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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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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뜻마저 ‘벼루’인 남자가 온 마음으로 긴자에서 지켜내고 있는 190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시호도 문구점.
단어장, 가위, 명함, 책갈피, 색연필 등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에서 잊혀지지않는 한 순간, 어쩌면 삶 자체를 상징하는 무언가일 수도 있는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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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왜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낡고 고장나버린 옛 문구를 고쳐주거나, 인생의 힘든 한 순간에 의미있는 물건 하나를 추천해 주는 그런 장면을 생각했는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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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과 가정을 위해 일하면서 야간대학에 진학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아버지의 삶이 녹아든 단어장이 아버지의 은퇴로 어색해져가는 가정의 분위기를 되살려주는 매개체가 되고, 동날과 정말이 한 점에 만나야만 절삭력이 생기는 예민한 물건인 가위로 왼손과 오른손,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의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는 시선이 있어야함을,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마음껏 자기가 하고픈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아내는 묵직한 작품이다. 서로다른 사람들의 여러시선이 작동하여 더 나은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퇴직이, 시간이 지나버림이 빛바래는 것이 아님을 지난날을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등을 문구라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물건에 이처럼 많은 것들을 담아내는 작가의 필력에 굉장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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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일본에서는 5편까지나 나와있겠지.
이렇게 하나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 형식의 소설이 5편까지나 출판된 것을 본 적이없다. 가히 유일무이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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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까지 나왔다는 말을 들으니 료코와의 묘한 기류가 등장하는 것도 항상 그자리에 하늘색셔츠에 파란넥타이 회색정장바지로 똑같이 있는 시호도 문구점의 주인 ‘겐’에게도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바라는 독자들의 바램을 들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2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변함없이 한곳에서 많은 손님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달래준 시호도 문구점에 불어오는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물리적으로 여러권에서 서서히 진행된다면 억지스럽지 않아 독자들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응원한다 겐이 아닌 료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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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세월 덕을 쌓았으니 받을 건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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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시호도문구점2 (#우에다겐지 지음 #오팬하우스 크래커 출판사 출판)을 읽으면 일상적, 평범한 것들의 특별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각 에피소드들의 주인공고 특별하지않다. 가정을 이루고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장, 정년퇴직을 앞둔 아버지,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고 하루빨리 학교를 벗어나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을 곳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여중생, 각자의 가게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직원들까지. 어느 사람하나 특별한 사람이 없다. 우리주위에 항상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심지어 우리 가족 중에도 있을 수 있는(과거 현재 미래)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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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겪는 일상들도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나의 단어로 표현 가능하다고 모두 똑같은 일상이라 할 수 있을까? 작고 어디에나 있는 문구조차도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고 누가 구입했고, 어떤 역사를 담고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사람의 인생이라면 더 특별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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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이미 쥐고있는 것들에 소홀하고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진 사람들을 매체에서 보면서 끝없이 자기와 비교하고 자신을 낮추며 일반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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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스스로가 총천연색인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잿빛으로 만들어간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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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라는 것을 소재로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우리들을,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써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뿐만아니라,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늘 있는 그런 문구에 빗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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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문구류가 제각각의 역사를 지니고 누군가에겐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않을 보물이 되는 것을 평범한 우리의 인생도 우리 스스로에겐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것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투로 듣기좋게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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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2권으로 시작했지만 1권도 읽어보고싶고, 계속해서 정발 될 나머지 시리즈들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싶다. 문구를 정말 애정하는 사람 입장에서 소재도, 주제도 무엇하나 빠지지않는 소설이다. 나이 지긋한 이 시대의 아버지가 쓴 글임에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않고 묵묵하게 들어주고 은은한 미소를 지어주는 <긴자 시호도 문구점>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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