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7 / 10 신경정신학자의 진지한 연구서적이자 임상기록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따스한 관점을 잃지 않으며 비전공자도 능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였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정신병 환자들을 다룬다. 그들의 병은 신경학적인 장애에서 비롯된다. 몸 속의 어딘가에 물리적·화학적·신경학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다(책은 그것을 ‘기질적인 요인‘이라고 표현하던데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기질은 성격 같은 추상적인 느낌이니까). 그들의 병은 현재의 지식과 기술 수준으로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고 불행하게도 환자 본인은 그것을 설명할 수도 없는 상태다. 의사인 올리버 색스는 그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들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그들의 병에 대해서, 그들의 병이 빼앗아 간 것에 대해서, 병을 얻은 뒤 그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윽고 병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대해서. 처음에는 기상천외하고 해괴한 그들의 병이 신기했다. 서커스를 구경하는 관객처럼 읽어나갔다. ‘세상에 이런 병도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장엄한 풍경사진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하고 느끼듯이. 그러나 사연(사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애잔하다)을 하나씩 읽어가면 내면의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단지 병의 징후라고 하기에는 너무 인간적인 것들, 그저 병을 극복했다나 병에 적응했다 하는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인간의 의지와 생명의 충동들. 오히려 병이 심각하고 절망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인간의 내면이 더욱 아름답고 귀하게 드러난다. 감동적이다. 읽다가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인지와 신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행동을 한다. 희귀한데다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기초적인 능력이 상실된 것이기 때문에, 대개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단다. ˝상대가 맹인이라면 적어도 우리는 근심 어린 동정을 보낸다. 우리는 그들의 상태를 상상할 수 있고 그것에 따라 그들을 대한다. 그러나 크리스티너가 비틀대는 동작으로 어설프게 버스를 타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잔뜩 화가 난 모욕적인 언사가 퍼부어질 뿐이다.(p.97)˝ 이해와 공감과 사람을 대하는 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다. 인간에 대해 보다 깊은 성찰의 기회를 준다. 읽으면 좋을 양서(7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