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0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 애써 바꾸지 않아도 그냥 나로 살아도
이진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보여줄 수 있는 이가 부럽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가 부럽다.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이진이 작가님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책이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을 귀여우면서도 포인트 있는 그림체와 함께 들려준다. 부러움이 곱절이 된다. 그리고 위로가 된다. 다 괜찮다고,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 계획하고 채워나가는 인생이라고 토닥토닥 안아주고 쓰담쓰담 어루만져 준다.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 이진이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살아가면서 자리,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나는 항상 마라토너 같았다. 그리고 속도는 단거리 선수처럼 질주하고는 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와 걱정 어린 칭찬을 받는 편이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화를 내거나 힘들다고 지친다고 투정 부리기가 힘들고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무리를 하게 된다. 남에게 안 좋은 소리, 싫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스스로도 지쳐간다.

[내 인생의 리모컨을 타인에게 쥐여주지 말 것]편은 내 이야기 같았다.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내가 나를 몰아붙이지 않게 작가님 언니 말씀처럼 "안 망해, 네 인생... 그 사람 하나 널 싫어한다고 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내 리모컨은 내 손에 쥐고 살아가야겠다. 이렇게 글로 정리한 상황을 보니 더 와닿고 결심할 힘이 생긴다.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되었다. 이 글에 나오는 친구가 혹시 나는 아닐까? 힘들다고 지쳐있는 이에게 "별일 아닌데 그래. 네가 예민한 거야." 더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 순간들이 있나?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래... 너 정말 힘들었겠다."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정당하다]_215쪽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청량한 대목들이 많이 나와서 쾌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맺는 관계들 속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한마디!!! 간접 체험으로나마 기분이 풀린다. 언젠가 내 입을 통해 나올 대사일지도, 아니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게 진정으로 걱정해 주고 격려해 주고 배려해 주는 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겠다.




같은 동년배(벌써 40대네요. ^^;;) 작가님의 글이라 공감되는 부분들이 더 많아 읽으면서 울컥했다. 세심하게 어루만져 주는 글들을 통해 왠지 언니한테 상담받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좁아지는 인간관계와 사회네트워크도 신경 쓰이고 인생 중반에 접어들면서 내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도 깊어가는 지금, 내가 나 자신에게 해줄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고맙고 사랑스러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채워나가는 인생, 나를 힘들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나 스스로 인정해 주고, 나를 소중히 여겨주고 배려해 주는 이들과 함께 보듬아주는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 사는 게 참 피곤하다 생각되는 세상이지만 고난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견뎌낸 시간만큼 단단해지는 언젠가 상처도 경험이 되는 날이 오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 실험으로 밝힌 16가지 심리법칙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지음, 문항심 옮김 / 반니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 나에게는 왠지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학문이다. 내향적이고 갈등을 발산하지 않고 내 안으로 품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듯하다. 내 감정, 욕구, 필요를 말하는 것이 어색해서 나에 대해 털어놓고 공감하고 교류하는 데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는 편이다. 하지만 행동, 현상에 대해 원인을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은 있기에 '심리학'은 좋은 이해와 공감을 제공해 주는 친구이다.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문항심/반니



책은 여러 심리 법칙들을 밝힌 16가지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1900년대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 실험들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실험부터 오늘날 잊혀 가는 실험까지 여러 심리 법칙들을 증명하고자 애쓴 심리학자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실험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배경과 이를 증명하기 위한 준비과정, 구체적인 실험 내용을 서술하고 이 실험이 '일상생활에서 갖는 의미'를 정리해 주는 구조로 16가지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이에 있는 '심리학'만의 위치로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실험들을 살펴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켈로그_침팬지와 아이 <아이 옷을 입은 침팬지의 특이한 행동> && 할로우_애착 행동 <붉은털원숭이와 사랑에 대하여> 실험은 육아서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놀라운 면이 많다.




