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이윤학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11월
평점 :
자신을 돌보지 않고 술과 사십 여년을 살아온 시인이 도시를 벗어나 산으로 떠났다. 벽을 쌓고 창문과 문을 내어 혼자 지낼만한 집을 지었다. 마당 벤치에서 저 높이 솟은 달을 완연히 누린다. 술을 마시느라 보지 못했던 것을 또렷하게 두 눈에 담는다.
나무, 하늘, 달, 유기견, 호수, 나무옹이, 개양귀비. 그 안에 따뜻한 시가 움트리고 있는 존재들이 지천에 널려있고,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열권이 넘는 시집을 발표한 시인의 예리한 레이더에 포착되어 시가 된다, 산문이 된다, 소설이 된다, 사진이 된다.
나아가 진폐증을 앓던 아버지의 면 마스크와, 어머니가 집 나갈까 봐 걱정하던 할아버지에게까지 확장된다.
#당신과함께있는느낌 ( #이윤학 씀 #오늘산책 출판)에 담겨있는 사진과 글들은 따뜻한 햇살이 한줌 씩 묻어있다.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보는 중임에도 시리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감정 속 내핵에는 한 줌의 따뜻함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술기운이 없는, 자신을 보듬는 세상은 예술가의 시선도 바꾸었다.
고요함에서 길어 올린 온기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일생의 기억들이, 누군가와 함께였을 때의 온기를 대신해준다. 시인은 혼자 지내지만 외롭지 않다고. 빛바랜 사진 속 인물처럼 가물가물한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책의 제목을 염두에 두고 글을 다시 읽어 본다.
독백같았던 글이, 읽을 사람을 위해 쉽고 일상적인 표현으로 적은 글로 다르게 보인다. ‘폭풍 흡입’같은 요즘표현(?)도 담겨있다. 이런 말도 안다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말라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스스로에게 하려는 말이 아니었을까. 괜찮다고, 좋아졌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괜찮다, 좋다, 잘 살고 있다고 다정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삶. 어쩌면 시인은 그런 삶을 손에 넣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잘 보듬어가는 삶.
생각만해도 따뜻하다. 눈 앞에 정확한 이미지는 맺히지 않지만, 그 이미지 속 날씨는 맑고 따뜻하다.
보통의, 잔잔하며 다정한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