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뇌과학 -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문제일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뇌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뇌가 정보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그런 방식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과정조차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해석이 한 번 더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평소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덜 중요한 감각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런데 책에서는 후각이 예상보다 훨씬 넓은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인간 유전자 가운데 약 2%가 냄새를 감지하는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후각 수용체가 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피부나 근육 같은 기관에도 퍼져 있다는 설명도 등장한다. 냄새가 코에서만 느껴지는 감각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조금 좁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각이 몸 여러 기관과 연결된 감각이라는 점이 의외였다.







읽다가 조금 놀랐던 이야기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후각을 잃는 현상이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뇌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후각 기능 저하가 자주 발견된다는 연구도 소개된다. 보통은 기억력이나 움직임 이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냄새를 구별하는 능력이 먼저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책의 앞부분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도 소개된다. 치매 초기에는 모든 냄새를 못 맡는 것이 아니라 특정 냄새부터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이 유독 땅콩버터 냄새를 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왼쪽 콧구멍과 오른쪽 콧구멍의 냄새 맡는 거리 차이를 이용한 이른바 ‘땅콩버터 테스트’가 치매 초기 발견의 단서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설명이었다. 평소 익숙하게 맡던 커피 향이나 김치 냄새, 과일 향이 잘 느껴지지 않거나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괜히 궁금해졌다. 그래서 집에서 간단히 냄새를 맡아 보는 식으로 시험을 해봤다. 땅콩버터와 커피 향, 김치 냄새, 과일 향을 차례로 맡아 보았는데 나는 일단 모든 냄새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어머니는 땅콩버터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예 못 맡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약하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무엇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니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일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후각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몸 상태를 알려 주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가 감각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예로 등장하는 것이 삭힌 홍어 냄새다. 홍어에서 나는 향은 암모니아 냄새가 강해서 많은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식탁 위에서 음식으로 마주하면 반응이 달라진다. 눈으로 보는 음식의 모습과 과거 경험, 그리고 냄새가 함께 작용하면서 뇌는 그 향을 음식의 냄새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결국 같은 냄새라도 어디에서 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예로 소개된 치즈 실험도 기억에 남는다. 같은 향을 맡게 하면서 한쪽에는 “고급 치즈 향”이라고 설명하고 다른 쪽에는 “토한 냄새”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냄새는 같았지만 설명이 달라지자 감정 반응이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예전에 겪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지인이 어떤 사람을 소개하면서 “조금 까칠한 편이지만 일은 정말 잘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막상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말투나 표정이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까칠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첫인상으로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한 인상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뉴런과 암세포를 비교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뉴런은 서로 연결되며 정보를 주고받을 때 더 건강하게 기능한다. 반대로 암세포는 다른 세포의 성장을 막으면서 자신에게 자원을 집중시킨다. 뇌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사회 구조를 떠올리게 만드는 설명이었다. 서로 연결되는 구조가 건강한 뇌와 닮았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일상과 관련된 부분도 흥미로웠다. 특히 집안일이 뇌 건강과 연결된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분류하는 일들은 겉으로 보면 반복적인 노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사고 과정을 동시에 사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할 때는 재료의 순서를 떠올려야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재료로 바꾸기도 하며 집중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뇌의 실행 기능을 자연스럽게 단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저녁에 직접 찌개를 끓이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뇌 활동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평소에는 그냥 집안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감정과 직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감정은 종종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이 중요한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등장했던 유명한 한 수를 예로 들며 인간의 직관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계산의 결과라기보다 경험과 감정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 선택이라는 설명이었다. 직관이라는 것이 충동이라기보다 오랜 경험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판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내용이 기억에 남았지만 특히 우울과 감정 상태가 뇌 건강과 연결된다는 이야기가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보통은 스트레스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울 같은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을 보니 평소 감정 상태를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건강만 챙길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함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