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라이팅 : 리더 편 - 오늘부터 나는 이런 문장을 쓴다
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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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없이 읽고 말하고 쓰고. 혼자 영어권에서 지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 그런 수준의 영어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문법도 알면 당연히 좋겠지만 재미도 없고 흥미가 식어 다시 영어공부를 미루게 된다. 드라마와 영화를 자막없이 보는 것도 좋지만 막상 한 두 단어 경우 들리는 수준으로 반복하는 것도 쉽지않다. 나의 경우 텍스트를 읽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느려도 괜찮다. 하루 두 세 페이지 정도씩만 찬찬히 읽으면서 관용적 표현도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도 치고. 결국 완독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따라오기에 동기부여도 강하다.
하지만 표현들을 나에게 각인시키는 것은 조금 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가이드를 따라 열심히 읽어도 읽는 것 만으로는 표현들이 기억에 남지 않더라.

그래서 영어로 된 텍스트를 만나는 좀 더 좋은 방법이 필사다. #데일리라이팅 (#백선엽 씀 #지와인 출판)은 “좋은 문장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행동을 바꾸고 결국 인생을 바꾼다”라는 이념으로 샘 알트먼, 젠슨 황과 같은 기업의 총수뿐만 아니라 키아누 리브스, 돌리 파튼과 같은 아티스트들의 말들이 하루 십분정도만 투자하면 충분히 쓰고 읽힐 수 있는 분량으로 88개가 담겨있다.

강연, 인터뷰에서 한 인상적인 구절들이라 와닿는 문장들도 많고 길지않아 마음에 든다면 통째로 외울 수도 있다. 오랜 세월 영어를 가르쳐온 저자가 직접 고른 리듬과 구조가 좋은 문장들을 읽고 쓰고 마음에 담다보면 88일의 여정 중 문장 몇개가 남지 않을 수 없다.

직접 깨닫고 생각하고 살아내는 과정을 거쳐 신중히 뱉어내진 문장들은 군더더기가 없다. 단어 하나 구조 하나에 숱한 세월의 정제과정이 담겨있다. 쉽고 깊이있고 단단한 문장들. 익숙한 표현들로 정감있게 다가오는 것도 그러한 다듬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글에 활용해보면 가장 좋겠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데일리 라이팅>과 함께 하다보면 내가 쓸 수 있는 표현도, 직접 써보고 싶다는 꿈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고 마침내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만난 돌리 파튼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발견하고 (Find out who you are) 그대로 살아가는 것 (Do oit on purpose) 사랑과 다정함은 풍성하게(rich in love and kindness). 아직 만나지 못한 내 스스로의 모습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영어는 물론, 나 자신까지 알게 해주는 부담없는 책이라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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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머묾 세계문학 자아 3부작
알베르 카뮈 지음, 한수민 옮김 / 머묾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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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들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해야 하는가. 모든 아들들은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도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서는 안 되는가. 모든 아들들은 어머니의 장례 바로 다음 날에 이성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가.
‘안 되는가’와 ‘안 된다’ 이 둘 사이에는 ‘이성’이라는 노력과 이해가 담겨 있다. 하나는 개인의, 또 다른 하나는 전체를 대표하는 복수의 사람들의.

일 대 다수라는 것만으로 이 둘 사이에 우위를 정할 수 있을까. 사회를 위해 개인은 희생하고 무시당해야 하는가.
애초에 사회란 무엇이며, 사회를 ‘위한다’는 것은 누가 만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절대 기준이 될 만한 것인가.

#이방인 ( #알베르카뮈 지음 #머묾 출판) 속 뫼르소는 읽는 내내 ‘얘는 왜 이래?’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은 오늘을, 내일을, 현실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현실은 그의 현실 속 우리가 더 눈이 가는(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서 멀어져 있다. 하지만 그는 직장이 있고, 친구가 있고, 타인에게 (최소한의) 관심이 있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인도 있다.

그렇다면 그 주변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인정하고 받아주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들도 ‘이상한 것’일까. <이방인> 속 사회에서는 뫼르소를 이상함을 넘어 문제가 있다고, 죄를 짓고 있다고(지을 것이라고), 사회에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당방위로 바라봐 질 수도 있는 가능성조차 엄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았고, 엄마에게 향했어야 할 연민과 사랑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몸과 마음으로 향했다는 것으로 소멸되는 사회.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은 뫼르소, 사건이 아닌 다른 것으로 죄를 결정짓는 사회. 무엇이 더 이상한가?

카뮈의 그 유명한 ‘부조리’라는 개념이 담겨 있는 소설 <이방인>을 읽기 전에 겨우겨우 <시지프 신화>를 읽었더랬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자신의 신념을 지켜 결국 평생 반복하는 벌을 받은 시지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벌을 받는 시지프,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벌을 피한 시지프. 과연 누가 행복할까. 누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시지프 신화>처럼 <이방인>에서도 개인과 사회, 제도의 엇나감, 그것에서부터 발생하는 부조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살아나가야 하는 것은 본인인데,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옳지 않은 것이라 하니 무엇을 따라야 이 부조리함이 해결될까.
세상이 부조리함으로 가득하다고, 이 부조리함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냐고 <이방인>은, 카뮈는 묻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뫼르소의 이질감이 힘들게 했다면 책을 덮고 나서는 사회의 이질감이 뒷맛을 찝찝하게 만든다.
애써 외면해 오려 했던 것을 기어코 마주한 기분.
뫼르소가 남다른 것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발견해낸 이 부조리함에서 우리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녕 중요한 문제였다.

