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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점수 : 8 / 10
처음에는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빅브라더’라는 이름은 너무 단순했고 “전쟁은 평화, 자유는 속박, 무지는 힘”이라는 슬로건은 노골적이었다. ‘2분간 증오’라는 우스운 행사의 존재, 그리고 기록 조작을 담당하는 기관 이름이 ‘진리부’라는 설정은 다소 조잡해보였다.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임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으되, 알고 보니 그 방식이 풍자나 비꼬기인가 싶었다. 그것도 썩 능통치 않은...
2부에서는 주인공이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몰래 관계를 지속하는 그들은 당 강령을 비웃으며 마음껏 어기고 다닌다.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탄압하는 부조리를 폭로하고 거기에 저항하는 것이다. 외부의 억압을 벗어나서 자유를 만끽하는 주인공이라! 나는 이것이 참으로 소설다운 전개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의 일탈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소설다운 결말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오웰은 힘겹게 자라난 그들의 인간성이 어떻게 박탈되는지를 그려낸다. 감시와 억압 속에서 피어난 그 고귀한 사랑이 어떻게 파탄나는지를 보여준다. 전체주의가 내부의 반항적인 사상을 어떻게 뿌리 뽑는지를 묘사한다. 끔찍한 일이다. 당은 절대로 사상범을 죽이지 않는다. 사상범을 죽여 버린다면 그는 순교자가 되기 때문이다. 당은 주인공을 끊임없이 고문하고 회유하고 교육(?)시키면서 그의 내면에 있던 인간적인 가치를 정말로 말살시켜버린다(당은 이것을 ‘치유’라 부른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섬뜩함’을 느꼈다. 전체주의 사회라면 능히 그러리라는 기묘한 현실감이 뒤따랐기 때문이었다.
<1984>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바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전체주의가 인간의 행동은 물론이고 생각마저 통제하려고 들 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고 또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는지를 타진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책’, 8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