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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급식은 단짠단짠 - 누구나 먹어본 적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급식의 세계에서 영양사로 살고 있습니다 ㅣ 일하는 사람 10
김정옥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0월
평점 :
나는 급식 세대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도시락 2개와 교과서까지 바리바리 짊어지고 등교하면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가 고팠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나와도 말이다. 그러면 얼른 친구들을 불러모아 도시락을 까먹고(꼭 까먹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매점으로 출동하였다. 그렇기에 내 인생의 급식이 출현한 시기는 대학교 시절이다.
오늘도 급식은 단짠단짠/ 김정옥 저/ 문학수첩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 구내식당이 절로 떠올랐다. 1000원, 1500원짜리 식권으로 푸지게 먹을 수 있었던 학생 식당과 다소 비쌌지만 좀더 갖춰진 듯한 교직원 식당이 있었다. 친구들과 먹을 때는 학생 식당을 주로 이용하고 존경하는 선배님들께서 사주실 때 교직원 식당을 처음 가봤다. 솔직히 학생들이 교직원 식당을 사용해도 되는지도 몰랐을 만큼 어리숙한 시기였다.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나는 걸 봐서는 그 한끼의 푸근함과 넉넉함이 내 인생 황금기였던 청춘 시절에 아로새겨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양사와 조리사를 궁금해본 적이 없었다. 그분들이 계셔서 학생들이 작은 돈으로 큰 만족감을 얻은 것인데도 감사하지 않고 마냥 누리기만 했구나 싶어 죄송하기도 하다. 그만큼 그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셨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로 끊어졌던 급식이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교육기관에 입학하자 다시 화두에 올랐다.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급식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인간은 역시 환경의 동물, 적응의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학부모들이 급식 모니터링을 한다. 자녀가 두 명이라 몇 차례 학교 급식 재료 검수와 급식 모니터링을 하면서 급식을 경험해 보았다. 그 경험들이 현 초등학교 영양교사인 저자의 글 속에서 비춰질 때마다 불편하기도 하였다. 그분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날이 선 평가를 하지는 않았나 싶었다.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맛을 찾아야 하는 그분들의 수고를 너무 가벼이 여기지는 않았나 싶어 반성하였다. 다들 남의 일은 쉽게 입에 올리기 마련이라 주의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대기업의 영양사로 9년, 초등학교의 영양교사로 4년을 보내고 있는 저자는 영양'사'와 영양'교사'의 차이를 실감하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학부모인지라 영양사로서의 이야기들도 놀라면서도 재밌게 읽었으나, 영양교사로 겪은 이야기들이 더 와닿았다. 그리고 감사하였다. 노후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학생들의 건강과 영양 그리고 문화적 경험까지 포괄하여 고민하는 자세에 감탄하였다. 항상 작업모드가 켜져 있는 그 열정과 사명감이 저자에게 강박이 되지 않고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식사하셨어요?",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집집마다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따뜻한 밥 한끼가 담고 있는 가치를 떠올려보면 영양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진다.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발주하고 급식 상황을 통제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만으로 바라봤던 그들의 세계가 실로 방대했다. 영양사이자 조리사와 조리원의 관계 조정자이자 가정통신문이나 영양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였다. 고객 컴플레인에 대한 해명과 대처를 내놓고 끊임없이 회의하고 새로운 요리를 구상하고 잔반과 잔식을 줄이기 위해 소숫점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발주해야 하는 극한의 직업이 바로 '영양사'였다.
아이들이 가져오는 한달 식단표를 무심코 받았던 옛날과는 달리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재료의 중복, 조리법의 중복을 피하고 제철재료를 사용하면서 영양과 맛을 추구하기 위해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개발하고 있을 현장의 영양교사와 조리사, 조리원들의 수고와 공에 절로 감사가 나온다.
* 자원을 조금이라도 아끼면 그 정성이 지구촌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 끼가 될 거란 희망을 품고, 잔반과 잔식을 줄이고자 고민하는 영양사
* 강력하게 컴플레인 거는 '1'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잘 먹었다. 맛있었다." 감사를 전하는 '99'를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사는 영양사
*일주일에 한끼라도 '채식'을 하도록 유도하는 급식 등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의미와 미래, 희망을 담는 영양사
기본에 충실한 직업. 몸도 마음도 늘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는 자세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과 큰 박수를 보낸다. 너무나 마땅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오늘날의 편의에 가려져 수많은 직업군들의 노고와 땀을 당연히 여기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우리가 살피지 않았던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영양사을 꿈꾸는 이들도, 급식을 먹고 있는 학생도, 직장인도, 급식을 먹여야 하는 학부모도 다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들의 소명에 감사하며 한 끼를 맛있게 먹고 나갈 수 있는 여유와 배려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