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환담
윤채근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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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환담, #윤채근, #문학동네, #역사, #팩션

 

평소 기담이나 괴담을 즐기는 터라 이번에 출간된 윤채근 작가의 <고전환담>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저자는 빈 공간이 많은 역사에 과감한 상상력을 더해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창출하고 있다. 배경이 된 역사적 사실을 알든, 모르든 우리는 무언가의 힘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세계 속 이야기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고전환담/ 윤채근 소설/ 문학동네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지 모르고 떠나는 여행, 그 설렘 가득한 길에 <고전환담>의 윤채근 저자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고 자기만의 역사적 진실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하였다. <고전환담>의 환상과 사실이 뒤섞인 세계에서 역사 속 인물과 공명하는, 강렬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주제를 달리하여 색과 결을 달리하는 이야기 모둠으로 구성되었다.

1.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현장을 무대로 삼아 창조된 유사 현실이 펼쳐지는 <전쟁과 혁명>

2. 판타지 스릴러 형식을 통해 공식 역사 속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사건들의 빈칸을 허구로 채워 넣은 <현장의 미스터리>

3.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들에 관한 서사를 재해석하여 기존 관점을 뒤집고자 한 <시간을 초월한 사랑>

 

 


 


 


 

 

역사적 사건에 관한 짤막한 글 형식으로 제법 많은 팩션을 만날 수 있다. 그중 강렬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야기들이 몇 편 된다. 이야기의 서막을 여는 <왜장 와키자카의 고백>을 위시하여 역사적 사실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재창조하여 사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우리를 매혹시키는 작품들이다.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위인을 뽑으라 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이순신' 장군이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순신 장군과 와키자키 야스하루 사이의 인연을 역사적 상황에 바탕을 두고 쓰인 허구의 이야기는 강렬하다. 일본에 보관되어 있는 이순신의 육필 칠언시. 서명과 낙관까지 갖춘 이 필적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자 하는 호기심은 놀랍게도 그를 증오하면서도 존경한 왜장의 절절한 고백을 빌어 그려진다. 이순신 장군에게 증오와 분노, 좌절을 느끼면서도 경외를 넘어 추앙하는 왜장 와키자키의 고백으로 '이순신' 장군은 인간을 뛰어넘어 하늘이 내린 존재로 우뚝 서게 된다.

 


정여립의 기축옥사 이후 임진왜란 발발 정황을 배경으로 불온한 조선을 그려낸 <우리들의 위험한 이웃>또한 참신함을 넘은 과감한 행보였다. 기축옥사의 숨은 주역으로 알려진 미궁의 인물 '길삼봉'을 '허균'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허균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에 머물렀던 나로서는 놀라웠다. 허균과 광해군, 궁금증이 폭발하는 역사 메이트다. 짧은 이야기 하나가 일으키는 파장은 참으로 크다. 작가가 손에 쥔 정보로 짜 맞춘 새로운 판으로 역사적 호기심이 커지고 있으니 말이다. 진정 이야기의 힘일 테다.

 


 

"도적? 누가 도적이냐? 백성들 주린 배도 못 채워주는 임금이 진짜 도적 아니냐?

이 나라를 누가 세웠더라? 생각해 보거라.

이성계는 삼봉 선생이 만들어준 왕조에 그저 걸터앉았을 뿐이다.

임금은 백성이 필요할 때 만드는 거다.

왕은 아무나 돌아가며 하면 된다."

 

 

 


<고전 환담>은 참으로 다채로운 이야기의 장이다.

정조 시대에 강진에서 벌어진 김은애 사건을 혜경궁 홍씨의 처지와 연결 지어 풀어내고(살인자를 쫓는 밤), 고려의 빼어난 문장가 이규보가 시마(초원의 음유시인)과 계약했다는 설정으로 가질 수 없는 것을 사랑해야만 시인이 될 수 있다는 형이상적인 의견을 선보이기도(시마의 계약) 한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조선 땅에 남겨진 일본인의 후손을 기녀로 등장시켜 시인과의 인연을 노래하고(칼의 가족), 프랑스 통역관 모리스 쿠랑을 통해 강대국 앞에 놓인 풍전등화와 같은 조선의 위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다.(모리스 쿠랑 이야기)

경주에서 발견된 보물 제635호 페르시아 왕실 보검을 고대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에 담긴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와 연결시켜 직조한 팩션 <불과 모래의 기억>부터 황진이의 마지막을 시작으로 황진이의 불꽃같은 인생을 담아낸 <여름 여자 가을에 떠나다>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들에 대한 서사 또한 아우르고 있다.