이 실험들은 부모의 역할 및 어린이의 적응 능력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보완하며 침팬지의 학습능력, 모방의욕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영장류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실험 모두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논란의 소지를 남기도 하였다. 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뿐만이 아니라 실험 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조치가 중요하겠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잘못 짚거나 엉뚱한 곳에 돌릴 때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아론 & 더트의 <흔들 다리 고백 실험>이나 타인의 기대, 평가들이 자아상이나 내면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명한 로젠탈 & 제이콥슨의 <피그말리온 효과>, 타이스의 <자아상의 변화> 실험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뒤흔든다. 될 때까지 속여라. 이처럼 자신의 능력, 흥미, 관심 등도 온전히 자신의 의도와 생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건강한 가정, 학교,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1900년대 심리학자들의 적극적이고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

로젠한_정신병원에서 정상으로 살아가기 <가짜 환자 또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페스팅커_인지부조화 <지퍼 하나 때문에 구원받지 못할 뻔한 이야기>

1970년대 심리학자들이 직접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그 시대 정신병에 대한 진단, 치료 등에 대한 의구심을 증명하여 정신과적 진단학 전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모험적인 시도를 하였다.

1950년대 페스팅거는 지구 멸망이 다가왔다고 부르짖는 어느 사이비 교단에 신분을 숨긴 채 잠입하여 인지부조화를 목도하였다. 생각과 경험 사이의 모순을 일치시켜보려고 발버둥 쳤던 그들이 취한 행동은 대홍수로 인한 지구 멸망과 외계인의 UFO 구조라는 원대한 예언과는 너무나 먼 어이없는 교주의 해명을 믿는 것이었다.


참고 영상_242쪽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악한 본성, 폭력성에 큰 충격을 받았던 짐바르도_스탠퍼드 감옥 실험 <사람 안의 악마> && 밀그램의 복종 실험 <타인은 지옥이다>에 대한 영상 링크들이 있어서 살펴보았다. 다른 실험 영상 링크들도 제시되어 있으니 책을 읽은 후 한 번씩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의 본성,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 타인을 향한 선의 등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심리학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나 어렵다 느껴지는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도록 실험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해 준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저자의 의도처럼 다양하고 독특한 실험과 실험을 이끈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사회심리학'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예측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기발하거나 끔찍하든 재밌거나 의외거든 이런 실험을 통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심리학의 실용적인 측면을 알게 되어서 흥미롭다. 철학과 분리되어 좀 더 실용적인 학문으로 인간의 생활을 이해하고 고민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심리학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세 살 솔시레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조희태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세 살 솔시레》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열세 살 이야기



열세살 솔시레/조희태/지식과감성


조희태 할아버지께서 손자 하준이에게 남기는 책입니다. '열세 살'이 가지는 의미와 '솔시레'가 지니는 의미가 엮어지면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인생의 첫 번째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열세 살'과 주 주 3화음 중 하나인 딸림화음인 '솔시레'가 만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공과 성취,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아름다운 화음처럼 풍요로운 삶을 이루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녹아있습니다.





본인이 읽었던 위인, 인물전 중 44명의 열세 살 이야기를 손자에게,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유명 인물들뿐만 아니라 본인, 제자들과의 일화도 간간이 보여 진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구나 싶었어요. 이렇게나 손자를 사랑하고 아끼는 할아버지를 두다니, 부럽습니다.





많은 인물전을 읽으면서 수집한 열세 살 이야기들이 실로 다양합니다. 과거 시대에 살았던 이들이기에 삶의 형태가 현시대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환경에서 후세에 사랑받고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신분적 제약, 경제적 제약뿐만 아니라 부모의 무관심이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몰이해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꽃피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링컨은 열세 살에 읽기, 쓰기, 셈하기를 배웠다.

링컨은 새어머니 덕에 13살에 떠돌이 교사에게 3개월, 16살에 6개월 총 9개월의 학교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고 하원 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된 이력을 생각하면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네요. 공부는 사치이고 허영이며 쓸데없는 것이라 믿으며 굳게 닫힌 남편을 설득해 교육을 받게 해 준 새어머니에 대한 링컨의 고마움이 정말 컸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인물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는 내용이 많으나 그중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 중 안중근 의사와 우장춘 박사 일화가 기억에 남네요.



- 안중근은 열세 살에 상사병으로 6개월이나 시달렸다.

