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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기 전에 회계부터 공부해라 - 초보사장이 꼭 알아야 할 관리회계
김민철 지음 / 지와수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점수 : 6.5 / 10
회계는 어렵다. 숫자가 잔뜩 나와서 머리 아픈데다 이름(계정)은 생소하고 비슷비슷하다. 그걸 두고 ‘사실은 산수다‘거나 ‘알고보면 다 뜻이 있는 명칭이다‘ 혹은 ‘원리만 깨치면 쉽다‘고 하는건 허튼 소리다. 회계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건 성립할 수 없는 문장이며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도 그렇지 못하다. 대신 나는 이 책이 접근하는 방식이 두 가지 점에서 좋았다.
첫째로, ‘사업적 판단의 합리적 근거‘라는 회계의 목적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회계는 사업가의 판단을 도와주는 도구다.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 설비를 추가할지 아니면 그 일을 대신할 직원을 고용할지, 판매가는 얼마로 정할지, 어느 분야에 주력해야할지 등 사업을 꾸려가면서 맞닥뜨리는 고민들을 결정하는데 합리적이고 수치적인 근거로 참고하라는 것이다. 그냥 계정의 이름과 그 계산법을 알려주기만 해도 충분할텐데, 이 책은 주제넘게(?) 사업가가 흔히 겪는 고민을 사례로 제시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계정과 계산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때로는 회계보다는 사업운영상의 조언으로서 더 귀중한 부분이 많으며, 심지어는 회계 이야기 없이 사업 조언만 한 절도 있었다(ERP 구축 관련). 이 책의 집필목적이 ‘회계를 가르쳐줄게‘가 아니라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려줄게‘라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둘째로, 회계의 방대한 영역 중 정말 사업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좁혀준다. ‘사업가에게 필요한 건 재무회계가 아니라 관리회계‘라는 선언으로 시작하여 재무제표를 ‘계산할 줄은 모르더라도 읽을 줄은 알아야한다‘고 다독인다. 또 직접 예제파일을 배포하여 단계별로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이런다고 모든 독자가 순식간에 회계의 달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고, 익숙해지는데만도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또는 ‘내가 무엇을 알아봐야하는지‘는 아는 상태가 된다. 그저 ‘회계를 좀 배워야겠어‘가 아니라 ‘관리회계를 공부해야지‘가 되고, ‘왜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가 아니라 ‘여기 표준원가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걸 모르겠어요‘가 되는 게다. 이는 교육적 의미의 디딤돌이며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모든 걸 설명하겠다는 식의 만용을 부리지 않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노력한 점이 좋았다.
앞의 책, 「사업하기 전에 세무부터 공부해라」와 연관지어 말하지 않을 수 없다(점수도 앞의 책과 같은 이유로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훌륭하지만 대중성 없는(즉, 잘 안 팔릴) 책을 기획한 ‘지와수‘ 출판사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예제파일 다운로드 때문에 출판사 블로그를 들어갔더니 대문에 ˝한 권을 만들더라도 꼭 필요한 책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고자 노력하는 출판사˝라고 소개글이 있다. 2012년부터 시작했는데 출판한 책은 여지껏 5권뿐이다. 그래, 이런 사람들이 만들었으니 그렇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