 


 

"이 세상은 본디 크나큰 이야기인 셈 아닌가요?

이 아우는 이야기가 덧없이 끝나버릴까 두려워 잠들지 못한답니다.

혹은 세상이 너무 재미 없어질까 불안하여 밤을 지키는 초병이 되었다라고나 할까요?"

 

 


이렇듯 <고전환담>은 이야기가 생명을 얻어 뻗어나가는 세계의 무궁무진한 힘이 담긴 소설이다. 역사와 문헌을 수집하고 연구하면서 자연스레 품은 호기심과 의아심을 글로 직조하여 또 다른 질문과 상상을 낳고 있으니 말이다.

 

 


"말을 마음에만 품고 산다면 그게 지옥인 거다.

말로 못 할라치면 글로라도 써서 뜻을 전해야 할 것 아니겠느냐?

백성들이 갇혀 있는 무명의 지옥을 우리가 깨트릴 것이다."

"입으로 하지 않은 말은 잠꼬대 같아서 한을 남길 뿐이고

글로 쓰지 않은 말은 봄기운에 녹아버릴 고드름처럼 허무한 것이란다.

아버지께서 만드신 글자로 어미의 마지막 마음을 이렇게 너에게 건넨다."

 

 


윤채근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허구의 필터로 재조명하여 무심히 넘겼던 사건의 이면과 인물의 속내를 담아냈다. 익숙한 역사적 통념을 허를 찌르는 통찰력과 찬란한 상상력으로 무너뜨린다.

 

 

 


 

 


윤채근 저자는 팩션마다 <역사와 문헌>을 제시하여 상상의 씨를 뿌린 토양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상상을 구분하되 재구성되어 퍼져나가는 이야기의 힘을 음미하고 공감할 것이다.

 

그에게 역사는 기록 너머 행간과 맥락 그리고 공백까지도 놓치지 않고 면밀히 살피는 대상이자 어둠의 장막을 거둬 진실의 빛으로 밝히고픈 상대지 않을까. <고전환담>과 함께 한 시간은 그가 던진 역사적 진실에 관한 뜨거운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찾아가고자 하는 매혹적인 여정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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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창비아동문고 333
박하익 지음, 신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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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인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후속작이 출간되었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박하익 글/ 신슬기 그림/ 창비



 

최신 스마트폰과 도깨비를 소재로 한 한국 판타지 동화로 어린이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전작을 잇는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는 SNS와 영상 공유 플랫폼을 추가하여 이야기의 힘을 확장시켰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즐겨보고 미래 직업으로 꿈꿀 만큼 관심이 많은 영상 공유 플랫폼까지 자연스럽게 도깨비 세상에 녹여내면서 현실감을 실감 나게 살렸다.

 

 


 

 

도깨비방망이에게 주문을 외우듯 폰 이름을 정한 다음 뚝딱을 붙여 부르면 스마트폰이 나타나기도 하고, 도깨비들이 영상을 공유하는 동영상 사이트 '만리경'이 있고 '좋아요'처럼 호감을 나타낼 때 방망이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도깨비 밴드가 인간 아이 소리꾼을 영입하기 위해 꼼수를 부르는 등 전통과 현대, 판타지와 현실의 조화로 탄생한 이번 이야기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성장 동화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과 비슷한 동화 속 친구들을 보면서 나름의 고민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판타지 동화이다. 박하익 작가는 전작에서 스마트폰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단순한 주장을 펼치지 않은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가상 세계에 빠져드는 상황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전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갑자기 외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수범이가 주인공이다. 할머니의 병환 때문에 부모님은 수범을 챙길 여력이 없고, 노래를 잘 부르셨던 할머니도 아프신 이후에는 심술궂게 변하셨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가온이가 즐겨 하는 게임을 열심히 하건만 친구를 사귀는 일은 쉽지 않고, 반에서 도난 사건이 자주 일어나 '도둑'으로 오해까지 받는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힘이 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기운만 빠지는 수범이는 우연히 도깨비 세상에 들어가 '흥얼깨비' 밴드의 가수가 된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인기와 칭찬에 고무되어 도깨비가 되어도 좋겠다는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음양의 조화가 깨지면서 수명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알림을 받는다. 전작의 주인공 지우가 같은 반 친구로 등장하여 큰 도움을 준다. 수범은 목숨을 걸고 진실한 마음을 보여준다.

