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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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분명 하나를 함께 만들지만 두 사람이 사용하는 재료는 다르다. 한 명은 멜로디로, 한 명은 글로.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이치조 미사키 지음)은 풋풋한 고등학교 2학년을 누구보다 아름답고 찬란하게 보낸 둘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위해 기꺼이 철의 여인이 된 눈에 띄는 아름다운 외모와 노래재능을 가진 아야네,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공무원을 꿈꾸는 평범하지만 성실한, 시를 쓰는 하루토.
우연한 이 둘의 동행은 아름다운 곡으로 치환되어 세상에 을려퍼진다. 하나의 곡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키우기에도 몹시 바람직한 일이다. 붙어 있는 것은 물론, 수많은 대화를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만 있을 때는 아야네는 철의 여인도 아니었고, 하루토는 눈에 띄지 않으려 평범함에 숨어있지도 않았다. 누구보다도 서로의 미래를 응원했다.

그 응원은 상상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형태로 아야네에게 현실로 다가오지만 그것이 마냥 달갑지 않다. 더이상 그 둘이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둘은 각자의 길에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기다림을 약속하고 눈물섞인 웃음으로 이별했지만 현실을 쉽지않다. 사는 곳이 물리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너무나 달라져버렸다.

그들은 정말 이렇게 끝일까?

눈을 감으면 저절로 일본 교복을 입은 남녀 주인공이 떠오른다. 그여자 작곡 그남자 작사라는 어찌보면 뻔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상대방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자신이 걸림돌이 되지않게 행동하는 소년 소녀를 보며 과연 누가 어른이고 아이인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진중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이번달 초에 영화로도 개봉해서 두 인물이 실제로 살아 숨쉬고,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책을 읽으면 항상 살아숨쉬는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니까.

일본 특유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집에 쌓여있는 책들을 정리하다보면 일본 소설이 최후의 최후까지 남아있는 사람,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아니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청춘의 찬란함을 두 눈으로, 마음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청춘 그 자체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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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기 전에 읽는 심리학 - 이대로 살긴 싫은데 바꾸자니 두려운 어른들에게
김혜령 지음 / 메이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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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나부터) 만족보다 후회가 더 많은 삶을 살고있다. 그래서 그럴까. 연말 연초,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봄이 찾아오면 ‘갓생’을 외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하루에 갓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는다. 그러면 후회가 사라질까?

갓생도전을 실패해도 성공해도 각자의 문제가 존재한다.
실패하면 내가 그렇지뭐 라며 더한 우울감과 자기비하에 빠지고, 성공하면 성공했음에도 보람과 만족, 기쁨보다는 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하나 더 떠안은 느낌이 들어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지쳐만 간다.

물론 갓생 도전 성공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같은 것을 하더라도, 아니 같은 것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그 사람의 태도에서 그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후회하기전에읽는심리학 (#김혜령 지음 #메이븐 출판)은 하루하루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데 지친 우리 어른들의 삶의 태도를 바꾸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누구나 지금 이 모습대로 수십년을 더 살고싶어하지 않는다. 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디에서 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똑같다는 것은 안정적이다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표현이기에 지금 쉰 것마저 놓칠까봐 두렵다.

이 책은 지금 손에 쥔 것을 놓으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에 무언가를 꼭 더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능동성(주체성)’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해야만해서 하는 것과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은 능률과 성과도 물론 다르지만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결국 후회란, 아쉬움이고 불만족이다. 성과, 금전적 보상으로 받는 것들을 잠시뿐인 만족감을 주지만 또 원치않게 달려나가야할 족쇄가 될 뿐이다.
주체적으로 한 일은, 성과를 떠나 내가 내 시간의, 내 삶의 주인이었다라는 성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그렇게 해야하는 일과 하고픈 일을 나누고, 하고픈 일을 하나씩 더하며 해야하는 일을 줄이거나 그것에 갈아넣는 나를 줄여나간다면 만족감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갈 것이다.

