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덮었을 때 책에서 가슴, 엉덩이, 각선미, 피부, 모발을 넘어 제모, 다이어트, 우생학으로 부위에서 현상들로 나아가는 책의 내용보다 강하게 뇌리에 남은 것은 스스로가 너무나 무지했다는데에서부터 기인한 충격이었다.

#이유진 이 쓴 #바디올로지 (#디플롯 출판)은 인간 사회가 발전되는 양상에 따라 사회적 구조에 따라 몸을 인식하고 몸이 사용되어 온 변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몸’이라는 주제로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 같았다.
역사는 승자의 시선에서 기록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바디올로지>는 상대적으로 약자였고 핍박받았던 여성들에 대해 주목해서 쓰여진 역사서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자기들만 생각하는 요즘세대들의 문제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코웃음이 나왔지만 최근이던 2016년 2021년에 ‘출산파업’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하향혼을 하지않으려하고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려 하거나 상황이 더 나는 상향혼만을 생각하려고 하는 여성들이 문제다라며(심지어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여성들의 이러한 인식을 스스로가 인지못할정도로 조금씩 바꿔나가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각종 협회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책상에 모여앉아 답이라고 생각해 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인종 간의 차별도 심각하게 존재했지만,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고, 성기의 크기가 기록되고, 엉덩이가 크면 성기사이즈도 크고 그것은 미개하고 문란함을 뜻한다는(심지어 이것을 만물박사라 칭하여 지는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결과가 남아있었던 것을 보면 어떤 상황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좀재했다.

여성의 몸은 이뻐야하고, 뚱뚱하거나 제모 같은 매너로 여겨지는(이건 또 누가 매너라고 정했단말인가)기본 관리가 되어있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성형을 한 ‘성괴’는 아니어야한다는 스스로 말하고도 논리가 부족한 잣대를 들이민다.

주로 이러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권력층이고 권력층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소위 이런 상황에 목소리를 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고, 현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이 대중화 되어있다.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남성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바디올로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페미니즘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이 책에 적혀져있는 여성들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무지에서 단순히 이미지로만 어떠한 것을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한쪽의 입장에서만 서술된 정보들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하나하나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이긴 하지만 전체의 역사를 보았을 때는 그 비율이 많지 않은 특수한 경우일 수도 있고, 어느 한쪽에게만 일어났다고 적혀져있는 것들이 다른 쪽에서도 일어났던 일일 수도있다.

수가 적다고, 상대편도 겪었다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시야를 넓게, 하나의 경우임에도 거기에 작용하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라고, 복잡적일 수 있다라는 것도 명심하고, 그러한 생각의 확장으로 상대편의 입장도 일리있다라는 수용의 자세를 가져야한다. 그래야 오해가 걷어진 진정한 사실을 마주할 수 있고,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느쪽이든 너무 예민하지않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발작버튼이라 불릴만큼 단어를 꺼내는 것 만으로 극단적인 분노를 내뿜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상적인 몸을 강요하는 그릇된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고 성별이 무엇이건 간에 자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그런 자기애로 나아가 상대와 유대해 나가야 한다. 인간, 사이 ‘간’자가 들어가지않나.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올바른 유대를 위해 필요한 무지를 벗어나기위한 최소한의 정보를 최대한 편향됨 없이 전하기 위해 애쓴 작가의 노력이 담겨있는 책이다.