 

 



 

현실 세계에서는 자신감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기운 없는 수범이 도깨비 세상에서는 인기 가수가 되면서 가상 세계에 빠져드는 흐름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가상 세계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현실 세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수범이지만, 결국에는 목숨이 위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하익 작가는 가상 세계를 포기하지 않는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위한 수범의 노력과 좋은 친구 지우의 도움이 펼쳐진다. 그리고 수범과 지우의 진실한 마음을 받아들인 어른 윤진사의 실질적인 도움과 지원으로 결국 문제를 해결한다. 

 


 


 

 

수범은 '흥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범이 부르는 노래에 담긴 흥이, 가족과 친구를 위해 기꺼이 기를 나눠주는 행동 속에 깃든 다정한 마음씨가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수범의 흥 주머니가 일으킨 놀라운 변화를 직접 본 우리는 그 힘을 믿으니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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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헤리티지 -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박진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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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헤리티지, #박진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당신은 구로동을 아십니까?' 혹은 '구로동 하면 떠오르는 게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구로디지털단지'를 언급할 것이다. 남편은 '구로공단'을 이야기했다. 제법 나이차가 나는 우리 부부는 같은 70년대생으로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이다. 그 결과 남편은 '역시 우리는 같은 세대야'라며 흐뭇해하곤 했기에 서로 다른 키워드에 실망했다. 특히 이 책에서 나온 구로동에 대한 세대별 반응의 차이를 전해 들은 후에 더 그랬다.

 



구로동 헤리티지/ 박진서 지음/ 한겨레출판


 


박진서 저자는 구로동 토박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24년을 죽 한곳에서 살았다니, 그만큼 구로동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듯하다. 그런 마음이 <구로동 헤리티지>라는 책으로, 형태를 지닌 구체적인 결과로 발현되었다. 흥미롭고 참신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박진서의 구로동'은 구로동에 국한되지 않은 우리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기록이었다. 구로동, 누군가에게는 중심이나 또 다른 이에게는 변방인 그곳. 보통 변화는 중심부에서 일어난다고 여겨지는 데, 저자의 시각으로 톺아본 구로동은 분명 변화의 흐름 위에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하다.

 

이미 탄탄하게 갖춰진 중심부보다 빈 공간이 있는 여유로운 변방에서 죽 살아온 터라 저자의 목소리가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가 살고 있는 구로동과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곳이 교집합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공단이 있고, 중국인과 재한 중국동포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 속 공기와 감정을 명징하게 기록한 그 덕분에 주위를 향한 나의 시선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

 

 



 

 

24년을 살아온 동네. 그가 감각하는 동네 그 사적인 공간을 둘러싼 기억과 이야기들로 시대를 살피고 사회를 돌아본다. 잘 안다 생각했지만 익숙한 공간에서의 색다른 경험이나 동네라 인지하지 않았던 혹은 동네라 인지했지만 아닌 공간을 향한 낯선 기분들로 박진서 저자의 '나의 구로동 이야기'는 시작한다.

 

10년 전 모니터링했던 영화제가 건재할 뿐만 아니라 성장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화려함이 아닌 꾸준함'으로 오늘도 주어진 일을 묵묵히 헤쳐나가고자 하는 믿음을 노래한다.

 

혐오시설인 구치소 자리에 들어선 마천루에 대한 내용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감옥은 싫지만 감옥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 현대 공공 주택은 감옥과 공간적 속성이 유사한 부분이 많다. 효율성이 강조된 공간이기에 감옥 같다는 사실을 알고도 외면하고 더 많이 창출한다.

