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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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소설다이브#창비#소설Y#소설Y클럽


다이브/소설Y 대본집 #05/블라인드 가제본/창비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가 건물을 뒤덮었어도,

그래서 인천이 수몰된 다음에도,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벌인 뒤에도,

그래서 한국을 지켜주던 댐이 무너지고 나서도,

서울 사람들은 계속 서울에 살았다."



작년 늦가을 우리는 투발루 외교장관이 무릎까지 물에 잠긴 채 기후 위기에 관한 연설을 하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지금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투발루에서 자라나는 마지막 세대일 수도 있다.'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고 한다. 지구촌 한 쪽은 물에 잠겨 사라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극심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지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 권의 책이 찾아왔다.

소설Y클럽 『다이브』

2057년 우리나라는 물에 잠겼다. 높은 지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감자와 콩을 기르거나 물고기를 잡아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물에 잠긴 세계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 기억과 치유, 고통과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 기후 위기로 내일을 불안해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디스토피아 세계(이 또한 우리의 관점에서 그럴듯하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십 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기억하는 지금의 서울과 그들이 모르는 예전의 서울은 단순히 시간의 간격뿐만 아니라 세계 자체가 다른 차원이다. 물에 잠긴 것은 건물, 사람, 자동차, 핸드폰 등 형태를 지니고 있는 사물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가치관 그리고 낱말까지!!! 예전의 세계를 송두리째 집어삼켜 버렸다.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지난 시절의 흔적과 식량을 찾는 이인 물꾼 선율. 노고산 물꾼인 선율은 남산 물꾼 우찬과 시비가 붙어 내기를 하게 되었다. 기한은 보름, 심판은 중앙의 둔지산 물꾼들이 맡기로 했다.

내기에 이기기 위해 깊은 물속으로 내려간 그녀는 수호를 데리고 온다.


아이콘트롤스의 최첨단 시냅스 스캐닝 기술은

고인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평생 플랜 구독을 통해 당신의 아이를

다시 한번 품에 안으세요.

부모님에게 못다 한 말을 남기세요.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의 기억을 깨워 줄게."

2057년 서울, 잠든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


불과 20년 후인 2042년에 서울이 물에 잠기게 된다는 설정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지구의 이상 기후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고 이제는 SF 수준에 머무는 공상 판타지 미래가 아니다는 경각심은 커지고 있다.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이어지는 내일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무서움도 컸다. 이 소설, 어른인 내가 보기에 참 무겁고 무섭고 어렵고 미안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책장까지 넘기는 데 힘겨웠다. 기어이 책장을 덮고 다음날 다시 읽었다. 그제서야 선율과 수호와 지오와 우찬이 노을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 그 아이들의 내일이 그려졌다.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을 찾은 그들이 나아갈 다른 시간이 기대된다.

예전의 서울은 정말로 터무니없는 곳이었다고들 했다.

지금의 서울은 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바라보는 예전의 서울은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없어진 것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도 눈앞에 불러낼 수 있었던 세상, 그게 너무 당연해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간직할 필요가 없던 세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예전에도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지금에도 고통은 존재한다. 살기 위해서는 잊어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는 것이랑 마음이랑은 다르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이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지우거나 무시하거나 잊어버린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라는 듯 그 고통은 매일 밤낮으로 생채기를 낸다. 이런 고통을 겪는 이들 앞에 나타난 기계 인간, 채 수 호! 18살이었던 2038년에 멈춰있는 기억을 가진 이 소녀는 잃어버린 4년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이는 노고산 사람들과 수호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따라가보자.


다이브/단요 지음/창비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교차하고 있는 이 소설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인물이 있다.

'서문경' 과거에도 현재에도 삼촌인 그가 품고 있는 상처가 이 소설의 열쇠이다. 그로 인해 현재의 고통이 되었다. 그가 입을 다물기로 선택한 결정으로 오랜 시간 엉켜 있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천천히 느슨해져서 마지막 매듭이 풀리길 기다리던 상태에 수호가 그 매듭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아직 오지 않은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선택한 선율과 수호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오랜 자책과 미안함과 원망을 차례대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

예전의 서울에서 살아있을 때조차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던 수호는 죽어서도 선택할 수 없었다. 착하고 예쁜 딸을 강요받았던 그녀를 보면서 가족의 이기심을 고통스럽게 깨닫는다. 수호를 떠나보낼 수 없는 자신들의 아픔을 아픈 수호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수호의 부모님은 죽음으로 끝을 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픈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자신의 계획을 바꿔야 하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지쳐가는 경이는 죽음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놀랍게도 모든 게 끝났는데도 세상은 더 끔찍해질 수 있다. 예전의 세상 이야기다. 하지만 낱말조차 물에 잠겨 예전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관계가 다 무너진 현재, 어린 사람을 돌보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다. 사람을 사람 한 명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 낱말들에서 벗어나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그물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의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갔다.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서 오히려 가난하고 고립된 생활을 했던 사람이 물에 잠긴 세계에서 더 여유롭고 자유롭다. 수호와 선율의 대화를 읽으면서 아, 탄복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인데……


"애들은 여기 있는 게 좋아서 남았다고 해도……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

다른 산에 있는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도 있을 거잖아."

