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뼈 시리게 아팠던 기억에서 아직…
나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이 쌓였던, 이제는 녹아 질펀해진 뜨락에 
연두빛이 돌고 목련의 봉우리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게 확연한데…  
그러나…
베란다에 좀 더 머물고 있는 햇살의 길이만큼 두꺼워진 시간의 층에 갇힌 나는 
차라리,

봄이 오는 게 두렵다. 

스물아홉에 끝나리라 여겼던 한 생生이 
그 후로도 수 년 동안 여전히…
남루한 문장처럼 빛바래고, 갈증과 허기에 시달리다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소설처럼 미완에 머물러 있다.
쓸쓸함에서 또 다른 쓸쓸함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절망하며 바라보았던
그 겨울새가 지금쯤 어느 바다를 건너고 있을지…
새가 되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지
살아서 미완의 소설에 기어이 마침표를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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