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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MBTI -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도시의 성향
장기민.변병설 지음 / 미문사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도시는 성격을 가질 수 있을까. 처음엔 솔직히 조금 장난처럼 들렸다. 도시와 MBTI라니. 그런데 [도시의 MBTI]를 몇 장 읽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도시를 하나의 사람처럼 바라보는 순간, 딱딱하던 도시 계획이 조금은 살아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처럼 읽히고, 공간은 그 도시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처럼 보였다.
서울 은평뉴타운을 ISFP로 설명한 대목이 특히 흥미로웠다. 예전에 그 근처를 지나가며 “생각보다 조용하다”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번잡하기보다는 차분했고, 아파트 단지 사이로 녹지가 꽤 넉넉했다. 책에서 말하는 소셜 믹스나 높은 녹지 비율 이야기를 읽으니 그때의 분위기가 조금 이해됐다. 분양과 임대를 한 단지에 섞어 둔 선택은, 단순히 정책적 실험이라기보다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처럼 보였다. 완성된 도시라기보다는,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은 공간. 그래서인지 오히려 숨이 붙어 있는 느낌이 든다.
싱가포르는 ESTJ 유형으로 제시된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꽤 고개가 끄덕여졌다. 몇 해 전 여행을 갔을 때, 도시가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깨끗하고 효율적이고, 어딘가 빈틈이 없다. 환경 정책이나 스마트 국가 전략에 구체적인 수치와 기한이 제시된다는 설명을 보며 “아, 그래서 그렇게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약간 숨이 막히는 느낌도 받았다. 대신 결과는 분명하다. 이 도시는 목표를 세우면 끝까지 밀어붙일 힘이 있다.
핀란드 오울루는 INFJ에 가깝다고 한다. 화려한 도시 이미지는 아니지만, 교육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성향이 드러난다. 성적보다 성장,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한다는 설명을 읽으며 조금 부러웠다. 우리 사회에서는 속도가 먼저 언급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도시 전체가 아이와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라는 대목에서는 잠시 멈춰 읽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 오래 갈 것 같은 도시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장점은 감성적인 비유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현은 부드럽지만, 정책과 수치가 곁들여져 있어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다만 모든 도시가 MBTI 틀에 꼭 들어맞는지는 조금 의문이 남는다. 사람도 한 유형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듯, 도시도 그보다 복잡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비교가 쉬워지고, 각 도시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가 또렷했기 때문이다. 사람 중심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나는 아마도 포용과 질서, 그리고 신뢰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쪽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정답은 없겠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내가 사는 도시는 어떤 성격일지 생각해봤다. 막상 떠올려보니 단순한 유형 하나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를 굳이 MBTI로 비유하자면, 나는 ESTP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서울을 바로 옆에 두고도 끊임없이 확장하고 실험하며, 신도시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추진력은 확실히 행동 중심적이다. 다소 산만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만큼 현실 감각이 뛰어나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시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한 도시 안에도 여러 성향이 겹쳐 있고, 그 복잡함이 오히려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