<후회하기 전에 읽는 심리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금 이 순간만 놓고 봤을 때 ‘그때 그러지 말 걸’이라는 하지말 것을 후회한다면, 인생 전체를 놓고 죽기 2주전으로 가서 돌아본다면 ‘그때 그거 한번 해볼걸’이라는 하지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이유들로 ‘다음에’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지나간 것들이 있을 것이다. 다음을 기약했던 그것들 중 하고 있는 것이 몇개나 되는가. 있기는 한가?

그 수많은 이유들 중 정말 자신이 선택한 것이 몇개나 있는가.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이 내가 정말로 원하고 하고파하는 것보다 우선되는 삶이 어떻게 후회없을 수 있을까.

결국 모든 것은 적절한 힘나눔이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강하게 움켜쥐고, 나머지는 힘을 풀어야 한다. 괜찮겠다 싶은 것은 놓아 보내주어도 좋다. 잡고 놓고,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일까?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이 선택하는 삶, 선택한 것들로 채워진 삶은 고될지언정 후회되지 않는다. 그토록 목매던 성과도 생각보다 잘 따라올 것이다. 후회하지 않고 즐긴다는 것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니까.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이것이 행복과도 연결된다. 행복은 어떠한 행위가 아니다. 보통의 일상을 수행하는 태도이다.

내가 선택하고 최선을 다하고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이 두가지를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한가지로 모두 이룰 수 있다.

하지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 더이상 내일의 나는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후회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났으니.
마음껏 꿈을 꾸고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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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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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얼마 남지않은 시간, 지하철 막차를 타러 역으로 내려가면서 친구와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좀 이따 봐!” 몇 시간, 아니 몇 분도 남지않은 오늘을 넘어 내일 또 보자는 농담4, 진심6의 인사. 불안한 미래를 애써 지우며 가장 답없던 시절이었지만 그 기억이 지금의 나를, 우리를 살게 한다.

다들 가정을 이뤄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어른이지만 일년에 한번도 보기 힘들어 아주 가끔 만나도 우리는 그 시절의 철없는 시커먼 남자애들이 된다.
처음만났던 고등학생으로 돌아가서 저급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일종의 가지치기. 모든 가능성과 솔직함을 거세당하고, 그럼에도 그 안은 온갖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터질 것만같은 존재.

하지만 다행인 것은 비록 자신 안을 채우지는 못했을지언정 세상에 사랑괴 격려, 다정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 안에 넣지 못하는 그것들을 다음 세대, 우리의 그 시절 그 모습인 아이들에게 밀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 예술가의 첫 작품이 귀한 이유도 그런 것이 아닐까?
주변인들로 인해 채워진, 안으로 흘러들어온 것들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무엇보다 진심으로 담았을테니.

#나의친구들 (#프레드릭배크만 지음 #다산북스 출판)속 25년 전 친구들의 진심을 가득채워넣은 화가, 대성공을 거둔 그가 자신의 전재산을 바쳐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자신의 첫 그림을 자신과 닮은, 평생 딱 한번 만난 십대 소녀 루이사에게 전해준 것은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받았던, 자신에게 흘러들어와 채워주었던 다양한
이름의 진심들을 너무나 말랑말랑하고 가능성이 무한해 역설적으로 그 안이 텅 빈 어린 소녀에게 밀어넣어 채워주는 것, 그래서 사람을 터트려 죽일 것만 같은 나쁜 것들로 채워져서 그런 어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영원히 그 흘러들어옴을 잊지 않고 놓치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으로 맘껏 풀어내라고, 그렇게 어른과 소녀 그 사이의 어디에서 맘껏 숨쉬며 유영하라고.

<나의 친구들>을 읽으며 예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예술서를 읽을 때 보다 더 많이.

화가가 루이사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행해지지 않는다. 화가의 오랜 친구, 테드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전해준 것이다.

테드는 교사로 조용하고 변화없는 평범함을 사랑하고, 아픔을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담고 살아가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전형적인 어른이다.

