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죽었다
무라이 리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오르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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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워했던 오빠의 고독한 죽음

 화내고 울고 조금 웃었던 5일간의 실화


오빠가 죽었다/무라이 리코 지음/오르골



"밤늦게 죄송합니다만, 무라이 씨 휴대폰 맞습니까?"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갑자기 울린 휴대폰 너머로 생소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오빠가 추정 오늘 오후 4시경에 사망하였고, 최초 발견자는 함께 살던 아들이라고 전해주었다. 이제 저자는 오빠의 시신을 인수하고, 그의 죽음을 정리해야만 했다.

 

이 책은 소원한 관계였던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그가 남긴 유품을, 흔적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5일간의 실화를 담고 있다. 계획된 일정 때문에 바로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고 며칠이 지난 후 오빠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시작부터 저자의 부담스럽고 무거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기에 미처 오빠는 주변을 정리하지 못한 채 떠났다. 알지 못하고 또 알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그의 삶 속에 '그' 없이 덩그러니 홀로 남아 정리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미움이 전해졌다.

 

"안 슬퍼? 세상에 하나뿐인 오빠잖아?"

저자는 둘째 아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남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존재할까? 세월에 갇힌 해묵은 이야기가 먼지를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활짝 펴기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오롯이 혼자 혈육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저자처럼 당황하고 무서울 것 같다. 더욱이 하나뿐인데 미워했던 오빠의 고독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모르는 인생의 흔적을 걷어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상상하는 순간부터 심장이 세차게 뛰고 손에 땀이 났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라 오빠의 전처 가나코와 고모가 동행하였다. 서로 의지가 되어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오빠의 마지막을 저자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 안도했다.

 

 

"한시라도 빨리 오빠를 들고 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버리자."

 

 

시오가마시에 가서 오빠의 시신을 인수하여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을 한다. 그리고 오빠의 유품을 정리해 집을 빼고, 차를 폐차한다. 조카 료이치는 엄마 가나코와 함께 살 것이다. 리코의 머릿속 구상이었다. 감정은 배제된 채 서둘러 끝내버리고 싶은 과제처럼 계획을 세웠다. 과연 그녀의 뜻대로 흘러갈까?

리코와 가나코는 사흘 동안 경찰서, 오빠 집, 장례식장, 조카 료이치의 학교, 시청, 아동상담소, 마트, 쓰레기 처리 시설, 자동차 판매점 등 많은 곳을 종횡무진하였다. 그러면서 리코는 몰랐던 오빠의 면면들을 알게 되고, 잊어버렸던 오빠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싫은 오빠였는데…… 갑자기 떠나게 된 오빠가 가여워진다. 행복해하는 료이치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 그. 리코는 그가 놓친 행복들을 안타깝고 분통하게 여겼다. 무책임하다고 느꼈던 오빠였기에, 항상 남에게 의지하는 오빠였기에 거리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고 그가 남긴 공간에서 마주한 그의 삶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빠를 잃고 나서야 오빠를 마주 보게 된 저자를 보면서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해본다.

 

징글징글한 족쇄 같아 벗어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간절히 사랑받고 싶다.

같이 있으면서도 외롭다.

옆에 있으면 평안하다.

언제든 기댈 수 있고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항상 나를 믿어주는 존재이다.

 

다양한 반응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족'은 한 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자도 미운 오빠라도 죽음 이후 남겨진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마지막 인사 "안녕!"을 고한 게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지만 끊어지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라는 진득함이 저자에게 오빠를 다시 찾아주었다.

힘겨운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한 오빠의 이력서와 행복 컬렉션이라 할만한 가장 행복했던 시기의 사진들, 가메키치 거북 그리고 오빠의 어린 시절을 닮은 료이치를 보면서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게을렀던 오빠를 지우고, 아들과 KFC 치킨과 작은 케이크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던 다정한 아빠였던 오빠를 새겼다.




'이제 더 이상 료이치가 이별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고인이 된 오빠의 삶을 정리하는 일 중 가장 신경 쓰이고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아빠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료이치였을 것이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고 아동상담소에서 보호받다가 위탁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료이치. 엄마 가나코와 7년간 떨어져 살았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만으로 료이치가 아빠와 함께 보낸 7년의 시간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그들 나름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평범한 우리네 가족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반 친구들이 있었다. 료이치를 위한 환송회를 잊지 못할 것 같다.





한 남자의 갑작스럽고 고독한 죽음. 이를 정리한 5일간의 기록을 내가 함께 한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인의 삶의 궤적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동생과 전처 그리고 아들이 그를 떠나보내는 여정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제 떠난 그가 엮어준 인연들이 제자리를 찾아 행복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도 평온할 거라 믿고 싶다.

 

"오빠, 이제 정말 안녕."

 

무라이 리코의 국내 첫 에세이  <오빠가 죽었다> 

죽음,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찾아오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 묵직함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여정을 가벼이 따라나섰다가 한 줌의 재로 변한 그가 이어준 인연들을 만나 웃고 울다가 뭉클해지고 만다. 그리고 언제일 줄 모르는 자신의 죽음 이후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떠난 이는 모르고 남겨진 이들이 정리하고 받아들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헤아려보게 될지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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