"그러면 가서 만나면 되지!"

아픈 수호는 경이 삼촌을 통해 자신이 누리고 싶은 삶인 다른 차원의 세계를 접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삶이었기에 애달팠는데 경이는 자기 나름의 현실에 치여 어느 순간 따뜻하게 보살피지 못하게 되었다. 그 과거가 오늘을 옭아매어 괴롭다. 이 모든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선율의 말처럼 솔직해진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어도 문제를 풀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내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만 선율은 수호가 과거를 바라보게끔 도와주었다. 남의 세계를 뒤흔들려고 한 게 하니라 수호의 지금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 비난하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었다. 선율은 그렇게 수호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이렇게 그 사람 자체를 위한 진실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오랜 시간 생채기를 냈던 고통을 지우거나 잊거나 피하지 않고도 마주하면서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다.

노고산 물가에서 손을 꼭 잡은 채 노을을 보고 있을 선율과 수호를 떠올리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단요 작가의 편지 속 피난처가 되길 바란다는 글귀처럼 마음을 치유해 주는 소설Y클럽 『다이브』

어린 사람을 돌보는 나이 많은 사람인 나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Y클럽 4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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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307
앙리 뫼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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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언제나 새롭다.

글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서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공간이 구성된다. 서사가 진행되는 공간, 이 둘의 조화는 마법같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생명을 얻은 그림책은 새로운 친구가 되어 우리와 함께 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앙리 뫼니에 글/요안나 콘세이요 그림/비룡소



이번에 사귄 친구는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이다. 앙리 뫼니에 작가는 마치 감미로운 한 편의 시 같은 이야기를 귓가에 속삭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린 큰둥이와 작은둥이의 그림은 손을 내밀어 우리를 초대한다. 그 공간에 초대받은 우리는 마음껏 상상하고 즐기면 된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은 이번에도 역시 세밀하고 따뜻하고 부드럽다. 은유적인 글을 그만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생명력 넘치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느새 독자는 글과 그림이 엮어진 이 공간에서 싹트는 이야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




같은 날 아저씨랑 아주머니 집에서 아이의 첫 울음소리가 두 번이나 들렸다. 높고 작은 소리가 한번, 낮고 큰 소리가 한번. 놀라서 정신이 없으면서도 행복한 표정이었다는 글과 화면을 꽉 채운 큰둥이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새삼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뭉클해졌다. 아이와의 첫 만남은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다. 따뜻하고 다정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안았다. 



큰둥이 작은둥이 형제는 매일매일이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단짝이 되어 서로 손을 잡고 시간을 함께 보낸 그들은 성장하게 된다. 큰둥이 작은둥이, 이제는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그 이름처럼 달라졌어도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평범하지 않은 형제가 성장하는 과정 같으면서도 우리가 성장하면서 잃어가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듯하기도 하다. 또는 성장하게 되면서 바라게 되는 꿈 조각이 자유롭게 날아가는 상상도 하게 된다. 바람에 실려 온 세상을 떠돌던 아이가 내려앉은 곳, 그곳을 떠올리며 눈을 감아본다.


『세상에 하나뿐인 큰둥이 작은둥이』는 아름다운 은유와 섬세한 그림으로 우애와 연대 그리고 성장을 담고 있는 묘한 그림책이다. 해석은 독자의 몫이니, 자신의 감성으로 글과 그림을 받아들여 느껴지는 무언가가 이 책의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림 곳곳에 그려진 작은 존재들을 살펴보며 추억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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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수학 플레이어 1 - 낯선 모험의 시작 도전! 수학 플레이어 1
김리나 지음, 코익 그림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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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모험의 시작


도전! 수학 플레이어 1/김리나 글/코익 그림/ 창비



<도전! 수학 플레이어 1> 가제본을 다 읽자마자 "다음 책은요?" 물어보는 아들이다. 공감하며 아직 본책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만큼 재밌다. 그리고 172페이지로 분량이 적어 읽기에 부담 없는 책이다.