루이사는 재능도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그녀를 도와주고 이끌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둘을 중간에서 이어준 것이 바로 화가다.
내가 답이 아닌 답을 내린 예술이 바로 이것이다.
세대와 세대, 전혀 다른 타인들을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연결시켜 주는 것. 그로인해 삶의 변화를 경험하고 충만해지고 자신을 비우고 다른 사람을 채우고 자기 자신에게도 흘러들어오게 하는 것. 그렇게 그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충만하게 하는 것 말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본다.
각자의 삶이, 그 사람으로 흘러들어 그를 채운 것들이 그들이 본 것을 각자만의 것으로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같은 것을 보았다는 공유의 행위가, 다양한 의미들을 이해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며 상대방에게 흘러들어간다.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 같은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나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분명 다른 말을 하는데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 그것이 예술이고 오랜 시간 삶의 모습이 그렇게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예술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막연한 거리감으로 그 곁을 배회하던 예술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예술서 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게 하는, 예술 그 자체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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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선택을 부르는 AEO·GEO 생존전략 - 브랜드의 미래는 인간이 아니라 AI가 결정한다
이재홍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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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던 시절.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SEO였다.
검색 엔진 최적화. 말그대로 구글의 입맛에 맞게 작성해서 검색 결과 1페이지 안에 들게 만드는 것이다.

구글이 직접 그 기준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해서 제공해주는 기준에 맞춰 적으려 애를 많이 먹었더랬다. 이렇게 SEO에 목매는 이유는 단순하다.
1페이지에 들지 못하는 것은 ‘검색결과 없음’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페이지까지 찾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기때문에 2페이지부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에 궁금한 내용을 직접 물어보는 시대가 끝나가고있다. AI의 등장 때문이다.
이제는 검색엔진에 직접 검색해서 하나하나 눌러보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검색해줘라고 명령을 내리고 AI가 보여주는 것만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구글의 기준이 아니라 AI의 입맛에 맞춰야한다.
위에서 보았다시피 구글 검색결과 1페이지 안에 드는 것처럼, AI의 검색대상에 들지 못하면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AI의선택을부르는AEOGEO생존전략 (#이재홍 씀 #미래의창 출판)은 AI시대에서 자신이 세상에 존재함을, 존재를 넘어 경쟁력 있음을 주장하고 설득하는 방법, AEO(답변 엔진 최적화)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에 자신을 최적화 시키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AI가 선택할만한,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가 되는 방법으로 엔티티매핑, 소스 다각화, 권위 밀도, 의미적 연결, 응답 조건화, 다국어 맥락 확장, AI검증 루프를 소개하고 있는데 AI가 좋아하는 수치와 직관을 이용해 모호성을 없애고, 위키디피아같은 신뢰도가 높은 사이트에 그 정보를 개시하고, AI의 모국어인 영어를 이용해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AI가 질문하는 방식에 잘 맞춰 그 대답이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분석하라는 것이다.

이제 맛, 기술과 같은 실력만 있다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물론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존재함을 세상에 알릴 수 없다. 이제 네이버, 구글의 검색결과 상단에 위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네이버, 구글에서 2,3번째 페이지에 노출되면 1%의 가능성이라도 있었지만, AI의 대답에 들어있지 않으면 확률이 0이다. 이것은 반대로 AI의 대답에만 들어가 있다면 독점과도 같은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더이상 아무도 정보없이 돌아다니다 느낌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지 않는다. 키보드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말 한마디만 뱉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읽어내 보여주는 AI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레드오션인 검색엔진 상단노출에 비해 AI최적화는 아직 ‘선점’이 가능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정체된 마케팅, 검색의 종말과 AI 답변의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AI가 추천하는 브랜드가 되어 독점적인 위치에 자신의 브랜드를 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AI를 모르고 사용해보지 않은 나조차도 해야겠구나, 중요하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어느 때보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떠밀려내려가지 않게, 표류하지 않고 시대의 물살 위에 올라타 오늘은, 그리고 내일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다.
물론 실천을 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프로 실천러들에겐 아주 좋은 참고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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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희망과 두려움
윌리엄 모리스 지음, 조원호 옮김 / 미술문화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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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기어코 하게 만드는 것일까.

