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민지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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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민지형/위즈덤하우스



연애, 남녀가 아니 사랑하는 둘이 만나서 서로 행복하기를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현실에서는 이렇게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지는 않다. 사람 사는 일에 기쁨, 행복, 사랑, 웃음만 넘칠 수는 없지만 '소유욕'으로 인한 질투, 비난 등으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연애가 지속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연애관이 다르면 힘들 것이다. 비혼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비혼주의자와 혼인주의자의 연애는 당연히 성립되지 못한다. 시작부터 결혼을 염려에 두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니니 사랑이 깊어지면서 상대방이 결혼을 거론하면 '결혼'을 생각해 본 적 없는 다른 한쪽은 당황하게 되고 그 관계는 균열이 생긴다.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해 연애하고 나이가 차니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나는 사실 깊이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진중하게 상대방과 이야기하면서 맞춰나가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물론 이상형, 미래의 내 가정 등은 떠올려봤지만 그건 외형적인 틀, 규격이었을 뿐 마음을 나누는 방법, 나와 상대방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우리 둘만의 사랑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물 흐르듯이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민지형 작가의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서평단 모집 소식에 얼른 신청하게 되었다. 새로운 콘셉트의 연애!!! 요즘 세대들이 말하는 사랑이 궁금했다.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우리나라에서 40여 년이 넘게 살아온 내가 납득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과 부정적인 시선이 뒤섞인 호기심이 가득 담긴 손으로 드디어 책장을 넘겼다.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총체적으로 잘 쓰인 글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인데도 거부감을 거의 느낄 수 없게 독자들이 흡입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그래? 어디? 과연? 굳게 닫았던 마음의 빗장을(원래 그다지 단단한 사람이 아니라 장담할 수 없지만) 스르르 푼 것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 - 사랑하지만 오롯이 나를 지켜내는 연애 - 에 대해 예전처럼 불쾌하다, 거북하다 등의 부정적인 시선 대신 힘들지만 사회통념의 연애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사랑 방식을 찾아가는 진지한 태도를 인정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미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서른다섯 살이다. '최선'의 연애를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차선'을 택하는 타협을 하면서 연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그 차선의 연애를 정리했다.

친한 선배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어 '모두의 오피스'라는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였다. 그곳에서 매력적인 오피스 매니저 시원을 만나고 그가 호감을 표한다. 그런데 이미 애인이 있다며 오픈 릴레이션십을 제안한다.

 

 

미래 역시 연애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가득했기에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해 '폴리 아모리'나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접한 적은 없어서 진담인지 바람둥이의 핑계인지 고심하였다. 그러다 시원의 애인 소리까지 만나서 삼자대면을 한다. 최선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차선일 수도 있다는 희망과 새로운 콘셉트 연애에 대한 호기심에 미래는 결국 시원과의 오픈 릴레이션십을 받아들이게 된다.

 

미래와 시원 사이의 연애만 보면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배려해 주는 어여쁜 사랑이다. 미래가 싫어하는 미디어에서 배운 "넌 내 꺼야.", "너밖에 없어.",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 등 사랑의 표현 없이 관계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물론 처음에는 시원의 또 다른 애인인 소리에 대한 부담과 주위 친구들, 공유 오피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도 했지만 시원과 소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나간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만큼,

늘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힘들었었다. (p.277)

 

이 소설은 '폴리 아모리'와 '오픈 릴레이션십'을 연애의 정답이라 정하고 강요하지 않고, 현재 연애의 방식이라 규정된 (결혼이 전제된) 이성애 독점 연애에 대한 다른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지금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등장인물들이 오픈 릴레이션십을 접하고 보여주는 다양한 반응들은 독자인 우리의 모습이자 작가가 독자인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다.

결혼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한 현저히 다른 남녀의 반응이 펼쳐진다.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오픈 릴레이션십'이라는 표현을 남성은 쉬운 여성이라는 편견으로, 여성은 바람둥이라는 편견으로 다가온다. 나 또한 호감을 가진 이가 이런 제안을 했다면 즉각적으로 '바람둥이 아니야?'라고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소설 속 소리와 시원 그리고 미래는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데 진지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오롯이 지킬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표현하고 답을 찾아간다.

 

미래의 고민을 들어주고 현실적인 조언과 걱정을 해주는 친구인 하나와 다정 그리고 불안감을 조성했던 전 남자친구 수호까지 작가가 적절하게 잘 배치한 영리한 소설이었다. 미래가 오픈 릴레이션십에 적응해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인 혼란, 당혹, 행복, 충만함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는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부담, 위협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다.

