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철학하다 - 삶은 어떻게 글이 되고, 글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남훈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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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부터 이어져 내려온 철학은 어떤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정의 내리고, 그것에 대한 태도나 실천 방법을 결정하는 학문이다. 우리의 삶(죽음),인간다움, 도덕 등 안과 밖에서 우리를 둘러싸고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서 ‘잘 살게‘ 이끈다.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정리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 글쓰기와 비슷하다.
작가는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것을 보도록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글쓰기를철학하다(#지음미디어 출판)을 쓴 #이남훈 작가도 보통의 철학에서 살짝 시선을 틀어 글쓰기의 철학을 건져 올렸다.

해석, 존재, 타자, 성장, 회의, 저항, 해체 등 다양한 키워드를 하이데거, 사르트르, 프로스트, 마루야마 겐지 등 다양한 철학자, 작가의 이론을 들려주며 글쓰기에 대입한다.

예를 들어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라는 니체의 말에서 당신의 글이 당신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고정관념을 부수고 편견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는 것인데, 기존의 자신의 생각과 다름에서 오는 혼돈을 받아들여 기꺼이 자신을 파괴하고 받아들이고를 반복함으로 글쓰기의 지평을 넓히라고, 그러면 당신의 글이 당신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25년을 전업으로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해 궁리한 것들을 빼곡하게 책에 풀어놓았다.

저자의 글쓰기 철학이 기존의 철학과 같으면서도 조금 달라보였던 것은, 작가 안이 아니라 작가 밖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글은 쓰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안을 풍부한 소재와 단어, 다채로운 시각으로 채우는 것 말고는 나머지는 전부 독자를 위해 버리고 비운다.

강압적인 표현은 삼가고, 어려운(현재 사용되지 않는)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신조어를 남발하지 않으며, 리듬감을 살리고, 수미쌍관의 형식을 갖춰보라는 등의 조언은 모두 독자를 위한 배려였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도 사람 사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로 사람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좀 더 나은 답이 있다는 것이 철학(삶)과 글의 공통점인 것 같다.

저자의 철학은 본보기이자 예시이다.
자신의 글쓰기에 대하여 궁리하다보면 자신만의 답이 보일 것이다. 자신만의 글쓰기 철학말이다.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는 것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지만, 원래 글을 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과정이었다.

무작정 많이 쓰기만 해서는 늘지 않는다.
이제야 비로소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작가들에게 다정한 응원과 격려로 두려움과 걱정보다 조금 더 많은 용기를 주는 책이다.

나만의 정의, 그에 따른 실천방법과 태도인 철학.
개똥철학일지라도 나만의 글쓰기 철학이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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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는 없다 - 내일을 바꾸는 똑똑한 선택은 있다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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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원하는 것을 모두 손안에 넣는 것일까.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쉬운 세상에 살고있다. 눈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사방 팔방이 온통 광고이다. 휴대폰 속에도 SNS 인플루언서가 비밀이라며 ‘애정템’을 공개한다.
결제도 얼마나 간편한가. 클릭 세번 안쪽으로 구매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한가? 좋은 물건을 구입했을때의 기쁨은 아주 잠시이다. 또 신상이 나오고 다른 사람은 더 좋고 비싼 것을 샀단다. 끝없는 고리, 남는 것은 헛헛한 마음과 ‘텅장’뿐이다.

이런 무분별한 소비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않다. 좋은 것을 보면 갖고 싶은 것이 당연하니까. 클릭 몇번하면 심지어 내일 받아볼 수 있다니 참을 수 없다.
나혼자에게만, ‘텅장’에게만 데미지를 준다고 생각해서 고치지 않아도 크게 문제없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착한소비는없다 (#최원형 지음 #블랙피쉬 출판)은 이런 소비가 자기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나아가 세계, 지구에게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나비의 날갯짓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가 소비를 끊을 수 없게하는 강력한 도파민, 배송에서만 봐도 우리의 클릭너머에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일단 ‘내일 도착 보장’이나 ‘새벽 배송’은 수많은 배송기사들의 야간, 밤샘작업을 야기한다.
밤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길 원하지만 ‘갑’인 회사는 ‘을’인 기사들에게 노동을 강요한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수면부족, 긴 근로시간으로 인한 다양한 사고들을 뉴스에서 자주 봣을 것이다.