 

'수포자'라는 말처럼 교과목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면서도 포기도 많은 과목이 수학이 아닌가 싶다. 진학을 위해서는 수학이 중요하니,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계기가 중요하다. 다양한 방법들 중 이렇게 수학을 소재로 한 책으로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도전! 수학 플레이어 1』이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요즘 아이들이 싫어하는 수학을 익히기 위해 좋아하는 게임을 이용하는 점이 현실적이다. 익숙한 게임 포맷과 가상 현실 그리고 도전하게 만드는 게임 시스템으로 주인공 윤진처럼 독자인 학생들도 집중하게 된다. 상점이 궁금해서 레벨을 올리는 데 열중하는 진의 모습에 현실 아이들이 오버랩 되었다. 금화와 레벨과 함께 성취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학 지식이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도전! 수학 플레이어 1』은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굵직한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등장인물 소개와 배경이 주를 이룬다. 미래 세상의 기둥인 위대한 수학자인 '윤진' 박사가 주인공으로 그의 연구를 반대하는 집단에 의해 과거가 변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미래 세상 내 진 박사의 제자인 '티아'와 '네르'가 초등학생인 윤진과 접촉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에서 적용된 과학 지식을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잘 풀어내서 이해를 돕는다. 똑똑한 수학자들 사이에 평범한 일반인인 경호원 '리드'가 적절히 속도를 조절해 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감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삽화에 그려진 그의 모습은 거대하고 단단하지만 속마음은 다정하고 따뜻한 듯하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존재감 없던 윤진이 미래 세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위대한 수학자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수학자 부모님 대신 수학 멘토가 되어주신 담임 선생님과 수학 플레이어 앱을 통해 수학에 빠져드는 윤진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수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왜 수학을 배워야 해요? 계산기, 컴퓨터가 있는데 왜 힘들게 우리가 풀어요? 수학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요?" 쏟아지는 질문과 투정, 변덕 속에 수학의 본질을 모른 채 학습만 강요당해 수학을 싫어하게 된 우리네 아이들의 답답함이 잘 드러난다. 수학, 수는 단순히 점수로 환산되는 교과목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근간이 되는 매우 중요한 부문이다. 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했던 그 웅장한 시작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수학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로 끝이 난 『도전! 수학 플레이어 1』 다음 이야기가 시급하다. 미래 세상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윤진의 손에 달려있는데… 그런 윤진 앞에 닥친 또 다른 사건이 몰고 올 바람은 어디로 우리를 데려갈지 무척 궁금하다. 윤진이 궁금해하던 친구, 동료가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이제 지루한 수학은 다 지워버리고, 재미나고 쫄깃한 모험 가득한 수학의 세계로 들어서게 될 『도전! 수학 플레이어』에 도전해 보자.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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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로벨 우화집 - 1981 칼데콧상 수상작 비룡소의 그림동화 306
아놀드 로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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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란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말한다. <북풍과 태양>, <개미와 베짱이>, <양치기 소년>, <시골쥐와 도시쥐>, <까마귀와 여우>,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 등 친숙한 이 이야기들 모두 『이솝 이야기』와 『라퐁텐 우화』 속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우화들이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와 교훈들을 전해주는 우화는 짧은 글과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연령·성별·국적 불문하고 두루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만난 『아놀드 로벨 우화집』 또한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여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20편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익살에 웃다 보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전하는 삶의 교훈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촌철살인' 고사 성어처럼 간단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우화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있고 약점을 잡아 굴복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삽화를 그리고 글을 쓴 아놀드 로벨은 인기 시리즈 「개구리와 두꺼비」의 작가이자 칼데콧상을 수상한 그림책의 거장이다.

칼데콧상은 영국의 삽화가 랜돌프 칼데콧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어 그림책 작가에게 수여하며, 아동문학 작가에게 수여하는 뉴베리상(Newbery medal)과 함께 미국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아놀드 로벨 우화집』은 권위 있는 칼데콧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는 그의 삽화를 보면 인정하게 된다. 한편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진지한 철학적 주제를 표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전하고자 하는 바를 세심한 그림으로 영리하게 잘 드러냈다. 글과 그림의 조화로 위트 넘치는 아놀드 로벨만의 우화집을 탄생시켰다.


아놀드 로벨 우화집/아놀드 로벨 글·그림/비룡소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머리에 프라이팬을 쓰고 몸에는 하얀 천을 두르고 신발 대신 커다란 종이 봉지를 신은 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위를 바라보고 있는 웅장한 그림이 우리를 반긴다. <프라이팬 모자를 쓴 곰>이라는 우화로, 아놀드 로벨은 "너무 간절히 원하면 어떤 말이든 사실이라고 믿어 버리고 말지요."라고 얘기한다. 글을 읽으면 까마귀가 곰 주위를 맴돌며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기대에 차 빳빳이 쳐든 곰의 고개가 어떻게 될지 아이와 대화하며 재밌게 읽었다. "네가 곰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까마귀는 왜 그랬을까?" 곰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까마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서 자신의 삶 속에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삶의 태도를 고민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자 왕과 딱정벌레>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할수록 넘어지면 일어서기 힘든 법이랍니다.

