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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 - 문학의 숲에서 경제사를 산책하다
신현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5년 7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은행은 돈을 지키는 곳이 아니라, 시대를 드러내는 창이다.”
이 책은 금융사나 경제사를 나열하는 게 아니다. 금융이라는 "도구"를 중심으로, 나라와 민족, 상인과 백성,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중앙 은행을 꿈꿨던 조선의 상인들>
앞부분에서는 대한제국 시절 조선 상인들이 왜 중앙은행을 꿈꿨는지를 다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의 경제 침략이 단순히 무력이나 법률적 탄압이 아니라, "은행 설립 경쟁"이라는 치열한 무대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대한제국도 은행 설립과 중앙은행 설립을 위한 마지막 투쟁의 일환이었다.
page.129
갑오개혁에 따라 세금을 물품이 아닌 화폐로 징수하는 조세의 금납화가 은행 설립의 핵심 배경 중 하나다. 민간에서 화폐 사용이 보편화되고, 세금 납부로 정부에 모여든 자금이 다시 민간으로 환류되야 하는데 은행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다. 외국에서 차관을 도입해 국고를 관리할 은행을 설립하려고 했던 이유다. "조선은행(1896) 한성은행(1897) 등이 시도됐지만, 해관 책입자였던 영국인 존 맥리비 브라운이 반대하고, 러시아와 프랑스 등도 차관 제공에 열의를 보이지 않아 이들 은행은 모두 미미한 존재에 그쳤다.
조선의 상인들과 지식인들은 식민지화 과정 속에서도 "‘자주적 금융"을 꿈꿨다.
<누가 그들의 감자를 삼켰나>
아일랜드의 식민 지배와 기아, 곡물 수탈의 역사가 조선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다. 아일랜드 대기근 시기, 감자는 민중의 주식이었지만 영국은 그걸 죄다 수출해 버렸다. 그리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떠나야 했다. 그런 아일랜드 땅에서 기른 곡식이 영국인들의 배를 채우러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 암울했던 아일랜드 시대를 반영한 <슬픈 아일랜드>는 동화책이다. 이 책은 전 세계 각계각층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마흔 편의 작품(그림,글) 중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을 위한 서사로 이 동화책을 꼽는다.
역사의 비극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page. 99
저자는 <슬픈 아일랜드> 의 속편을 두 권썼다. <들꽃소녀>와 <고향의 들녘> 이라는 작품인데, 전편의 주인공 아이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는 이야기다. 대기근 전 아일랜드 인구는 800만 명을 웃돌았는데, 대기근으로 100여만 명이 죽고 100여만 명은 아일랜드를 떠났다. 전편이 100만 명에 대한 이야기라면, 두권의 속편은 뒤의 100만 명을 그린 책이다. 속편들도 번역되기를 희망한다.
아일랜드 역시 대기근이라는 참사 속에서도, "식민 경제 체제" 가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보여준다.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은 역사는 늘 자본과 권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움직이고, 은행은 그 교차점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세계 여러 곳의 금융 과거를 알려주고, 그 안에 연결되는 문학사를 잘 융합해 설명한 책이다. 더구나 올컬러의 자료들과 잡지를 보는듯한 구성은 책을 더 만족스럽게 한다.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 책 속에는2025년 4월 10일 위대한 개츠비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며, "몽상가들이 일군 초록색 유토피아라는 허상"과 함께 위대한 개츠비 작품을 다루는 가 하면, 가상의 동네 (서영동)를 이야기하는 한국 작가의 소설과 함께 사람들이 집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다루기도 한다. 경제와 문학을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
세계 경제사나 식민지 시기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
‘은행’이라는 개념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
단편적인 정보보다, 흐름 속에서 배우고 싶은 독자
세계 무역과 금융경제의 역사를 "문학사적 관점"으로 읽고 싶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