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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테일러 젠킨스 리드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테일러 젠킨스 리드/ 다산책방
"전설로 남은 1970년대 록밴드,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그들은 왜 빌보드 1위를 휩쓸던 절정의 순간에
해체를 결정했을까?"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건넨다. 흥미로운 플롯으로, 전기작가가 밴드의 멤버, 그들의 가족, 친구, 그리고 밴드 활동 당시 동종업계 핵심 인물들과 개별적으로 인터뷰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인터뷰이마다 기억하는 바가 다른 점이 인상적이다.
"진실은 자주,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온다."
<보헤미안 랩소디>, <스타 이즈 본> 영화를 애정 하는 나는 이 소설이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었다는 소식에 고무되었다. 소설 속 앨범 <오로라>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책 내용이 더 깊이 와닿았다.
록밴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강렬하고도 아찔하다. 록사운드처럼 사람을 끌어당겨 취하게 만든다. 밴드가 전설이 되기까지의 서사는 우리의 피를 끓게 만든다. 더욱이 로큰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스타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색다른 재미와 호기심을 넘어 무대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버린 채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뚝! 끊어질듯한 아슬아슬한 일상을 지켜보며 오히려 평범한 오늘을 감사하게 여기는 순간도 있었다. 술, 마약, 파티로 뒤범벅된 하루 끝에 안정적인 삶을 갈구하는 그들의 속내는 묘한 안도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뜨겁고 강렬하고 아찔한 무대 위의 그들과는 달리 무대 아래에서의 그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래서 빌리가 커밀라에 대한 사랑을 지켜내려는 집념이 이해되었다.
"날 받아들여.
아니면 날 건드리지 마."
1979년 7월 12일 시카고 투어 중 갑작스러운 해체의 배경을 그려내기 위해 작가는 '데이지 존스'라는 인물의 그루피 시절과 '더 식스'의 전신인 '던 브라더스' 그룹 시절부터 발자취를 훑고 있다.
본인과 주변인들의 생생한 회상이 조각이 되어 퍼즐 맞추기처럼 여겨진다. 딱 맞았다가도 어느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어긋나기 일쑤다. 개별적 인터뷰 내용을 시기별로, 상황별로 정리하여 진행자 없는 토크쇼에서 다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 같으면서도 따로따로라 더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하는 소설이다.
"한 사람에게, 또는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빼앗긴 채 방황하는 모든 이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꿈을 품은 채 밴드를 결성하여 정상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성장 스토리에 잇걸 데이지 존스가 투입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녀 이전에도 '사랑'이 그려졌지만, 그녀 등장 이후로 '사랑'의 이미지가 더 진하고 격렬해진다. '더 식스' 밴드의 균형도, 빌리 던의 노력도 흔들릴 정도로. 그만큼 데이지 그녀는 강렬했다.
"친구는 가장 힘들 때 나타나는 사람이에요.
손을 잡고 험난한 시절을 끝까지 함께 헤쳐나가는 게 친구예요.
인생은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거고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기꺼이 손을 잡을 사람을
택하는 거예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1970년대 미국의 로큰롤 향수에 흠뻑 젖어 읽다 보니 거침없이 질주하는 청춘과 중독의 늪에 빠져 위태로운 청춘 그리고 '사랑'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청춘이 책 곳곳에서 튀어나와 '성공' - '행복' - '사랑' - '분노' - '좌절' - '추억'을 노래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해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화려한 전성기에 홀연히 사라진 밴드,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는 전설이 되었다. 상상력이 선사해 준 한 편의 드라마는 색다른 공간으로 나를 끌어당기고 함께 즐기기를 권했다. 누구라도 손을 잡을 만한 유혹적인 몸짓으로, 속삭임으로. 기꺼이.
마지막 반전에서 헉!
작가의 노림수에 제대로 당했다. 한순간 멍했다. 이야기 시작부터 끝까지 알기 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노련한 한수가 작품의 의의를 확대시켰다. 음악, 꿈, 성공뿐 아니라 사랑, 우정 등 세상만사를 노래하는, 생명력 넘치는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