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2 - 헤라클레스
이우일 지음, 이준석 감수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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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어린 시절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한 이 신화를 무척 좋아했다. 책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재미로 책을 읽는 행위와 멀어지면서 머릿속에서 신화의 이야기는 듬성듬성 구멍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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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디세이’도 신화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꾸준히 수많은 버전의 책이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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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인 #이우일의만화그리스로마신화 (#이우일 만화 #비채 출판)은 이우일 작가가 ‘오이디푸스 왕’, ‘오뒷세이아’ 같은 고전을 탐독하다 자신도 모르게 하루에 한두 페이지씩 신화를 그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삼 년의 시간이 흘러 3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비전문가가 그려낸 것이라는 한계도 <오뒷세이아>의 유명한 판본을 완역해낸 것으로 유명한 이준석 교수님의 감수로 완벽하게 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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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에 본 <이우일의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두 번째 권으로, 너무나 유명한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이다. 현재 오뒷세우스가 가장 핫한(?) 영웅이기는 하지만 아마 모든 영웅의 시초는 헤라클레스가 아닐까.
반인반신, 인간으로 태어나 결국 신이 된 남자의 일대기를 이우일 작가의 산뜻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따라가면 순식간에 책 한 권이 끝난다.
에우뤼스테우스 왕이 내리는 12개의 과업을 달성하는 순간은 지극히 영웅 같기도, 신 같기도, 인간 같기도 하다.
조각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헤라클레스와 달리, 이 책 속의 헤라클레스는 어딘가 순박하다. 그래서 친근하다. 그가 분노하고 사랑하고, 친구를 잊지 않고, 약속하고, 죄를 짓고, 속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모습들에 쉽게 이입된다. 날 때부터 너무 잘난 가까이할 수 없는 이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난관을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모습이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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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으로, 신으로 지금도 당당하게 이름을 빛내는 헤라클레스이지만 그의 삶은 절대 순조롭지 않다.
물론 자신의 탓도 있지만 불사의 몸을 내던지는 순간도 절대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고통들을 넘어 마침내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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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의 재능은 불사의 몸, 엄청난 힘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끈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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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넘어 영웅으로, 신이 된다는 것은 완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의 비유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 그것도 어렵지만 그 과정의 어려움을 포기하지 않고 피하지 않고 결국 끝까지 한다는 것. 그것이 결국 완전한 인간이며 영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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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직전,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좋은 책이다. 밝은 색감과 그에 비견되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박혀있는 위트,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피하지 않고 이어간 헤라클레스의 모습까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던 일상으로 잘 복귀할 수 있게 기쁨과 결심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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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런 역할일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을 보여주고 각오를 다지게 하는 것.
<이우일의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것을 무겁지 않게 산뜻하게 해낼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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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신들의 우화’와 3권 ‘오뒷세우스’도 기대된다.
어려운 것을 어렵지 않고 쉽게 보이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진짜 실력자만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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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입문서로, 오래 곁에 두고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애독서로 곁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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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 태도 ㅣ 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이원재 지음 / 에피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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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조각, 설치미술, 도자기, 서예, 음악.
이처럼 무수히 많은 예술 종류가 있지만, 그것들이 전시되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건축 그 자체도 하나의 훌륭한 예술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함과 동시에 수학, 과학적 방식으로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예술.
그러한 건축물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이런 것을 현실화시켰을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이 건물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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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예술을 관람하는 자세 중 하나에 속한다.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를 넘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알면 더 흥미와 애정이 생긴다. 건축은 완성되면 그곳의 거리, 자연과 상호작용하면서 그곳에 이미 있던 것들을 변형시키기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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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건축레시피 (#이원재 씀 #에피케 출판)는 유명한 건축을 만들고 만들어내고 있는 유명 건축가들과 저자(저자 자체도 대단한 건축가이다.)가 나눈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맛집 사장님께 가서 어떻게 하면 이 맛을 낼 수 있는지 레시피를 물어보고 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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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에 비유했지만 실제라면 맛집은 레시피를 공유해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매출과 직결된 문제이니 말이다. 건축도 자신의 기술이고 노하우이며 매출과 직결되지만, 피터 쿡, 톰 위스컴, 이교석 같은 시대를 이끌고 있는 건축가들이 기꺼이 자신의 레시피를 내놓는 것은 건축이란 건축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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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건축가와 건축을 의뢰한 사람에게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한번 지어 놓으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몇백 년을 그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갖는 것이 건축물이기에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건축가들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까마득한 후배들을 이끈다는 의미로 기꺼이 자신의 레시피를 나눠주는 것이다. 다만 레시피라고 해서 특정 디자인이나 색상, 재료들을 공유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나눠주는 것은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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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험을 쌓아라.’, ‘전공 외 다양한 책을 읽어라.’, ‘여행을 떠나라.’ 같은 얼핏 보면 건축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조언들을 후학들에게 권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게, 지속 가능하고 통합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존재를 인식해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와의 관계를 확장시키려 애쓰는 것과 같은 거장들의 ‘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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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태도를 갖추기 위해서 건축이라는 학문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 외 경험을 통해 다양하고 독특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건축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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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예술가의 인생이 담겨있으니.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만들어낸 작품에도 담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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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놓고 보면 건축 레시피라고 말하는 이 책은 건축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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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그로 인해 자신만의 시선을 갖추고 그 시선들을 자신의 삶 곳곳에 녹여내는 것.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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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이고, 그렇기에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예술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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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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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부터 21세기까지.
