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곁에 두기로 했다 - 나를 흔들고 키우는 힘
김형준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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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극복해야 할 것들을 나열했을 때 상위권에 랭크되는 녀석일 것이다. 불안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만큼, 불안은 싫고 그만큼 익숙한 녀석이다.

#불안을곁에두기로했다 ( #김형준 지음 #스노우폭스P 출판)을 펼치면서 문득 깜짝 놀랐다.
당연하게 나는 최근 언제 불안했지?를 돌이켜보니 상당기간 불안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왜 불안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일단 나는 대문자S로 생각을 하긴 하지만 깊게 하지 못한다. 불안이 나를 스멀스멀 옥죄어 오더라도 에이 몰라 생각안해! 가 되어버려서 혼자 굴을 파지 않는다.
아마 이것도 불안에 대한 내성이라면 내성이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불안하지 않았던 이유가 <불안을 곁에 두기로 했다>책 속에 있었다.

저자는 9번의 이직을 하면서 불안을 긴세월동안 온몸으로 직격당한 사람이다. 이직경력이 쌓이다 보면 많은 이직횟수가 도리어 이직의 발목을 잡는다. ‘될까?’라는 불안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국 불안에 대한 책을 쓸만큼 인생을 일궈냈다.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끌어앉음으로, 동력원으로 삼았다.

불안은 성실한 준비를 방해한다. ‘될까?’라는 끝없는 의구심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행위를 무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성장과 성장을 위한 준비를 멈추게 해 가능성을 0으로 만들어버린다. 준비하면 가능성이 아무리 작더라도 0은 되지 않는데 불안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결국 저스트 두 잇 Just Do it. 일단 움직이는 것이 불안에 잠식되지 않는 방법이다.
무언가를 시작했고 해냈다는 성취감 그 하루하루가 쌓여 부의 감정이 나를 잠식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다.

내가 불안하지 않았던 것도 여기에 있다.
올해 들어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고 달리고 글을 썼다.
무언가를 깨닫고 받아들이고 열에 일곱 여덟은 사라졌더라도 두세개는 체화되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음을 스스로 느꼈다. 드러누워서 게임하고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어 아쉬울 때가 있지만 딱히 새로 그것들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성취감과 나아지고 있다는 것, 뭔가 유의미한 행위로 나의 자유시간을 채우고 있다는 뿌듯함 같은 것들의 맛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여 행동하라고 말한다.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한곳으로 모이게해서 더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내가 하고픈 모습대로 사는 것으로 가기위해 나를 이끌어 주는 것. 그것이 불안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집중력을 얻기위한 명상, 음악 한곡에 오롯이 집중하기, 불안과 집착을 끊어내기 위해 그런 감정들을 유발하는 것들에 의도적으로 들어가 이겨내려 애써보는 ‘노출치료‘같은 직접적인 방법들까지 언급되어 있다.

수많은 심리학, 성공학 명사들의 이론과 말들이 신뢰도를 높인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내 몸안에 채워준다.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이런 자기계발적 요소가 담긴 책은 아주 좋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을 나는 많이 겪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때까지 0인 상태에서 출발해야 했다면, 이 책을 따르는 것은 내 상태가 0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무언가 시작되어있는 상태에서 더 좋은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니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무언가 해왔던,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책을 읽냐 묻던,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던 그 질문의 답을 비로소 찾은 느낌이다.

어떠한 순간을, 기회를 잡을 준비였던 것 같다.
다음 한해가 기대로 가득찬 것은 참 오랜만이다.
좀 더 나은 내가 될 것 같은 기분.

<불안을 곁에 두기로 했다>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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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나의 것
니컬러스 파담시 지음, 김동욱 옮김 / 롤러코스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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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나의것 (#니컬러스파담시 지음 #롤러코스터 출판) 속에는 인종, 종교, 성정체성, 남성성(폭력성) 과 같은 다양한 혐오거리들이 담겨있다.