끝없이 바위를 밀어올리는 벌을 받을 것인가.
딱 한 번 눈감고 사회의 안락함을 누릴 것인가.
내 안에 있는 나는 어떤 ‘시지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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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 - 중동으로의 첫 발걸음
박현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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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먼 나라. 유럽과 미국 그 먼 거리를 여행하는 것은 당연하고 부러운 것으로 여기지만 이곳으로 간다고 하면 왜? 라는 의문과 함께 두려움과 거부감이 드는 곳.
중동이다. 서양의 입장에서 우리나라가 있는 극동보다는 가까운 곳을 편의상 중동이라 부르던 것이 고착된 것인데, 중동의 지도를 보면 신기하게도 국경이 직선이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의 결과로 여기저기로 굽이치는 것이 국경인데 중동의 국경은 반듯하다. 열강들이 문화와 살고 있는 인구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편의상 갈라버렸기 때문이다. 중동의 여러 나라들이 독립하면서 국경을 새롭게 정하기도 하지만 열강이 갈라놓은 국경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마저 자신의 정체성이라 여기기에.
어떤가? 흥미로운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중동이라 하면 본능적으로 ‘꺼린다’. 우리가 아는 중동이라 하면 이슬람, 왕족, 석유, 여성 인권, 친미, 반미, 전쟁과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뉴스가 알려주는 대로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을 과연 중동을 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모르기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짜라면 중동의 어느 정도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보편적인 것인지 특정 소수의 이야기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중동을읽는40가지이야기 (#박현도, #이수정, #양정아 씀, #영진닷컴 출판)은 중동에 대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40개의 시선이 담겨 있다.
중동에서 여행하기 좋은 나라와 도시, 그곳의 음식과 멋진 관광 명소들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를 담당하는 지역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수메르 문명부터 이슬람 종교의 기원. 그것을 넘어 오스만 제국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왕조들, 열강의 침략으로 식민화되는 아픈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뿐인가. 오일 머니에 의존하는 국영 방식을 바꾸기 위해 개방화 정책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종교에 의한 여성 차별에 대한 시선 변화와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쿠데타와 내전, 그것을 넘어 첨단 과학을 받아들여 빠르게 자국화시키는 우주를 향하는 미래적 시선까지.
중동이라는 지역이 이렇게나 풍성한 곳이었다는 것에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끝나지 않은 전쟁과 여성 인권 뉴스에서 들려오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해도 이것을 합당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왜 그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어떤 목소리가 정확한 사실이 아닌 누군가의 사견이 더해져 있는지,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그들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미디어에서 말하는 그대로 믿고 말을 옮기는 것은 앵무새와 같다.
내가 <중동으로의 첫걸음>을 통해 만난 중동은 그런 어두운 이야기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화려하고, 다정하고, 알고 싶고, 걸어보고 싶은 곳이었다.

첫걸음엔 다정한 손길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 다정한 손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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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와인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7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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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억이 아주 오래 남기도 하고, 당시의 경험과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이 평생 가져갈 성격과 태도, 가치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고독의와인 (#이렌네미롭스키 지음 #레모 출판)은 그 중요한 시기를 지나가는 열 살짜리 엘렌의 이야기이다. 열두 살, 열다섯 살을 지나 완연한 성인이 되기까지 엘렌의 순간순간을 따라가는데, 어른(나이를 좀 더 먹은)의 입장에서 보면 참 안타깝다. 엄마는 자식을 돌보지 않고 정부들을 만나러 다니며 집을 비우고, 아빠는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돈을 모으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마찬가지로 집을 비운다. 아빠를 사랑하는 딸 엘렌은 엄마의 부정을 눈치채고 엄마의 씀씀이를 감당하느라 큰 돈을 벌러 아빠가 집에 있지 않다는 생각에 엄마를, ‘그 여자’를 미워한다. 살림살이는 전쟁 특수를 누리며 떵떵거릴 수 있는 부자가 되었지만 엘렌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
‘그 여자’와 아빠는 각자의 이유로 오히려 더 겉돈다.

어린 엘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미래의 엘렌이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과거의’ 엘렌의 감정과 생각들을 수정한다. 단순한 소설의 형식이 아닌, 미래의(현재의 엘렌)이 과거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그 기록한 것을 한 번 더 읽으면서 수정하는 느낌이랄까.
자신의 일기를 정독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엘렌은 과거 자신의 일기를 정독하고 수정까지 한다.

