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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를 위해 - 철학에게 일상을 묻다
에두아르도 인판테 지음, 유아가다 옮김 / 다봄 / 2025년 2월
평점 :

어떤 철학 책들은 지루하게 만들 목적으로 쓰인 것 같다. 어려운 단어를 남발해 철학이라는 학문을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든다. 난해한 문장들이 계속되면,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하는데, 작가 에두아르도 인판테는 철학을 일상과 대입해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은 나를 위해]는 양심, 권력, 자유, 타인의 존중, 사랑, 갈등, 정의, 부패, 부조리, 사회적 관습, 책임, 선택, 운명, 욕망, 죽음, 고통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너무 많은 주제들을 같은 의미의 단어들로 묶어 일상을 설명한다.

역사상 가장 염세주의적인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그의 철학은 "사는 것은 욕망을 갈구하는 것이며, 욕망은 고통을 의미하기에 삶의 본질은 고통이다" 라고 말했다. 어렵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도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고통은 항상 삶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쇼펜하우어는 이런 염세적인 인생을 좀 더 견딜만하게 하기 위해 어떤 지혜로운 조언을 했을까?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지마라. 애당초 희망을 품지 않았기에 실망할 일이 없어진다. 오히려 일이 잘 안될 것에 대비해서 준비하라. 그러니까 언젠가 결혼한다면, 당신의 사랑이야기는 이혼에서 끝날 수도 있고, 서로의 재산을 나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라. (신중함은 이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해 매우 필요한 덕목이다.)
* 주의를 끌지 말고 가능한 한 눈에 띄지 마라. 다른 사람과 적게 말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많이 나눠라.
* 이미 벌어진 일 앞에서 이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하고 한탄하지 마라. 불가피한 현실은 받아들여라. 이성 친구가 당신을 떠나면 그를 다시 찾기 위해 뭘 해야 할지 고민하며 자신을 고문하지 마라. 당신이 무엇을 했든 간에 그는 떠났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훨씬 더 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얼마전 사회적 문제 중 하나인 따돌림과 괴롭힘에 대한 뉴스로 시끄러웠었다. 책에서는 모든 관계는 대립하는 두 사람이 있으며 이는 서로 인정을 할때 이루어 진다고 말한다. 지배하는자 (주인)과 종속된 자(노예)가 있을 때,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사장임을 인정해주는 직원이 있어야 하며, 가해자는 가해를 당하는 피해자가 필요하다. 이런 헤겔의 변증법적 관계를 들어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측면에서 왕따를 살펴본다.
page. 45
왕따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어떻게든 인정받으려는 행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왕따 상황은 주로 사춘기에 발생하는데, 사춘기는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시기로, 자아를 찾아 나서야 하는 힘든 여정이 시작되는 때 이기도 합니다. 왕따 가해자는 피해자를 사춘기 특유의 힘든 과제를 쉽게 해결하는 데 이용하고, 동시에 자신을 권력자처럼 느낍니다. 그렇지만 헤겔은 우리에게 경고하지요. 노예한테 인정받는 것은 함정이라고요.
위의 설명에서 왕따 상황은 사춘기에 주로 발생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심상찮게 괴롭힘과 따돌림을 직장 내에서도 발견한다. 그리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다음에 이어지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악하다"라고 말하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인간 종속의 10가지 특성은 심히 공감할만 한데, 대표적인 3가지는 이렇다.
* 인간에게는 인간적인 속성과 동물적인 속성이 있다. 대부분의 행동은 동물적 본능에 따른다. 인간은 위대한 일을 이루어 낼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비열할 수 있다.
* 부모의 죽음보다 유산이 먼저이다.
* 인간은 지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어리석다. 즉, 인간은 너무 단순하고, 눈앞의 필요에 눈이 멀어서 항상 속이는 사람은 속는 사람이 된다.

나는 철학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를 위해] 책을 읽으면서, 철학 책은 쉽게 쓰이면 얼마든지 공감하고 기억할 문장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특히 어려움, 고민, 충고 등의 단어들이 필요할 때 철학적인 사상이나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들. 이를 테면 따돌림, 인정욕구, 인간관계에서 특히 찾게 되는 것 같다. 에스파냐 작가의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를 위해]는 모든 주제가 일상과 함께 읽힌다. 그래서 쓸모있는 생각을 위해서는 꼭 선택해 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