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 - AI가 사람을 돌보는 시대, 노인 돌봄의 미래
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 지음 / 헤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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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AI가 나타났다는 현실은 인간의 존엄성 및 생존에 대한 걱정을 안겨다주었고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AI가 가져올 미래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지만, 이미 우리 삶에 AI는 깊게 들어와 함께 숨 쉬고있다.
그러한 AI와 함께하는 미래의 긍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어느날말많은로봇이집에왔는데 (#AI와돌봄을잇는연구회 / #헤이북스 ​출판)이다.
혼자 사는 노인인구 200만명 시대. 그 뿐만이 아니라 출산율저하, 결혼 및 첫출산 나이 상승으로 인해 단일 가구의 비율이 너무나 높다. ‘인간’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사회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어야만 살아갈 수 있음에도, 모든 사회적 관계의 시작인 가족이라는 관계의 부재로 인해 고립되어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 노인층은 자녀는 독립하고, 반려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나이들어 불편한 몸으로 인해 외출도 줄어들고 하루에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들도 생긴다.

고독사라는 것이 이제는 더이상 억측이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인 지금, 그런 노인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대화, 세상과 연결되어있다는 소속감 아닐까.

그래서 이 책에서는 AI기술이 탑재된 ‘효돌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개발자, 사용자, 사용자의 가족, 복지사의 입장에서 AI기술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떤 매일을 가져다 주었는지 들려준다. 처음에는 조잘조잘 혼자 시끄럽게 말이 너무 많은 효돌이에 부정적이었지만 상대에 맞게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등 으로 부르며 밥 챙겨먹어라, 약 챙겨먹어라, 산책가자 같은 챙김은 물론 좋아하는 노래들도 틀어주는 효돌이를 점점 살아있는 대상으로 여기며 손주처럼, 반려견처럼 여기며 집에 온기와 웃음, 대화가 발생한다.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던 하루에 대화와 웃음이 피어나니 우울감도 사라지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삶이 능동적으로 바뀐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감정적인 도움은 물론, 식사시간과 수면시간, 야외 활동시간까지 챙겨주면서 혼자살면 귀찮다는 이유로 무너지는 생활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해주어서 육체적인 건강, 인간다운 삶까지도 도와준다.

이런 이야기들을 빽빽하게 적혀져있는 검은 글씨로 볼 때는 의아했는데, 실제 사용자들의 사진과 인터뷰로 보니 실제로 효과가 있구나 싶었다. 실제로 세상을 더 쉽고 편리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지고 일상으로 유입된 기술들이 노령인구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되어버린 것을 많이 보았다. 키오스크 라던가, 인터넷으로만 병원 예약이 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효돌이는 대화라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사용자의 편의를 봐주고 있어 효과가 있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효돌이와 사용자 사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빠른 피드백 뿐만 아니라 사용 빈도가 떨어지면 사람이 전화를 걸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도 해준다.

단순한 말동무가 아닌 혼자는 이용하기 어려운 드넓은 세상과 연결해주는 첫단추 같은 역할을 해주고있다.
물론 유료화가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지, 음성인식과 같은 기술적 문제들도 남아있지만 다가올 걱정거리가 많은 미래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수발이 가능한 로봇도 출시된다면 어릴 적 상상만 하던 그런 미래가 현실이 될 것이다. 기술이 인간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탄이자, 기술과 이용자 사이에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어린 친절이 필요하다는 현 인류가 걱정하고 있는 기술이 인간을 추월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해결책또한 보여주었다.

