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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 호스피스 의사가 전하는 현명한 삶의 태도에 관하여
조던 그루멧 지음, 박선령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인생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목적을 찾지 못해서 불안하고, 조급해져 결국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이유부터 짚어준다. 그리고 그 문제가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목적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주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책은 생각보다 솔직하고,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의 일부 중 니콜라스 윈턴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처음부터 위대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아니었다. 여행을 취소했고, 부탁 하나를 받아들였고, 그 선택이 전쟁 직전의 아이들 669명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졌을 뿐이다. 그조차도 자신이 한 일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목적이란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목적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 책은 사례로 담담하게 알려준다.
사라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 같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허전해진다. SNS에서 본 성공담을 따라 해보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어 보이는 일에도 뛰어들어 보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선한 일조차도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할 때가 있다는 사실이 사라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결국 문제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목적을 따라가고 있느냐>였다.
책은 목적을 발견하기 보다, 아주 작게라도 직접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목적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목적 말이다. 이를 위해 제시하는 방법이 <생애 회고>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언제 가장 나다웠는지, 무엇을 할 때 마음이 편안했는지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다.
위의 질문들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지 않는다. 대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반응하는 사람인지 드러내준다.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이 과정이 불안과 우울을 줄이고 삶의 방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함께 제시한다.
사라는 회고를 통해 자신이 오래도록 말과 함께할 때 가장 안정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말은 그녀에게 직업도, 목표도 아니었지만 분명한 중심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가는 목적,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붙잡아주는 목적이었다. 우리는 흔히, 남들에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 선택을 하면, 괜히 실패한 것 같고 설명 못 할 선택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마음은 편한데, 머리는 “이게 맞나?” 하고 계속 부정한다.
[인생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따라가기보다, 이미 내 삶 속에서 몇 번이고 나를 살게 했던 순간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선언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작은 기준일지도 모른다. 이 말은 정말 공감이 간다.
책은 목적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목적 때문에 지친 사람에게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라고 권한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예전에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했는지부터 떠올려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새로운 답을 주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든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도 숨기지 않는다. 평생의 등반이라 믿었던 의사라는 길이 더 이상 자신을 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등반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글쓰기와 팟캐스트는 대단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도, 결과가 없어도 그는 계속한다. 왜냐하면 그 활동은 성과가 아니라 통제감을 주기 때문이다. 언제 오를지, 언제 내려올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감각. 그것이 번아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피로를 만든다.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건, 의미 있는 활동은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없고, 효율적일 필요도 없다는 거다. 다만 나를 몰입하게 만들고, 시간을 잊게 하고, 끝났을 때 이상하게도 조금 덜 공허해지는 활동이어야 한다.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이런 활동이 외로움과 불안을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을 덧붙이지만,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과학적 증명 이전에, 우리는 이미 몸으로 알고 있다고 말이다.
[인생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효과 없는 활동을 조금씩 빼고, 나를 살게 하는 등반(하고 나면 나 자신이 덜 소진되는 활동) 이란 시간을 조금 더 늘려보라고 권한다. 정상에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디를 오르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