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에가고싶다 - 빡센 사회생활 버티기와 행복 찾기 노하우
이동애.이동희 지음 / 말하는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이동애, 이동희 PD는 직장생활과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 가고 싶다] 책을 냈다. 3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함께 일을 하는 자매라니, 너무 부럽다. 더구나 망할 일(?) 없는 탄탄한 직장에서 말이다.
연차나 회사문화를 함께 느낀, 자매들의 경험담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다는 것 외에 한 직장에서 끈기 있게 살아남은 경험치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회사를 다닌다고 진짜 직업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가장 크게 와 닿는다. 이 문장을 읽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지금까지 "버티면 언젠가는 자리가 잡히겠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 글은 그 믿음 자체를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회사 안에서의 역할은 계속 변한다. 진급을 위해서도 나는 매번 새로운 포지션에 맞춰 다시 증명해야 한다. 결국 회사는 정착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나를 시험하는 운동장 같은 공간이라 생각했다.
"감독의 자리" 결정권을 향한 갈망이나 주도권을 쥐고 싶다는 무의식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읽었다. 나는 아직 감독은 아니지만. 이미 선수로서의 삶에도 지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나니, 그래도 내가 이 팀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지는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싫어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 이 에피소드는 솔직히 말해 내가 가장 도망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싫어하는 일을 잘해내겠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 자체는 매우 버겁다. 작가는 추신수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는데. 실력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를 어느정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다 공감할 것이다. 일이 힘든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 회사를 퇴사한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정말 많지 않다.
요즘 나는 하기 싫은 일을 최대한 늦추고, 마음이 상할 것 같으면 애초에 애쓰지 않는 쪽을 택하려고 한다. 그런데 작가들이 말하는 태도는 아주 정면에서 나를 꾸짖는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일일수록,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낫다"는 말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돈다. 특히 뇌의 변연계와 전전두엽 이야기는 내가 미루는 이유를 너무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의지가 약한게 아니라, 그냥 본능에 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 자기 암시 <이건 내가 아니라, 파충류의 뇌가 반응하는 거야> 이 문장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를 탓하는 대신, 내 반응을 이해해도 된다는 허락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회사에 앉아 있으면서도, 늘 마음은 현관 앞에 서 있다. 언제든 나가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쉬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것이다.
<회사가 싫어도, 내 삶까지 싫어질 필요는 없구나>
[집에 가고 싶다]는 회사형 인간의 이야기였지만, 책은 조직생활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다룰지. 나를 얼마나 믿고 세상 앞에 설지, 질문들을 조용히 생각하게 한다.
아직도 나는 내일 출근이 싫다. 너무 싫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직업은 회사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내느냐로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회사에 간다. 여전히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마음 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지만, 이 책 덕분에 이전 보다는 조금은 덜 무너지는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