을 드린 수 정말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잠자리를 같이 한 경우도 있겠지만, 정반대로 '술이 웬수'이거나 '찢어진 불량 CD'때문인 경우도 있을 거에요./ 여기에 무슨 의믈르 부여한답디까? 그리고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은 왜 내가 책임져야되는데요? 보이지도 않는 실체 때문에 소중한 몸과 마음을 다 바쳐요? 그럴 정성 있다면 곁에 있는 부모나 형제나 친구에게나 잘 해주세요. -102쪽

조선일보도 그랬고 또 기타 보수세력이들이 DJ가 빨갱이라고 저놈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 김정일한테 갔다바칠 거라고 사설에 쓰고 그랬다. 보수냐 진보냐는 신념이다. 신념있는 보수세력이 있으면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 앞에서 분신자살을 한 20명은 햇어야 한다. 국민들이여, 우리나라는 이제 절단이 됐다. 우리 진보세력들은 불과 20년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백명 넘게 분신자살을 했다. 그럼 백이 아니라 그 십분의 일인 열이라도 분신자살을 했어야 된다. 단 한 명도 안 했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럼 그걸 어떻게 세력이라고 우리가 인정할 수 있냐 말이다. 한국에 보수세력이나 극우세력이라는 건 없다. 조선일보를 봐라 아무리 정치적 논리라고 해도 DJ가 대통령이 됐으면 전부 절필을 해야지. 어쩔 때는 칭찬도 해주고 어쩔 때는 까고 이짓거리들을 한다. 그것들이 기회주의자들이지 어떻게 보수주의자 극우주의자들인가.-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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