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여행으로 투자를 배웠다 - 어드벤처 인베스터 ‘트래블제이’의 투자 견문록
트래블제이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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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목이 [나는 세계 여행으로 투자를 배웠다] 인데, 읽어보면 정말 그 말 그대로다. 저자는 투자 공부를 책상 앞에서 안 했다. 차를 몰고 돌아다니면서 했다.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다. 무비자로 들어온 한국인이 카드로 차를 사는 건 거의 안 되는 일이라, 가지고 있던 카메라랑 렌즈를 5,000달러에 팔아서 7인승 중고 프리우스를 겨우 샀다. 겉은 멀쩡한데 속은 엉망인 차였다고 한다. 근데 그 낡은 차 덕분에 도둑도 없었고 국경에서 돈을 요구하는 직원도 없었다니 좀 웃기다. 이 차로 미국에서 남아메리카 끝까지 9만 킬로미터를 달렸다는 이야기는 웬만한 여행기보다 재밌다.








미국을 90일 동안 돌면서 본 얘기도 하나하나 구체적이다. 알디라는 마트에서는 30달러로 장을 한가득 봤고, 미니애폴리스 한인마트에서는 30만 원어치를 샀는데 사장님이 현지 스타일로 먹어야 돈이 덜 든다고 귀띔해줬다고 한다. 물가가 올랐다는 뉴스는 백 번 들어도 그냥 지나가는데, 이런 실제 체감한 이야기는 더 현실적으로 들리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는 차이나타운이 엄청 크고 카니발 퍼레이드가 세 시간 넘게 이어질 만큼 활기가 넘치는데, 같은 도시 거리에는 노숙자가 정말 많다. 집값, 따뜻한 날씨, 주마다 다른 지원 정책이 겹친 결과라고 한다. 특히 유니언 스퀘어 근처는 낮에는 텐트를 치거나 박스를 깔고 지내던 사람들이 밤이 되면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녀서, 운전하다가 창문이랑 문을 다 잠글 정도였다고 한다. 그 얘기를 읽고 나니 샌프란시스코 상가에 빈 가게가 많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눈보라. 이건 읽는 것만으로도 경각심이 생긴다. 영하 16도에 마실 물도 없는 도로에서 14시간 동안 갇혔고, 911에 전화가 걸린 건 스타링크 덕분이었다고 한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수많은 저궤도 위성으로 인터넷을 보내주는 서비스인데, 지상 기지국이나 광케이블이 닿지 않는 산속이나 바다, 외딴 도로에서도 신호가 잡히고 아주 멀리 떠 있는 기존 통신 위성보다 반응도 빠른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뉴스에서도 재난으로 통신이 끊긴 지역이나 전쟁터에서 쓰인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도시에서 한 시간만 벗어나도 인터넷이 거의 안 터지는 미국 도로 위에서, 눈보라에 갇힌 저자에게는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된 셈이다. 겨우 도시로 돌아와서 다시 간 곳이 맥도날드인데, 직원이 아침에도 왔던 사람이라며 일해볼 생각 없냐고 물었다는 장면에서는 웃음도 났다. 포장지 뜯을 힘도 없었다는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에도 차가 고장 나서 호텔에서 며칠을 보낸다. 이런 고생까지 솔직하게 써놔서 투자 얘기만 이어지는 책보다 훨씬 생생하고 재밌다.



투자 얘기는 이 여정 사이사이에 들어온다. 이름만 보면 안전해 보이는 미국 국채도, 세 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마이너스 80퍼센트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영서적만 탐독하는 사람들에게 관련 나라의 여행기나 인문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워런 버핏도 빼놓을 수 없다. 오마하에서 버핏의 집 근처까지 갔는데 가드가 주차도 못 하게 해서 먼발치에서만 보고 돌아섰다고 한다.







이 책은 여행기라고 하기엔 투자 얘기가 많고, 경제 책이라고 하기엔 여행 얘기가 너무 많다. 서점에서 어느 코너에 꽂아야 할지 애매한 책이다. 근데 나는 그 애매한 중간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동네 사람들이 돈 쓰는 모습이 보이고, 저자의 투자 성향도 같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남긴 투자견문이 가장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10년 동안 돌아다닌 나라들에서 느낀 것과 투자 얘기를, 직접 가보진 못해도 간접으로나마 같이 겪는 기분으로 읽었다. 관심 가는 나라가 나오면 그 부분부터 먼저 읽었는데, 다 읽고 제목을 다시 보니 "나는 세계 여행으로 투자를 배웠다"가 이 책 구성이랑 딱 맞았다.. 꽤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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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 좋아하세요? - 평범한 아침에 만나는 열한 번의 양자 수업 ㅣ 프린키피아 12
채드 오젤 지음, 하인해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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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라는 말은 좀 어렵게 들린다. 이과 머리를 가진 사람들끼리만 알아듣는 얘기가 아닌가 싶고, 양자물리에서 파동이니 확률이니 하는 단어가 나오면 읽을 마음부터 사라진다. 그런데 [양자물리 좋아하세요?]라는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양자물리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대개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동영상을 보지만, 그 과정에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설명한 원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원자가 빛을 흡수하고 내보낼 때 어떤 규칙이 있는지 궁금해서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유도 방출>을 설명했다. 들뜬 원자에 빛 하나가 부딪히면 똑같은 빛이 하나 더 나오는 현상이다. 이 원리로 40여 년 뒤인 1960년에 레이저가 만들어졌고, 레이저가 광섬유 통신에 쓰이면서 지금의 인터넷이 가능해졌다. 그러니 처음부터 인터넷을 만들려고 한 연구는 아니었다. 책에도 아인슈타인 본인은 이런 쓰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쓸모가 없어 보이는 연구가 수십 년 뒤에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된다.









