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4
범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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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산다'


어쩌면 사는 내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내면의 소리를 듣고 이를 실현할 수 있다면, 한 인간으로서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줄 아는, 단단한 사람이 진정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까지도 사람마다 다양한 제약과 굴곡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는 바를 꿈꿀 수조차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면 어떨까.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범유진/ 자음과모음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여 'OO 다움'으로 주변의 제약을 받는 열네 살 아이들이 이를 이겨내고 자기가 원하는 걸 꿈꾸고 이루기 위해 꿋꿋이 나아가는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열네 살 중학생 김태웅은 엄마와 함께 간 원주 성황림에서 조선으로 타임 슬립하게 된다. 그리고 동갑내기 얼자 김금원을 만난다.

태웅은 사고로 사랑하는 아빠를 갑자기 떠나보내고 아빠와 한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하던 중 학교에서 사건이 터지고 만다.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해. 엄마를 지켜 줘.

남자 대 남자의 약속이야."

- 아빠와 한 약속 -

 

 

'강한 사람' = '남자답고 물리적인 힘이 센 사람'

태웅은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욱이 중학생이 되어 한 반이 된 최민석은 '남자답지 못하게'가 말버릇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남자애들을 괴롭혔다. 다들 최민석의 행동을 싫어했지만 괴롭힘을 당할까 무서워 맞서지 못했다. 그런 최민석에게 태웅은 비밀을 들키고 말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민석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태웅은 민석에게 맞섰다. 민석이 자신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올곧은 하은이를 모함하기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웅은 성공하지 못했고 민석은 태웅의 바지를 억지로 벗기고 치마를 입혔다. 그 뒤로 태웅은 학교를 가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태웅을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다는 성황림으로 데리고 간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 남서당에 묶인 태웅의 소원 종이 -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테레오타입에 사로잡혀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속에 나오는 수많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처럼 'OO 다움'은 정답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이자 족쇄일 뿐이다. 남자답다고 하는 행동들은 소인배가 하는 한심한 행동으로 응당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었다.

 


태웅은 조선으로 타임 슬립하여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도 수없이 남자답지 못한 자신을 다그치고 자책한다. 하지만 금원은 그때마다 옆에서 계속 힘을 북돋아 주고 응원한다.

 

 


"나는 네가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해.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이미 강해.

그리고 친구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키는 게 아니라, 서로 돕는 거지."

 

 

 

 

 


 

 

물리적인 힘의 세기로 남자다움을 뽐내려는 것은 '폭력'이며,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헤쳐나가고 서로 돕는 것이 용기이며, 진정한 강함이라는 메시지를 판타지를 활용하여 잘 살려내고 있다.

타임 슬립뿐 아니라 이무기 설화로 태웅이네 집안 이야기를 엮어낸 부분과 역사 속 인물인 김삿갓과 김금원을 모델로 하여 매력적인 호감 넘치는 등장인물들로 조선시대의 생생한 민간 이야기를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신분에 의해 제한이 있던 조선시대에 재능은 넘치나 하필 '여자'로 태어나서 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던 금원이 태웅 말처럼 한 번 사는 인생이니 후회 없이 살고자 하고픈 일들을 이루고자 힘쓴다.

 

 

"당연한 건 없어. 다 바뀐단다.

그 변화를 만들어 가는 거도 사람이지.

능력껏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좀 바뀌지. "

 

 

금원이, 태웅이, 하은이처럼 자신이 하고픈 일을 이루고자 노력해나가는 이들이, 불의에 대항하여 잘못을 일깨워주는 이들이, 남들의 시선에 "그게 어때서?"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이들이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일 테다. 멀리 보이는 그들이지만 태웅이 성장한 것처럼 누구도 가능하다는 다정한 응원이 전해진다.


 

"내가 미래의 너를 찾아냈어, 금원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성평육'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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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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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김도훈/ 한겨레출판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를 만들어낸

그 불운하지만 용감한 종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종은

고통 속에서 천하게 살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고결한 꿈이 있었다.

그 종은 모순 덩어리였고 개인적이었고

싸움을 좋아했고 때로는 가공할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선의와 사랑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마지막 경의를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경의는 언젠가는 잊히고 시간의 모래 속으로 사라져 가겠지만

적어도 한 번은 이렇게 경의를 표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인류에게 바친다."

