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시고 바람이 상쾌한 어느 가을 날 오후, 기품 있는 노신사와 길고 아름다운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그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아릿한 가슴으로 듣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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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8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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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Speak, Memory: Introduction by Brian Boyd (Hardcover)
Nabokov, Vladimir Vladimirovich / Everymans Library / 1999년 3월
48,420원 → 39,700원(18%할인) / 마일리지 1,9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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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오정미 옮김 / 플래닛 / 2007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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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세니예프의 생애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지음, 이항재 옮김 / 나남출판 / 2008년 8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75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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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은 자신의 존재를 모두 던져야 비로소 얻을 수 있고, 익숙하고 굳어진 것들로부터 과감히 벗어나야 만날 수 있는 세계다. 그것은 모두들 긍정하는 질서에 대해 품는 라는 의문이고, 보이는 세계에 안주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며,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반드시 확인하고자하는, 열정과 모험심, 그리고 ‘앎’보다는 ‘행동’을 우선하는 용기이다. 그렇게 창조된 세계가 바로 문학(소설)이다.  

  문학(소설)은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세계, 상상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깊은 고뇌이며 갈등이고, 부딪히고 찢기는 상처의 아픔이며 고통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간절하게 원한다면 '바라봄'에서 멈추지 말고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 그것 자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신(?)내지는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세계를 열망하면 할수록 두려운 게 사실이다. 꿈의 세계이지만 동시에 반역의 세계에 다름 아니므로.  

 

성석제의 ‘모래밭’은 그러한 문학의 창조적인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그 지방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출구가 없고 입구도 없다. 그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그 지방에서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변두리에서 태어나 차츰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최후에는 가장 안쪽에서 죽게 된다고 한다. 그들은 바깥세계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바깥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도 금기다.

남처럼 변두리에서 태어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남들처럼 죽기 위해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다가 어느 날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산과 하늘밖에 없는가. 살거나 죽는 일밖에 없는가. 아무도 오지 않는가. 입구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당연한가.

그는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밖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산으로 갔다. 산에는 ‘입산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는 팻말을 거꾸로 돌려 ‘지금 산으로 들어감’이라는 뜻으로 바꿔놓았다.

산에 올라서자 바다가 보였다. 바다다! 그는 바다라는 말을 몰랐지만 그게 바다인 줄은 알았다. 그는 잠깐 자신이 태어난 곳을 돌아보았다. 커다란 주름이 잡히듯이 천천히 안으로 밀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는 다시는 그곳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돌라가지도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공처럼 산을 굴러 내려갔다. 몸 어딘가가 긁히고 부딪히고 깎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바다에 이르렀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갔다. 그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바다.

숨을 헐떡거리며 바닷가를 뛰고 뒹굴기도 했다. 파도는 밀려오고 밀려갔다.

파도가 밀려와 그의 구두를 적셨다. 그의 양말을 적시고 발목을 덮쳤다. 문득, 그의 몸은 가벼워졌고 또한 무거워졌다. 발목 아래가 모래로 변했던 것이다. 파도는 그의 발목과 함께 밀려갔다.

다시 파도가 밀려왔다. 그의 무릎 아래가 모래로 변했다. 그는 꿇어앉은 것처럼 보였으나 이미 무릎이 없었다.

그는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와 그의 배를 적시자 그는 모래밭에 파묻힌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가슴이 모래로 변했다.

마지막 숨을 쉬기 전,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모래밭은 자신처럼 산에서 뛰어내려온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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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게 가을비가 추적거리고 어둠이 짙게 내려 앉은 오늘 같은 날은, 어제 밤 잠 못들고 뒤척이다 내다 본 새벽하늘에 가늘게 걸려 있던 하현달의 그림자가 문득, 다시 보고 싶은 오늘 같은 날은... 이런 이야기가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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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남자-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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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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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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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꼽는 국내작가 중 한 사람인 김연수의 <케이 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에 관련된 글이라 옮겨 놓는다.  