 

힘겨운 사랑 투쟁기인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불쾌하다는 1차원적인 소감이었던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해 한결 여유 있고 부드러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하나하나 살펴보고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을지 선택해야 비로소 자신에게 알맞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애 독점 연애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평등한 관계의 연애와 자기에게 맞는 연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환기시키고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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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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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띠지로 포장되어 도착한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운 꽃자수가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띠지가 상하지 않게 조심히 책을 꺼내 살펴봤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아가타 투신스카 글/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사계절

 

앞표지에는 여자아이가 인형을 들고 어딘가를 응시한 채 서 있다. 여자아이와 인형은 파란색 바탕에 띠지에 수놓아진 꽃과 같은 꽃들이 프린트된 원단으로 만든 원피스를 똑같이 입고 있다. 뒤표지에는 어느 여인이 방문 너머에서 인형에게 방 내부를 소개해 주고 있다. 푸근한 인상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64쪽의 그림책 형태로 제작된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에서 탈출한 생존자 조시아 자이칙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외형만 봤을 때는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라 생각했건만...... 전쟁의 참상을 그린 이야기인데도 과감하게 그림책 형식을 취한 것은 의도된 제작이었으리라. 조시아의 기억 속 어린 시절은 아이 특유의 순진함과 감수성이 가득한 이야기로 전쟁의 폐해와 참상을 직접적으로 조명하기보다는 지하실에 갇혀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간 이중적인 비극이다.

 

이 책의 화자는 조시아 자이칙(야엘 로스너)으로 11살에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오게 된 폴란드계 유대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는 독일에 침공당하여 험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 나치 독일은 백인계 아리아인을 우월하다 여기는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에 입각하여 바르샤바에 게토를 만들어 유대인들을 억압하였다. 다비드의 별이라고 불리는 완장을 차게 하는 등 유대인 표식을 하게 하고 모든 생활을 통제하였다.

그림책을 감싼 띠지는 다비드의 별 완장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그 시절 유대인들을 옭아맸던 죽음의 표식이었다. 하지만 수놓아진 꽃은 어머니 나탈리아가 딸 조시아에게 전해준 희망과 사랑의 증표로, 그 시절 어머니가 가르쳐준 자수는 조시아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졌다. 단순히 자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을, 실이나 양모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존경을 조시아는 잊지 않았던 것이다.

 

 

바르샤바에 게토가 만들어지자 유대인끼리의 통합을 위해 들어가기를 원하는 독실한 유대인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3살쯤 된 조시아를 비롯한 가족들은 게토에 들어가게 되었다. 통제하기 위해 만든 벽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친밀한 관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가 담긴 곳인데 제 발로 들어가다니 그것도 가족 모두를 이끌고! 조시아의 엄마 나탈리아가 아무리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도 듣지 않던 할아버지는 결국 검은 카포타만 남긴 채 돌아오지 않았다. 믿음의 붕괴. 그 균열이 조시아와 그 가족들을 얼마나 힘겹게 했을지 가늠할 수 없다.

 

'좋은 외모'라는 표현이 나온다. 조시아는 "엄마, 나도 이제 좋은 외모가 됐어요?" 물어본다. 여기서 좋은 외모란 나치가 주장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순수 혈통 사람 같은 외모이다. 좋은 외모인 엄마가 가족을 위해 게토 밖으로 나가 필요한 물품들을 가지고 오는 걸 보고 조시아는 분명 어른이 되면 자신도 금발에 푸른 눈인 좋은 외모가 되어서 고생이 끝날 거라고 믿는다. 이 순진한 믿음이 가슴을 찢어놓는다. 수년간 게토 지하실에 숨어서 엄마가 알려준 세상만을 접한 채 자란 조시아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현실은 지하실 창문 밖 세상일뿐이었다. 영화처럼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딱 그만큼이었다. 조시아의 세계는 인형 주지아와 엄마가 채워준 것들이 있는 지하실이 전부였다.

 

"나는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불행하지도 않았다.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그냥 그런 줄 알았다.

한 번도 지하실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갈 수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

 

나탈리아는 딸 조시아를 게토 지하실에 꼭꼭 숨겨두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아리아인 구역으로 빼내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겁을 내지 않았다는 조시아의 기억처럼 그녀는 신념을 따라 용감하게 살았다.

