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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AI, 공간 컴퓨팅 - 애플·구글·메타가 사활을 건 2035 공간 기술 패권 시나리오
최형욱.전진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넥스트 AI 공간 컴퓨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기술이 이제 화면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디지털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안에서 작동한다. 검색을 하거나 지도를 보거나 정보를 확인하는 일도 결국 작은 화면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공간 컴퓨팅은 현실 공간 위에 정보가 겹쳐지는 형태로 기술이 사용된다는 것이 다르다. 읽다 보니 기술을 소개하기보다 앞으로 어떤 세상을 살게 될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에서 설명하는 여러 기술 가운데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디지털 트윈이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대상이나 공간을 가상 공간에 실시간으로 복제해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 상황까지 예측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IoT 센서와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되면서 이 기술은 계속 데이터를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의 공장 설비나 도시 시설 같은 것들이 가상 공간에서도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니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공장 설비의 온도나 진동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고장을 미리 예측한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기술이 점점 더 실제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된다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꽤 현실적인 기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AI와 관련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AI라고 하면 보통 질문에 답을 하거나 글을 만들어 주는 기술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책에서는 AI가 앞으로 ‘월드 모델’이라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월드 모델은 AI가 세상의 물리적 법칙이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또 하나 눈에 들어왔던 것은 멀티모달 AI였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같은 다양한 정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은 보통 여러 감각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데, AI도 점점 그런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스마트글래스와 결합하면, AI가 사용자의 위치나 시선, 주변 상황을 알아보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 알려주는 비서처럼 움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구글이 이 분야에서 어떤 시도를 해 왔는지도 소개한다. 구글 글래스나 프로젝트 탱고, 카드보드, 데이드림 같은 프로젝트들이 그 예라고 한다. 구글 글래스부터 프로젝트 탱고까지, 그 이름만으로도 거대한 기업조차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며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수년 동안 반복해 왔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상상이 많이 되었던 부분은 스마트글래스와 AI 비서가 결합된 장면들이었다. 길을 걷다가 모르는 건물을 보면 바로 설명이 나오고, 해외여행에서는 번역과 길 안내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쇼핑을 할 때는 제품 정보나 평점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식이다. 이런 장면들을 읽다 보니 예전에 영화에서 보던 미래 기술이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간 컴퓨팅이 가져올 그럴듯한 경험들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게 진짜 삶의 모습들을 밀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미 영화 개봉관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하나의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화면으로 보는 일이 더 익숙해지고 있다. 관객의 반응을 살피던 극장 직원들, 영사실에서 영화를 틀어 주던 사람들처럼 그 공간을 지키던 일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만약 앞으로 AI가 시선을 공유하고 가상의 화면을 눈앞에 띄워 주는 세상이 온다면, 영화관이라는 장소뿐 아니라 그곳에서 만들어지던 사람 사이의 분위기와 기억들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다른 생각도 든다. 이런 기술이 실제 생활에 들어온다면 생활 방식도 꽤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직접 검색하거나 정보를 찾아본다. 그런데 앞으로는 AI가 먼저 정보를 보여주는 상황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사람의 기억 방식이나 판단 방식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편리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에 관련된 직종도 사라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내용이 중심이지만, 기술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니었다. 공간 컴퓨팅이 생활이나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읽다 보니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낯선 기술이었지만 어느 순간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 이야기되는 공간 컴퓨팅 기술도 언젠가는 스마트폰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에 들어오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