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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로벨 우화집 - 1981 칼데콧상 수상작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06
아놀드 로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2년 4월
평점 :
우화란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말한다. <북풍과 태양>, <개미와 베짱이>, <양치기 소년>, <시골쥐와 도시쥐>, <까마귀와 여우>,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 등 친숙한 이 이야기들 모두 『이솝 이야기』와 『라퐁텐 우화』 속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우화들이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와 교훈들을 전해주는 우화는 짧은 글과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연령·성별·국적 불문하고 두루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만난 『아놀드 로벨 우화집』 또한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여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20편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익살에 웃다 보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전하는 삶의 교훈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촌철살인' 고사 성어처럼 간단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우화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있고 약점을 잡아 굴복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삽화를 그리고 글을 쓴 아놀드 로벨은 인기 시리즈 「개구리와 두꺼비」의 작가이자 칼데콧상을 수상한 그림책의 거장이다.
칼데콧상은 영국의 삽화가 랜돌프 칼데콧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어 그림책 작가에게 수여하며, 아동문학 작가에게 수여하는 뉴베리상(Newbery medal)과 함께 미국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아놀드 로벨 우화집』은 권위 있는 칼데콧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는 그의 삽화를 보면 인정하게 된다. 한편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진지한 철학적 주제를 표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전하고자 하는 바를 세심한 그림으로 영리하게 잘 드러냈다. 글과 그림의 조화로 위트 넘치는 아놀드 로벨만의 우화집을 탄생시켰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30/pimg_7258792673428427.jpg)
아놀드 로벨 우화집/아놀드 로벨 글·그림/비룡소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머리에 프라이팬을 쓰고 몸에는 하얀 천을 두르고 신발 대신 커다란 종이 봉지를 신은 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위를 바라보고 있는 웅장한 그림이 우리를 반긴다. <프라이팬 모자를 쓴 곰>이라는 우화로, 아놀드 로벨은 "너무 간절히 원하면 어떤 말이든 사실이라고 믿어 버리고 말지요."라고 얘기한다. 글을 읽으면 까마귀가 곰 주위를 맴돌며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기대에 차 빳빳이 쳐든 곰의 고개가 어떻게 될지 아이와 대화하며 재밌게 읽었다. "네가 곰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까마귀는 왜 그랬을까?" 곰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까마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서 자신의 삶 속에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삶의 태도를 고민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30/pimg_7258792673428428.jpg)
<사자 왕과 딱정벌레>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할수록 넘어지면 일어서기 힘든 법이랍니다.
<바닷가재와 게의 모험> 작은 모험이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아빠 코끼리와 아들 코끼리> 때로는 단순한 관찰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답니다.
<아침 해를 깨운 어린 수탉> 처음의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어 줍니다.
<식당에 혼자 남은 하마> 무엇이든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간 꼬마 생쥐> 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이라도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기에 가 볼만하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30/pimg_7258792673428429.jpg)
스무 가지 이야기마다 아놀드 로벨은 위와 같이 독자에게 한 문장으로 말을 건다. 친절하게 짚어준 내용은 어떤 이에게는 정리가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생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줄 수도 있다. 이렇듯 『아놀드 로벨 우화집』 그림책은 인간관계, 꿈, 우정, 도전, 욕심, 열정 등 삶의 소중한 의미와 자세들이 그만의 화법과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부드럽고도 날카로운 관찰로 담아낸 여러 가지 삶의 지혜를 아이들과 함께 살펴보고 생각해 볼 수 있게 인도한다. 오늘날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의 거장 아놀드 로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읽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닿는 우화가 다르니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우스꽝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에 투영된 우리네 행동에 웃고 반성하고 깨달으면서 생각주머니를 키울 수 있는 『아놀드 로벨 우화집』, 짧고도 명확한 삶의 통찰력이 녹아있는 그림책이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