 


 

 

박진서 저자는 공항 때문에 고도 제한이 있는 동네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를 보고 날카롭고 명민한 생각을 적고 있다. 이전한 구치소 자리에 들어선 마천루, 완화된 고도 제한 규정의 허가치 최대한을 적용한 45층, 재건축을 바라는 주민들과 떠나야 하는 공구 상가 주인들과 주민들의 상반된 입장 등 구치소가 떠나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된 공간을 보고 적어내린 문장들은 오늘날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에 관한 상념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구로공단 - 구로디지털단지 - 중국인'

결혼으로 고향을 떠나 이사한 경우라, 아이들 중심으로 한정적인 관계를 맺었다. 또래 아이들을 키우면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집단이다. 그런데 근년 마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가 확장되었다. 우리 동네의 역사를 배우고, 다양한 활동가분들을 알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우리 동네만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는 기쁨은 생각보다 일상에 활력을 부여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기적으로 좋은 점, 아쉬운 점이 예전보다 도드라져 보이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구로동의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그와 비슷한 맥락을 읽었다. 기쁨과 자부심 그리고 걱정과 우려가 섞였지만 다채로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공단에서 디지털단지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산업의 형태는 달라졌다. 공단과 디지털단지에 찬사와 칭송은 쏟아지지만, 그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관심이 부족하다. 실상 공단 시절처럼 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는 당사자 본인들의 몫이다.

 

 


 

 

AI 시대, 최첨단 기술이 선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다. 기술 너머 사람을. 저자가 수면 밖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다시 가라앉지 않도록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사람을 가릴수록 기술이 대단해 보이기 마련이기에 인간의 노동이 남긴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고 떠올려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또렷하게 새겨졌다.

 

 

 

변방으로 떠넘겨지는 문제, 중국인과 재한 중국 동포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를 넘은 편견과 혐오를 다룬 저자의 시선 또한 인상적이다.

전가되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우리로부터 멀어져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해결되었다고 믿고 싶은 건 아닐까 자문해 보았다.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인 관련 불안과 혐오도 그런 맥락으로 풀어나간다.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안을 키우는 건 아닌지 경계한다. 편가르기가 아니라 그들에게 다가가기를 권한다.

분명 중국인, 재한 중국 동포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막연한 불안과 적대감은 잠시 내려놓고 그들을 제대로 알아가고자 하는 배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일 것이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저자의 포용심에 감화되는 걸까 부드러워지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구로동을 기록하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나가고 외부인이 바라보는 구로동을 듣고 구로동을 바라보는 시선, 이미지의 의미와 진실을 쫓는 여정이 좋았다. 행정구역 상 구로동이 아닌 '나의 구로동'을 쓰기로 결심했더니 비로소 글쓰기가 수월해졌다는 표현에서 그가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 전해졌다. 그의 진심이 녹아있는 <구로동 헤리티지>는 부단히 애쓰며 살아가는 우리 한국 사회의 보통 사람들이 남긴 어제와 오늘과 그리고 내일의 기록이다. 세상에 대한 통찰과 사랑과 희망이 느껴지는 20대 청년의 글은 담담하면서도 열정적인 목소리로 다채로운 가능성을 들려주고 있다. 자신이 깨달은 이 경이로운 경험을 부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그날, 구로동에서 만나요!

 

무조건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 글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한겨레 하니포터 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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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뉴타운 책 먹는 고래 46
정혜원 지음, 나미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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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 민박> 시리즈로 정을 나누며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로 우리를 훈훈하게 해주었던 정혜원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도깨비'가 소재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책 속에서 만났던 그 도깨비 말이다. 장난과 수수께끼를 좋아하여 고개를 넘으려 하면 씨름을 해서 이겨야 보내줬던 도깨비, 메밀묵 좋아하던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여러 가지 물건들을 불러내던 도깨비. 이번 정혜원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에서 만나볼 '도깨비'는 '착한 사람 돕는' 도깨비다.

