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6 / 10 광고에 속았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유명하다 그래서 가볍게 읽으려고 펼쳤다가 낭패를 본 게다. 유머가 있으면 무엇하나, 주제가 이렇게 무거운데. 그것마저 없었다면 답답해서 도중에 책을 덮었을 테다. 그러니까 이 작가의 유머는 비장의 무기가 아니라 숨구멍인 셈이다. 유머를 심폐소생술하듯이 꽂아넣어가면서까지 작가가 쓰는 이야기는 무겁고도 씁쓸하다.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까지 가슴이 먹먹한 건 이청준의 <벌레이야기>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선한 행동을 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그것이 좌절될 때 생겨나는 수치심, 그리고 그 간극에서 파생되는 여러 사건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일들. 보고 있으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고 짜증스럽지만 약간은 안쓰럽고 또 약간은 어쩔 수 없지 싶은 그런 세상 일들. 그래,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데 그 여운이 감동이 아니라 찝찝함인 그런 글이다. 소설이 기존의 도덕을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믿거나 독자를 불편하게 할수록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을 테다. 안타깝게도 나는 썩 그런 편이 아니라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