포장은 어떠한가. 배송된 상품의 상태에 민감한 고객들에 맞춰 비닐, 뽁뽁이, 종이박스, 스티로폼 등 여러겹 포장되어서 온다. 이런 것들을 수거해 재활용 하겠다고 하나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싸다면 매립 또는 소각이 된다.
땅, 지하수, 공기 모든 것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신선식품 배송으로 인한 얼음팩 사용량 증가도 마찬가지. 한 해에 약 5억개의 얼음팩이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고흡수성 폴리머를 충전재로 사용한 얼음팩이 그중 40퍼센트를 차지한다. 물과 전분을 사용한 친환경 얼음팩을 사용하도록 분담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얼음팩 사용량 자체가 늘어서 여전히 환경에 미치는 문제는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는 바다까지 나아간다.
대량으로 우리나라에 물품이 들어오기 위해 오대양 곳곳에 화물선들이 24시간 떠있다. 그 크기에 걸맞게 연료통도 커서 한번 유출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바다 오염을 야기한다(이것은 뉴스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게 무분별한 ‘구매’버튼을 눌렀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소비가 노동 착취와 같은 사회문제, 각종 환경오염문제로 전세계, 지구로 까지 나아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쉽게 소비하고픈 생각이 드는가?

5년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저력이 이제부터 발휘된다.
소비와 환경문제를 연관짓는 것으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하고 생각하게 한다.
한달에 한번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만들기, 일주일에 한번 고기 먹지않기, 세탁과 탈수 시간 줄이기, 외식 때 기존반찬 미리 빼달라고 하기, 비닐봉지 등 일회용푼 사용 줄이기, 텀블러, 에코백 사용하기, 중고물품 이용하기 처럼 나 스스로가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도 신경써야할 것들이 있다. 요즘 핫한 AI가 질문을 처리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사용량, 탄소배출량, 물소비량이 어마어마하단다. 곧 전세계 전력 수요 4.4퍼센트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뛰어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지혜임을 깨닫고 무분별한 발전을 지양하는 세계적인 협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실감나지 않는 거대한 문제들을 우리의 사소한 실천으로 고쳐나갈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가지려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하나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 내려놓는 행위에서 얻는 비움의 미학.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고요한 내면을 가짐으로 행복해지는것. 개인의 절대적인 행복이 사회와 지구의 행복으로 나아간다.

이 책의 내용이 다 와닿지 않아도 문제해결의 시작은 문제의 인식이라지 않나. 소비의 순간에 물음표하나 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물음표부터 느낌표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는 다정하고 똑똑한 환경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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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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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동물이다(#열린책들 출판)

제목부터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 않나.
이 당연한 말을 하는데 책이 이렇게 두껍다고?
겁이 나지만 찬찬히 읽어보았다.

유전학, 생화학 등 다양한 생명과학적 지식으로 인해 우리는 인간 스스로를 ‘동물 + 무언가’로 정의한다.
동물이긴 하나 동물과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동물로 여기는 것은 실은 과학이 이토록 발전하기 전부터 이미 동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마 인간은 윤리적으로 완벽한 모습의 이상형, 그 도달할 수 없는 이상형과 동떨어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인간보다 위계가 낮은 것 같은 동물로 보이게 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동물이다>의 저자 #마르쿠스가브리엘 은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기정 사실로,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관점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동물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xxx이다’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닌데 스스로 한계를 그어버리는 것은 인간 본질에서 멀어지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물은 자연 속에서 주어진 역할(먹이사슬 내 위치, 생태계 유지 등)을 수행하며 살아가기만 할 뿐이지만, 인간은 단순히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넘어 자연과 별개로 자신을 정의하려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지구의 자연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당 받지 못했다. 생태계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난지 오래이고, 유일하게 지구 온난화등의 환경 문제를 유발하여 오히려 자연을 위협하는 존재이다.

불로불사와 같은 굴레를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의 특징이 거대한 자연을 작동시키는 하나의 부품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동물과 존재 이유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러니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문장을 다시 생각해 볼 수 밖에.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벗어난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며 무분별한 발전을 해온 결과가 환경오염 같은 유일무이한 악행을 불러일으킨 것이니까.