그러한 혐오거리들이 주인공 데이비드가 좋아하는 락스타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공연 중 뱉은 것을 시작으로 점점 심화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락가수가 종교차별적 발언을 ‘한번’ 했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가수를 여전히 응원해야 할까 바로 손절해야할까.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봐야 하느냐는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이 자체로도 찬성과 반대가 존재할 수 있지만 자신과 의견이 다른쪽을 혐오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데이비드는 이부동생 조이가 함께 좋아했던 락가수를 발언 한번에 손절하고 종교차별주의자로 낙인찍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혼자 여전히 그를 응원하고 그의 노래를 사랑한다. 그의 이름이 적힌 후드를 여전히 입고 다닌다.

차별을 당한 무슬람 측에서도 반응이 다르다.
하산은 인종, 종교와 관계없이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 말하고 자신은 하지않겠다고 분명히 말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학업에 열중한다. 조용히 흔들리지 않는다.

하산의 베프들은 차별에 대한 분노를 참지 않는다. 술과 마약으로 자신을 벼랑으로 내몰고 폭력을 일삼는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변해간다.
데이비드는 스스로를 영국인이라 생각하지만 이란 출신 엄마의 피를 물려받아 사회에서는 이방인일 뿐이다.

학교에서 극심한 괴롭힘을 당하지만 엄마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지금의 사회에 구성원으로 녹아들길 바랬지만 엄마는 홈스쿨링으로 외면을 택하는 순간 둘 사이는 멀어진다. 차별의 분노는 자신의 정체성인 무슬림, 아리아인으로 향한다.

그렇게 분노를 해도 자신은 결국 이방인.
그가 택한 곳은 인터넷 속 세상이다.

같은 처지인 하산은 숨지 않는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 말하고, 사과할 일에는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그런 방식은 데이비드에게 낯설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가 어울려 살아가는 영국의 현실을 뼈아프게 담아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사람들이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데이비등와 하산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사회보다 개인에 더 주목했다.
이 책에서 차별과 함께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다.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이 세상에 큰 의미가 있기에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도 반대하기도 하는 것이다.

데이비드도, 하산도 차별에 표현한다. 그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물론 그 둘이 그런 방식의 표현을 택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선택을 한 것은 결국 자신의 자유의지였다. 그에 따른 결과도 선택한 자신의 몫이다.

차별하는 세상의 참담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동시에 그 울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떤 방향으로 자신이 나아가는데 에너지원으로 쓸 것인지도 이야기하고있다.

가난을 비롯한 결핍이 원동력이었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 자신이 지니고 있던 결핍을 극복한 사람은 결핍을 부의 감정 그자체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양의 감정으로 치환해서 이용한 사람들이었다.

사회도 바뀌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애석함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당하는 사람도 자신을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결국 살아가야 하지않나. 다음 세대는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을 살기를 바라지 않나. 분명 해야할 것이 존재함을 양 극에 서있는 사람 둘다, 모두 알고있다.

uncanny valley 불쾌한 골짜기이론은 인간과 매우 유사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나 행동을 접할 때 느끼는 불쾌감을 이야기한다.

우리 인간과 다른 가축이나 동물에게 혐오감을 느낀적이 있나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잔인하다라는 생각은 해봤어도 혐오감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결국 자기 자신과 같은 종인 인간에게 뭔가 위화감을 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질 때, 우리는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다. ‘다름’에서 기인하는 감정일까 ‘비슷함’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 문장을 쓰면서 뒷맛이 쓴 걸보면 후자가 답인가 싶다.

원래 같은 것임을 인지한다면 고난 속에서도 방법과 방향은 존재한다.

길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멀더라도 이 길 끝에 있는 빛을 보고 나아갈 수 있기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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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단단한 하루 - 누드 사철 제본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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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제본으로 된 책을 쫙 편다.
그것부터 신나는 일이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이런 소소한 일들은 삶의 모든 순간에 있다 할만큼 다양하다. 우리가 그렇게 인지하지 못하고 크고 ‘의미있는’것에만 집중하고 있을뿐이다.

