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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위대한 몸 - 최신 의학이 밝혀낸 면역, 질병, 노화의 비밀 ㅣ 프린키피아 9
줄리아 엔더스 지음, 질 엔더스 그림,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책 속 문장을 읽고 문득 내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감기나 알레르기, 피부 접촉 같은 작은 경험에서도 나는 참지 않고 바로 약을 먹곤 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그게 면역세포와의 격렬한 전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면역체계는 상황을 판단하고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책에서는 가벼운 감염일 때는 몸 스스로 회복하도록 지켜보는 선택도 충분히 괜찮다고 한다. 읽으면서 나도 한 번 약을 참아 본 적이 떠올랐다. 감기약이 콧물이나 인후통을 덜어주긴 하지만, 때로는 면역세포의 활동과 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가끔 몸에게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느낀다.

알레르기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예전엔 단순한 면역체계의 과민반응 정도로만 여겼는데, 책에서는 알레르기가 몸을 지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땅콩 알레르기 같은 경우, 비만세포가 미세한 독소를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 과정이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놀랐다.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몸이 이렇게 치밀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특히 피부와 촉각을 다루는 부분은 나에게 흥미로웠다. 책에 따르면 누군가를 천천히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다정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무심결에 팔을 감싸는 습관이 있는데, 이런 작은 행동이 자기 안정과 타인과의 연결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마사지를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떠올랐다.

운동과 뇌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는 건 알았지만, 책에서는 단 한 번의 운동에도 뇌가 도파민 수용체 수를 조절하고 성장인자를 만들어 새로운 뇌세포 발달을 돕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운동 후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뇌의 노폐물 처리 시스템과 운동의 관계를 읽고 나니, 규칙적인 운동이 신경세포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놓치고 지나쳤던 몸과 마음, 면역과 감각, 그리고 외로움과 연결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약 없이 몸을 지켜보는 선택, 감각을 조금 더 세심하게 느끼는 연습, 촉각을 통한 관계 맺음 같은 제안들이 자연스럽게 내 생활 속에도 스며들었다.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과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되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