이유모를 편견을 가진 몰랐던 것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 고전 명작 필사 - 오랫동안 사랑받은 인생 명문장
류영숙 지음 / 넥서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문장을 쓸 때 하나의 단어를 고르는 작가의 심정은 어떨까.
나같은 사람은 선택할 단어가 있다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
단어하나를 다듬고 다듬는 것이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려있던 방망이 깎는 노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학창시절의 기억이 미화되어버린 시점에서야 겨우 방망이 깎는 노인의 진중한 옆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하는데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작가들의 장인정신이 쉽게 느껴질리가 없지 않겠나. 심지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는 글로만 대부분이 겪으니 더 어려울 것이다(번역가님들이 심혈을 기울여 원문의 맛을 살리려 애쓰시지만 원문을 스스로 보지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영어고전명작필사 (#류영숙 지음 #넥서스 출판)을 시작하면서 조바심 내지않고 하나씩 하나씩 따라갔다.
따라 적고 해석과 대조하며 이 뜻을 가진 다른 단어도 있는데 왜 이 단어를 썼을까 그 미묘한 디테일에 관심을 가져보려 애썼다.

물론 이유도 정확하지 않을 것이고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대부분이다)하지만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 중 또 고르고 고른 명문장들이라 문장자체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영어 고전 명문 필사>를 기획한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고전 명작들을 사랑하는 수준높은 독자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분들은 원어의 단어를 문장을 낱낱이 뜯어보면서 음미하는 미식가들일 것이다.

작품하나를 통으로 필사하며 음미하기전에 연습해보는 용도로, 어떤 작품을 고를지 맛보는 용도로도 훌륭한 책인 것 같다.

작품이 명작이라 불리우고 오랜 세월 살아남아 그앞에 고전이라는 단어까지 붙었다는 것은 그 시대를 잘 반영했고, 그 시대에 호응을 얻었던 통찰이 지금 이 순간에도 통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삶의 시각적인 모습이 급변 했을 지언정 그 속에 있는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똑같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않을까. 와인과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오랜세월을 지나 뾰족한 맛들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저마다의 독특한 향을 자랑하는 좋은 술이 되듯이, 좋은 글과 문장도 오랜시간 읽혀지면서 처음 작가가 의도한 뜻보다 더 넓고 심오한 의미를 독특한 운치가 느껴지게 숙성되는 것 같다.

시대에 따라 같은 문장임에도 번역되는 단어가 조금씩 바뀌어 개정판이 나오는 것이 그러한 운치를 반영하려 애쓰는 것이 아닐까한다. 진화라는 단어가 환경에 대한 적응일 뿐 더 좋아졌다라는 뜻이 아니듯이, 신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전 개정이 의미가 없다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모든 개정판들이 모여야 원문 한 문장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따라써보는 동안 계속 들었다.

사랑, 인간, 삶, 관계, 내면의 힘, 성공, 성장, 지혜, 감정, 영감의 원천에 대한 137개의 고찰과 고백들이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속마음을 이야기하지못하는 우리들을 성당의 고해성사보다 덜 부담스럽고 편안하게 털어놓게 만든다.

“이 책에 담긴 영어 문장을 하루하루 필사해 나가는 동안 그 의미들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겁니다. 문장을 손으로 직접 써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데 들인 시간만큼, 사고의 깊이도영어에 대한 이해도 날마다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가실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여러분들의 성장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 서문 중 일부 발췌

눈물을 흘리는 것이 감정순환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나는 잘 울지못하는 성격이다. 나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이 책이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눈물이 되어 줄 것이다.

펑펑 눈물을 흘리듯, 마음껏 필사하며 털어놓길.
그리고 순환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이름의 뜻마저 ‘벼루’인 남자가 온 마음으로 긴자에서 지켜내고 있는 190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시호도 문구점.
단어장, 가위, 명함, 책갈피, 색연필 등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에서 잊혀지지않는 한 순간, 어쩌면 삶 자체를 상징하는 무언가일 수도 있는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기 전에는 왜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낡고 고장나버린 옛 문구를 고쳐주거나, 인생의 힘든 한 순간에 의미있는 물건 하나를 추천해 주는 그런 장면을 생각했는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외동딸과 가정을 위해 일하면서 야간대학에 진학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아버지의 삶이 녹아든 단어장이 아버지의 은퇴로 어색해져가는 가정의 분위기를 되살려주는 매개체가 되고, 동날과 정말이 한 점에 만나야만 절삭력이 생기는 예민한 물건인 가위로 왼손과 오른손,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의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는 시선이 있어야함을,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마음껏 자기가 하고픈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아내는 묵직한 작품이다. 서로다른 사람들의 여러시선이 작동하여 더 나은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퇴직이, 시간이 지나버림이 빛바래는 것이 아님을 지난날을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등을 문구라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물건에 이처럼 많은 것들을 담아내는 작가의 필력에 굉장히 놀랐다.

