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뇌과학 -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문제일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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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뇌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뇌가 정보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그런 방식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과정조차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해석이 한 번 더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평소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덜 중요한 감각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런데 책에서는 후각이 예상보다 훨씬 넓은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인간 유전자 가운데 약 2%가 냄새를 감지하는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후각 수용체가 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피부나 근육 같은 기관에도 퍼져 있다는 설명도 등장한다. 냄새가 코에서만 느껴지는 감각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조금 좁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각이 몸 여러 기관과 연결된 감각이라는 점이 의외였다.







읽다가 조금 놀랐던 이야기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후각을 잃는 현상이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뇌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후각 기능 저하가 자주 발견된다는 연구도 소개된다. 보통은 기억력이나 움직임 이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냄새를 구별하는 능력이 먼저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책의 앞부분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도 소개된다. 치매 초기에는 모든 냄새를 못 맡는 것이 아니라 특정 냄새부터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이 유독 땅콩버터 냄새를 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왼쪽 콧구멍과 오른쪽 콧구멍의 냄새 맡는 거리 차이를 이용한 이른바 ‘땅콩버터 테스트’가 치매 초기 발견의 단서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설명이었다. 평소 익숙하게 맡던 커피 향이나 김치 냄새, 과일 향이 잘 느껴지지 않거나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괜히 궁금해졌다. 그래서 집에서 간단히 냄새를 맡아 보는 식으로 시험을 해봤다. 땅콩버터와 커피 향, 김치 냄새, 과일 향을 차례로 맡아 보았는데 나는 일단 모든 냄새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어머니는 땅콩버터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예 못 맡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약하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무엇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니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일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후각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몸 상태를 알려 주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가 감각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예로 등장하는 것이 삭힌 홍어 냄새다. 홍어에서 나는 향은 암모니아 냄새가 강해서 많은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식탁 위에서 음식으로 마주하면 반응이 달라진다. 눈으로 보는 음식의 모습과 과거 경험, 그리고 냄새가 함께 작용하면서 뇌는 그 향을 음식의 냄새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결국 같은 냄새라도 어디에서 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예로 소개된 치즈 실험도 기억에 남는다. 같은 향을 맡게 하면서 한쪽에는 “고급 치즈 향”이라고 설명하고 다른 쪽에는 “토한 냄새”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냄새는 같았지만 설명이 달라지자 감정 반응이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예전에 겪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지인이 어떤 사람을 소개하면서 “조금 까칠한 편이지만 일은 정말 잘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막상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말투나 표정이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까칠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첫인상으로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한 인상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뉴런과 암세포를 비교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뉴런은 서로 연결되며 정보를 주고받을 때 더 건강하게 기능한다. 반대로 암세포는 다른 세포의 성장을 막으면서 자신에게 자원을 집중시킨다. 뇌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사회 구조를 떠올리게 만드는 설명이었다. 서로 연결되는 구조가 건강한 뇌와 닮았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일상과 관련된 부분도 흥미로웠다. 특히 집안일이 뇌 건강과 연결된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분류하는 일들은 겉으로 보면 반복적인 노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사고 과정을 동시에 사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할 때는 재료의 순서를 떠올려야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재료로 바꾸기도 하며 집중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뇌의 실행 기능을 자연스럽게 단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저녁에 직접 찌개를 끓이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뇌 활동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평소에는 그냥 집안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감정과 직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감정은 종종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이 중요한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등장했던 유명한 한 수를 예로 들며 인간의 직관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계산의 결과라기보다 경험과 감정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 선택이라는 설명이었다. 직관이라는 것이 충동이라기보다 오랜 경험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판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내용이 기억에 남았지만 특히 우울과 감정 상태가 뇌 건강과 연결된다는 이야기가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보통은 스트레스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울 같은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을 보니 평소 감정 상태를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건강만 챙길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함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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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위대한 몸 - 최신 의학이 밝혀낸 면역, 질병, 노화의 비밀 프린키피아 9
줄리아 엔더스 지음, 질 엔더스 그림,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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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문장을 읽고 문득 내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감기나 알레르기, 피부 접촉 같은 작은 경험에서도 나는 참지 않고 바로 약을 먹곤 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그게 면역세포와의 격렬한 전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면역체계는 상황을 판단하고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책에서는 가벼운 감염일 때는 몸 스스로 회복하도록 지켜보는 선택도 충분히 괜찮다고 한다. 읽으면서 나도 한 번 약을 참아 본 적이 떠올랐다. 감기약이 콧물이나 인후통을 덜어주긴 하지만, 때로는 면역세포의 활동과 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가끔 몸에게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느낀다.







