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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설계자들 - 트랜스휴머니즘에서 바이오해킹까지, 실리콘밸리 영생 프로젝트를 추적하다
알렉스 크로토스키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진시황이 수은을 삼키며 영생을 꿈꿨던 이야기나, 지금의 억만장자들이 젊은 피를 주입받겠다고 수천 달러를 쓰는 것이나 어떻게 이렇게 판박이일까. 도대체 인간은 왜 이토록 안 죽으려고 안달인 걸까?
책의 중반부에는 진시황이야기가 있다. 나라를 통일해놓고도 정작 자기 자신은 영원히 살고 싶어서 방사들한테 불로장생약을 만들게 시켰다. 그 약에는 수은이 들어 있어서 이후에 몸이 붓고 궤양이 터진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유럽 연금술사들은 현자의 돌을 찾아다녔고, 지금은 그 자리에 바이오 해커랑 장수 기업가, 과학자들이 들어와 있다. 시대만 바뀌었지 질문은 똑같았다. 어떻게 하면 늙지 않을까?
솔직히 몇 년 전 부터 신체적 한계를 자주 경험한다. 20대 때처럼 많이 걷기가 힘들고,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어깨 근육이 뻐근해지는 걸 느낀다. 1년 전 건강검진에서 나이에 비해 수치가 안 좋게 나와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때는 관리를 엉망으로 했다는 걸 다시 느꼈다. 죽음이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게 60대가 지나면서 살 날 보다 죽을날이 가까워질 때 느끼는 그 감정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요즘은 젊다고 건강하게 산다는 보장도 없다.
어쨋든, 다시 돌아와서 책에 등장하는 쥐들의 혈관을 이어 붙이는 파라바이오시스 실험이나 유전자 조작 이야기가 단순한 실험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콘보이 부부가 젊은 쥐랑 늙은 쥐를 봉합해서 피를 공유시켰더니 늙은 쥐의 근육이랑 간, 뇌 조직이 젊어지는 결과가 나왔다.그런데 쥐한테 효과가 있다고 인간도 정말 젊어질까?
앰브로시아 헬스라는 스타트업이 젊은 혈장 1리터를 8000달러 받고 팔았던 사례가 나오는데, 임상적 효능도 의학적 검증도 전혀 없는 사이비 상술로만 느꼈었다. 이런 곳에 돈을 싸 들고 달려드는 테크 억만장자들과, 이걸 불멸의 열쇠인 양 포장해 등쳐먹는 사람들의 조합도 흥미로웠다.
FDA가 경고 성명까지 냈다. <알파파 활동 촉진>이니 뭐니 하는 전문용어로 44달러짜리 마그네슘 음료를 팔아치우는 꼴을 보고 있으면, 영생이라는 환상을 상품화해서 대중을 현혹하는 이 구조가 얼마나 흉물스럽게 변질됐는지 똑똑히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불멸보다는 노화를 바라보는 정통 과학자들의 태도가 놀라웠다. 예쁜 꼬마선충의 daf-2 유전자를 조절해서 수명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신시아 케년의 연구, 그게 인간의 인슐린 및 IGF-1 수용체랑 연결된다는 발견까지 읽다 보면 노화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점점 늘어나는 당뇨병을 정복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따라서 이 부분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80세까지 살았는데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이고 매일 약에 의존해야 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저 빨리 죽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반대로 80세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건강하게만 산다면, 혹은 늙지 않는다면, 80세까지 아니 그 넘어서까지 살고 싶을 것 같다.
과학자 시에라는 인터뷰에서 인간 수명을 40%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이 연구들이 쌓이면 지금보다 훨씬 긴 삶을 가능하게 만들 거라는 전제를 깐다. 개인적으로 그 전제가 다소 불편하게 들린다.
과거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기억이 없으시고, 운동신경도 안좋아지셨다. 파킨슨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는데, 근 7년을 그렇게 내리 병상에만 계셨다. 책에서 세계보건기구가 말하는 건강수명, 그러니까 몇 년을 더 사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외할머니가 겹쳐 생각이 났다.
나는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되는 미래를 원치 않는다. 죽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다. 인간에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이 어느 정도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지구라는 한정된 터전 위에서 특정 세대가 죽지 않고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은 인간 스스로에게나 비극에 가깝다.

더구나 미래는 절대로 고르게 분배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해온 사실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늙고 병드는 삶을 세습하게 될 것이다. 그게 어떻게 좋은 결말일 수 있을까. 지금도 항노화 연구에 돈 대는 사람들이 피터 틸이나 샘 올트먼 같은 이름들인 걸 보면 이미 불멸은 있는 자들의 것이다. 100년 사는 사람이랑 300년 사는 사람이 같은 사회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보면, 300년 산 사람은 단순히 수명이 세 배인 게 아니다. 그동안 돈을 벌고, 자산을 쌓고, 권력을 유지하고, 인맥을 쌓을 수 있다. 정말 책을 읽다보면 미래에 대한 별의별 생각들을 다 하게 되는 것 같다.
과학이 밝혀내야 할 것은 영원히 사는 법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느냐다. 수명이 다 같이 나눠 가질 수 없는 세상에서, 영원히 사는 특권을 몇몇 부자들만 누리게 되는 미래라면, 나는 차라리 자연스럽게 죽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