안중근 의사가 할아버지의 영면 후 가슴 앓이를 했다니 할아버지와의 깊은 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병 활동 시 안중근 의사와 일본군 포로의 일화는 각성의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 우장춘은 열세 살에 조선인임을 자각했다.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우장춘 박사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부인도 일본인입니다. 하지만 우장춘 박사는 "아버지가 조선인이니 네가 조선인인 것은 당연하다. 그걸 놀림으로 여기지 마라."라는 강건한 말씀에 자각한 후 '우장춘'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며 연구에 매진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이임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결심입니다. 귤, 배추, 무 등 여러 농산물을 맛있게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준 그의 공은 일본과 한국을 융합한 그의 일생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챕터별로 -조명해본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 있습니다. 손자에게 하고픈 이야기들이겠지요. ♡

할아버지가 살아오면서 중요하다 생각하고 지켜온 가치와 의미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 <열세 살 솔시레>, 잘 읽었습니다.



※ 단어 수준이나 내용이 열세 살 아이에게는 버거울 수 있어서 좀 더 높은 연령대가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성공 -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윤홍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한 성공』

-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이상한 성공/윤홍식/한겨레출판


역 활동,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중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지곤 합니다.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중학생 '꿈'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너무 넘치던, 너무 자주 바뀌던 꿈들이 학업과 연계된 진로의 영역에 들어서니 더 명확해지지 않고 흔들리더니 없다는 답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뉴스에서 접하는 영끌, 주식, 가상화폐 등 MZ 세대들의 화두가 되는 이슈들로 인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성공에 대한 열풍, 열망, 욕구가 너무 뜨거워서 다른 소중한 것들을 깡그리 태워버리고 있지 않나 걱정이 앞섭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 청년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던 참에 윤홍식 교수님이 집필하신 <이상한 성공> 서평단 기회가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윤 교수님께서 군에 입대해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큰아들에게 청년이 한국 사회와 관련해 한 번쯤은 고민했으면 좋을 주제를 선정해 위문편지 겸 보내게 되면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학술적 주제를 많은 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고 밝히셨는데 저는 이해하기 친절한 책으로 다양한 세대가 두루두루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중학생 큰 아이가 지금 마이클 샌델 교수님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있어서 연관 도서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추천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지 불과 70여 년 만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선진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 개발 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런 기적 같은 성장을 한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1장을 통해 현재의 한국을 분석하고

2장을 통해 한국이 이룬 성공을 경제, 정치, 문화의 측면에서 알아보고

3장을 통해 한국이 어떻게 기적을 이루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4장을 통해 3장의 놀라운 기적을 이루었던 방식이 덫에 빠진 이유임을 밝히고

5장을 통해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습니다.

우선,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상황을 경제,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시선을 통해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몰랐거나 미처 살피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선진국과는 다르게 후발주자들은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 주도로 재벌 대기업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은 알고 있었으나 국민, 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경제개발의 의미는 순수한 열정이었습니다. 발전 국가의 성공은 경제개발이라는 목표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광범위하게 만들어졌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선성장 후분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입니다.

1950년대 적산 불하와 원조 물자 배분으로 지금의 재벌 대기업들에게 초기 자본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고, 나중에 그 기업이 잘 되면 노동자가 부를 함께 나누는 세상을 꿈꾸었으나,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죠.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이런 국민의 암묵적 희생이 있었던 것입니다.


선진국으로 성장을 이룰 때까지 한국인들은 복지국가로서의 역할을 국가에 요구하지 않습니다. 민간보험, 금융 자산, 부동산 등 사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했습니다. 국민의 복지에 대한 인식, 국가에 대한 불신이 안타까웠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계속되면서 국가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는 국민이기에 이해가 가면서도 복지정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모순적으로 IMF의 요구였다는 점은 충격적입니다.

