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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논점 2026-2027 - 미래 생존 시나리오
오마에 겐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 / 여의도책방 / 2026년 2월
평점 :


[일본의 논점]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일본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일본이라고 하면 저출산, 고령화 같은 단어부터 떠올렸다. 그래서 그런 내용이 중심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정치, 외교, 노동, 지역 소멸까지. 한 가지 주제보다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두고 논점을 이어가는 느낌이다. 일본 사회가 한 방향으로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균열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민 정책 부분에서는 저자의 입장이 꽤 분명하다.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쪽이다.
정말 그렇게까지 속도를 내야 할까.인구가 줄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는 숫자처럼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필요한 분야부터 조금씩 넓혀가는 방식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번에 크게 열었다가 생길 갈등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 생각이 계속 남았다.

읽는 동안 자꾸 한국이 떠올랐다. 일본 얘기인데 낯설지가 않았다.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우리가 비슷한 길을 따라가고 있지 않은가.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그렇다. 그래서 더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다문화 정책 부분에서는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한국도 이미 여러 갈등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 문제나 주거 갈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론이 크게 움직인다. 조선족을 포함한 일부 중국 국적자 관련 정책은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상호주의’라는 말이 등장하지만, 그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선명하지 않다. 솔직히 한국의 땅은 중국인이 구입가능하지만, 중국땅은 한국인이 구입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다문화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국민이 역차별을 느끼는 순간이 생긴다면, 그건 분명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열어야 하는지,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상호주의에 입각한 자국민 이익을 봐야 하는 건 확실하다.

도쿄 출산율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젊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도시가 출산율이 오히려 가장 낮다는 점. 이 부분도 한국과 닮아 있다. 아이를 낳는 일이 ‘경제적 합리성’의 문제로 설명되는 부분에서 공감이 간다. 실제 경제적 여건이 있는 사람은 결혼과 출산에서 조금은 더 여유로운 게 사실이다. 출산은 현실적인 부담이 크니까.
매칭 앱 이야기도 비슷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을 미룬다는 설명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술이 문제인지, 아니면 이미 결혼을 미루는 분위기가 먼저였는지. 선후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호적 폐지 제안은 꽤 강하게 다가왔다. 혼외자 차별 철폐, 세제 개편, 과감한 이민 확대까지 한 번에 제시한다. 일본이 더 보수적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급진적이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 오마에 겐이치의 생각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뿌리부터 다시 만들자는 선언이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호적 같은 제도까지 없애자고 하는 걸 보면, 변화만이 살길이다 라고 외치는 것 같다.

2부에서는 저자의 생각이 더 또렷해진다. 유럽과 미국에서 극우 정치가 확산되는 흐름을 언급하면서도, 일본은 오히려 더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민을 인권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본다.
이 문장은 공감할 수 없었다, 인구와 인재는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일까 싶었다. 준비 없이 열었을 때의 부담은 어디에 놓아야 할까. 실제 가장 많은 이민자를 수용하던 스웨덴은 "이민정책의 완전실패"를 체감하며, 가장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을 펴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으며, 시리아 난민을 가장 많이 받은 독일의 경우도 이민자와 원주민 사이 종교적 갈등 차이로 문제가 심화되었다. 그래서 2026년부터 독일은 망명절차를 더 까다롭게 보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만 봐도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일본의 문제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이민 정책까지. 한국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한국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일본과 닮아 있는 한국이라는 점에서, 음… 한 번쯤 읽어볼 필요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