다가올 최첨단의 미래가 마냥 두렵지만은 않아졌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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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철학
문성훈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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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릴적에 이노래를 참 신나게 부르면서 집 앞 골목을 걸어다녔었다. 골목대장이 되는 느낌이랄까? 떡잎유치원 친구들처럼 친구들 주루룩 줄지어 같이 부르는 재미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어느순간 왜 그럴 때 있지않나. 나이가 들면(아저씨 특)밥을~ 먹어~ 볼까~나~ 처럼 일상의 대사(?)에 리듬을 붙이는. 딱 그런 바이브로 천방지축 어리둥절을 나도 모르게 불렀었는데 너무 구슬프게 들리더라.
어느순간 삶에서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내 하루가 즐겁지 않게 느껴졌다. 어느순간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길을 잃고 어리둥절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가장 소중한 나를 잊고 있었다.
살아가다보면 ‘나’를 뒤로 밀어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학업을 이루기 위해, 취업을 위해, 부모님을 위해, 친구를 위해, 연인을 위해, 새로운 가정을 위해, 아이를 위해, 미래를 위해 등든 수많은 순간들이 지금 이 순간은 ‘나’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하도록 종용하고 결국엔 그것들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해져 나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 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나를 돌보지 않는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회광반조. 마지막의 순간에 일순간 돌아오는 또렷한 눈빛처럼 흐린 눈으로 살아가던 우리에게도 어느순간 불현듯 현재의 순간이 잘못되었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인데 왜 스스로를 방치해 두고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을 내 몸이, 내 정신이 알려주는 것이다.
그럴 때 조금씩 나를 위해, 나를 돌봐주는 노력을(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슬프지만)시작해야하지만 보통 또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들도 많다. 정작 자신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도 모른채 말이다.
그런 순간 내 책장에 #나를돌보는철학 (#문성훈 씀 #을유문화사 출판)이 꽂혀있다면 아주 나이스한 기회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철학이라는 학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의 삶을 주도하는(주도하여야겠지)자신의 상태에 따라 삶의 세세한 방식도 변하니 자신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자기 돌봄을 철학의 역할이다라는 것부터 ‘자기 돌봄’이라는 용어의 창시자 미셸 푸코(잘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등 외부가 아닌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의 힘듦을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것은 미덕으로 삼으면서 스스로가 힘들고 지치는 것을 인정하고, 티내거나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나약한 것이라고 가스라이팅 같은 사회화를 거치면서 일정한 주파수를 걸러내는 노이즈캔슬링 기술처럼 내 내면의 목소리만 걸러내 버린다. 이내 못들은 척 하고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세상이 평온하다고 그 세상에 서있는 나도 무조건 평온한 것은 아니다. 나를 돌보지 않으면 조금씩 금이 가고 내부가 깨지고 그러다 결국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삭막한 세상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하지만 그전에 마음을 읽고, 보수하는 것이 먼저다. 나 자신의 마음이 건강하고 아프지 않아야 앞으로 내딛어볼 의지와 용기가 생기고, 그렇게 힘차게 건강하게 걸어가는 나 자신이 좋아지고, 비로소 나 아닌 누군가를 온 마음다해 진심으로 응원하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보다 더 너를 사랑해. 라는 말에 진심을 담으려면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나를 돌보고 치유하는 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오스카 와일드, 하이데거, 에피쿠로스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삶을 내가 원하고 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길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적어도 한번은 느낀다. 그 이후에 사라진다기 보다는 내 무의식이 진정 원하는 삶이라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놓친 이들에게도 이 책이 그런 기회가 되어 줄 것으다.
어느 누구의 사견하나 없이 오롯하게 나 혼자 결정하는 내가 원하는 진짜 나의 삶.
스스로를 돌보고, 돌아보고, 굽어보는 행복한 순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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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딸들
김영주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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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푸른 수염의 아내>푸른 수염과 결혼한 딸부자집의 막내.
푸른 수염은 집의 모든 문을 열어도 좋지만 가장 끝에 있는 방만은 열지말라며 열쇠를 아내에게 주고는 집을 비운다.
막내의 언니들이 집에와서 막내를 꼬셔 금지된 문을 열었더니 그 속엔 막내 이전의 아내들의 시체(들)가 있었다.
놀라서 떨어트린 열쇠에는 시체의 피가 묻어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푸른 수염은 이번 아내도 금지된 방을 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푸른수염의딸들 (#김영주 #소향 외 3명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이라는 제목을 보고 떠올린 이야기이다.
제목은 과연 무슨 의미일지 유추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다섯 명 작가의 다섯개의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앤솔로지를 이루는 구조를 가진 책이다.