작가가 나와 같은 나이일까? 셍각하게 하는 토끼캐릭터가 자신의 보통의 나날들을 보여준다. 나는 예전부터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하루하루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일들을 다루는 ‘일상툰’이라는 장르를 좋아했다. 아마 큰 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친구들이랑 술잔을 부딪히며 사십되면 어쩌지? 그날이 올까? 야 일단 서른부터 되어보고 생각하자 했던 날이 성큼 앞으로 다가오니 깊은 생각을 하지않는다는 S임에도 침대와 밤이 만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콕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럴 때 #오늘도단단한하루 (#지수 글/그림 #샘터 출판)속 토끼처럼 생각들을 내가 잡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도 따라 움켜쥔 손을 놓아보았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그렇게 나를 챙기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음을 표출하던 단 것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아침에 눈 떠서 이불을 정리하고 단순한 것들을 삶에 ‘다시’녹여 나간다.

보통의 내 삶에서 ‘좀 괜찮은 하루’로 저장해둘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일상의 것들이었다. 심지어 해봤던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살아가면서 내 삶에서 놓아버린 것이다. 여러이유가 있을 것이다. 피곤, 스트레스, 학업, 직장생활, 인간문제 등등.
하지만 그것들이 내 삶을 괜찮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놓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도 단단한 하루>를 보며 깨달았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더 그것들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한해의 마지막 달을 잘 보내고, 다가오는 한해의 목표를 정하는 시기에 참 좋은 책이다. 목표도 기세라며 내년의 나에게 맡긴다며 빡빡하게, 웅장한 것들로 리스트를 가득채우고는 매달 조금씩 더 좌절하고 우울해져간다.

스펙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나로 스스로를 돌보는 것. 새해 결심의 가장 윗줄에 써야할 목표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돌보는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나를 위해 요리하기, 소비습관 점검하기, 운동하기, 영양제 챙기기,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내 자신이 보내는 신호 파악하기 이 책 속에 좋은 방법이 너무나 많이있다. 스스로를 점검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질문들고 담겨있으니 그 질문에 답을 생각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톺아보다. 샅샅이 살펴보며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스스로를 샅샅이 살펴보며 ‘나아가야’한다.

우리는 보살핌 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나를 사랑해야 다른 모든 것들도 사랑할 수 있다.
남에게 어떻든 나에게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자신이 최애인 사람이 되기를.

‘나는 1억받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 100억 받기 vs 아무도 받지않기’에서 1초의 고민도 없이 1억 받기를 선택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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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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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이라고 믿고있는 기존의 세계에 시간이라는 하나의 차원이 더해진 4차원이 세상의 진실이라고 시간 여행자가 알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타임머신 (#허버트조지웰스 지음 #새움 출판)은 80만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지난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사피엔스까지 진화하는 만큼의 시간이 지난 미래는 뭐랄까 분명 신기하긴 하나 낯설지 않았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와 책 속 몇몇 장면들을 다른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시기감이 들었듯, 80만년이 지난 미래 세상에서의 몰록과 엘로이에게도 기시감이 느껴졌다. 내가 SF소설을 좋아하게한 문장 ‘SF만큼 사회적인 장르는 없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기시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득히 먼 미래는 더 나은 세상을 미래에서 찾는다기 보다 과거의 영광에서 찾는듯 했다. 19세기 말, 그리고 지금까지 겪고 있는 사회의 계층분리는 80만년이 지나 해결되기는 커녕 아예 두 종으로 분리되었다. 문제가 더 심화된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미래에도 여전히, 더 나빠졌다면 그것을 알아버린 현재의 우리 인류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 갈 수 있을까?

내가 <타임 머신>으로 본 허버트 조지 웰스는 자포자기하고 놓아버리는 것을 현재의 인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운명에 맞서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현인류들에게 발버둥 칠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던 80만년 후의 미래까지 아직 80만번, 그 이상의 기회가 현 인류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피할 수 없어 보이는 것도 그 전까지 80만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인 것이 아닐까.

지금 이대로라면 미래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며 경고하면서도 호모사피엔스가 겪어온 시간만큼의 기회를 현인류에게 쥐어주면서 분발하라고, 바꿀 수 있다고 현재를 격려해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이대로는 안된다며 각성을 촉구하긴 하지만, 80만년이라는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숫자가 자상하게 다가왔다.

