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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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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동물이다(#열린책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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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 않나.
이 당연한 말을 하는데 책이 이렇게 두껍다고?
겁이 나지만 찬찬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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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 생화학 등 다양한 생명과학적 지식으로 인해 우리는 인간 스스로를 ‘동물 + 무언가’로 정의한다.
동물이긴 하나 동물과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동물로 여기는 것은 실은 과학이 이토록 발전하기 전부터 이미 동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마 인간은 윤리적으로 완벽한 모습의 이상형, 그 도달할 수 없는 이상형과 동떨어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인간보다 위계가 낮은 것 같은 동물로 보이게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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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의 저자 #마르쿠스가브리엘 은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기정 사실로,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관점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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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동물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xxx이다’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닌데 스스로 한계를 그어버리는 것은 인간 본질에서 멀어지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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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자연 속에서 주어진 역할(먹이사슬 내 위치, 생태계 유지 등)을 수행하며 살아가기만 할 뿐이지만, 인간은 단순히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넘어 자연과 별개로 자신을 정의하려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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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인간은 지구의 자연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당 받지 못했다. 생태계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난지 오래이고, 유일하게 지구 온난화등의 환경 문제를 유발하여 오히려 자연을 위협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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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불사와 같은 굴레를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의 특징이 거대한 자연을 작동시키는 하나의 부품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동물과 존재 이유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러니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문장을 다시 생각해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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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벗어난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며 무분별한 발전을 해온 결과가 환경오염 같은 유일무이한 악행을 불러일으킨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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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밸런스,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된 예외적 존재로 세우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왜 자연의 순환에 딱 맞아떨어지는 존재가 아닌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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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받아들여야 한다.
문명의 발전으로 초고도의 과학적 지식들을 깨달아 세상을 알아가고 있지만 절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인간 이외의 존재를 완벽히 제어하고 통제하겠다는, 수단과 자원으로 여기지 않는 윤리가 피어난다.
윤리, 도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생명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윤리다. 다른 생명체 고유의 존재 방식과 이유, 무엇인가에 대해 절대로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타자성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윤리이다.
인간 내에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외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윤리를 말하는 것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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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간은 동물이다>는 다 알 수 없음으로부터 오는 윤리, ‘무지의 윤리’라는 이름의 겸손으로 세상을 진리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며,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으로 미지를 기꺼이 판단해야하는 책임을 부여받은 존재가 인간임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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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몇백쪽짜리 책 하나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무슨 온 세계의 진리를 안다고,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다르다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있었고 겸손해야하며, 다른 생명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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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물음표가 끝없이 떠오르지만 책을 덮을 때 느낌표 하나가 확실히 남는다.
읽는 보람이 넘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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