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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설연휴를 지내고 처음맞는 주말 앞에 지인의 부음을 들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남은 우리로서는 우왕좌왕하며 이러쿵저러쿵 자신들의 생각을 보탠 뒷말들을 떠들어대지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절망스럽게 했는지, 그래서 그는 지금 가장 편한 상태인지...
가장 아름다운 죽음의 한 형태로 자살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막연하게도 나는 어쩌면 자살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언뜻언뜻하게 된다. 카톨릭신자이며, 한 아이의 엄마로서는 너무도 불경스러운 생각이지만, 장 아메리의 책 제목처럼 <자유 죽음>을 꿈꾸는 것이다. 단지 죽음조차도 내 뜻대로 하고픈 오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게 들려온 지인의 소식은 의외였다. 무엇보다 무릎이 떨렸다. 그리고 무서웠다. 죽음의 그림자가 마치 나를 뒤덮는 것처럼 무서웠다. 왜 그렇게 가버렸을까.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생각조차 못할만큼 절망했을까. 그리고 마지막 순간엔 '드디어..'라고 생각했을까... 이유야 어떻든 그가 이제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정말 편안하길....
지은이 김운하 역시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연이어 부모님을 떠나보냈고, 먹고 산다는 것이 말그대로 막막한 때였다. 그때 그를 붙들었던 것은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누구에게나 삶은 녹녹치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란 존재 모두가 삶을 어렵게 여기는 것인지, 같은 인간종 중에서도 유독 예민한 일부'류'가 있어 그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줏어듣기에 모두가 다 녹녹한 삶을 살지 않는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스무살무렵 어린 나이에 죽음으로부터 지은이를 구한 것은 할머니의 목소리였지만, 그 후로 지은이를 붙든 것은 '책'이였다. 사는게 뭔가 싶은 고독과 우울속에서 집어드는 책은 몽테뉴의 <수상록>이며, 지금도 그의 잠자리에는 몽테뉴가 함께 한다고. 나의 지인이 몽테뉴를 읽었더라면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했을까....
제주도 여행으로 시작하는 지은이의 고백은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그다지 듣고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내 삶이 이미 충분히 버거우므로 다른사람의 힘든 인생사는 듣지않아도 알 것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때문에 살기힘들었다는 푸념쯤은 그냥 넘기고 싶었다. 그렇게 대충 읽기 시작한 책이 두번째 챕터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며 결결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서평 서적을 읽으며 그들이 권하는 고전 중 하나가 늘 오이디푸스 였건만,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귓등으로라도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였건만, 나는 아직 <오이디푸스 왕>을 읽지않았으며 읽고싶은 충동을 느낀 일도 없다. 그런데 지금 당장 오이디푸스를 읽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다급한 마음이 되버린 것이다. 내가 알고있는 나는 진정 '나' 인가. 내가 나로 규정하는 '나'라는 자의 정체는 진실인가...
새삼 살기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묘하게도 지인의 죽음과 이 책을 읽는 시점이 만나 하게 된 생각이지만, 한때 죽음을 생각했었다는 지은이의 고백으로 그런생각이 더 강해진다. 책을 읽지 않으면서도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도저히 책을 읽지않으면 살 수 없는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이리라. 바로 내가 그런 한 사람이기도 하고.
처음 계획했던 책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초고와 달리 도스토예프스키와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이야기가 빠졌다는데, 후속편으로라도 나왔으면 싶다. 그렇고 그런 서평서 한권이라고 생각했던 이 책은 살기위해 책을 읽는 나에게 무엇을 읽어야할지, 어떻게 살아야는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