두 세대를 거친 가정사와 분 단위로 촉박하게 돌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병치되어 있다기에는 한쪽이 억울할 만큼 분량이 기울어져 있다.
도합 100년의 역사. 그중 2/3 이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가.
하지만 이런 기울어짐은 결국 2대가 아니라 3대에 걸친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분량이 적은 것이 좋다.
앞으로 써 내려갈 내용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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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않는노래 (#최진영 지음 #한겨레출판 )의 이야기다. 100년 한 세대를 담고 있는 이야기는 삼 대, 4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다. 태어나자마자 남의 집으로 갈 사람이라며, 장손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면서 그것을 희생이라 자기 자신들조차도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독립, 6.25, 독재정권과 같은 현대사의 굵직한 이야기도 당연히 함께 진행된다.
이런 현대사들을 배우면서 그런 아픔들을 지나면서 지금이 있을 수 있었다라는 교훈을 얻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아름다운 해피엔딩 같은 교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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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고 먹고 살기가 좋아졌어도, 구체적인 모습만 조금씩 변할 뿐, 책 속 여성들의 처지는 변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은 오히려 더 힘들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 시대의 분들이 보면 이런 태평성대가 없는데 말이다.
저마다의 사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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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가는 것일까?
행복하려고?
그럼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럼 왜 살고 있는 것일까? 살면서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면서 왜 그렇게 억척같이 살아내는 걸까. 말로 뱉어내지 못할 후회만 가득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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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노래> 속 인물들은 말 그대로 죽을 위기를 넘기며 악착같이 살아남아 행복하지 않다면서도 당연하듯 오늘을 내일을 살아가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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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의 세월을 불행만 했다면 나는 왜 이 이야기를 내 시간을 써가며 읽었던 것일까. 한숨이 저절로 나올 만큼 답답했지만 그럼에도 몰입되었다.
현재보다 20세기 초반이 더 현실감이 없어 SF 소설의 한 장면 같았다. 살아있으니까.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것은 거짓이다. 아직 끝을 내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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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태어나면서 끝이라는 것은 확정된다.
나의 끝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한 것이다.
그 궁금증은 행복과 불행도 초월한다.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분명 찾아오지만, 그 궁금증은 다시 걸을 수 있게 스스로를 격려하는 노랫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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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노래. 100여 년의 역사와 그 속에서 고생만 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 시절,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아직 이 책에 쓰여지지 않은 그때는 미래였으나 지금은 어제였다 오늘인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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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도 우리 모르게 나지막이 부르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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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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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기.
상상도 할 수 없는.
인류가 살아온 것만큼의 시간이 더 지난 아주 먼 미래.
지구는 미생물마저 살아낼 수 없는 바싹 마른 사막이 되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인간들이 있었다.
조, 랑, 지카. 그리고 20세기 전에 만들어진 로봇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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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속에서 얼굴의 1/4만 나와 있던 로봇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꺼내어 고치고 전원을 켜 고고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던, 고고의 삶의 목적이었던 랑이 죽으면서 #랑과나의사막 (#천선란 지음 #현대문학 출판)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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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고고는 목적을 되찾기 위해, 과거로 갈 수 있는 땅이 있다는 검은 폭풍 너머로의 여행을 떠나는 고고. 고고의 여정은 또 다른 인간과 로봇, 외계인을 만나면서 자기 스스로의 존재와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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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인간 고유의 영역일까? 정말 몸에 존재하지 않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일까? 호르몬과 화학물질에 의한 반응이 아닐까? 그렇다면 로봇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감정은 학습될 수 없을까? 또 다른 누군가를 보고 이해하고, 깨우치고, 주고받고, 공감하는 것이 감정 아닌가? 그렇다면 뇌와 심장이 없어도 소중한 사람을 바라보고 따라 하고 표현해내는 로봇의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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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감정이 없다라는 말을 <랑과 나의 사막>에서 가장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애석하게도 고고 본인이다. 애석하다, 침통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오류처럼 예고 없이 밀려오는 랑과의 기억에 욕을 뱉어낸다. 그것들이 이미 감정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살리와의 대화를 통해 고고는 모든 것을 깨닫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미지의 그곳으로 이제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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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여정과 49세기의 49라는 숫자에서 49재가 떠올랐다. 사람이 내세로 떠나 다시 왕생하기 위해 걸리는 49일 동안 극락왕생을 빈다.