적절한 밸런스,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된 예외적 존재로 세우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왜 자연의 순환에 딱 맞아떨어지는 존재가 아닌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받아들여야 한다.
문명의 발전으로 초고도의 과학적 지식들을 깨달아 세상을 알아가고 있지만 절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인간 이외의 존재를 완벽히 제어하고 통제하겠다는, 수단과 자원으로 여기지 않는 윤리가 피어난다.
윤리, 도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생명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윤리다. 다른 생명체 고유의 존재 방식과 이유, 무엇인가에 대해 절대로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타자성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윤리이다.
인간 내에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외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윤리를 말하는 것이 새로웠다.

이렇게 <인간은 동물이다>는 다 알 수 없음으로부터 오는 윤리, ‘무지의 윤리’라는 이름의 겸손으로 세상을 진리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며,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으로 미지를 기꺼이 판단해야하는 책임을 부여받은 존재가 인간임을 말하고 있다.

이 몇백쪽짜리 책 하나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무슨 온 세계의 진리를 안다고,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다르다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있었고 겸손해야하며, 다른 생명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수많은 물음표가 끝없이 떠오르지만 책을 덮을 때 느낌표 하나가 확실히 남는다.
읽는 보람이 넘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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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북
팀 에디테라 지음 / 임팩터(impacter)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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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 대해 기록하여 남겨두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하루가 사는게 거지같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 못하는 울분을 토하고픈 마음이 매순간 들 것이다.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 막상 써보기 시작하면 페이지가 모자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를 꺼내려는 용기와 도움이 필요하다.
‘나’에 대한 것은 꽁꽁 감춰두고 감정 기복을 드러내지마라 자신을 죽여라를 강요받는 세상에서 살아가는지라 막상 펜을 들어도 한 글자 적기 어렵다.

#메멘토북 (#임팩터 출판)은 바로 자신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의 시작이자 친절한 도우미이다.

<메멘토북>은 읽고 배우고 깨닫는 책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쓰고, 쓰면서 깨닫고, 그 깨달음에서 배우고 더 나아가는 책. 자신이 저자이면서 동시에 독자인 책이다.

메멘토 메이 Memento Mei, 메멘토 디엠 Memento Diem으로 나누어서 나mei , 그날diem 에 대해 생각해보고 써볼 수 있는 질문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넓은 백지공간이 있다. 그 아래를 채우면 된다. 물론 한번에 다 채울 필요는 없다. 간략하게 쓰는 것으로 시작하고 남겨두었다가 다음에 이 질문을 만나게 되면, 과거의 내가 남겼던 기록이 또 다른 생각들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여러번에 걸쳐 공간을 채워 나가면 된다.

질문도 차례대로 할 필요없고, 무조건 답을 적지 않아도 된다. 내 스스로의 생각을 가볍게 꺼내고 부담없이 적을 수 있는 그 시작을 도와주는 마중물 같은 질문들이니 적고싶다! 싶은 질문들에서만 멈추면 된다.

하고싶은 것만 간략히 하는 것이 무엇이 도움이 되겠냐 싶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것에 생각이 많은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펼치자마자 이 질문은 할말이 있다며 적어내려가는 것들이 나의 관심사인 것이다.

그렇게 내가 관심있는 것들을 알아가고, 다음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곰곰히 생각하고 짧게나마 글로 남겨보는 경험은 달리기를 하고 난 뒤 계속 몸이 지방을 태우듯이 계속해서 나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기록하게 한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심화된다.
쓸 것이 없고, 넘겨버리고 싶던 질문들에 쓰고 싶은, 말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그것들을 발판삼아 가다듬다 보면 생각이 깊어지고 그렇게 나 스스로와, 이 세상과, 하루하루와의 연결이 끈끈해진다.

나와 친해지고 나서 맞이하는 하루하루와 그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재미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나도 책을 읽으면서 기록하고, 일기라고 부르기 미안할 수준의 일기(미안)을 쓰고 있지만 내가 하는 기록의 부족한 점은 쓰고 나서 다시 볼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서기록은 같은 책을 또 읽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지 않을까(아닌가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일기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더라 찾아보지 않는이상 어렵다.

