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인 - 신경과학자가 밝혀낸 운명의 신호
타라 스와트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평점 :

타라 스와트의 [사인]을 읽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생각에 잠겼다.
하루 종일 같은 숫자가 눈에 밟히는 날이 있다. 시계를 봤는데 3시 33분, 복권을 자동으로 구매했는데 3조, 엘리베이터도 3에서 멈춘다. 평소에는 스쳐 지나갈 장면들인데,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
서점에서도 비슷한 순간을 겪는다. 전혀 계획에 없던 책 한 권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특별할 것 없는 표지인데 이상하게 손이 간다. 무심코 펼친 페이지에 지금 내 상황과 닿는 문장이 있다. 우연이라 말하면 그만이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사인] 바로 이런 경험에서 출발한다. 저자 타라 스와트는 삶에서 의미를 부여해온 순간들을 신경과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출판사 소개글처럼 신경과학과 정신의학 두 분야에서 모두 박사학위를 보유한 드문 연구자다.
그녀의 설명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이상하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느끼는 일들이 꼭 미신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뇌가 이미 알고 있던 정보와 감각을 조용히 모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하나로 연결해 보여주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녀는 인지과학과 의식에 대한 이론을 끌어오고, 임사체험과 임종 명료 현상 같은 사례도 함께 다룬다. 예를 들어, 임사체험을 연구한 그레이슨 박사의 보고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만났다고 증언하며, 그 경험이 위로와 안심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치매나 심각한 뇌 손상을 겪던 환자가 사망 직전 갑자기 또렷한 의식을 회복하는 ‘임종 명료 현상’에 대한 한국 내 연구 사례도 소개된다. 아직 충분히 밝혀졌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저자는 이런 현상들을 통해 의식과 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한다.
page.90
입면기란 깨어있는 상태와 잠든 상태의 과도기적 의식 상태로, 잠재의식이 쉽게 영향을 받는 인지적 변화가 특징이며,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환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문헌에 따르면, 72~77퍼센트의 사람들이 이 상태를 경험한다. 그 결과 우리의 꿈은 우리가 밤에 마지막으로 보거나 들은 것에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과학자라는 사실이 책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통 직감이라고 하면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녀는 둘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가 어디에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신호도, 관심이 향하는 순간 더 또렷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슬픔과 상실을 다루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한 인터뷰에서 남편을 잃은 뒤 로빈이라는 새가 반복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존재를 하나의 신호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것을 남편의 환생의 증거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징이 어떻게 슬픔을 견디게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위로에서 시작된 경험이 삶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저자는 상징과 직감이 개인의 선택과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인]은,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일깨워주는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묻고 싶어질 것이다.
책은 답을 정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쉽게 “그건 우연이야”라고 말해왔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어쩌면 우연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두었던, 실은 내 마음이 간절히 보내고 있었던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