나치 독일에 의해 희생되거나 고통받은 다른 유대인들의 기록과는 결이 다른 조시아의 고백은 아이를 지키고자 했던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 가져다준 기적이다. 나탈리아가 조시아에게 끊임없이 말한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는 조시아를 지켜주는 결계가 되어 게토 지하실에서 조시아와 주지아를 버티게 해주었다. 나탈리아가 조시아 곁에 항시 머물러 힘이 되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던 것이다.

 

지하실에 숨어살던 조시아가 게토를 탈출하여 아리아인 구역으로 가서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사는 이모에게 가기까지의 여정이 펼쳐진다. 그 가슴 아픈 여정은 아이 입장에서 경험한 전쟁의 참혹함을 전하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빠를 만났으나 친해지기도 전에 독일군에게 끌려가고, 엄마는 처참하게 맞는다. 조시아는 멀리 보내진 자신을 찾아온 여자에게서 엄마의 냄새를 맡고는 엄마라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 냄새가 맞았고, 우리 엄마처럼 말했다.

이제 다시는 혼자 남겨 놓지 않겠다고, 오래 설명했다. 그제야 나는 그러자고 했다."

 

예루살렘을 도착한 이후에도 조시아 자이칙의 슬픔은 계속된다. 엄마, 조국 폴란드, 이름 조시아 자이칙...... 다 떠나보낸다.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렸을 그 작은 영혼이 말하는 사랑이, 상처가, 고통이 오롯이 담긴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간이 저지르는 잔혹한 폭력, 전쟁의 참상을 한 땀 한 땀 새기고 있다. 80살이 넘은 조시아가 여전히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마지막 글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조시아와 주지아를 기억하겠습니다.

 

저자 아가타 투신스카는 인터뷰어로서 조시아가 들려준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하였다. 폴란드어를 오랜만에 쓴 조시아의 말투를 살리고, 자신에게 건넨 말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 남겨두었다고 한다.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로 익숙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는 참혹한 현실을 조시아의 이야기와 감정선을 담아 슬프지만 그리움이 가득한 아름다움으로 그려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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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개주막 기담회 2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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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개주막 기담회 2』가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기이한 이야기를 즐겨 읽는 나는 미야베 월드 2막을 애정 하는 데, 일본의 에도시대 배경이라 깔린 정서가 우리네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네 정서에 알맞은 기담이 없을까? 아쉬웠는데 우연하게 『삼개주막 기담회』를 알게 되어 너무 기뻤다.  

 

『삼개주막 기담회』배경은 삼개주막이다. 삼개주막은 한양 도성에서 서남쪽으로 약 십 리쯤 떨어진 마포나루 어귀에 있었다. 마포나루, 혹은 삼개나루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양을 거슬러 오는 장삿배들과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거렸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곳에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괴이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모여들었다. 


삼개주막 기담회2/오윤희/고즈넉이엔티



삼개주막에 모여든 이야기들을 엮은『삼개주막 기담회』, 그렇게 찾아온 조선 시대의 기이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삼개주막 기담회 2』는 아는 맛에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답을 찾고 성장하는 과정을 빚어내고 있다. 

 

인심 넉넉한 주모 김 씨와 아웅다웅하는 옥이와 복이 그리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선노미가 여전히 삼개주막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1편에서 선노미를 눈여겨보던 선비, 바로 연암 박지원이 등장하여 선노미를 화자로 한 기담회를 삼개주막에서 열게 되면서 『삼개주막 기담회 2』가 시작된다. 선노미의 특별한 재능이 빛을 발하게 되니 이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그의 성장이 기대된다. 이번에도 6편의 기담을 선보이는데 인간사에 존재하는 질투, 시기, 배신 등 끈적하고 농밀한 욕망들뿐만 아니라 신분제의 한계에 부딪힌 이들이 겪는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다. 


 

- 가면 속 얼굴

- 아이 잡아먹는 귀신

- 춘추관의 괴문서

- 공기놀이 하는 아이

- 여인의 머리칼

- 첫사랑

 


<아이 잡아먹는 귀신>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육아를 해본 엄마라면 안타까운 유순의 사연에 주모 김 씨처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시대가 변하고 있어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도 늘어나고 제도의 뒷받침도 있어서 엄마가 짊어져야 할 육아의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건 대부분 엄마일 것이다. 주모 김 씨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고 있는 막내 옥이를 바라보면서 잊고 싶었던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고 눈물짓는 마지막에 나도 같이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유순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 잡아먹는 귀신으로 등장하는 양반집 며느리의 사연도 기구하였다. 산후우울증이지 않을까 싶은데 치료는커녕 아이를 빼앗기고 광 속에 갇혀 지내면서 두렵고 위험한 존재로 오해받으며 살아가는 그녀의 고통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