 

 

 

도깨비 뉴타운/ 정혜원 글/ 나미 그림/ 고래책빵



 

상권이 죽어서 빈 상가가 대부분인 '도깨비 뉴타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도깨비 마법 같은 동화 세 편을 만날 수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도깨비 빵집 1호점>, <낄낄낄 도깨비 책방>, <왕도깨비 만물상>, 이 세 편의 이야기는 움츠려드는 우리네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아 훈훈한 온기를 나눠줄 것이다.

그리고 삽화를 담당한 나미 작가의 그림은 전래동화에서 보았던 그림 같아 <도깨비 뉴타운> 이야기를 더 실감 나게 해준다. 정겨운 그림체가 이야기 맛을 한층 더 살려주고 있다.

 

 

상권의 붕괴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도깨비 뉴타운'은 빈 상가들이 늘어만 간다. 길 건너 화려하게 새로 지은 상가들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잘 극복하여 도깨비 뉴타운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혜원 작가는 우리 전통문화 속에 잠들어있던 부의 신 '도깨비'를 소환하였다. 신통방통한 도깨비의 '도깨비 뉴타운 되살리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도깨비 빵집 1호점 -

부쩍 잦아진 부모의 싸움, 허름한 맨션, 어둠컴컴한 동네 상가. 이 모든 것이 속상한 예찬이 앞에 도깨비처럼 빵집 사장님이 나타났다. 사장님이 주신 빵을 먹자 달콤한 맛에 기분이 풀렸다.

 

 


 

갑자기 생겨난 '도깨비 빵집'에 국내 제빵사 예찬이 아빠가 취직을 하게 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예찬이네에도 봄바람이 불게 된다. 국산 재료로 새로운 빵을 열심히 연구·개발하는 예찬이 아빠 덕분에 도깨비 빵집은 대박이 난다. 웃음꽃이 피어나는 예찬이네의 모습이 처음 안쓰러웠던 예찬이 모습과 대비되어 더 기뻤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예찬이 아빠와 예찬이네 가족에게 과연 도깨비는 어떤 복을 내렸을까? 가슴 두근거리며 읽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동화이다.

 

 


 

 

- 낄낄낄 도깨비 책방 -

'도깨비 빵집'이 대박 나자 다른 상가들도 상가명에 '도깨비'를 넣어서 장사하기 시작한다. 예찬이 엄마 친구인 황은결 동화 작가가 운영하는 '랄랄라 책방'도 '낄낄낄 도깨비 책방'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도깨비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있다. 일본 도깨비 오니는 방망이를 들고 뿔이 나고 무시무시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깨비는 뿔도, 방망이도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깨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동화가 바로 <낄낄낄 도깨비 책방>이다.

 

 

"부탁이 있어서. 도깨비 이야기를 쓰려면 제발 똑바로 써주시오.

일본 도깨비를 한국 동화책 안에 잔뜩 불러다 놓지 말고. 자존심이 상해서 죽을 지경이오. "

 

 

작가의 마음이 담긴 문장에 가슴이 뜨끔했다. 나 또한 혹부리 영감 속 도깨비를 당연히 우리나라 도깨비라 여겼으니까 말이다.

 

 


 

 

이제서야 누린내가 나고 패랭이를 쓰고 한복을 입으며 메밀 묵을 좋아하는 구릿빛 피부색을 가진 사람 모습이 우리나라 도깨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만난 의미는 매우 크다.

 

 

- 왕도깨비 만물상 -

도깨비 뉴타운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만물상을 차리는 왕도식, 왕도깨비 아저씨다. 만물상, 요즘에는 보기 힘든 곳이다. 어린 시절에 친구 집이 만물상이라 놀러 가면 정말 없는 거 빼고 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이야기는 왕도깨비 왕도식 아저씨의 신부 찾기다. 도깨비 빵집 예찬이네 엄마와 낄낄낄 도깨비 책방 준영이네 엄마는 왕도깨비에게 여러 아가씨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인연을 만나지는 못한다. 왕도깨비 아저씨는 앞 동화의 주인공들처럼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도깨비 뉴타운에 적응해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허름한 상가 '도깨비 뉴타운'에 갑자기 생겨난 '도깨비 빵집'을 시작으로 신기한 일들이 일어난다. 도깨비가 나타나 열심히 살아가는 착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왜 도깨비 뉴타운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도깨비 뉴타운' 상가 사람들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챙기며 돈독한 정을 나눈다. 서로 배려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들은 마치 한 가족 같다. 그들의 얼굴에도, 도깨비 뉴타운 상가에도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힛."

