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은 내 앉은 책상과 직통으로 연결되어있다. 정확히는 왼쪽으로.  

나는 북쪽을 향해 앉아있고 현관 밖에서 나는 소리는 왼쪽 귀로 곧바로 흘러든다.  

나를 찾는 사람은 없다. 물론 내가 어디에 사는지 아는 사람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그마저 아무도 나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때문에 웬만한 기척에는 나 역시 반응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스검침이나 소독하는 사람조차 집에 들이지 않는다. 이기적이긴 하지만 절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다. 예외도 있다. 미리 통보 받은 택배나 등기우편물을 받아야 할 때 같은. 

그런데, 

현관문 밖에 잔뜩 붙어있을 광고지들을 뜯어내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청소부들의 몫이다. 그들인가 했다. 잠시 후,  중얼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웃이겠지, 뭐'라고 여긴다. 그런데 아니다. 내 현관문에 키를 꽂아 돌리는 소리. 

온 몸과 신경이 급속냉각 된다. 계속되는 부스럭거림과 딸그락대는 마찰음, 또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 키보드 위에서 놀고 있던 내 두 손도 창백하게 숨죽이고 소리에 긴장한다. 현관 밖의 소리가 멈춘다. 사이. 그가 누군가에게 외친다.  

“아니다! 502호다!”  

멀어지는 발소리.  갇혀있던 숨이 한꺼번에 팍 터져 나온다. 내 집은 3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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