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 - 반지하 원룸부터 신도시 아파트까지
이규빈 지음 / 새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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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속에 있는 첫 집은 가게에 딸려있는 작은 단칸방이었다. 아버지가 간판업을 하셨는데 가게안에 미닫이문이 달린 방이 한칸 있었고 그 옆에 조그마한 연탄을 피울 수 있는 수도시설이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다섯살 터울인 내 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살았다. 그리고 주인세대가 3층에 살고있는 단독주택의 1층으로 이사를 갔다. 방 두개, 화장실 하나, 부엌 하나, 거실까지.
부족함이 없는 집이었다. 집 건물 외벽과 담장사이 공간에 보일러가 나와있었고, 보일러를 눈, 비, 직사광선 따위에서 보호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샤시에 라면, 과자따위를 비상식량이라는 이름으로 몰래 숨겨두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층 아이가 부모없이 굶고 있으면 그곳에서 라면하나 꺼내 끓여주기도 하고, 이백미터 남짓한 골목에 전화도 필요없이 큰소리로 이름만 부르면 약속이 잡히던 사람냄새 물씬나는 곳이었다. 이 집에서는 고2때까지 살았더랬다.
그 다음엔 낮은 연립주택의 탑층으로 이사갔다. 부모님이 직접 타일과 문을 교체하고, 내방에는 다다미가 깔아 이국적이면서도 편안한 향이 났다. 비록 수험생이라 집에서 잠만 잤지만 ㅎ
그집 다음에 아파트로 이사갔다가 군대를 다녀와 이층주택으로 이사해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 일을 시작하면서 혼자살기 시작해 계약기간이 끝날 때 마다 이사를 다녔다. 이사 생각만하면 치가 떨릴만큼.

#나를지은아홉개의집 (#이규빈 씀 #새움 출판)을 읽으면서 저자가 내 또래라 그런지 비슷한 형식으로 집을 옮겨가는 모습이 추억여행을 하게하여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집’이란 무엇인지에 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집’이라는 것을 정의하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내가 ‘집’이라고 생각하는 공간들은 위에 나열한 곳까지였다. 혼자 살면서 여섯번 이사를 했지만 그 중에서 ‘집’이라 생각드는 곳은 작년에 이사온 현재 집 뿐이다.

내가 몸을 누이고 밥을 먹고 비바람을 막아준 곳인데 왜 어떤 곳은 집이고 어떤 곳은 집이 아닐까? 이 질문이 책을 읽는 동안 떠나지 않았다.

혼자사는 집이었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나는 혼자서도 옆에 있는 사람이 서운할 정도로 잘 지내는 타입이라 그것이 주된 요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내 스스로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절에 살았던 곳이 나에게 ‘집’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급하지 않은 사이의 공간에서의 시절동안, 나는 정체되어 있었다.
무언가를 준비만 하던 시간, 요즘 뭐해? 라는 질문이 부담스러워 사람도 잘 만나지 않던 시기였다. 그렇게 나는 꿈도 온정도 박탈당한체 스스로를 그곳에 가두었다.
인생에서 가장 오랜시간을 잠을 자고, 잠 못들며 보낸 방 하나, 거실하나의 그 공간들을 사회에서 내가 무언가를 다시 해나가기 시작하면서 벗어나서야 내가 머무는 곳이 또다시 ‘집’이 되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에서 ‘지은’ 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집은 인간이 만들어 낸 공간이지만 그 공간은 엄마의 자궁처럼, 품처럼 비, 바람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보듬어 키워낸다.
그 품 속에서 어떤 시간들을 견뎌냈는지에 따라 나는 다른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말그대로 ’지어지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그 공간들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그 공간들은 나를 보듬어주고 키워준 곳이 아닐까?
스스로 세상을 외면하고 있었으니 나를 보듬어 준 것은 ’집‘뿐이었다.

그냥 힘들었다며 짙은 검은색으로 스스로 그곳들을 덮어버리고 외면했던 것이다. 그 공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지어진‘것이었다.
그렇게 그 공간들도 나의 ‘집’이 되었다.
그렇게 나라는 개인의 역사가 비로소 완성되었다.