- 미셸 우엘베크의 소립자 중


 

 

8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늘날, 디지털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가장 개방적이면서도 폐쇄적이라 말할 수 있는 오늘날이다. 그런 지금 <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를 읽는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자 한다.

 

김도훈 저자는 누군가에는 낯선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찬란한 영광의 찰나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낯설지만 비범한 스물여섯 명의 삶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들은 왜 낯선 사람일까?

 

읽다 보니 이해가 되었다. 나의 좁은 식견과 관심 그리고 건망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낯선 사람>에 소개된 인물 대부분이 불편한 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거나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어 그들의 정체성이 가시화될 때 불편하고 마땅치 않은 느낌에 대중화되지 못하고 '낯선 사람'으로 남은 것 같다.

 

 


 

 

 

 

스물여섯 명의 삶을 통해 우리는 김도훈 저자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알려주고픈 이들의 삶의 궤적을 그리고 그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함께 살펴나가면서 왜 그가 그토록 이들을 애정하고 미워하고 경의를 표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김도훈 저자는 역사, 정치, 경제, 영화, 음악, 건축 등 걸친 여러 가지 부문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관된 인물들을 선정하였다. 작가의 말에서 피력한 바와 같이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결점 때문에 논쟁의 한가운데 휘말려 든 매혹적인 인간들을 말이다. 단 한 번, 그러나 절대 사라지지 않을 절정의 순간을 산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읽으면서 그의 경의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였다. 그리고 '낯선 사람'에서 이제 '들어본 사람', '알게 된 사람'으로 딸깍 변하는 시점이기에 그가 표하는 우려나 걱정, 한계 그리고 추앙을 나 자신의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도 느꼈다.

 

◈ 치치올리니의 세계에 치치올리나가 있었다.

◈ 손기정의 꿈은 히틀러의 치어리더에 의해 영원히 기록됐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딜레마다. 혹은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딜레마다.

◈ 킹카들의 세상에서 결국 퀸카는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 누구든 '나'로 살자!

◈ 마일즈에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그라는 인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특성일 따름이다.

- 낯선 사람 중 인상 깊은 문장들

 

 

 

 

 

아래 발췌한 김도훈 저자의 글이 내 진심을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낯선 사람>을 언제까지 낯설게 느낄 건지 묻고 있는 듯하다.

 


 

한겨레 하니포터 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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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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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 이주란 소설집/ 한겨레출판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우리는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의 만난 적 없는 이들과도 제각기 다른 농도와 색채로 인연을 쌓는다. 그냥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여 자연스레 교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특별히 마음이 가는 이도 있다.

 

 

 


<별일은 없고요?> 소설집은 우리네 인생에서 스쳐가는 만남과 인연을 다정하게, 소중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관계에서 상처를 입거나 지쳐서 떠나고픈 이와 별다른 말없이 그를 품어주는 이가 나오는 이야기들이 다정한 온기가 되어 내 손을 꼬옥 잡아주는 느낌이다. 사람이 사람을 품어주는 건 어찌 보면 힘들지만 또 어찌 보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집 속 다양한 인연들이 늘여뜨려 얽히고설켜 짜낸 직물처럼 한 줄이 어려운 시기도 있을 테고 한 작품이 뚝딱 완성되는 찰나도 있을 것이다.

 


<별일은 없고요?>는 내밀한 감정 표현이 마음에 뭉글한 위로를 건네는 소설집이다. 8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전하는 단단한 메시지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은영과 은영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와 비슷한 느낌을 지닌 이들이라 더 깊이 공감하며 읽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는 가졌던 것을 잃었다기보다는 원래 없는 사람들이었고

삶 속에서 어떤 이야깃거리를 발견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듯하다.

그래서 몇 마디 한다고 하는 게 늘 싱겁기만 한 그런 사람들이었고,

은영 씨의 그런 점이 나는 좋았다."

- 사람들은 - 

 

 

나도 그런 싱거운 점이, 무던한 점이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점이 좋았다.

