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7 / 10 사회적 요인이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유전자·병력·체질·운동·흡연 등의 개인적인 요인 말고, 가난·차별·해고·외로움과 같은 사회적인 요인이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들까? 저자는 ‘사회역학자‘로서 그것을 탐구한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사회학적 관점에 익숙한 소위 ‘문과 계열‘에게는 그다지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문과적(?)인 주장들은 대개 소외나 행복 같은 관념의 차원에서 논의할 뿐이어서, 나는 항상 주장의 타당성에 비해 근거가 좀 빈약하다고 느껴왔다. 반면 의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저자는 어떤 사회적 요인이 어떻게 건강을 악화시키는지 그리고 특히 어떤 사람들이 그 피해를 입는지를 섬세하게 설명한다. 때로는 저명한 학술연구를 가져와서 또 때로는 한국에서 직접 측정한 통계자료를 가지고서 우리 사회의 누가 어떻게 아프다는 것을 꼭꼭 짚어서 보여준다. 구체적인 근거와 과학적인 설명(그리고 빽빽한 인용과 참고문헌 목록까지)을 동원한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십수개가 넘는 챕터에서 결국은 어렵고 힘들고 소외된 사람일수록 더 아프다는 결론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될 뿐이다. 우리는 왜 정의로운 체제, 합리적인 제도, 존중하는 사회를 추구해야하는가? 합리·효율·견제·투명·행복·존엄을 들먹이던 그 모든 기존의 대답에 이제 건강이라는 새로운 이유를 추가해야 될 때가 왔다. 내용이 탄탄할 뿐더러 장차 우리 시대의 새로운 상식이 될 내용을 담고 있다. 읽으면 좋을 양서(7점)다.ps. 여담이지만, 정치학의 미래가 참으로 암담하다. 경제학·사회학·행정학과 연구분야를 놓고 아웅다웅하다가, 최근에는 언어학(조지 레이코프)과 심리학(조너선 하이트)에 뺐기더니, 결국은 의학에도 일정 부분을 떼어주게 생겼다. 분과학문의 독립성은 고사하고 통섭에서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아니다. 정치학의 미래는 찬란하고 풍요롭다. 어두운 건 정치학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