초반에 시간개념을 설명하면서 기구를 개발하기 전까지 인류는 위 아래의 이동도 쉽지않았다고 말하면서 시간도 이동이 어려울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한방향으로 흐르는 것, 그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시간여행처럼 한번에 큰 이동은 앞으로도 힘들 수 있지만 매일의, 매순간의 작은 노력들이 80만년동안 모인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정말 그대로일까? 바뀌지 않았을까?

노력이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타임머신이 아닐까.

작은 것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변할 것 같지 않은 것들도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격려가 어두운 미래의 모습에 역설적으로 담겨있었다.

기술만이 발전하는 미래가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함께 발전하는. 기술적, 사회적 첨단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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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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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2음절밖에 되지 않는 단어임에도 웅장하다.
이 단어하나에 선사시대, 기원전, 기원후 수십만년의 인류의 이야기가 담겨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나의 조국을 넘어선 세계사라면 음절하나가 더해진 그 이상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내가 수학을 못함에도 이과의 길을 간 이유가 바로 역사라는 단어의 압박감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통의편지로읽는세계사 (#콜린솔터 씀 #현대지성 출판)을 보고는 역사, 세계사라는 것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

스파르타와 마케도니아의 전쟁에 굴복하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라는 굴욕적인 편지에 ‘만약’이라는 단어만 적어보내는 스파르타의 패기, 국혼을 파기(이혼이라 하지)하려 가톨릭과 맞서싸운 헨리8세가 정인에게 보겐 연애편지 다발(바티칸에 보관되어있는 것이 더 신기하다), 자신을 믿기못해 목숨을 끊길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애인에게 남긴 유서가 되지못한 유서(어설픈 실력으로 모든 장기를 피해간 칼날, 그 칼날이 ‘악의 꽃’의 최대주주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쉽지않은 길이며, 심지어 끝이 밝지않음을 알고있으나 걸어가야만 한다고 고백하며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싶음을 전했던 불후의 화가 고흐, 그런 형에게 폭풍우에서 휩쓸려 좌초된 시간이 드디어 끝나 결국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평생을 응원한 동생 테오 둘사이의 편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 지는 베아트릭스의 ‘피터 래빗’의 시초가 된 아이들에게 보내는 귀여운 삽화가 그려진 편지, 마리아 퀴리에게 사랑을 고백해 마리 퀴리로 두개의 노벨상을 받게 된 미래의 남편이 보낸 편지, 타이타닉 호 승객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물에 젖었음에도 선명한 편지(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불멸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코트에 돌들을 넣어 물로 걸어들어가기 전 남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들이 세계사라는 이름아래 묶여있는 것을 보니 역사라는 것이 그렇게 준엄하고 웅장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개하지 않은 전쟁과 정치에 관련된 정상들끼리 주고받은 서신이라던가 극비사항을 상대국에게 전하는 스파이의 글들도 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의 한 이야기일뿐이었다.

역사란 인간이 만들어 간 시간들이 쌓여있는 것.
사람 사이에 허심탄회한 둘만의 솔직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고르고, 단어를 고르고 심지어 향을 고르기까지 하는 정성이 담겨있는 그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역사를 이루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역사, 세계사와는 결이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큰 사건들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큰 사건에도 사람 사이의 비밀스런 소통은 존재했다.

결국 우리가 배운 역사는, 전체 역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에게는 전쟁이나 역사적 사건이 큰 의미일 것이고,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사랑하길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울프가 남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큰 의미일 것이다.

개인마다 큰 의미를 가지게 되는 역사가 다른 것이다.

그런 역사의 중요함의 우위를 누가 따질 수 있을까.
모든 역사는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를 배운다기 보다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나에겐 역사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역사라는 단어가 조금더 말랑말랑한 무언가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편지들을 쓰는 사람들은 이 편지가 역사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우리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평범한 것들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남겨질 수 있다. 아니 남는 것은 분명하다.

호승심은 아니지만 역사에 나를 남기고 싶어졌다.
이쁜 편지지와 펜이 필요해졌다.
역사에 남고 싶다면, 편지를 써보라.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서를 편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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