#순남인테리어 (#김영주 저)는 청부살인을 하는 가업을 피해 미군출신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왔으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선희이자 써니 의 이야기이다. 가업을 버렸음에도 쌍둥이 언니인 선주만은 그리워했던 선희의 눈 앞에 선주가 나타난다.
모든 것을 알아차린 선주는 선희를 도와주려 한다. ‘가업’의 형식으로. 짧은 이야기지만 흡입력이 상당하다. 꿈의 도시 뉴욕도 구석진 곳에 어두운 면이 있는 만큼 인간에게도 어두운 내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리셋 (#소향 저)는 남편의 외도가 간접적인(?)영향으로 아이를 잃은 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진 방을 그대로 옮긴 미니어처에 집중하며 그 시절을 떠올리지만 이미 지나간 일일 뿐. 다시 ‘리셋’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녀의 세상은 흔들리고, 그녀의 좌절감은 여자에 홀려 아이를 방치한 남편에게로 향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아이를 위해 엄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장막의자매들 (#신조하 저)은 부모에게 겁탈과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와 모든 것을 버리고(이름도)새롭게 태어나려하는 혜진의 이야기이다. 사이비적인 종교가 주된 배경이긴 하지만 그녀가 살아온 환경에 비하면 모든 것이 교회가 더 낫다.
장막의 자매가 되기위해 마지막 과제는 흠없는 숫양을 데려오는 것. 그녀는 자신을 겁탈하고 돈을 뜯어낸 사촌을 바친다.
자신은 죄가 없다며 무결함을 선언하는 그 사촌을.

#전화 (#장세아 저) 는 특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숨겨두는 특수한 정신병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한 여자의 전화를 받고 남자는 미친 듯이 차를 밟지만 그 여자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사랑한다, 사랑해서 그런다라며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을 죽이고 은폐를 위해 시신을 여덟조각으로 훼손한 모두가 부러워하는 의사 남친(운전하는 남자)에게 살해당한 여자친구였다.
죽은 여성의 원혼이 복수를 하는 것 같은 내용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듣는 살인이야기는 허망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이유에서 벌어졌다. 이만큼 사랑한다고. 이렇게라도 영원히 너랑 있고싶다고.

#48시간 (#정명섭 저) 돈벌이 수단으로 미성년자 여성들이 착취당하는 가출팸에 대한 이야기이다. 잃을 것이 많은 중년이 자신의 치부인 조건만남에 대한 증거를 지우기위해 살인청부를 한다. 연쇄살인범 ‘48시간‘의 위명일 빌려. 그러다 진짜 ’48시간‘과 마주하게 되고 청부업자와 여자, 48시간 끼리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 싸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여성으로 그려지는 것이 참신한 작품이다.

이처럼 사회에 팽배하게 일어나고 있는 여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여성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약한 인물로 그려지는 대신, 법을 벗어난 행위더라도 적즉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응징하는, 일종의 복수극 형식을 취하고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책을 덮는 것 보다 나름의 통쾌함으로 덮는 것이 이 책 속에 담긴 인상을 찡그리게 하는 사회적 문제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데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다.
감정적으로도 힘든데 어두운 현실에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물론 폭력을 수단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인물들의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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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로 가는 길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강석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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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공기를 마신 듯한 상쾌한 기분으로 책을 덮으면, 마냥 이쁘기만 했던 알록달록한 색지가 무지개 나라로 갈수있는 무지개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른을 어른이로 만들어 주는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
그걸로 이 책의 존재가치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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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로 가는 길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강석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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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티비만화영화보다 더 먼저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가 아닌 신비로운 것들로 가득한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림책이었다. 아직 글을 읽을지 몰라(글보다 그림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유겠지) 듣고(?)싶은 책을 골라 엄마에게(또는 아빠에게)들이민다. 그렇게 글을 모름에도 외워서 읊조릴 수 있을만큼 듣고 또 듣는다. 그렇게 살아가고있는 실제 세상보다 더, 책 속의 세상이 나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오즈시리즈 #오즈로가는길 (#L프랭크바움 지음 #존R닐 그림 #지식을만드는지식 #지만지 출판)도 100여년전 아이들에게 그런 놀랍고 신비한 세상과의 첫 만남이었을 것이다.