레이저도 처음엔 어디에 쓸지 아무도 몰랐다. 만든 쪽 사람들조차 해결할 문제를 찾아야 하는 해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였으면 이게 어디에 쓰이냐고 먼저 물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통신도, 눈 수술도, 중력파 측정도 레이저로 한다. 그때 누가 이럴 줄 알았다면, 이 분야로 투자를 좀 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만 봐도 양자물리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가 많다. 책은 인터넷 얘기로 끝나지 않고 알람 시계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시간을 재는 방법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살펴보다가 스펙트럼선, 원자, 원자시계까지 간다. 매일 아침 나를 깨우는 알람이 원자랑 맞닿아 있다니, 신기하다.


[양자물리 좋아하세요?] 이 책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양자물리를 우리 생활과 연결해서 보여주는 책이라, 나처럼 꺼려졌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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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 - 20년 경력 요양보호사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하라카와 다이스케 지음, 서희경 옮김, 카치 데루히코 감수 / 소보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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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를 파킨슨병으로 보내드린 뒤로 치매라는 단어가 남 얘기 같지 않다. 유전이 되나 싶어서 자꾸 마음이 쓰이고, 엄마 나이를 한번 세어 보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주렴>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부모님이 치매에 걸릴 것만 같아서, 말도 안되는 이유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선택하게 된 것은, 작가가 딸에게 자신의 치매에 대한 걱정, 그리고 보살핌을 하게 된다면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 간접적으로나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더 고민하게 되는 내용이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고 200쪽 남짓에 글자도 큰 편이라 금방 읽는다. 근데 금방 읽히는 거랑 가볍게 읽히는 건 달랐다. 아빠가 딸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 딸 자리에 앉아 있다.






치매에 걸리기 전 증상이 거짓말이 늘고, 상대방을 의심한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고, 책에서는 이 부분, <거짓말>에 대한 내용도 빠지지 않고 다룬다. 없는 일을 있다고 우겨도 부정하지 말고 "아빠의 세계에 잠시나마 머물러 주면 어떨까?" 하고 아빠가 부탁한다. 이유가 담담하게 아픔을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어릴 때 그네 시합에서 져놓고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아봤다고 우기던 어린 딸에게, 아빠가 "우리 딸 대단한데" 하고 맞장구쳐 줬던 기억을 꺼내 놓는다. 설거지를 맡겨 달라는 부탁도 있다. 엉망으로 해놔도 고맙다고 말해 달라고 한다. 이건 지시가 아니라, 병들어 버린 미래의 아빠가 지금의 딸에게 미리 구하는 양해 같아서 읽는 내내 좀 슬펐다.



마치 어릴 적 아이때로 돌아가는 부모와 어른이 되어버린 딸의 역할이 바뀌어가는 뭐랄까. 좀 삶의 유한함,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족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 편지를 정말 딸이 읽는다면 어떤 마음일까. 울컥하는 건 당연하고, 한 줄 한 줄 조심해서 읽게 될 것 같다. 나중에 진짜 닥쳤을 때 이 문장들이 하나씩 떠오를 테니까. (나라면 끝까지 소리 내서 읽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약이나 시설 얘기에서는 너부터 편해지라고 한다. 죄책감 덜어 주려고 쓴 말인 줄 알면서도 읽는 쪽은 오히려 더 미안해진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설 장면에 나오는 사람들이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신입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회전초밥집에 모시고 가는 식이라, 읽다가 우리는 어떨까 싶어졌다. 찾아보니 현실은 좀 달랐다. KDI 보고서로는 요양보호사가 2023년 약 71만 명에서 2034년 80만 6천 명쯤을 정점으로 줄어든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더 나이 든 분이 돌보는 구조가 맞는 말이었다.