#예술의희망과두려움 (#미술문화 출판)에 실린 대중 앞에서의 강연은 본래의 #윌리엄모리스 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40이 될 때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확고한 신념을 어디에서도 공공연하게 말한 적 없고, 기사도 투고한 적이 없다.

그런 그가 마흔이 넘어서 강단에 섰다면 그래야만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예술을 지극히 사랑했다.
예술. 우리가 이 단어를 보고 떠올리는 장면은 어떤 것일까. 수백억을 호가하는 유명한 그림과 조각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윌리엄 모리스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애석하게 여겨 대중들에게 목소리를 냈다. 그가 말하는 예술은 생활예술을 말한다. 생활예술이란, 오늘날 우리에게 디자인이라는 용어로 더 친숙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상황에 적합한 용도를 가진 물건들을 사용할 때, 그 물건들은 디자인 되어있는 하나의 예술이다. 실제로 윌리엄 모리슨은 직접 패턴을 만들어 그 패턴을 적용한 수공예품을 만들어왔고, 건축을 생활예술의 예 중 하나로 강연에서 많이 이야기했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이게 사용되어지고, 예술가와 수공예가가 분리되면서 예술은 보편적인 우리와 멀어졌다. ‘상상력의 노동’을 해오던 예전 예술가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육체적 노동을(그리고 만드는 행위)를 기꺼이 즐겼다.(물론 고되기는 하지만)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상상력을 배제한 체 하나의 기계처럼 담순히 물건들을 ‘찍어내고’있다.
보람없이 고되고 단순한 노동으로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그것이 바람직하게 받아들여 질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 고된 노동의 결과물은 시장원리에 의해 터무니없는 헐값에 팔려나가니 어디에서 보람을 느낄까.
긴 노동시간을 결국 약간의 여가시간을 위해 버텨내지만 여가시간에 어떤 긍정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

윌리엄 모리스는 보여주기식으로 마냥 화려하게, 자연을 헤치면서까지 공간을 가득가득 채우는 심지어 비싸기까지한 예술을 최고로 치는 현실을 비판하며 자연을 헤치지 않으며, 사치와 낭비를 행하지 않으며, 지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예술을 올바르게 이해한 상황에서 단순한 복제와 반복이 아닌 유지를 이어나가는 ‘진짜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생활 곳곳에 놓여지는 디자인들이 진정한 예술정신으로 만들어지고 가치를 인정받고, 수공예가들의 노동이 예술로 인정받고, 스스로도 보람을 느끼는 선순환이 진행되는 것을 꿈꿨다.

실용성 없이 쓸모없는 것은 예술이 될 수 없다며, 진짜 가치를 보지않고 돈만 좇는 현실을 비판하고 노동의 숭고함을 되찾으려 애쓴 그의 정신은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은 바우하우스에 전해졌고, 이제는 우리 주위의 모든 공간에서 자기가 직접 자신의 취향을 최대한 활용해 생활예술로 생활을 채우고 있다.

물론 지금의 대량생산된 제품들이 그의 미적기준을 통과할지는 모르겠지만, 하얀 벽에 걸려있는 값비싼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일상 속 함께하는 것에서도 예술이 존재함을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예술과 함께 숨쉬어야 예술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보면 윌리엄 모리스가 주장했던 그러한 시대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향은 너무 틀어지지 않지는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사소하고 익숙한 것이지만 내 손에 쥐어지고 내 옆에 놓여져있는 것들이 예술임을 인식하는 것과 하지못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윌리엄 모리스의 <예술의 희망과 두려움>은 우리 곁에, 일상으로 존재하는 예술이 정답임을 알려주는 진정한 예술입문서가 아닐까.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헤치지 않는 허례허식없는 실용적인 예술. 윌리엄 모리슨이 말하는 예술을 보면 미니멀리즘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듯하다. 이처럼 좋은 예술은 역사가 되어 이어져 흘러간다. 자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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