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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태도 - 공간 디자이너 황유정의 감각과 사유
황유정 지음 / 아트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장 미셸 프랑크와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들을 좋아한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빈약하지 않으며 무드있으면서도 가볍지 않다. 실용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름다우면서 기능은 당연하게 가져가는 디자인이라는 말의 의미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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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중에서도 특히 1인용 소파를 좋아하는데 내 몸보다 조금 더 큰 것을 좋아한다. 팔걸이도 큼직하게 있어서 소파와 같은 방향을 향하게 앉는 것도 가능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큼직한 팔걸이 하나하나에 내 오금과 등을 기댈 수 있는 자세로도 이용이 가능한 모양과 크기의 소파.
내가 쓰는데로 내 몸에 맞게 변해가고 낡아가는 모습이 나를 보여주는 증명사진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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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는 가장 작은 건축이다 라는 말이 있다.
몸에 붙는 건축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자체로 벽과 바닥, 가구, 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불리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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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태도 (#황유정 지음 #아트북스 @ 출판)는 저자가 겪은 파리, 런던, 뉴욕, 그리고 서울. 네 가지 도시 그자체, 도시 속 건축, 건축 속 가구까지 모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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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공간에서 가장 의미있는 개념으로 ‘태도’가 거론되는데 무척 흥미롭다. 건축은 공간에 흐르는 공기, 재료의 온도, 빛의 방향과 자태, 사람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리듬으로 그 안에 있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바뀌게 만드는데, 그 변화를 야기시키는 것이 바로 공간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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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장소를 떠올려보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최애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왜 최애일까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라. 그러면 거기를 방문했을 때의 날씨, 건물의 물성,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온도, 그 안의 소리와 냄새 모든 것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독특한 질감들이 떠오르면서 거기서 느꼈던 나의 ’감정‘까지 도달할 것이다. 그 감정은 내가 떠올렸지만 그 감정까지 도달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바로 그 공간, 그 공간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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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차있는 듯 하나 공간은 결국 사람이 들어와 움직이면서 공간만의 독특한 리듬이 생겨난다.
그 리듬은 공간의 태도와 반응해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들은 그 공간의 태도들을 변화시키기도, 강화시키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있는 파리의 노천카페의 의자, 마주보게 되어있는 서울 카페의 의자처럼 뚜렷한 형태를 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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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낡고 작은 공간이라도 내 방, 내 집은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절대적 참으로 여기게 할만큼 편안하다. 그 안에서 내가 살아가면서 공간이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의 태도‘와 나의 리듬이 합쳐져 내가 원하는, 추구하는 것들을 향하도록 시간이 쌓여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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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생의 태도는 공간의 태도로 부터 배우기도 하고 응원받기도 한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든든하지 않은가. 태도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런 단순한 것들이 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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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머문자리도 아름답다고 했던가.
내가 되고 싶고 가지고 싶은 삶을 가장 나와 가까운 곳에서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내 책상, 내 집, 내 사무실 같은 공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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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등한시했던 내 공간들을 다시 찬찬히 바라보았다. 내가 좋아하고 편안하다 느끼는 것들이 가득 담겨 있지만 일상이라는 이름의 게으름(옷더미, 옷더미, 그리고 옷더미 등등)에 묻혀있다.
원래 있던 것과 그 위와 빈 공간을 덮고있는 게으름이 공간의 여백을 제로에 가깝게 없애고 있으나 여백을 유지하게끔하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인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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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침대 이불 속으로 숨어들고만 있는 나를 꺼내고 공간을 돌보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공간들을 유심히 보고 싶다. 그 안에서 내가 놓쳤던 공간과 내가 쌓아놓은 태도를 발견하고 그렇게 다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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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태도로, 그 안에서 공간과 시간을 쌓아온 나의 태도에 비로소 시선을 향하게 되었다.
공간이라는 인생의 스승을 마침내 만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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