 




 

 

8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각 인물들 간의 내막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지 않다. 맥락으로 유추하거나 토막 토막 던져진 조각들을 잘 연결하여 인물들 간의 역사를 가늠할 뿐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뿌연 바닥이 감정을 진하게 하기도 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하기도 할 듯하다. 대부분 이야기에 '죽음'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이로 인해 상실과 상처를 입어 애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갈등과 긴장의 해소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성인이 되고부터는 왜인지 자주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마음이란 게 반쪽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런 저라도 이젠 좀 괜찮을까요?

앞으로는, 앞으로는 정말 좀 다를까요?"

- 이 세상 사람 -

 

 

네, 앞으로는, 다음에는 행복할 거라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만나서 먹고 웃고 떠들다가 헤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또 그렇게 잘 살아갈 게 분명하다. 내 목소리인지 작가의 목소리인지 모를 다정한 목소리가 등줄기를 쓰다듬어 주는 듯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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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네오픽션 ON시리즈 10
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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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다다. 괴물이다, 괴물을 잡자. 우다다다다."

 

 

심심포차 심심 사건/홍선주 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마음을 살피는 소설 『심심포차 심심 사건』은 시작부터 우리의 마음을 부여잡고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주인공 류용찬(떳떳할 용 庸, 빛날 찬 燦)이 소설의 무대인 '심심 심야포차(審心深夜布車)'를 발견하고 그 빛 속으로 뛰어드는 찰나, 우리도 안도의 숨을 깊게 몰아쉬게 된다.

 

 

"누가, 누가 나를 이 악몽에서 빼내줘요, 제발!"

 

 

주인공 용찬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듯 밝은 빛으로 그를 구해준 그곳으로, 따뜻한 온기로 그를 부르는 듯한 그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제부터 우리는 작가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나는 다 읽은 후에야 소설 곳곳에 숨겨진 홍선주 작가의 영리한 의도를 알아차렸다. 생각 없이 읽다가는 작가의 페이스에, 용찬의 심리에 휘둘리게 된다. <심심포차 심심 사건>은 '추리 소설'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심심포차에서 용찬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십 대 후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지닌 인상 좋은 주인 '서프로'와 다른 손님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느끼고 부러워하게 된다.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는 그이기에 따뜻한 요리가 온몸에 퍼지는 포근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손님들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사건 이야기 모두가 다시 누릴 수 없는 행복과 평안이었다. 심심포차는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 그렇게 류용찬의 행복한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심심포차 심심 사건』은 총 여섯 번의 방문으로 구성되었다. 전직 검사 출신인 서 프로가 운영하는 포차에는 순경, 형사, 검사 등이 주로 방문한다. 보통 술집과는 다르게 음악 없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자신들이 해결했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방문할 때마다 사건에 대한 내막을 듣고 진실을 추리해나가는 작은 재미가 있고, 소설 전반에 걸쳐 조각을 맞춰나가야 하는 큰 사건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추리 소설 마니아로서 이렇게 다정한 추리 소설을 추천할 수 있어서 기쁘다. 작은 사건들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어 풀리지 않던 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경험하게 된 결핍과 소외, 폭력은 온전한 어른으로 자라나는 데 있어 큰 저해 요인이 된다. 보육원에서 자란 용찬은 '괴물'이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을 때 제대로 보호받지도 사랑받지도 못해 결국 자기만의 세계로 숨어들었다.

 

외출 시 용찬이 항상 챙겨 다니는 물건 3가지가 있다. 가죽 장갑, 텀블러, 수저통!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싫다는 이유라는데 앞에서 서술된 어린 시절 이야기 때문에 과하다 느꼈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살아가는 방식이자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아니, 혼자여야 했다."

 

 



 

 

드디어 심심포차 영업 마지막 날, 대반전의 막이 올랐다. 맞춰가던 퍼즐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몇 조각 남지 않았을 때의 흥분처럼 기분 좋게 읽어나갔다.

서 프로가 진심으로 용찬을 대했기에 용찬도 서 프로가 그에게 한 일까지 다 받아들이고 오히려 감사와 염려의 말을 전하는 훈훈한 마무리가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나눈 이도, 자신을 믿어준 이도, 자신을 위해 정성 가득한 음식을 만들어 준 이도, 자신조차 의미 없이 여긴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 이도, 자신을 위한 파티를 기획해 준 이도 모두 서 프로였다.


"그리고…… 나를 단죄하고

나에게 다른 삶을 살라고 조언해 준, 유일한 사람."

