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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평점 :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제1장의 중국 편이었다. 저자는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주변국과의 관계, 지리적 조건, 내부 구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방이 다 민감한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쪽에는 티베트와 위구르 같은 소수민족 문제, 남쪽에는 남아시아·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쟁 구도, 동쪽에는 대만과 일본, 한국을 향한 해양 갈등이 자리한다. 여기에 에너지 수송로의 취약성까지 더해지면서, 외부의 압력에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이 왜 늘 긴장 속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반면 미국은 여러 면에서 안정적인 기반 위에 서 있는 국가로 그려진다. 넓은 영토와 자원, 사방으로 넓게 열린 바다, 비교적 안정된 국경, 균형 잡힌 인구 분포와 내부 통합력.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미국이 세계 질서의 중심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여기에 민주주의 가치와 국제규범을 지키는 이미지 같은 비군사적 영향력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의 우위가 단순한 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 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물론 저자는 중국이 디지털 공급망, 정보전, 사이버전 등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책을 더욱 균형 있게 해주며, 미래의 세계 질서가 지금과 동일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한다.
이 책의 매력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리·욕망·전쟁·종교·자원 같은 힘의 구조로 세계사를 읽어내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익숙한 국가들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현재의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기준도 한층 깊어진다. 다만 지정학 중심의 서술이 많아 일부 장은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3장 <종교>부분의 인도와 파키스탄의 이야기는 신의 이름아래 벌어진 참혹한 분열을 이야기 한다. 인도(흰두교 다수)와 파키스탄(이슬람교 다수)는 원래 같은 뿌리를 가진 지역인데도 서로 강하게 대립해왔다. 이유는 아주 오래된 종교갈등 때문이라고 하는데, 무굴제국(이슬람 지배)시절, 흰두교 탄압이 심해져서 상처가 깊게 남았고, 이게 나중까지 이어진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종교가 달라서 싸운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과거에 폭력과 탄압이 있어서 그 감정이 누적된 것이다."
이후 영국이 등장하면서 "통일 인도"가 만들어지는데,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이 인도를 강제로 하나로 묶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애매하다. 힌두교와 이슬람 모두 지배당하면서 갈등이 잠시 멈춘듯해 보이지만 사실 감정은 그냥 억눌렸던 상태였고, 영국이 인도를 교육시킨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 폭발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는 "왜 우리가 식민 지배를 받아야 하나?" 라며 독립운동에 나선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교육을 시키다니, 피해자가 각성을 해서 저항하게 된 사례였다.
결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종교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긴 시간 누적된 역사적 상처의 결과임을 책은 보여준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 통치는 두 나라를 억지로 한데 묶어 놓으며 잠시 균형을 잡아준 듯 보였지만, 그 안에서는 더 깊은 갈등과 민족적 자각이 자라나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영국이 도입한 근대적 교육과 행정 체계가 인도인들에게 정치적 의식과 ‘독립해야 한다’는 확신을 불러일으켰다는 아이러니이다.
이 장을 읽고 나면, 세계사의 큰 흐름 뒤에는 언제나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이야기처럼, 지도 한 줄로 나뉜 국경 뒤에는 수백 년 이어진 갈등과 선택의 결과가 숨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종교 파트는 단순히 과거의 분쟁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세계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 말미에는 북한을 다룬 짧은 내용도 실려 있는데, 요즘 단거리 미사일·극초음속 미사일 시험과 같은 뉴스가 계속 나오다 보니 이 부분이 유독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보도가 사실은 더 넓은 세계 질서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을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된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현재 국제 관계가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그 배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재밌게 읽힐 것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