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밟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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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7 / 10

괴담을 다루고 있으나 오싹함이나 기괴함은 거의 강조하지 않는다. 괴담은 괴이한, 그래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 괴담을 만들어내고 퍼뜨리는 것은 사람이다. 설령 괴이한 현상이 현실에 나타나더라도 그것을 마주하는 이 또한 사람이다. 작가는 그 사실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괴담은 소재일 뿐이다. 괴담이 된, 괴담에 휘둘리는, 괴담을 이용하고, 괴이한 현상에 맞서는 사람들과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그것도 매우 온정적으로. 괴담에 으레 나오는 사람 잡아먹는 귀신도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사람을 해친 귀신은 나오지. 그러나 구구절절한 사연과 해원(解怨) 과정을 묘사해서, 오히려 살인귀에게 ˝그래, 저 녀석도 예전에 사람이었으니까. 참 딱하지˝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끼리 서로 배신하는 모습도 등장하지 않는다.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단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물론, 그 와중에 ‘저런다고 뭐가 해결되나‘하고 빈정대거나 ‘제 잇속 때문에 착한 척하는 거다‘라고 이간질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꿋꿋이 정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는 장치 정도다. 인간성에 대한 신뢰와 따스한 신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혹자는 이걸 흠으로 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래서 더 좋았다.
그리고 번역이 무척 잘 되었다. 읽으면서 이번 서평에서 변역자를 꼭 칭찬해야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읽다보니 자주 쓰지 않는 단어가 자꾸 나와서 사전을 검색했다. 이런 단어가 있었던가 하고 신기한 한편 어디서 이런 단어가 나왔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쓰는 표현을 그대로 옮긴줄 알았는데, 한자에 기반하지 않은 우리말 표현들ㅡ서덜, 후무리다, 거스러미, 노느몫, 징그다, 느물거리다, (비가)긋다ㅡ이 적확하게 쓰인 것을 보고 그제서야 번역자에게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문체도 부드럽기 그지 없다. 이렇게 따스한 작품을 훌륭한 번역서로 접하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읽으면 좋을 양서(7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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