알레르기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예전엔 단순한 면역체계의 과민반응 정도로만 여겼는데, 책에서는 알레르기가 몸을 지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땅콩 알레르기 같은 경우, 비만세포가 미세한 독소를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 과정이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놀랐다.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몸이 이렇게 치밀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특히 피부와 촉각을 다루는 부분은 나에게 흥미로웠다. 책에 따르면 누군가를 천천히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다정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무심결에 팔을 감싸는 습관이 있는데, 이런 작은 행동이 자기 안정과 타인과의 연결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마사지를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떠올랐다.







운동과 뇌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는 건 알았지만, 책에서는 단 한 번의 운동에도 뇌가 도파민 수용체 수를 조절하고 성장인자를 만들어 새로운 뇌세포 발달을 돕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운동 후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뇌의 노폐물 처리 시스템과 운동의 관계를 읽고 나니, 규칙적인 운동이 신경세포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놓치고 지나쳤던 몸과 마음, 면역과 감각, 그리고 외로움과 연결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약 없이 몸을 지켜보는 선택, 감각을 조금 더 세심하게 느끼는 연습, 촉각을 통한 관계 맺음 같은 제안들이 자연스럽게 내 생활 속에도 스며들었다.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과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되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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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AI, 공간 컴퓨팅 - 애플·구글·메타가 사활을 건 2035 공간 기술 패권 시나리오
최형욱.전진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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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AI 공간 컴퓨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기술이 이제 화면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디지털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안에서 작동한다. 검색을 하거나 지도를 보거나 정보를 확인하는 일도 결국 작은 화면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공간 컴퓨팅은 현실 공간 위에 정보가 겹쳐지는 형태로 기술이 사용된다는 것이 다르다. 읽다 보니 기술을 소개하기보다 앞으로 어떤 세상을 살게 될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에서 설명하는 여러 기술 가운데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디지털 트윈이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대상이나 공간을 가상 공간에 실시간으로 복제해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 상황까지 예측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IoT 센서와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되면서 이 기술은 계속 데이터를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의 공장 설비나 도시 시설 같은 것들이 가상 공간에서도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니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공장 설비의 온도나 진동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고장을 미리 예측한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기술이 점점 더 실제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된다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꽤 현실적인 기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AI와 관련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AI라고 하면 보통 질문에 답을 하거나 글을 만들어 주는 기술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책에서는 AI가 앞으로 ‘월드 모델’이라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월드 모델은 AI가 세상의 물리적 법칙이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또 하나 눈에 들어왔던 것은 멀티모달 AI였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같은 다양한 정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은 보통 여러 감각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데, AI도 점점 그런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스마트글래스와 결합하면, AI가 사용자의 위치나 시선, 주변 상황을 알아보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 알려주는 비서처럼 움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구글이 이 분야에서 어떤 시도를 해 왔는지도 소개한다. 구글 글래스나 프로젝트 탱고, 카드보드, 데이드림 같은 프로젝트들이 그 예라고 한다. 구글 글래스부터 프로젝트 탱고까지, 그 이름만으로도 거대한 기업조차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며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수년 동안 반복해 왔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상상이 많이 되었던 부분은 스마트글래스와 AI 비서가 결합된 장면들이었다. 길을 걷다가 모르는 건물을 보면 바로 설명이 나오고, 해외여행에서는 번역과 길 안내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쇼핑을 할 때는 제품 정보나 평점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식이다. 이런 장면들을 읽다 보니 예전에 영화에서 보던 미래 기술이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간 컴퓨팅이 가져올 그럴듯한 경험들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게 진짜 삶의 모습들을 밀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미 영화 개봉관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하나의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화면으로 보는 일이 더 익숙해지고 있다. 관객의 반응을 살피던 극장 직원들, 영사실에서 영화를 틀어 주던 사람들처럼 그 공간을 지키던 일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만약 앞으로 AI가 시선을 공유하고 가상의 화면을 눈앞에 띄워 주는 세상이 온다면, 영화관이라는 장소뿐 아니라 그곳에서 만들어지던 사람 사이의 분위기와 기억들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다른 생각도 든다. 이런 기술이 실제 생활에 들어온다면 생활 방식도 꽤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직접 검색하거나 정보를 찾아본다. 그런데 앞으로는 AI가 먼저 정보를 보여주는 상황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사람의 기억 방식이나 판단 방식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편리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에 관련된 직종도 사라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내용이 중심이지만, 기술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니었다. 공간 컴퓨팅이 생활이나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읽다 보니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낯선 기술이었지만 어느 순간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 이야기되는 공간 컴퓨팅 기술도 언젠가는 스마트폰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에 들어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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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패배
에마뉘엘 토드 지음, 권지현 옮김 / 아카넷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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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서방의 패배]를 읽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러시아가 침공했고 우크라이나는 저항하고 있으며 서방은 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정도의 구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전쟁의 배경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은 단순한 군사적 사건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형성된 사회 구조와 역사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문제처럼 느껴졌다. 저자의 설명은 전쟁의 진행 상황을 보여주기보다, 그 전쟁이 어떤 배경에서 나타났는지를 살펴보는 데 더 가까웠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두 나라를 떠올리면 비슷한 문화권이라는 인상이 먼저 생긴다. 같은 슬라브 문화권에 속해 있고 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두 사회의 생활 방식이 생각보다 다른 방향으로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가족 구조에 대한 설명이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가족 공동체의 결속이 강한 사회였다고 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개인 단위가 조금 더 독립적인 형태에 가까웠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가족 규모가 작은 편이었고 여성의 사회적 위치도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집의 구조나 마을 형태 같은 생활 환경에서도 이런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례가 함께 소개된다.