그러니 일본에서는 5편까지나 나와있겠지.
이렇게 하나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 형식의 소설이 5편까지나 출판된 것을 본 적이없다. 가히 유일무이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5편까지 나왔다는 말을 들으니 료코와의 묘한 기류가 등장하는 것도 항상 그자리에 하늘색셔츠에 파란넥타이 회색정장바지로 똑같이 있는 시호도 문구점의 주인 ‘겐’에게도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바라는 독자들의 바램을 들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2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변함없이 한곳에서 많은 손님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달래준 시호도 문구점에 불어오는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물리적으로 여러권에서 서서히 진행된다면 억지스럽지 않아 독자들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응원한다 겐이 아닌 료코를😂)

오랜세월 덕을 쌓았으니 받을 건 받아야지😇

#긴자시호도문구점2 (#우에다겐지 지음 #오팬하우스 크래커 출판사 출판)을 읽으면 일상적, 평범한 것들의 특별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각 에피소드들의 주인공고 특별하지않다. 가정을 이루고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장, 정년퇴직을 앞둔 아버지,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고 하루빨리 학교를 벗어나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을 곳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여중생, 각자의 가게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직원들까지. 어느 사람하나 특별한 사람이 없다. 우리주위에 항상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심지어 우리 가족 중에도 있을 수 있는(과거 현재 미래)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겪는 일상들도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나의 단어로 표현 가능하다고 모두 똑같은 일상이라 할 수 있을까? 작고 어디에나 있는 문구조차도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고 누가 구입했고, 어떤 역사를 담고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사람의 인생이라면 더 특별하지 않겠나.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이미 쥐고있는 것들에 소홀하고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진 사람들을 매체에서 보면서 끝없이 자기와 비교하고 자신을 낮추며 일반화시킨다.

그렇게 스스로가 총천연색인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잿빛으로 만들어간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문구라는 것을 소재로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우리들을,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써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뿐만아니라,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늘 있는 그런 문구에 빗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고 사소한 문구류가 제각각의 역사를 지니고 누군가에겐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않을 보물이 되는 것을 평범한 우리의 인생도 우리 스스로에겐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것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투로 듣기좋게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2권으로 시작했지만 1권도 읽어보고싶고, 계속해서 정발 될 나머지 시리즈들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싶다. 문구를 정말 애정하는 사람 입장에서 소재도, 주제도 무엇하나 빠지지않는 소설이다. 나이 지긋한 이 시대의 아버지가 쓴 글임에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않고 묵묵하게 들어주고 은은한 미소를 지어주는 <긴자 시호도 문구점>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지미 라이 지음, 이지은 옮김 / 모모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스무살이 되면 해보고싶었던 것이 기차여행이었다.
‘내일로’라는 청년들(나이제한의 푸릇한 표현)에게만 주어지는 자유로운 기차여행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무엇이 그렇게 해야만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았는지 기차여행이라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떠난 시간에 나의 경쟁자들은 저만치 앞서 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가지못했다.

