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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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 책은 '악의 평범성', '무사유의 죄'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아렌트가 단지 그것만을 말하려고 했을까? 내가 보기에 아렌트는 이 책을 통해 좀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 같다. 그 물음이란, '아이히만이 이토록 사유 불능한 인간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그 힌트는 '언어규칙'에 있다. 나치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대인 제거', '대량학살' 등의 노골적 용어를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나치스의 계획은 '이주정책', '최종 해결책'이란 용어로 은폐되었다. 이런 언어규칙이 사고를 마비시켰다. 순화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행위에 대한 정당함과 타당성이 사고에 각인된다. 진실을 외면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된다. 아렌트는 이를 고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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