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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심리 카페 - 온 국민 멘붕 방지 고민 상담소
김현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정신과 전문의인 지은이 김현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MBC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통해서다. 일주일에 한번 정해진 시간에 대구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상담남녀의 고민을 듣곤 했는데, 아닌듯 맞는듯 독특한 대구 사투리와 기분 좋아지는 웃음소리 덕분에 상담 사연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듣곤 했다. 그런데 책으로 김현철의 심리카페를 읽고 보니, 그때 내 귀를 끌었던 것은 어색한 사투리나 웃음 소리가 아닌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김현철의 배려에 있었음을 알것 같다.
무작정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끄집어내고 해결하는데에 귀를 기울이며 내담자 내면의 힘을 믿는 상담사와 달리 정신과 의사는 치료적 관점과 문제해결에 중심을 둘 것이라는 기대가 김현철의 상담장면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느낌을 라디오에 이어 이 책에서도 받았던 것이다.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정신과적 전문어를 풀어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힘든것이라고 설명해주는 그 배려가 김현철의 상담에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이유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은이의 배려가 지나치게 폭이넓었던 것인지 사연들을 읽는데 도대체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컴퓨터를 끄기 전 반드시 흔적을 지워야만 마음이 놓인다던가, 사주를 좋아하는 것이 정상이냐는 질문에서, 엄마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대학을 가야하느냐, 직장에서의 뒷담화에 동참해야 하느냐 하는 식의 아직 덜 자란 성인들의 질문 투성이 였는데, 도대체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 노릇을 하려면 내담자의 어리광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상담이 필요한 정신과적 문제들이란 것은 내면이 덜 자란 성인들이 겪는 위기가 아닐까. 사회가 발달하고 분업화 될 수록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한 우리가 돈벌이에 필요한 지식 이외의 지혜를 등한시 한 결과가 정신과적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상담이 필요한 정신적 문제들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아주 소소한 문제들로 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좀 더 폭넓게, 혹은 좀 더 편안하게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와의 관계를 먼저 무난하게 해야할 것이고, 그다음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빈약한 내면끼리의 만남은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한 충돌로 상처를 입는 것은 그 자신뿐만은 아닌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사는데 적당한 지혜가 돈벌이를 위한 지식보다 먼저 충족될 때 내면의 고통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지은이 김현철은 어디서고 어떤 정치색도 드러낸 적이 없는데, 김어준이라는 코드와 '온국민 멘붕 방지'라는 부제가 만나 나는 이 책이 많은 국민이 동시에 느끼는 불안이거나 불만 혹은 불편에 대한 고민을 담고있는 책이라는 섯부른 판단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러한 것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주 일반적이며 어떻게 보면 고민이랄 것 까지도 없는 고민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에 실린 우리들의 문제는 너무 소소하고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여겨져 슬프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일로 보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삶의 의미조차 희박해지는 고민일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이토록 우리는 연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싶어 슬픈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보다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 책 5장의 제목처럼 눈치 보지 않고 단호하게 살 권리를 온 몸으로, 온 정신으로 깨닫아야 할 것이다.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이타카 중 한 구절로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마무리하련다.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