〔한겨레〕김윤식의 문학산책

 
소통의 문제의식-작가 김연수 씨의 경우  


국보 1호 남대문을 가진 600년 고도 서울.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쓰러져가는 것들로 가득 찬 좌충우돌하는 이 도시”(<론리 플래닛>)에서 세계 작가 대회가 열렸소. 여기에 참석한 미국 여류작가가 있었소. 그녀의 바람은 따로 있었소. 13년 전에 죽은 한국인 남자의 고향 찾아보기가 그것. 그런데 딱한 것은 그곳의 이름이 Bamme였다는 것. 오직 이 소리로만 기억되었던 것. 지도에도 없는 이 지명을 찾기란 얼마나 난감했을까. 누군가 있어 Bamme란 밤[栗]이 있는 산(山)이니까 ‘율산’을 찾아보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소리란 의미를 언제나 초월하고 있었으니까. 소통의 첫 번째 난점이 이러했소.

이것은 이 나라의 가장 날랜 작가 중의 한 사람인 김 씨의 가작 <케이 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2008)의 한 장면이오.

대체 소통하기란 무엇인가. 작가 김 씨의 글쓰기의 요점이 이에서 오고 있소. 모든 글쓰기란 ‘밤메’를 모국어로 하는 글쓰기가 아닐 수 없다는 것. 여기에 닿고자 함을 두고 세상은 번역이라 하오. 한국 작품을 영역하기도 그러한 사례. 이대한 영문과 출신 작가 김 씨의 견해는 어떠할까요.

무엇보다 김 씨는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에 주목했소. 영어가 사실적 표현에 기울어져 있다면 한국어는 좀 추상적이라는 것. 한국어는 감정 표현에 능하며, 따라서 산문 정신(소설)에는 부적절하다는 것. 그러기에 한국 소설이 제대로 번역되기만 하면 외국에서도 그 값어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일 수밖에. 만일 한국 소설이 제대로 영역되려면 영어에 능통한 한국 작가와 영역자의 공동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한국어는 과연 산문 문장에 적합한 언어일까’, 2009).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 씨도 동의하듯, 거의 절망적이겠지요. 소통의 두 번째 난점이 이 부근에 있소.

여기까지 오면 이렇게 물을 수밖에요. 작가 김 씨의 소설 쓰기란 새삼 무엇인가가 그것. 다음 세 가지 글쓰기에 대한 거리재기가 아닐 것인가. ① 아주 구체적인 글쓰기(영어 쪽의 소설들), ② 약간 구체적인 글쓰기(한국어 쪽의 소설들), ③ 줄거리뿐인 글쓰기. 이 중 ③은 소설일 수 없으니까 제쳐 둔다면 ①과 ② 사이를 오르내리기가 아닐 수 없소.

그런데 ①에 접근해 가면 한국의 독자들은 어떠할까. 성가셔 하거나 아주 도망칠지도 모르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랴. 그런데 ②에 머물러야 한국 독자에 맞을 텐데, 이 경우 딱한 것은 작품의 구체성이 모자란다는 것이오. 한국인에 제일 잘 읽히는 역작도 영어로 번역하면 저절로 함량미달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이랴. 소통의 세 번째 난점이 이 부근에 있소.

남은 문제는, 그러니까 제일 핵심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언어란 진화하는 것인가에 관련될 수밖에. 영어가 한국어보다 혹은 다른 언어보다 진화한 것인가의 여부가 그것. 감성적인 것(신체성)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사물로, 구체성으로 나아가는 것인가의 여부가 그것. 혹은 언어란 저마다 특징이 있어 등가일 뿐인가의 여부가 그것.

  김윤식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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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이 들어찬 표지의 책들에 끌려 선택한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 책들과 함께 꾸는 꿈은 어떨까... '바람의 그림자' 역시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운명인 바람에게도 그림자가 있을까, 그 그림자는 어떤 모습일까 하여 선택.. 하지만 아직도 펼쳐 들지 못했다..  어쩌면 봉함된 우편물처럼 그 속의 내용을 좀 더 궁금해하기를 즐기는 걸지도... 


이 외에도 서가에 꽂혀 언제 집어 줄지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있는데 어쩌나... 미뤄두었다 시일을 넘겨버린 과제처럼 바라보는 매 순간 마음이 불편하다. 미안하기도 하고...  

하지만 서두르지 말자, 우리.. 곧 만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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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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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2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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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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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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