 


 

그렇기에 '심심포차를 나서던 언제나처럼, 만족스럽고 행복했다.'라는 용찬의 진심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살의 중요한 부분이 크게 결핍된 그가 죗값을 치르고 이름처럼 당당하고 빛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눈에 살짝 맺혔던 물이 카랑카랑한 서 프로의 웃음소리에 날아가 버렸다. 끝까지 유쾌한 서 프로와 동료들의 끈끈한 우정과 신념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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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사키 히로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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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사키 히로코/ 인디고

 

인생을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이는 여유롭다. 여유롭고 느긋한 이가 내뿜는 에너지는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89살 할머니 오사키 히로코님이 그런 분이시다.


89살 할머니,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이면서도 빛바랜 표현이다. 늙다, 젊다를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표기하는 숫자인 나이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사키 할머니는 젊다. 생명력이 넘치는 그의 일상과 사고방식은 나태한 일상과 귀찮음과 두려움으로 망설이는 계획이 넘쳐흐르는 나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나이 숫자가 적으나 오늘 하루의 나이는 부끄럽게도 내가 한참 늙다. 그래서 그가 내뿜는 온기에 몸을 데운다, 다시금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고자. 삶의 지혜를 기꺼이 나눠주는 다정한 이웃 '오사키 히로코'를 만나 스쳐지나가는 삶의 찬란함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자세를 배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이 무너지고, 관계가 소원해지고, 건강을 위협받은 나는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는 데 눈을 돌렸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의 시기라 힘에 겨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사키 할머니는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그 혼란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하였다. 불필요하고 부담되는 관계를 정리하고 태극권을 배우면서 건강을 챙기며 마작을 하는 등 취미 생활도 즐기셨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다. SNS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나는 블로그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중독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 사용을 막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사키 할머니는 특별한 이유로 트위터를 시작하여 타인들과 소통하고 있으니 신기하고 좋아보였다.

 


89살, 이혼하여 외동딸을 더 신경쓰고 보살피면서 키웠던 30대 시절을 회상하며 고난했던 지난날의 회한도 살짝 비쳤다. 하지만 곧바로 케세라세라 자세로 삶을 대범하게 유연하게 즐기는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이런 점이 지금의 오사키 히로코님을 존재하게 하지 않았을까. 외동딸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도 붇잡지 않고 담담히 응원하였고, 취직 후 결혼까지 하여 영국에 정착한 후에는 컴퓨터를 배워 딸과 소통하였다. 딸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하실 때는 피식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부러웠다. 일본과 영국의 거리가 대한민국 지방과 수도권의 거리보다 체감상 가깝게 느껴져서 딸로서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명랑하고 씩씩하게

- 많은 분들이 팔로우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할머니가 대단한 걸 올리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쁩니다 ♬

트위터는 지금 제 삶의 보람이기도 합니다. ♡!!

노망나지 않는 한 계속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2021.07.18)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나쁜 습관은 금방 몸에 배지만 좋은 습관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보입니다!

(2022.01.09)

무리하지 말고 즐겁게

소박한 생활이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삽니다.

되도록이면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매일 짧은 외출을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이 작은 공간이 더 아늑하게 느껴져 기분이 좋습니다.


느긋하고 자유롭게

작심삼일이 싫어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데, 작심삼일도 좋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 나아요.

또 다른 걸 해보면 됩니다. 반복하다 보면 뭔가 발견합니다!

(2021.12.30)


가볍지만 단단하게

과거에 집착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지금입니다.

지금을 소중히 보냅시다!

(2021.11.21)

 

 


 

 

 


자신의 힘으로 단단하게 삶을 다져온 그이기에 지금의 삶이 더 빛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오사키 할머니는 자신의 오늘에 대한 감사를 주위로 돌린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가족이라 감사하고, 평범한 일상을 올리는 트위터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팔로워들 덕분에 즐거워하고 감사를 전한다.

 


 



 


소소한 일상을 전하며 농축된 삶의 지혜를 전하는 이웃, 오사키 히로코님의 에세이

<89살 할머니도 잘 살고 있습니다>는 툇마루에 드리운 햇살처럼 우리에게 자연스레 스며든다. 그가 걸어온, 걸어가는 길이 전하는 단단한 힘이 즐기는 마음이 되어 우리를 달라지게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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