IMF는 긴축재정으로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실업급여 확대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지정책은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안정적인 계층만을 보호하는 한계가 있기에 비정규직, 일용직 등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윤홍식 교수님은 2010년 북유럽 아동 돌봄 서비스를 공부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핀란드를 방문했을 시 일행 중 한 분이 교육청 관계자에게 청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질문을 했고, "핀란드의 청년들의 고민은 기후 위기와 세계 평화"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범지구적 고민에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86세대는 아니지만 40대 기성세대로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교수님 말씀처럼 세대가 아니라 부가 세습되는 새로운 신분사회가 불평등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는 5장을 읽으면서 고민에 잠깁니다.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으로 반공주의 프레임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모두 유용하게 쓰입니다. 공정한 분배를 위해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이익공유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으로 왜곡됩니다. 공정하게 이익을 배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면 우리나라에 팽배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한국, K-pop BTS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저자는 정치제도 개혁과 조직화된 개인 등 여러가지 대안들을 제시하면서 복지국가로 나아갈 한국의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서로 돕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핀란드 청년들의 고민인 기후 위기와 세계 평화처럼 국경을 넘어 국가 간 불평등을 완화하는 분배 체계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372-408, 37페이지의 부록을 보면서 윤홍식 교수님의 고민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문헌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라 감사하고 숙연해집니다. 한국의 미래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질 - 그해 비가 그치자 조선에 역병이 돌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3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질怪疾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

콜레라를 속되게 이르는 말





조선판 감염병 미스터리인 <괴질>은 1821년 여름, 평안도 정주에 유난히 긴 장마가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존경받던 황부자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증세로 큰 아들까지 죽게 되자, 마을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변한다. 마을 곳곳에서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설사가 멈추지 않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돌림병이었던 것이다.



괴질/이진미/다른출판



지금은 콜레라로 불리는 이 병은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된다. 하지만 조선 순조 21년 우리 조상들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 이웃, 자신 어느 누구를 가리지 않고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래서 공포와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은 황부자 댁에 비겁한 행동을 하게 된다. 가슴 아픈 비극이었다. 또 이런 상황에서도 사또는 백성을 돌보지 않고 제 배를 채울 궁리만 하니 분통이 터지고 답답할 따름이다.




사또의 계략에 약초꾼 아버지를 잃은 홍이는 황부자 댁의 연달은 변고에 슬퍼하다 죽음의 현장에서 실상을 설명하는 완이를 만났다. 그 후 괴질에 걸린 동생 동이를 치료하기 위해 완이와 함께 활인소를 찾아가게 되고 환자들을 방치하는 심약(지방에서 의학을 가르치고, 귀한 약재를 가려 한양으로 보내는 일을 담당하는 직책) 이인구에게 쓴소리를 한다.




본디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심약 이인구는 홍이, 완과 함께 활인소를 정리하고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그곳에 사연을 가진 검불 아재가 나타나 본시 의원이었음을 밝히고 돕기를 청한다.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책을 통해 알아보기를 권한다.

괴질로 어수선해진 평안도 정주를 보니, 코로나19로 팬데믹에 빠진 지금의 세계가 겹쳐 보인다. 백성을 버리고 제 살길 찾아 피난 먼저 가는 양반네들, 구휼미를 빼돌리는 의원들과 사또, 황부자 댁과 운산 댁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백성들의 모양새가 코로나19로 공포에 빠져 혐오 범죄를 일으키고 서로 비난하거나 증오하는 사람들, 백신을 선 독점하는 선진국들과 비슷하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위기의 순간들을 철저히 이용하는 무리들이 생긴다. 간절한 환자 가족들에게 강탈하듯이 속여 아무런 효능이 없는 약을 파는 무리들이 나온다. 그 간절함 때문에 진실을 알려주지 못하고 돌아서는 홍이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가슴이 아리다.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 하는 행위,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 선함이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며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홍이와 완이, 검불 아재를 보면서 조선시대 신분제의 병폐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괴질이라는 원인 불명의 큰 전염병이 나라 전체를 휩쓸면서 제 안위만을 걱정하는 양반, 관리들이 아니라 천민, 서출이라 무시당하고 핍박받던 이들이 용기를 내 없는 길을 만들고자 노력해 자신과 가족, 이웃을 지켰다. 자신이 믿는 신념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홍이와 완이, 검불 아재의 이런 움직임들이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 사람의 목숨은 모두 똑같이 귀하고 소중하다. 지금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시대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진정한 평등의 사회인지 되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홍이와 완, 검불 아재가 그 힘든 시기를 잘 헤쳐나가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한 것처럼 우리도 지금 팬데믹을 지혜롭게 잘 이겨 또 다른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0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