잘 들어보면 도깨비 뉴타운 이웃들의 밝고 경쾌한 웃음소리 속에 바람을 타고 온 도깨비 웃음소리가 멀리 퍼지고 있다. "낄낄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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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행성 1 - 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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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행성, #힐링, #김초엽, #SF, #소설추천, #아름다움, #예술

 

<박물관 행성 - 영원의 숲>

세상의 모든 예술품을 모은 별, 박물관 행성 아프로디테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생 이야기들이 벌어지는 매혹적인 시리즈 1편이다.

 

 

 

박물관 행성1. 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한스미디어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 소설은 그리스 신화부터 뇌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연결한 직접 접속 학예사까지 고대와 미래를 망라하고 있다. 2000년에 출간된 이 SF 소설 속 여신의 이름을 지닌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들은 지금의 AI처럼 학예사 삶 속에 자연스럽고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하긴 내 뇌 속에 여신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면 생경하면서도 아찔하다. 이런 독창적인 설정은 이 소설이 지닌 강점이자 매력이다.

 

 


 

첨단 기술로 미의 세계를 지키고 구현해나간다는 큰 틀 안에서 '아름다움'에 관한 질문이 계속된다. 학예사 다시로 다카히로는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동료들과 함께 풀어나간다. 학예사들의 일상과 예술 작품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는 읽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라 저자 스가 히로에가 선보인 미의 세계를 탐닉하고, 그가 던지는 날카롭고 심오한 질문이 일으키는 파장을 즐겼다. 판타지 공간에서 마음껏 뛰노는 그의 펜 덕분에 다카히로는 힘겨웠지만, 지켜보는 이로서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름다움, 예술, 사랑. 삶을 빛내고 풍요롭고 해주는 이 소중한 의미들을 아프로디테에서의 환상적인 경험으로 되새길 수 있었다.

 

 

학예사 다카히로는 좋아하는 예술 작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일에 치여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간다. 예술 전담 부서들 간의 다툼을 조정해야 하는 그이기에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기보다 대화하고 설득하는 등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 접속자, 권한 A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부과되는 책임, 요구가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테나의 네네와 칼, 데메테르의 롭 등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프로디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총 9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 모두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작가의 특별하고 섬세한 상상력과 통찰력이 잘 녹아들어 다양한 관점에서 예술과 삶, 예술과 과학, 삶과 사랑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아이는 누구?>에서 '인형'에 대한 정보는 무지막지했다. 그 고통을 상쇄시키는 다카히로의 제안은 참으로 인정 넘쳤다. 그리고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고자 접근하면서 그의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었다.

 

<포옹>에서는 직접 접속자들의 고뇌를 한층 더 살펴볼 수 있었다. 학예사로서 예술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그 행위의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났다. 아름다움을 오감이 아닌 직감이나 육감으로 받아들이는 환희와 행복을 다시금 느끼고자 아프로디테를 찾은 전 학예사 마삼바로 우리는 환상의 심해어를 낚을 수 있는 방법을 엿보았다.

 

<영원의 숲>, <반짝반짝 빛나는 별>, <러브 송> 등 박물관 행성은 사랑 이야기다. SF와 판타지로 그려낸 순수한 사랑의 힘은 세상 모든 예술품이 모인 별, 아프로디테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가상 공간인데도 예술 작품을 두고 벌이는 부서 간 다툼이나 예술을 관리하기 위한 용도로 첨단 기술의 적용과 발달이 가져온 변화에 대한 묘사는 현실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다시로 다카히로와 매슈 킴벌리 그리고 다시로 미와코 세 명이 직접 접속 학예사로서 보여주는 모습은 선명하게 다르다. 우리 모두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신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작가가 묻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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