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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탐탐 - 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4
김보통 외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호시탐탐/ 창비인권만화04/ 창비
창비인권만화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호시탐탐>
8분의 작가들이 모여 보여주는 일곱 가지 시선을 따라 세상 속 숨은 차별을 발견하고 체감할 수 있다.
먹이를 찾는 맹수의 눈(호시, 虎視)처럼 우리 사회의 낮고 약한 부분을 노리는 편견과 혐오에 맞서 숨은 차별을 발견해낼 줄 아는 또 다른 '호시', 즉 밝은 시선[晧視]과 너른 시선[浩視]과 좋은 시선[好視]을 갖출 때 인권의 지평을 넓히고 다질 수 있습니다.
- 여는 글 中
책 제목 '호시탐탐'에 담긴 의미를 떠올리며 쫓아가는 여정을 통해 우리네 인권의 무게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장되어야 할, 당연한 기본적인 권리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힘겹게 쟁취해야만 하는, 역설적인 역사의 수레바퀴는 오늘도 계속 돌고 있다. 이를 무심히 바라볼 수 없는 이들의 행보가 남기는 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이만하면 좋은 세상'이라는 위태위태한 변명과 핑계로는 부족하다. 깨어있는, 의식하는 이들이 마음으로 담아낸 <호시탐탐>이 내미는 손을 잡게 될 것이다.
노동 ·성 ·세대·지역 ·교육 ·이주민 차별과 기후 위기와 돌봄에 관한 이야기가 만화가들의 펜촉 끝에서 피어난다. '보통', '평범', '정상', '평균' 등의 범주로 뭉뚱그려 사회를 바라보면 분명 경계 밖이 존재한다. 과연 개개인의 삶이 이런 잣대로 평가되는 게 올바른 일인지……빠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성장, 효율성, 이윤 등 자본의 방정식으로 접근하는 오늘날의 세태가 진정 소중하고 귀한 가치를 경시하고 있는 듯하여 씁쓸하였다.
사람이 …이렇게 살아선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사람 같은 소리 하네.
…이제서야 내가 사람으로 보입니까?
'사람'이기에 존중받아 마땅한 우리. 김보통 작가의 <최후의 보호막>은 일하는 노동자로서 안전하게,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해야 하는 세상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입이 되어 전하고 있다. 비정규직, 더티 워커 등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상한 가족은 없어.
서로 사랑하면 다 똑같은 가족이야."
'정년이'로 주목받은 서이레 작가의 대본과 요니요니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체가 만난 <청첩장 도둑>
이혼 가정을 향한 밖의 시선과 성 소수자와 그 가족의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인물별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가족'이라는 집단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로가 소중하기에 더 가슴 아팠던 순간들이 부딪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이 어여뻤다.
귀여운 그림체 너머 무게 있는 주제를 펼쳐낸 김금숙 작가의 <섬>
작은 영토의 대한민국, 인구 5천만 중 9백만이 살고 있는 서울이 있다. 경기도까지 합하면 2천만이 넘는 인구가 그 좁은 지역에서 바글바글 모여 살고 있다. 김금숙 작가는 서울과 섬의 생활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극명하게 대비되게 표현하고 있다. 숨 가쁜 도시와 느린 시골, 사라진 지역과 유일하게 살아남은 도시 그리고 출생률은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 노년 세대가 가득한 공간. 미래에 대한 이 예측을 바꿀 수 있을까?
익숙한 그림체로 <수수께끼>를 이야기하는 김정연 작가.사람이 태어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상품'으로, '엄마'로, '도리'로 불리던 '나'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필요한 환기였다. 누구나 필요한 '돌봄'에 대한 짧지만 묵직한 질문은 세상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기후 위기가 걱정되어 만화가가 된 구희 작가는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을 들려준다.
"기후 위기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
달리기에 진심인 은호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후 위기를 우리네 삶 속으로 끌어당겼다. 기후 위기에 처한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에 관한 작가의 코멘터리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을 되새겨 보게 된다.
다문화와 이주민에 관한 시선을 음악으로 풀어낸 정영롱 작가의 <끄나빠>
인도네시아에서 온 닐루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엄마가 외국인인 노아 그리고 지후가 학교 대표 밴드로 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갑자기 꾸려진 밴드부로 음악적 기반이 부족하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끄나빠. '왜'를 의미하는 인도네시아 말로 각자의 사정을 그려낸다. 끄나빠는 여러 의미로 만화 속에서 등장한다. '왜'로 다가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현실적인 외침이 인상적이었다.
사적 제재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최경민 작가의 <참교육>
지우 선생님처럼 헷갈리는 마음이 컸기에 더 와닿는 만화였다. '교사'의 무게와 '참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사적 제재에 관한 우려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피해자 중심에서 답을 찾고자 다가서는 진중한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 해서도,
미처 감각하지 못했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치부해도
모두 다 지금 이 순간 함께 살아가는 나, 너,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느낀다. 외면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같이 손잡고 걸어나가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보였다. 그들이 걸어가는 그 길을 그려내어 우리를 깨우치게 해준 <호시탐탐>,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힘찬 걸음에 힘을 실어줄 목소리다. 숨은 차별을 발견한 시선들이 모이고 모여 틈 같이 경계를 부수고 흐르고 흘러 다채롭게 어울리는 사회를 그려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