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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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죽은 다음/ 희정 지음/ 한겨레출판


[죽은 다음]은 기록 노동자 '희정'이 전하는 죽음과 장례 이야기 그리고 돌고 돌아 사는 이야기였다.








'죽음'으로 시작해서 '장례'로 시선이 옮겨간 [죽은 다음]은 인터뷰를 위해 직접 '장례지도사 직업훈련'을 받은 저자가 담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다. 전통 상장례의 순서를 따라 구성된 장례 절차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이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신 염습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저자는 '죽는 일보다 늙는 일에 대해 먼저 배웠다'고 했다. 아는 이의 죽음이 아니라면 시신을 보고 드는 느낌이 먼저일 것이다. '늙음' 그리고 '죽음'에 이른 존재에 대한 친애와 경의를 담은 숙연함이 두 손을 모아 쥐게 했을 테다. 


수의에 관한 이야기도 가슴 한편에 쌓였다. 너무 어릴 적에 유족이었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빠 장례에 입었던 삼베옷의 까끌까끌 거림과 하얀 끈 머리핀은 설핏 기억난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터라 부고 받는 횟수가 늘었다. 주변 지인들의 경험담에도 마음이 아리고 걱정이 앞선다. '죽음'은 이렇게 남은 이들에게 더 깊고 더 진하게 배어드는 듯하다. 무엇 하나 쉽지 않게 다가오는 장례라, 어느 수의 제작자분의 "마음이 쉽지가 않지."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하나 가져가는데, 그 옷을 정성스럽게 만들어드려야" 된다는 그 마음의 온기가 묵직하게 전해져 왔다. 




아마 그가 인생의 끝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관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일 거다.

가족이 생기고, 동료가 생기고,

친구라 부를 이들이 생겼다.

- 54쪽





요즘 장례는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는 게 대다수다. 그리고 상조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실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장례식은 흔치 않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장례지도사 전문가를 직접적으로 접하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생전 장례식'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국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내 세연을 위해 남편 진봉이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했다. 그 마지막 잔치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 회포를 푸는 세연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또, '작은 장례 추모식'도 의미 있는 마무리 같다. 고인을 배웅하는 진심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끼리의 자리라 더 뜻깊으리라. 








우리의 삶은 평등하지 않다. 그런데 죽음 앞에서도 평등하지 않다. '가난한 자의 수의, 매듭' 등등 장례 문화가 장례업으로 외주화되면서 '돈'은 삶의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또 '관계'또한 큰 영향을 끼쳤다. 

무연고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사회의 '가족제도'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시대의 변화에 대한 반응과 대응이 느린 사회체제와 법규로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가족'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관계들이 외면당하고 있었다. 




출산, 양육, 부양, 연명, 의료 그리고 장례까지.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일이

오직 가족 단위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둔 사회는, (정상) 가족을 벗어나

구성원이 맺는 다양한 유대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 무연고자가 증가한다.

274쪽




[죽은 다음] 책을 읽고, 장례 복지 시스템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무상 의료'처럼 '무상 장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때를 기다려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국가의 슬로건을 떠올려보면 죽음과 장례를 국가가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지원하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나눔과나눔 박진옥 활동가의 '공영 장례'에 대한 환기와 고민이 크게 와닿았다. 

또, 여러 나라들의 장례 문화에 대한 소개도 인상적이다. 문화와 자연환경, 종교 등에 따라 죽음과 영혼, 장례에 대한 인식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죽음과 장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시간 속에 무엇보다 '고인'의 존엄성을 지키고 애도하는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글 중간중간에 추가된 인터뷰들이 '장례'현장에서 마음을 다해 고인의 마지막을 다듬고 보살펴주고, 사별자들의 감정을 세심히 들여봐주는 전문가들의 참모습을 전하고 있다. 

생명을 지닌 존재들은 모두 죽는다. 절대불변의 진리 앞에서 우리는 같은 위치이면서도 다른 듯하여 안타깝고 성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무작정 고인의 명복을 빌었던 그때와 달리, 이제 사람에게 기대어 누군가의 평온을 빈다'라는 문장처럼 같은 곳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 곳곳에 발 딛고 서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연대를 믿는다. 더디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품고 하루에 하루를 더해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안녕을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의 장례는 어떠하길 바라나요?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우리 사회의 존엄과 온기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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