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저 내키는 대로 향하는 여행길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같았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단 한 시간의 기억이 나를 놔주지 않고 있다. 그 한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그때의 일 분 일 초가 내가 살아온 모든 날들보다 더 큰 것만 같아서… 나는 시간이 없는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 '피사로 가는 길' 중에서 ―
누군가 무심히 해버린 한 마디,
다른 '주제'의 들러리로 잠깐 스쳐갔을 뿐인,
말 한 사람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 말이,
그 말이 왜 그 순간에 내 뇌리에 박혀 버렸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주 사소한 그 한 마디가 어떻게?
이 후로 한 동안(지금까지) 그 말은 내 안에서 나를 휘젓고 있다.
혼란스럽고 우울하고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없을 것 같다.
그 말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은…
나도 시간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디네센의 글을 다시 읽는다.
그런데…
그 속에 답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