엄마가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얼굴일까, 그 생각만 계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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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1분 재활 - 근육의 연결과 움직임을 이해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최우영 지음 / 빅피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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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면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몰려서 10층이 넘는 계단을 매일 걸어 내려오는데, 그러고 나면 밤에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종아리 쥐가 날때는 어떤 마사지를 하면 좋은지를 알려준다. 물론 저자가 말했듯, 오래 앉아 있거나 하이힐 같은 뒤꿈치가 높은 신발을 자주 신으면 종아리 근육에 쥐가 많이 난다고는 하는데, 내 경험에서는 갑작스럽게 종아리 근육을 많이 쓸때 쥐가 자주 나는 것 같다.



[기적의 1분 재활]은 팔꿈치, 손목, 종아리, 턱처럼 일상에서 자주 아픈 부위를 나눠서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알려주는 책이다. 작가는 최우영이다.








연분홍 테두리에 민트색 일러스트라서 어떤 부위 통증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종아리는 비복근과 가자미근을 따로 그려 보여주고 사진도 같이 있어서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헷갈리지 않는다. 팔꿈치 편에는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2개 이상 해당하면 따라 해보라고 한다. 그 아래 '이럴 땐 꼭 병원에 방문해주세요' 표가 따로 있는데 이게 제일 좋았다. 통증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점점 심해지거나 물건을 자꾸 떨어뜨리면 병원에 가라는 식이다. 전문가가 정해둔 기준이라 내 통증이 따라 해도 되는 정도인지, 이미 넘어선 건지 가늠하기에 좋았다. 턱은 이를 살짝 물었을 때 볼록 튀어나오는 근육(교근)을 손가락으로 30~60초 누르면 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통증 범위가 평범한 편이라 다른 재활 책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고관절과 무릎 편에도 오금 통증은 없다. 원인 설명은 있긴 한데 짧다. 하이힐이나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 정도가 한두 문장이다. 계단을 내려오다 생기는 쥐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감이 안 왔다. 통계라도 있었으면 내 통증이 어디쯤인지 가늠했을 것 같다.



아플 때 펼쳐서 바로 따라 하기엔 편한 책이다. 그런데 아프다고 책을 펴는 사람이 진짜 궁금한 게 방법일까, 이유일까. 저자가 유튜브를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서 더 많은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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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뇌과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 줄 메타인지 사고법 ㅣ 프린키피아 13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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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이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말이 붙으면 이상하게 믿음이 더 간다. 같은 얘기를 심리학 용어로 들었으면 반신반의했을 텐데 말이다. [위험한 뇌과학] 첫머리에 나오는 실험이 딱 이런 얘기다. 2008년에 연구자 5명이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글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평가하게 했는데, 맞는 설명은 뇌 얘기가 붙든 말든 점수가 높았다. 그런데 똑같이 틀린 설명이어도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한 줄이 붙은 쪽은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위험한 뇌과학]은 프랑스 국민 신경과학자라 불리는 알베르 무케베르의 신작이다. 인지신경과학 박사이자 임상심리학자이고, 2019년 첫 책은 열두 개 언어로 번역됐다. 2024년에는 [Neuromania](우리말로 하면 '뇌 열풍')에서 뇌를 둘러싼 말들의 참과 거짓을 따졌는데, 이번 책도 같은 줄기인 것 같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진짜 나 얘기다. MBTI 같은 성격 검사를 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일 텐데, 저자는 <그 진짜 나라는 게 어딘가에 완성돼 있기는 하냐>고 되묻는다. 원래 말 많고 활발하던 사람이 회사에서 의견을 냈다가 오해받고, 앞장섰다가 일만 떠안고.. 그러다 조용해지는 경우가 있다. 원래 내향적이었던 걸까, 그렇게 사는 법을 배운 걸까. 둘 다 나일 텐데 어느 쪽이 진짜냐고 따지는 게 이상한 일일 수도 있다. 공감하는 말이다. 회사 안에서 가면을 쓰고 지내는 사람들을 나는 그간 경험으로 많이 봐 왔다.




MBTI 얘기는 읽으면서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나왔다. 1949년에 포러 교수가 별자리 운세 문장을 짜깁기해서 똑같은 결과지를 나눠줬는데, 학생들 거의 다 <딱 내 얘기>라며 손을 들었단다. 몇 줄만 읽어도 맞는 것 같더라니. 신경가소성(뇌가 경험에 따라 스스로 연결을 바꾸는 성질)도 비슷하다. 뇌가 평생 변한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근거로 <뇌를 새로 만들어드립니다> 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거다. 그렇다고 이 책이 뇌과학 전체를 깎아내리는 건 아니다.




요즘은 감정이든 성격이든 AI한테 분석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인간관계 고민은 꼭 AI한테 물어보는 것 같다. 그럴듯한 겉모습에 약하다는 우리 뇌가, AI의 매끈한 설명 앞에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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