#지미라이 가 쓴 #청춘너에게로이어지는길 (#오팬하우스 모모 출판)의 주인공 지미짱 아니 ‘지미’는 오랜세월동안 자기가 마음에드는 곡을 쓰지못하는 실패한 작곡가다. 그리고 지미는 나랑은 다르게(비슷하다 믿고싶다)일본의 ‘내일로’와 비슷한 ‘청춘18티켓’(실존한다)을 이용해 5일간의 목적지없는 여행을 떠난다. (대만사람인데 청춘18을 위해 일본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미 뭐라도 될놈 아니 분이다)

그리고 지미의 X이자 인기 냉미녀 가수 ‘안치’가 말도 없이 떠난 지미를 찾아 지미의 할머니댁에 갔다가 지미의 오래된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그곳엔 20살 즈음의 지미와 전 세계를 여행하던 일본인 ‘아미’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정처없는 여행이라 하지만 실은 지미는 아미를 만나러 간 것이다. 아미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고향이 아키타라는 것뿐.
청춘18티켓이 준 5일이라는 기회동안, 지미의 다이어리를 읽는 안치와 다이어리 속 그 시절과, 지미의 기차여행으로 장면이 전환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연 5일이라는 기회동안 지미는 안나를 만났을까?

<청춘,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이 상견니의 허광한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본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라는 것을 알았어서 그런지 이 장면은 영화로 이렇게 표현하고 장면 전환은 이렇게.. 같은 생각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이미지적으로 굉장히 생생한 소설이었다. 자그마하고 이쁘고 당찬 안나의 덧니가 드러나는 귀여운 미소와, 그녀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궁시렁거리는 지미의 모습까지. 영화촬영이 완성되고 나서야 소설이 완성되었어서 영화와 소설의 스토리 진행이 다르다고 하던데 얼른 영화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겐 청춘18 티켓에 비워져있는 5칸이 얼른 채우고 싶운 것일 수도 있고, 한칸한칸 채워져가는 것에 아쉬움과 조바심이 느껴질 수도 있다. 분명 극 중 지미는 이 두마음을 5일동안 여러번 겪었을 것이다. 지미의 그때 그때의 마음을 상상해보며 책을 읽는 것도 이 책의 좋은 독서법인듯하다.

작가 지미 라이 는 여섯편 정도의 작품을 발표했던 전력이 있는 절필한 작가였다. 절필한 이유는 완벽주의자였어서다. 그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지못하게 된 것이다. 글 속 지미도 첫 데뷔곡 이후로 마음에 드는 곡을 쓰지못해 작곡가를 그만두겠다며 욱하는 심정으로 여행을 떠난다.
작가와 주인공 둘의 이름이 같은 것은 작가가 글 속 주인공에게 스스로를 투영한 것이었다.

게임회사와 교육업계에서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미국으로 이주도 하고 완전 달라진 인생을 살고있다가 우연한 계기들이 맞물려 다시 글을 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원래 직감을 믿고 글을 쓰기전에 세밀한 설정을 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8번의 각색을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이 작품은 작가의 여행에세이를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다)그러다 우연히 한 작가가 미리 세밀하게 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때는 왜인지 모르게 나도 한번 해볼까? 해서 9번째 각색한 글이 책으로 나온것이다.

완벽한 것이란 세상에 없다. 실패를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결국 인생은 바뀌지않고 그냥 그렇게 가만히 있다. 가만히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떠밀려 뒤로 밀려나고 있다.

적극적으로 실패를 해야면서 그 실패에서 무언가를 얻고 그것을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당당히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 그 푸른 찬란한 시기가 청춘인지도 모른다.

<청춘,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에서 너에게로는 아미일까, 청춘이었던 그시절의 지미일까, 아님 다른 무엇일까.

내가 아직 청춘인지, 나이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지난 세월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 시든 줄 알았던 앙상한 가지에 불쑥 작은 연두색 가지가 뻗어져 나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리기의 기쁨 - 온몸으로 불안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해방에 대하여
벨라 매키 지음, 김고명 옮김 / 갤리온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달리기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면 끝까지 읽기가 솔직히 부담스럽다.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보니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가 적혀있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뭐랄까 너무나 예찬 가득하달까? 뛰다 안뛰다를 반복해온 내 입장에서는 읽을수록, 아니 신앙고백같은 예찬을 보는 것이 쉽지않았다.