하지만 메멘토 북은 수많은 여백들이 부담없이 펼치게 한다. 스르륵 넘기다 내가 남긴 글들이 보이면 분명 다시 읽게 된다. 내가 남긴 기록에 보충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나 스스로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오래 걸려도 좋다. 기록을 남겼던 질문만 다시봐도 좋다.
그것마저 기록과, 나 스스로와 친해지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한해를 시작하며 다양한 목표를 다짐하지만, 가장 우선시 되어야할 중요한 목표는 ‘나를 아는 것’이 아닐까.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타입인지 등 세밀한 경우들의 나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들을 이용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짠다면 앞으로의 꿈을 더 달성하기 쉬워지지 않을까.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와의 대화를 기꺼이, 조잘조잘 수다스럽게 즐겁게 나누면 좋겠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이라지만 나와의 대화에서는 아니다.

자기의 대나무숲이 기꺼이 되어주는 순간, 매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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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그녕 marmmo fiction
류현재 지음 / 마름모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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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소녀. 빼그녕.
그녀가 벗어나고 싶어하는 백송리는 백 씨와 송 씨가 윗마을 아랫마을에 모여살고 있는 작은 마을로 마을 중심에 있는 배밭에사 배꽃이 화사하게 피는 아름다운 곳이다.
두 성씨가 나뉘어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수확하고 남은 배를 모두가 양껏 주워가기도 하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그건 축하할 일이라며 함께 기쁜 마음으로 술잔을 부딪힌다.
정이 있고 순박하다.

하지만, 이 정과 순박함은 너무나 쉽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공부를 잘했던 면장네 아들 ‘법대생’이 어느 날 한쪽팔을 잃고 ‘춘입’이라는 여성을 데리고 귀향하자 그의 오른손을 잡아먹은 사람이 춘입이라고, 그렇게 심보다 사악하니 아기도 생기지 않는 거라며 단순히 흉이라기에는 도가 지나친 마녀사냥을 너무나 쉽게 일삼는다.

그 집의 어른들이 춘입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것도 작은 해프닝처럼 만드는 큰 일이 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인 박정희 정권을 대표하는 단어 ‘간첩’, ‘빨갱이’가 이 마을에 흘러 들어오는 것이다. 도시에서 춘입은 다니던 공장에 노조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것이 찍혀 빨갱이로 낙인찍히고, 그녀를 자기아들에게서 떼어놓으려 의도적으로 접근시킨 ‘샘 아저씨’가 간첩으로 몰려서 대대적인 수사를 받는다.

자신의 동생과도 같았던 송아지 ‘프랑크’의 죽음, 법대생의 부모님의 독살도 그 ‘반공’사건들과 맞물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빼그녕의 놀라운 기억력이다.

이 기억력으로 마을 어른들이 묻어두려 했던 치부들을 드러내고 춘입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원하면 언제든, 얼마든 마음 편히 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다른 것들 다 제쳐두고 오로지 옳고 그름, 윤리적 관점으로 봤을 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무서워하면서도 당당히 말하는 어린 소녀 ‘빼그녕’을 보다 보면 양심이 아파진다.

유신헌법의 부조리했던 시대상을 그렸다고 생각하기에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는 지금도 여전하다.

병적인 악의가 없어도 연대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쉽게 배척하고, 너무나 평범하게 폭력이 자행되며, 여전히 노동운동이나 이념대립은 광화문만 나가보면 매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주제가 매우 무겁고 다크하다. 하지만 천재 소녀와 순진하고 익숙한 송백리 사람들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배꽃향과 조청이 되어가는 배 낙과의 달콤함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볍게 한다. 그로 인해 읽는 독자들의 부담감을 줄이고 뇌를 편안하게 한다.

그래서 지치지 않은 마음과 정신으로 이 무해함을 관통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나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의 물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옳고 그름에 대한 묵직한 질문과 답들은 기존의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할 것이다.

무색무취이던 세상이 조금 더 다채로운 세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비록 그 색상이 모두 아름다운 색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삶이라는 확신이 이 책에서 전해진다.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색으로 칠해진 부분을 피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 마주하고, 그로 인해 다시 아름다운 색으로 칠할 수 있도록 행동할 용기가 나에게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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