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이었다. 기간이 길었다는 게 아니라 느낌이 길었다는 말이다. 즉흥적인 여행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소득은 많았다.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곳이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외양은 그랬고 느낌도 그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얼어붙었던 겨울이 질척하게 녹는 중이었고, 유빙들이 바다 위를 하얗게 부유하며 겨울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아직 한참은 더 그런 모습을 안고 있을 터이다. 자주 안개에 싸일 것이고, 자주 눈이 내릴 것이고, 또 바람도 불 것이다. 그래도 봄은 거의 다가와 있었으니 곧 검게 얼룩진 겨울의 흔적을 지우고 도시의 갈라진 틈새마다 노랗게 민들레를 피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구석구석 더 오래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이 기다리고 있어 아쉬움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그 도시의 형상과 그림자와 그 속의 삶과 사람들을, 또 안개에 가려 유령선처럼 바다 가운데 정박해 있던 선박, 유빙들을 헤치며 천천히 움직이던 소형선들, 길게 사선을 그으며 쏟아지던 젖은 눈발, 난생처음으로 망망해 가운데에서 바라본 일몰과 일출, 거세게 뱃전을 때리며 부서지던 파도, 그리고 배와 함께 온전히 흔들리던 내 상상의 세계.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그 세계를 얼개로 만드는 일이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이다.

그런데 여태 몰랐던 내 영혼의 운명이 떠돌이였었던지 오히려 머물러 있는 지금 나는 심하게 멀미를 하고 있다. 그건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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