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한 번쯤은 뒤돌아 보게 되는 시점이다. 날짜를 제외하곤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해도, 그래도 괜찮다.(괜찮지 않다면 또 어쩌겠는가,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 앞에서..) 원하던 만큼은 아니어도 형편에 가능한 만큼의 책을 읽었으니 됐고, 책 속의 세상에서 유영할 수 있었던 나만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였으니... 

러시아 현대소설 <눈사태>가 나왔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낱말, '눈사태'...  그 파괴적인 속성과, 열정이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겨울의 나라, 눈의 나라인 러시아, 그 사람들의 삶과 사랑이야기, 한 번 들여다 봐도 괜찮을 듯싶다... 소개글을 알라딘에서 옮겨와 본다.

Когда лавина набирает скорость, она все сбривает на своем пути: дома, деревья, электические столбы. (...) И уже ничего не учитывается, все под бритву - люди, их жизни, их труд. Идет лавина. И обижаться не на кого. Никто не виноват.
눈사태가 속도를 내게 되면, 그 앞의 모든 것들을 몽땅 휩쓸어버린다. 집들도, 나무들도, 전신주들도. (…) 칼날 같은 눈 더미 아래?깔린 모든 것들은 이미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도, 그들의 삶도, 그들의 수고도. 눈사태가 진행된다. 누구에게도 화낼 수 없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일상적 휴머니즘 

빅토리야 토카레바는 현대 러시아인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이른바 ‘세태 묘사’의 대표적인 작가다. 토카레바 산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세태 묘사’는 궁극적으로는 ‘휴머니즘’과도 연결된다. 이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휴머니즘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불행한 운명에 대한 실현 가능한 처방으로서의 휴머니즘이다. 즉 고단한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살아 있는 사랑의 작용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의 ‘일상적 휴머니즘’이며, 이것은 토카레바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삶과 사랑 

토카레바의 산문에서 주목되는 점은 부조리한 현실의 거짓과 진실, 고립된 환경에 처한 존재의 고독감, 실현 불가능한 욕망과 비극적인 인간의 운명 등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나름의 진실을 다룬 ‘삶과 사랑’이다. 작품에서 주로 다뤄지는 주제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가족, 사랑, 죽음, 배신, 만남과 이별 등과 관련된 인간의 내면세계와 다양한 운명이 빚어내는 갈등의 문제다. 특히 ‘사랑’은 토카레바의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중 하나다. 때로는 사랑의 욕망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사랑이다. 즉 “심장에 사랑이 없다면 죽은 사람이다. 그는 다만 살아 있는 척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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