그래서 #벨라매키 의 #달리기의기쁨 (#웅진지식하우스 갤리온 출판)을 받아들었을때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제목부터 달리기에 대한 신앙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작가가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담백했다.
일종의 성과보고서 같달까? 너무 예찬하지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기 힘든 개인사를 고백하며 처절하게 달린 지난날을 한걸음 물어난 시선으로 있는그대로 전달한다.
오히려 너무나 처절해서 처음에는 웃지못할, (적응하면 피식거리게되는)자학적으로도 보이는 농담들로 글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만들려 노력한다.

달리기를 예찬한다기 보다는 새뮤얼 존슨의 수필 속 표현을 빌려와 정신의 깊은 병을 치유하는 ’육신의 혹사‘라 표현한다.
오랫동안 불안장애를 겪어왔던 작가는 불안장애를 방지하기위해 자기를 불안하게 했던 장소들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며 살아왔고, 결국엔 런던의 대부분이 금지구역이 될 정도까지 이른다. 그렇게 집밖을 위험해하며 회사생활을 괜찮은 척 이악물고 살아가는 와중 결혼 한지 1년도 되지않아 파경에 이르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엑스남편은 회사동료 허허😇)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이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살던 와중 무턱대고 뛰쳐나간다.

여기서 포인트는 자기도 왜 그랬는지 왜 하필 달리기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밖의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처음은 3분을 달렸다는데(작가 인생 최고기록)심지어 그것도 한번에 3분이 아니다 쉬다 달리다를 반복해서 달성한(?)기록이다. 종아리가 아프고(아마 씬스프린트가 아닐까)숨이 미칠듯 헐떡였지만 왜일까 그녀는 계속 달리러 나간다.

그녀를 뛰게 한 것은 단 하나.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슬픔과 분노가 달리는 와중에는 멈추었다는 것이다. 달려야만 좋은 것이 아니라 ‘평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무너져내린 것과 진배없는 그녀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그녀 스스로도 처음엔 몰랐던 것 같다)그렇게 괴롭지 않기 위해 꾸준히 달렸던 그녀는 결국 극복해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불안증 초고수 러닝 초보임을 자처하는 그녀는 인생이 바뀌고 달리기에 대해 글을 쓰고 직접 쓴 소설로 등단을 한 지금에도 러너로 산다고 항상 인생에 햇살이 비치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명언이 난무하지는 않더라며, 그런 명언따위 불쏘시개나 되라며 끝까지 시니컬하게 달리기를 예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점이 책을 읽는 동안 미친듯이 달리고 싶게 만들었다. 달리다가 멈춰선 지금의 나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달리기라는 행위가 굉장히 미화되어 있다(인간은 지나간 것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그래서 달리고 나면 너무나 좋고 마냥 행복한 너무나 위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중간하게 뛸거면 시작도 하지못하게 부담을 지운다.
벨라매키가 이러한 환상을 와장창 깨부숴 나에게 달리기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뛰러 나갈때마다 아 귀찮아 나가기 싫어를 연발하고 나가서 겨우 뛰기 시작했음에도 아 이걸 내가 왜 대체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있지?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40분 뛰기로 한 것을 35분만, 30분만 이라며 끝없이 유혹하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심지어 다 뛰고 나서도 내가 다시는 뛰나봐라 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씻고나면 아 그래도 개운하다 라는 착각을 한다(실은 샤워가 개운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 매순간 번뇌에 들게하던 것이 달리기였지! 잊었던 현실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달리고 싶어진다.
아니 달리려한다.(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그냥 달려야 할 것만 같다)

책 속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감정은 그당시에는 모두 필요해서 드는 감정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감정처럼 왜인지 모르게 달려야겠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테다. 그러니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작가의 말대로 일단 석달은 뛰어보고 그때 생각하자.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