 

<춘추관의 괴문서>를 읽으면서 '기록'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시대 사관이라는 관직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죽어서까지 나라의 변괴를 전하기 위해 나타나는 원혼들과 알게 된 미래의 일을 기록하는 사관들을 보면서 '기록'이 가지는 불가항력을 체감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점에서 마찬가지라며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을 강조하는 수찬관을 보면서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든다. 미래를 알게 된 이들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작가님도 그런 맥락에서 부자 관계이면서 사관을 지낸 원호와 종훈을 등장시킨 게 아닐까 싶다. 종훈은 자신이 미리 알게 된 나라의 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백성들에게 언문을 가르치고자 맘먹는다. 글의 힘, 글을 읽어 스스로 깨치는 힘을 키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기묘한 이야기지만 인간이 문자를 만들어 기록하고 문명을 이룩한 그 찬란한 역사를 되새길 수 있었다. 

 

<공기놀이 하는 아이>와 <첫사랑>은 고통받는 백성, 노비의 이야기다. 배우지 못하고 신분이 낮다 하여 차별받으면서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춘성과 타내와 분이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와 울분을 느꼈다. 그리고 역사 속 연암 박지원이 교류하던 이들이 서자 출신이 많았던 것처럼 이 삼개주막 기담회에 참여하는 선비들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백성들의 피해를 알리고 구제해주기를 바라는 민심을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암 박지원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일을 이야기로 지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백성들을 도울 것이라는 뜻을 전한다. '열하일기'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널리 알리고 그 시대를 풍자하고 비판했던 연암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첫사랑>에서 밝혀진 선노미 출생의 비밀은 가슴 아팠으나 주모 김 씨의 인간 됨됨이에 빠져들게 된다. 

 

<가면 속 얼굴>과 <여인의 머리칼>이 이번 책들 중 가장 무서운 기담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면과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감수하고자 하는 그릇된 탐욕이 불러온 참극이 등골을 오싹하게 하였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면 가면을 써도 괜찮지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본인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부처님도 아닌 이상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나쁜 생각을 하면서도 그걸 깨닫지 못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가면을 쓰겠냐는 복쇠의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렇게 6편의 이야기로 삼개주막 기담회 2는 마무리가 지어진다. 기담회의 주춧돌인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 가게 된 것이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시 중단하기로 한다. 그리고 연암은 선노미에게 함께 가자고 청한다. 

 

삼개주막 주모 김씨의 아들인 선노미, 들은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해 맛깔나게 얘기하는 이야기꾼 선노미, 사관 종훈을 통해 언문을 깨우치게 된 선노미, 친엄마가 따로 있는 선노미, 그리고 연암 박지원을 따라 조선 땅 너머 드넓은 청나라로 떠나게 되는 선노미. 선노미는 삼개주막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왔다. 조선 땅 너머 청나라로 떠났다 돌아올 선노미는 과연 어떤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보따리를 짊어지고 우리를 찾아올 것인지 손꼽아 기다려진다. 

 

그때까지『삼개주막 기담회』와 『삼개주막 기담회 2』를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랠 이들이 많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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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방 고래책빵 그림동화 19
송담 지음, 이민정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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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송담 작가의 『영원의 방』을 읽으면서 '그림책'을 단순히 아동책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림과 함께 짤막한 글이 만들어낸 세상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으면서 귀한 가치관을 담고 있어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

 

 

영원의 방/송담 글/이민정 그림/고래책빵



누구나 영원의 방을 가지고 있는 왕국의 이야기.

흠이 없는 온전한 시간으로 만들어진 방을 영원의 방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그 경이로운 방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우면서 온전한 시간을 보낸다. 언제든 원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는 결핍된 삶을 살아서 온전한 시간을 가질 만큼 여유가 없다고 함부로 단정 짓고 '불쌍한 사람'이라 여긴다. 그 생각을 뒤집는 뒷이야기가 우리가 쉽게 범하는 오만과 편견을 꼬집는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 있다.


"누군가의 불행이 당신의 위안이 될 수는 없어요."

