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6.5 / 10 <장애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다. 여기서 ‘입문서‘라는 표현은 그 의미가 제법 깊다. 첫째로, 장애학은 신생 학문이다. 장애는 언제나 모든 영역의 일부분(혹은 예외적인 부분)으로 또는 정상범주에 도달하지 못한 가장자리로 취급받았다. 장애학은 그 관점을 전복해서 장애를 한복판에 놓는 모든 연구를 일컫는다. 학계의 첨단에서는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그 흐름이 대중까지는 오지 못한 상태다. 이런 시점에서 입문서를 표방하는 책의 출판은 중요한 사건이다. 학문세계에 누적된 연구들이 드디어 세상으로 흘러넘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둘째로, 입문서는 말 그대로 입문(入門), 그러니까 문으로 들어가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학문세계에서 이는 곧 기존 연구자들의 논의를 추적해서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은 풍부한 참고문헌목록과 성실한 인용 표기로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설명에 충실하다는 게 아니다. 사실 설명은 (내 기준에서 보기에) 좀 부실하다. 전반적인 흐름과 큰 분류를 가르쳐줄 뿐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역할은 문을 알려주는 것이니까. 이게 어디로 가는 문인지 그리고 그 문을 어떻게 찾아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면 족하다. 개인적으로 4장과 5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장애인과 장애가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장애아동이 태어날 때부터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체계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인터뷰를 많이 인용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또 동시에 그들의 삶이 때로는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읽으면 도움이 될 교양서적(6점)이다. 더군다나 페미니즘을 비롯하여 소외되고 억압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현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좀 더 크다(+0.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