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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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______ 사랑하고/현요아 지음/허밍버드




 

"엄마, 무슨 책인데 그래요?"

 책을 읽으면서 한숨을 내쉬는 나를 보고 딸이 물었다. '아, 신경 쓰일 정도로 한숨을, 감정을 내비쳤구나.' 싶었다. "자살 사별자가 쓴 에세이야.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언니가 세상에 보내는 다정한, 연대의 메시지야. 그런데 동생도, 언니도 큰 불행을 겪어서 많이 지친 부분이 엄마를 할퀴네." "아~." 짧은 대화를 끝맺고 다시 책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면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 신문 기사 혹은 뉴스로 접했을 만한 그늘진 삶이 실체를 띠고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누군지에게 쏟아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분노와 화가 솟구쳤다.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싱그러운 청년들이 아닌가. 왜 그들이 이런 고통과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해 괴로웠다. 하지만 당사자인 현요아 저자는 오히려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처럼 고통을 겪은 이, 떠나보낸 이, 남겨진 이, 떠나고자 하는 이… 절망하고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다정히 편지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진심이 담긴 글 한 편 한 편이 물줄기가 되어 온몸을 타고 숨을 이어주고 있다. 불행 울타리를 넘은 자의 사유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만의 답을, 방법을 찾아가는 자의 의지가 지치고 넘어진 이에게 용기를 꿈꾸고 기댈 수 있는 내일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영국의 '외로움 담당' 장관 

이 책에서 처음 듣고는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2018년 1월 16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을 임명했다고 한다. 해당 장관은 외로움 관련 전략을 마련하고 폭넓은 연구와 통계화 작업을 주도하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회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 삶의 슬픈 현실”이라며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자기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가 나서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의 '고독·고립' 장관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2021년 2월 고독·고립 장관을 임명하였다. 국가의 책임 아래 고독에 방치된 사람들을 본격 지원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우울증은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사회적 동의는 당연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로 10대부터 30대는 자살, 40대 이상은 암이 사망원인 1순위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 나라 전 세계가 우울한 시기를 겪었기에 '코로나 블루 = 코로나 우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이런 추세를 살펴볼 때 저자의 염려와 염원처럼 우리나라도 외로움을, 아픔 어린 사연을, 상처를 드러내도 외면당하거나 비난당하지 않고 위로받고 충분히 애도할 수 있게 도와주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사회 주도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살아 있잖아요."

 

 

 

 갑자기 떠나버린 동생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지난한 과정을 읽으면서 현요아 저자의 생명력에 감복하였다. 한 움큼의 약을 삼켜야 버틸 수 있는 하루의 시간. 하지만 자살 사별자가 되어보니 그 상처가 너무 커서 절대 못 떠나겠다고, 오히려 이기적으로 살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큰 사랑을 품은 사람이다. 삶을 지극히 사랑하고 고통 속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탐구하고 묻는 그의 행보를 바라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상처를 마주 볼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기에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아픈 이들의 편이 되어주려 한다.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따뜻하게 내미는 손길과 말들이 쌓여 연대와 공감의 울타리가 되었다.

 

 

버티는 날이 모이면 언젠가는 버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겠지.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사람들이 당신의 경험을 앞세워 그러지 말라고 해도 본인의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하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익혔다는 저자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현요아 저자는 자신의 문제, 상황, 감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이 자살 사별자로서 그리고 조울증 환자로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고통에 침잠하지 않고 사회로 돌아오는 여정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정답이라 강요하지 않는다. 아픈 이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손잡아 주고 기다려준다. 그리고 당신들의 편이라 믿음을 심어주고 사랑을 쏟는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책이 동생이 묻고, 저자 본인이 묻고, 우리가 묻는 질문, "왜 살아야 해요?"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동생의 부재를 온몸으로 부딪쳐 이겨나가고 있는 저자에게 격려와 감사의 안부를 전한다. 책임이 강하고 사랑이 깊어 더 힘들게 몸살을 앓고 있는 가녀린 영혼에게 찰나의 아름다움과 찰나의 행복이 영원토록 깃들기를 바란다. 웃고 싶을 때는 맘껏 웃어요.






 디지털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는, 너무도 가까우면서도 너무도 멀어 외로운 것 같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생산해 내고 보여주고 보고 좋아요??로 서로 쉴 새 없이 교류하는 듯한데 막상 너와 나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고 약속하였다, 나 자신과.





내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또 네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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