그런 엘렌의 수정 부분들을 보면 과거의 어린 엘렌의 생각의 시야가 좁았다고 느껴진다. 뭐랄까, 너무나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있다고 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살아가면서 모난 부분들이 둥글게 깎여 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삶에 수긍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것도 정답 또는 오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이 걸어 나가는 길. 인생에서는 정답도 오답도 없으니까. 하지만 부정하고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찬 삶은 불행할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좀 더 넓어진 시야로 바라보는 미래의 엘렌의 시선에는 부정, 복수, 심지어 수긍뿐만이 아닌 단단한 긍지 같은 것이 엿보인다. 그것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궁리해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결국 현실이 된 미래는 조촐하다.
하지만 그 조촐함을 손에 쥐고 엘렌은 마침내 무언가에 휩쓸리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첫발을 내딛는다.
부모의 방치로 고독의 시간을 겪었던 엘렌이 마침내 스스로 걸어내는 그 순간도 고독하지만 이 두 고독은 같은 단어로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다르다.
둘 중 하나는 삶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고요하고, 차분하며, 단단하다.

갓 코르크 마개를 연 와인은 떫다. 단단히 닫혀 있어 아직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들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공기라는 이 세상과 어느 정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엘렌의 고독도 그러했다.
삶을 살아내며 고독은 세상과 적절히 반응하여 아름답고 향긋한 빛과 향을 내는 인생의 약이 되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과하면 독이 되지만 이제 갓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한 엘렌이 또 살아내면서 적당함을 찾아낼 것이다.

그럴 수 있게 누구보다 먼저, 일찍 떫은 고독을 그토록 맛보았으니 말이다.

와인과 같은 삶을 따라가며 외면하지 않고 마주해 낸 시간의 힘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향긋한 향이 어디선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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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 - 태양, 입맞춤, 압생트 향… 청년 카뮈의 찬란한 감성
알베르 카뮈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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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가니 수많은 작품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전시되어 있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가며 작품 하나하나와 눈을 맞춘다.
어렵다.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제대로 마주하기 쉽지 않고, 잠시라도 집중을 놓치면 다시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바라봄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하나는 알기 때문이다. 아름답다.

#결혼여름 (#알베르카뮈 씀 #녹색광선 출판)을 읽는 나의 심정이 그러했다. 전시 입구부터 두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쪽빛을 따라 들어가 마주한 문장들은 쉽지 않았다. 긴 흐름은 집중하기 쉽지 않았고, 집중하지 않으면 문맥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잘 모르는 나에게도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통필사를 하고 있다는 독서 친구도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명작들 앞에서 하루 종일 모작을 그리고 있는 청년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이해보다는 아름다움을 따라 멈추지 않고 걸었다. 이해보다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 더 힘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카뮈가 무더운 여름을 보낸 알제리를 포함한 지중해 지역에서 작성된 글은 ‘여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전쟁과 죽음, 허무와 같은 비관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다. 시지프 신화와 이방인의 주요 개념이 되었던 부조리의 씨앗이 글 군데군데에서 발아하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 날에도 멈추지 않고 관능적인 춤을 추는 젊은이들 때문일까. 글은 ‘부조리하게도’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죽지 않는 몸으로 죽을 때까지 무거운 바위를 계속 밀어올려야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자유 의지의 결과로 받아들인 시지프의 꺼지지 않는 눈빛과 터질 듯한 팔다리처럼 말이다.

생명보다 죽음이 더 가까웠던 모든 것이 황폐했던 겨울을 지나 마침내 맞이한 여름은 의미가 없어도 괜찮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생명력을 뿜어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겨울을 겪은 후에도 여전히 잘못된 것과 옳은 것을 구분하고 굽히지 않을 수 있다면 무언가를 배우고 깨우치지는 못하더라도 지중해의 여름을 그저 그렇게 그대로 만끽하는 것도 괜찮다.

비관이 아닌 애정 어린 비판의 시선. 그 시선의 끝에는 젊음과 생명이 있다. 그 시선의 끝을 넘어 아직 만나지 못한 끝없는 생명력과 젊음, 뜨거움이 박동하고 있다.
아마 글 너머에 있는 그 뜨거움을 나는 느낀 게 아닐까.
그렇기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글에 감화된 것이 아닐까.

분명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글일 테지만 나는 감각적으로, 그것만으로 읽었다.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훌륭한 쪽빛 입구의 전시관은 언제나 그 빛을 간직한 채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을 테니까. 언제든 나는 그저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관람을 멈추지 않다 보면 작가의 진의를 마주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눈치를 보는 순간이 제법 있다. 독서 모임을 시작한 이유도 그러했다. 혼자서는 찾지 못할 올바른 방향을 다른 분들이 다정하게 이끌어 주었다. 이 책도 그분들과 함께 읽었지만 올바른 방향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아름다운 것을 함께 바라보는, 전시회에 함께 간 듯했다.

인상적인 전시로 기억되어 또 다시 기웃거리게 될 것이 분명한 책이다. 또 바라보았을 때 나는 무엇을 발견하고, 기록하게 될까. 여름이 지나가고 있지만 또 여름을 꿈꾸고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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