전쟁을 다루는 책에서 가족 이야기부터 등장하는 장면은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다. 전쟁 이야기라면 보통 군사나 외교 이야기가 먼저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화가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 자체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다만 가족 구조만으로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 성향까지 연결하는 해석은 조금 넓게 잡은 해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시각은 뉴스에서는 거의 접하기 어려운 접근이라 신선했다.



또 하나 눈에 남았던 부분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지역 차이에 대한 설명이다. 책에서는 우크라이나를 하나의 단일한 성격을 가진 국가라기보다 서로 다른 역사와 정치 경험을 가진 지역들이 모여 있는 사회로 바라본다. 서부, 중부, 동부는 정치적 성향과 문화적 배경이 상당히 달랐다고 한다.



서부 지역은 강한 민족주의와 우크라이나어 중심 문화가 자리 잡은 곳으로 설명된다. 중부 지역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부와 남부는 러시아어 사용자가 많고 친러시아 정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나타난다.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이런 차이가 여러 번 반복되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전쟁 상황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하나의 방향으로 단결해 있는 모습이 강조된다. 전쟁 상황이라면 그런 서사가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역사와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하지만 저자 토드의 진단은 여기서부터 꽤 냉정하게 흘러간다. 토양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우크라이나는 결국 하나의 안정된 ‘국민국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2014년에 큰 정치적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로 우크라이나 정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이던 지역들의 정치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나라 전체의 정치 흐름도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역사에서도 낯선 장면은 아니다. 큰 사건이 지나가면 정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부분은 중산층이 사라졌다는 분석이었다. 러시아가 소련이었던 시절, 첨단 산업을 이끌던 도시의 중산층들이 전쟁과 경제 쇠락을 피해 유럽으로 대거 떠났다. 나라의 허리가 통째로 빠져나간 셈이다. 저자는 지금의 우크라이나를 서쪽의 국수주의와 중부의 무정부주의, 그리고 동쪽의 혼란이 뒤섞인 상태로 묘사한다. 서방의 지원에 기대어 겨우 버티고 있는 <떠 있는 나라>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한때 산업 강국이었던 나라가 이런 상황까지 밀려났다는 설명은 솔직히 씁쓸하게 느껴진다.







책은 서방 세계에 대해서도 꽤 강한 비판을 내놓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역시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중국이나 인도 같은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고립되기는 쉽지 않다는 논리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서방 사회 내부의 문제도 이야기한다. 미국의 기대수명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나 마약과 자살 같은 이른바 ‘절망의 죽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가 소개된다.



저자가 통계 수치를 하나씩 제시하며 서방 사회의 ‘허무주의’를 설명하는 장면은 꽤 강하게 다가왔다. 미국의 기대수명이 낮아지고 갓난아기 사망률이 선진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도 언급된다. 의료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나라지만 동시에 마약성 진통제나 자살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서방 사회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문제를 안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보통 미국을 떠올리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 안에서도 여러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건강과 관련된 지표가 좋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세계 정치의 중심에 있는 나라라고 해도 내부적으로는 여러 문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남았다.



물론 저자의 시각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토드는 서방이 이미 완전히 쇠퇴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 해석이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의 ‘안정’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푸틴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가 단순히 국가 역량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 세력을 강하게 억누르는 정치 구조도 분명 존재한다.