<바닷가재와 게의 모험> 작은 모험이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아빠 코끼리와 아들 코끼리> 때로는 단순한 관찰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답니다.

<아침 해를 깨운 어린 수탉> 처음의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어 줍니다.

<식당에 혼자 남은 하마> 무엇이든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간 꼬마 생쥐> 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이라도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기에 가 볼만하답니다.




스무 가지 이야기마다 아놀드 로벨은 위와 같이 독자에게 한 문장으로 말을 건다. 친절하게 짚어준 내용은 어떤 이에게는 정리가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생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줄 수도 있다. 이렇듯 『아놀드 로벨 우화집』 그림책은 인간관계, 꿈, 우정, 도전, 욕심, 열정 등 삶의 소중한 의미와 자세들이 그만의 화법과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부드럽고도 날카로운 관찰로 담아낸 여러 가지 삶의 지혜를 아이들과 함께 살펴보고 생각해 볼 수 있게 인도한다. 오늘날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의 거장 아놀드 로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읽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닿는 우화가 다르니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우스꽝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에 투영된 우리네 행동에 웃고 반성하고 깨달으면서 생각주머니를 키울 수 있는 『아놀드 로벨 우화집』, 짧고도 명확한 삶의 통찰력이 녹아있는 그림책이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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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맨날 - 고양이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인생사애옹지마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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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인간사애옹지마


인간들은 맨날/최진영 그림에세이/위즈덤하우스


<인간들은 맨날>은 낙서가로 소개된 최진영 작가의 그림에세이다. 작가의 색과 결이 잘 드러나는 글인 에세이와 함께 그림으로 표현된 시각화된 이미지는 독자에게 더 또렷하게 인식된다.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 최진영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인간들은 맨날… 뒤에 올 수 있는 수많은 경우들이 담겨 있다. 고양이는 이해할 수 없다지만, 고양이와 작가의 케미는 보는 우리에게 웃음과 해학을 안겨준다. 우리 인간 입장에서는 분명 상처받거나 심각한 상황도 고양이 시선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별거 아니었나?' 되려 어리둥절해지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심각해지지 않도록, 지치지 않도록 멈춰주는 고양이 포인트가 인상적이다. "땅 그만 파고 나와! 애옹~"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들이 특징을 잡아 단순하게 그린 그림들과 잘 어울려 보는 재미가 배가 된다. 책 속 인간과 비슷한 면모를 발견하면 '그렇지요.' 공감의 뜻으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심한 듯 쳐다보는 고양이 시선에 '난 그런 사람 아니요.' 새초롬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겪고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이 작가의 색채로 펼쳐진다. 옳다 그르다로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인생, 찬란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그와 곁을 한결같이 지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종은 다르지만 동반자같이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좋은 것들을 더 촘촘히 좋아할 수 있도록 해야지.(35p)

인생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 들만 넣고 둘둘 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37p)

요즘은 그다지 부러운 사람이 없다.

다만 편안하게 늘어져 있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보면 간혹 부럽다고 느낀다.(97p)

되도록이면 해가 느껴지는 고슬고슬한 인간이고 싶다.(101p)

'하면 잘해'와 '안 해서 그런 거지'가 힘을 합치면 어떤 잠재력도 봉인할 수 있대.(23p)

이 무서운 글귀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변명처럼 하는 말이 아니던가!!!

까도 까도 나온다는 말의 긍정형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다음 껍질을 까고 나올 때까지 지켜봐 주는 사람도 있었으면.(123p)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인간들은 맨날 자기만 생각하고 게으르고 후회하지만, 휩쓸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매력이다. 그러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리네 인간이다. 지금도 인간관계와 능력과 일처리 등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코로나도 안정되어가고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갖가지 꽃이 피는 봄이 왔고 바통 물려받을 벌써부터 여름이 대기 중이다. 우리의 시간은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흐르고 있었다. 마을 하천길 산책 중 만난 고양이처럼 유유자적 오늘을 즐기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인간들은 맨날 오늘의 행복을 바란다.




매듭 포옹 법으로 꼭 안아주고 싶은 이들과 김밥처럼 둘둘 말아 행복하게 즐겁게 웃으며 살아보자. 낙서 덕분에 얻은 위안과 충족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곳곳에 보물을 숨겨놓았다. 꼼꼼히 살펴본 독자라면 찾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위트 넘치는 책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며 감사합니다. :D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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