죽은 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남은 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잘 보내주는 것은 잘 매듭짓는 것이다. 잘 매듭짓는다는 것은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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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인류가 유지되었지만 완연한 죽음, 멸망으로의 길이 49세기가 걸렸다. 이제 49일이 끝난 것이다.
앞으로 인류의 앞에 새로운 시작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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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이끌려 생각해 본 것이지만, 솔직히 인류 전체보다 랑과 고고 둘의 서사에 더 주목이 되긴 했다. 죽은 랑을 의지와 상관없이 떠올리며 그 기억들을 안고 나아간 고고의 여정은 기간과 관계없이 49재 같았다. 기리고, 잘 보내고, 잘 정리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치유와 재탄생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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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로봇이고 외계인이고 인간인가.
똑같이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지 않을까. 점점 내 편, 네 편 사이의 선이 뚜렷해지는 요즘에 필요한 이야기였다.
구분 짓지 않고 더불어 사는 것, 자신을 인정하는 것, 누군가를 위하고, 애도하고, 다시 일어나 걸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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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마른 것은 사막 못지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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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머묾 세계문학 자아 3부작
메리 셸리 지음, 이미애 옮김 / 머묾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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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았기에 뜻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뜻했기에 생명을 부여받았다.
인간이 보기에 좋지 않은 모습이기에 당연히 생명과 함께 부여받아야 마땅한 애정과 배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되고 말았다. 누가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올려 달라고 빌었던가? 무언가를 창조해 낸 자는 결과가 어떻든 창조물에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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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직한 질문은 #프랑켄슈타인 (#메리셸리 지음 #머묾 출판)을 관통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넘어 AI와 유전자, 생명과 관련된 모든 신기술을 연구하는 지금 우리 시대에게도 유효한 질문으로 책을 덮어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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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겁도 없이 생명을 창조해 낸 프랑켄슈타인과, 아무 잘못도 없는 인간들을 복수라는 이유로 파괴하는 괴물 모두에게 화가 났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입장이 아니라 그 혜택을 누리는 입장으로 살아왔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괴물의 분노에 공감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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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괴물은 도를 넘었고,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인간이라 여기지 않았지만 이러한 성향은 이토록 불완전하면서도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를 드높이는 인간의 그것도 너무나 흡사했다.
어느 정도 자신과 닮으면 혐오감이 높아진다는 ‘불쾌함의 골짜기’,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이 딱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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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할 수 있나 의문이긴 하지만, 완벽한 이타심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끔찍한 결과가 만들어졌다면 그것을 지금 당장 바로잡기 위해 태어나지도 않은 후대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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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에 대해, 생명의 존엄에 대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순간에 염두해야 할 것들에 대해.
너무나 많은 의문들이 마음을, 머리를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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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찬찬히 되짚어보면 이 수많은 의문들 사이에서 그래도 가장 무겁게 자리 잡고 흘러가지 않는 것은 괴물의 스스로에 대한 물음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위의 수많은 의문들의 답도 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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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설정된다면,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취해야 할 태도가 분명하게 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다.
하지만 어려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과연 이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데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는지, 그것이 진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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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부모가 옳다고 말하는 대로, 좋다고 평가하는 대로 보살핌이라는 이름으로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와 수능을 치르고,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다. 그 자녀에게 우리는 또 그것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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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살아낸 사람들은 물론 훌륭한 인내심을 지니고 있지만 진짜 그것들을 찾아낸 사람들이 누리는 만큼 충만한 삶을 누리기는 힘들다. 참아야 할 이유, 이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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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과학 기술들, 그로 인한 그 어떤 시대에도 통하는 이야기이지만 그것보다 격변하는 시대에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잠시 멈춰 서서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 각각이,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의 답이 될 수 있는 그 근본적인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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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그 어떤 책보다 철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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