우크라이나를 ‘실패한 나라’라고 단정하면서 러시아를 상대적으로 안정된 나라처럼 묘사하는 시선은 조금 위험하게 느껴졌다. 인류학자의 냉소적인 분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자유를 제한하는 체제를 너무 가볍게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서방 사회가 흔들린다고 해도 최소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남아 있는 사회라면 아직 패배를 단정하기는 이르지 않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고 있으면 지금의 국제 질서가 이전보다 훨씬 불안정한 시기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



한반도 역시 이런 흐름과 완전히 떨어져 있는 공간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놓여 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은 경제와 문화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정학적 위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 질서가 크게 흔들리는 시기에는 외교적 선택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은 뒤 머릿속에 남은 것은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오랜 역사와 사회 구조가 겹겹이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 뉴스 화면 속 장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전쟁을 이해한다는 일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새삼 느껴졌다. 이런 부분은 역시 책을 통해 천천히 살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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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부터는 연금 공부 - 평생을 설계하는 액티브 ETF 운용의 기술
김호균.도현수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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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마흔부터는 연금 공부]를 읽다 보니, 나도 대부분 사람들처럼 연금이라고 하면 그냥 국민연금 정도만 떠올리는 수준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연금이란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나이가 들면 조금씩 받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연금도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자산이며, 연금으로 ISA와 IRP 등의 절세 포트폴리오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연금저축과 ISA 같은 계좌를 이용해 ETF라는 투자 상품으로 노후 자금을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ETF라는 말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여러 회사의 주식을 한 번에 묶어 놓은 ‘주식 꾸러미’ 같은 상품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회사나 미국 대표 기업들의 주식을 한 바구니에 담아 놓은 상품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이 조금 나뉘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책에서는 이런 ETF를 연금 계좌 안에서 활용하면 세금 혜택과 장기 투자의 장점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연금저축 계좌와 IRP, 그리고 ISA 같은 계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비교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마흔부터는 연금공부]는 복잡한 금융상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계좌를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넣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를 강조하는데,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월급날마다 조금씩 사 모으라고 말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다. 다만 <적립식 투자>는 단점도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월 투자금이 꽤 큰데, 예를 들어 월 300만 원 정도를 연금 투자에 넣는 시뮬레이션이 나오는데, 평범한 직장인이 바로 따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또 ETF나 연금계좌에 익숙하지 않은 편인데, 그래서 처음 읽을 때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기본 개념을 한 번 이해하고 나면 내용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내용도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연금저축 계좌는 위험자산 투자 비율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연금은 안전하게 굴리는 돈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연금저축 계좌에서는 기술주나 성장주 ETF에 100%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즉 젊을 때는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으로 바꾸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꽤 흥미로웠다. 연금이라고 하면 무조건 안전한 상품에만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긴 투자 기간을 활용해 성장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또 하나 인상적인 내용은 ISA 계좌에서 모은 돈을 나중에 연금 계좌로 옮기면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이걸 책에서는 ISA → 연금 황금 루프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ISA에서 먼저 돈을 굴리고 일정 기간 후 연금 계좌로 넘기면서 세금 혜택을 더 받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솔직히 40대 직장인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런 제도는 알지 못하면 그냥 지나가는 혜택이며, 금융은 공부하지 않으면 계속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금은 생각보다 제도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한 번만 이해해두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왜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고 개인연금이 필요할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국민연금은 생활비의 일부를 보충해주는 수준이지 모든 생활비를 책임지는 구조는 아니다. 또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다. 결국 은퇴 이후 몇 년 동안은 소득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때 개인연금이나 투자 자산이 있으면 생활이 훨씬 안정된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이 기본 월급이라면 개인연금은 추가 월급 같은 개념이다. 두 가지가 합쳐져야 노후 생활이 조금 편해진다.



책에서도 배당 ETF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상품은 매달 혹은 분기마다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서 일종의 ‘제2의 월급’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 관심이 갔던 것은 ISA 계좌 이야기였다. ISA는 흔히 만능 절세 통장이라고 불린다. 장점도 꽤 많다. 먼저 일정 금액까지 투자 수익이 비과세다. 그리고 그 이상 수익도 일반 투자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또 ETF나 펀드 같은 다양한 상품을 한 계좌 안에서 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만기가 되면 연금 계좌로 옮기면서 추가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장기 투자용 계좌로 많이 추천된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연금이라는 것이 단순히 나중에 받는 돈이 아니라 지금부터 설계하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특히 30대나 40대라면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복리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결국 핵심은 투자 기술이 아니라 꾸준히 돈을 넣고 오래 유지하는 것일텐데, 책은 그런 기본 원칙을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 



다만 책에 나오는 수익률이나 투자 시뮬레이션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는 점이다. 실제 시장은 항상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숫자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방향을 참고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연금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은 많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입문서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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