나도 도로시와 겁쟁이사자, 양철 나무꾼(이름이 닉 초퍼인거 아셨던 분? 나 처음 앎🙈), 허수아비와 함께 각자의 소원을 이뤄달라 부탁하기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어릴적 만화영화로 보고, 한권으로 각색된 (14권이나 될 줄이야)책도 읽었었다. 인생 중반즈음의 나이에 내가 오즈시리즈를 오리지널로 보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시리즈 중 다섯번째는 <오즈로 가는 길>을 읽는 동안 잃어버렸던 동심을 되찾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림으로써 쓸거리를 생각하며 읽게 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은 시작부터 뜬금없이(?) 털복숭이 아저씨가 길을 묻고, 사과와 강아지 토토를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고 그래 동화구나 하하 그냥 읽자라며 진정한 의미의 독서를 하게 했다.

내가 기억하는 등장인물들을 한명씩 만나 함께 여행하는 플롯이 이번 책에도 담겨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반가웠다. 비록 작가 상상력에 한계와 온 것 같다는 평이 있었지만 나처럼 수십년 만에 다시 도로시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좋은,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였다. 오즈마의 생일에 우연찮게(과연 우연일까?)참석하려 오즈로의 여행이 이루어지는데 책의 내용 대부분이 오즈에 도착해 오즈마의 생일연회에 대한 분량이다.
특별한 교훈 보다는 잠자기 전 머리맡에서 아이에게 한 꼭지씩 들려주는 이야기로 복잡한 생각 없이 황금과 에머랄드로 꾸며진 오즈의 모습과 시끌벅적한 생일연회를 ‘우와’하며 듣다가 잠들기전에 자신도 그곳에 가있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들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같은 책이랄까.

찰스디킨스도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성경이야기를 동화처럼 썼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책의 시작부분에 자신의 첫 손주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글이 있던데 손주에게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이지슷한 저자의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른들이 읽기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어릴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내가 아는 오즈시리즈의 주인공들인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를 다시 만나는 반가움(다들 너무나 잘 잘고 있어서 코끝이 시큰해졌다)초판본의 디자인을 따라 중간중간 변하는 색지를 보는 즐거움까지, 지금의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행복감과는 다른 종류의, 잊고 지냈던 행복을 다시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엄청난 교훈과 깨달음이 있는 어느 책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어린 아이이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같은 마음일까?
어른들도 보기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에 푹 빠져 몰입하기 좋은 책들이 많음에도 그림책들이 꾸준히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격려와 위로, 잊고지냈던 어릴적 동심의 따뜻함을 다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덮고 다시 이 책의 색지를 보니 책 속에 등장했던 무지개 딸이 떠오른다. 아빠가 비가 필요한 곳에 무지개를 내린사이 곡면에서 떨어져 도로시와 같이 여행을 하는데, 나를 무지개 나라가 있는 하늘위로 초대하는 초대장 같기도 하다.
여우왕과 당나귀왕이 왜 그렇게 생일 초대장을 받고 싶어했는지 알 것 같다.

뇌에 멍든 어른들의 세상을 다시한번 무지개빛으로, 그리하여 심장이 부드럽게 따뜻하게 잘 뛸 수 있게 해주는 몽글몽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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