"영원의 방은 어디에나 있어요. 그 자리를 찾는 것이 각자의 몫일 뿐이죠."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이기적인 면을 살펴보게 되었다. 쉽게 남을 판단하고 혼자 동정하고 혼자 위안 받는 무례를, 폭력을 공감 능력이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 게 아닌가. 자신을 불쌍한 사람이라 칭하는 이들에게 도리어 즐기는 여유로운 삶을 보여준 산사람,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영원의 방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지금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감사하는 용기가 어디에나 있는 영원의 방을 찾는 열쇠라 믿는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다. 그러니 흠이 없는 온전한 시간 또한 다 제각기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누구는 행복하다 생각할 수도, 누군가는 불행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그 경이로운 시간을 얼마나 보낼지는 본인의 몫인 것이다.

 

짧은 글로 이루어진 책에 생명을 불어넣은 삽화가 글과 함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원의 방은 가지고 있는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건 어떤 것인지? 삶의 행복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온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그림책이 던진 질문에 성실히 고민하고 답하고 있는 지금 나는 영원의 방에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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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처럼 말하는 올쏘의 일상 영어 : 원어민의 일상 표현 - 진짜 영어 말문이 트이는 네이티브의 쉬운 영어 회화 원어민처럼 말하는 올쏘의 일상 영어
김지은 지음 / 북스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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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쏘의 영어>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인 쏘피쌤의 책 『올쏘의 일상 영어』

- 진짜 영어 말문이 트이는 네이티브의 쉬운 영어 회화 - 부제처럼 원어민이 자주 사용하는 일상적인 표현들을 소개하고 있다.

 

올쏘의 일상 영어 - 원어민의 일상 표현/김지은/북스고
 

언어를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물론 교과목으로 만나는 영어를 통해 회화를 잘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초등학교 3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기본적으로 9년 동안 영어 과목이 교육과정에 속해있는 우리나라인데도 대부분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 또한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긴 시간 영어를 배웠지만 여전히 두렵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긴장되고 떨린다. 그래서 틈틈이 영어 회화책도 보고 아이들과 영어 동화책을 읽지만, 영작을 하거나 회화를 하는 데 두려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던 중 『원어민처럼 말하는 올쏘의 일상 영어 - 원어민의 일상 표현』 서평단 소식을 들었다. 호기롭게 도전하여 책을 받아 도움을 받게 되었다.

 

10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초·중·고·대학교를 나온 저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영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영어를 공부하는 데 한글에 빗대거나 비교하지 않고 영어의 룰을 그대로 따르기를 권한다.

① 영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는가?

② 영어를 꾸준히 공부했는가?

③ 영어를 반복적으로 공부했는가?

④ 영어를 많이 접했는가?

⑤ 영어를 여러 방식으로 많이 접하고 써보는지 판단하자.

⑥ 영어를 틀리는 것이 두려운가?

위의 6가지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은 이미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것이다. 언젠가는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하며 차근차근 책 내용을 따라가 보았다.

 

『올쏘의 일상 영어』는 크게 3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다.

 

Chapter 01에서는 원어민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알려주고 있다.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표현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표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대화 예시를 통해서 이해를 돕는다.

소개된 표현 중 하나를 살펴보면, 진짜야? 정말이야? 진심이야?라는 표현으로 You serious? Seriously? Really? 을 사용한다. 올쏘 꿀팁으로 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뉘앙스를 가진다고 알려준다. 톤을 올리느냐, 내리느냐, 질문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뉘앙스의 차이는 미드 등을 보면서 많이 들어야 확실하게 차이를 알 수 있다. 상세한 설명, 꿀팁, 대화 예시를 통해 성실한 학습을 이끈다.

 

Chapter 02에서는 친한 사이에서 편하게 사용하거나 격식을 갖춰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을 소개한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답변으로 교과서 지문에서는 대부분 You're welcome으로 나오는데 다른 표현은 없는지 궁금했다. Don't mention it, No problem, No worries, Don't worry about it, It's nothing, My pleasure. 와우~ 정말 다양한 표현이 있었다.

 

Chapter 03에서는 헷갈리는 영어, 실수하는 영어 표현과 원어민 일상 표현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헷갈리는 단어, 자주 하는 문법 실수, 꼭 알아야 하는 전치사, 원어민의 일상 표현으로 구성된 이 챕터는 중요한 포인트를 콕콕 짚어주는 알맹이다. 우리가 헷갈리는 미국식 표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영어는 무조건 재미있게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아닌 만큼 넘치는 콘텐츠, 방법들 중 자신의 성향, 취향에 알맞은 공부 방법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두 번, 세 번... 될 때까지 반복하는 연습을 잊지 말아야겠다. 『원어민처럼 말하는 올쏘의 일상 영어 - 원어민의 일상 표현』 이 책도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할 책이다. 천천히 꾸준히 하지만 즐겁게 공부하는 영어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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