개인의 역사를 말할 때 집은 빠질 수 없다.
그 개인의 역사들이 모여 인류의 역사가 되듯, 개인의 집들이 모여 동네가 되고 도시가 되고 국가가 된다.
결국 역사란 내가 속해있던 공간이 지은 ‘나’의, 우리의 모음이다.
지극히 개인적임과 동시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집’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잘 것 없지만 아늑한 내집. 얼른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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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루프테일 소설선
왕후민 지음 / 루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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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가지의 이야기가 #내입으로나오는말까지만진짜 (#왕후민 지음 #미디어샘 출판)에 담겨있다. 여섯개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 같은 인물들의 다른 시선, 다른 시간대의 ‘같은‘ 이야기이다.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평범하다‘이다.
책 속의 인물들의 일상은 평범하다.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도 그렇다. 나부터가 그러하니까.

재수하고,학교 기숙사에서 낯선 룸메이트를 만나고, 알바하고, 자취하고, 연인과 동거하고, 옛 동창을 오랜만에 만나고, 마음이 담긴 (또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사랑을 나누고. 놀랄 것 없는 일들이 주된 스토리다.

’블랙 유머‘라는 책 소개에 걸맞는 장면들도 나온다. 실제로 저항없는 웃음이 단말마처럼 터져나온다. 하지만 이내 정신차리고 웃음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는지, 아니 이 글에 이렇게 웃은 적이 아예 없다는 듯이 시치미를 뗀다.
그래서 아마 유머 앞에 ‘블랙’이 붙은 것이 아닐까.
모두가 공감하고 익숙한 것이지만 이런 것을 즐겼다는 사실 그 자체가 왠지 부끄럽고 약점같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 아이러니 하게도 ‘블랙’이라 이름 붙은 것이 그냥 유머보다 더 생활밀착형인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 우리는 우리의 일상과 가장 닮은 것을 외면하려 하는 것일까. 실제로는 어느하나 빼고 살아가기란 쉽지않은 것을 각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텐데.
그만큼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빛 하나 보이지 않고 어둡고 막막하기 때문일까?

분명 익숙한, 그래서 더 공감하고 재미있게 느껴짐에도 ‘블랙’이라는 단어를 하나 덫씌움으로 나와는 관계없는 ‘어둠’으로 만들고 싶은 것일까.

나도 그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일들따위 나라는 사람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나를 꾸미고 다른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간다. 속인다기보다는 뭐랄까.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분명 나의 약점이 될 것들인데.
속이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 있는 이유는 내사람이라는 바운더리에 들어있는 사람은 모두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을 읽으면서는 그런 것들을 ‘진짜’가 아닌 것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간다면 ‘진짜 나’는 누가 알아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스스로가 자기자신에게 엄격하고 까칠하지만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고 엇나감에도 묵묵히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니까.

있음직한, 있었던, 그러나 숨기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보면 결국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지면에 글자 대신 떠오른다.

달구어진 도장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 마냥 생생하게 떠오르는 나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대로 책을 덮어야할까. 그냥 나와는 상관없는 ‘소설’로 스스로를 속이고 읽어야할까.
내가 택한 방법은 등장인물의 이름 대신 내 이름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그렇게 외면하지 않고 ‘그래 그랬던 적도 있었지.’ ‘그래, 나도 지금 그래.’라고 맞장구치며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나니 속이 후련해졌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랄까.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것에 매몰되어 오늘을, 내일을 말아먹을 수는 없다.
결국 내 스스로가 그것을 소화해내야하는 것이다.

한발 앞으로 내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힘차게, 제대로 발을 디뎌 밝고 뒤로 밀어내는 힘이다.
그것이 현실에 단단히 두발 붙여 살아가게 한다.

책을 읽으며 또렷해지는 나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수긍하고, 소화하여 덜 어둡고 칙칙하게 만든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면서도 유머를 잃지않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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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그리스 로마 신화 : 2 저항의 계보 일상이 그리스 로마 신화 2
한호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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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독파민’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부터 그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 있었다.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주신, 번개의 신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저승의 신 하데스, 전쟁의 신 아테나 등을 비롯한 수많은 신들과, 그들과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던지(바람둥이라는 단어를 제우스에게서 배운 것 같다), 그때는 신화 곡 인물들의 이름을 공룡이름 외우듯 외우고 다녔었다. 물론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이가 먹은 지금은 오히려 신화와 멀어졌다. 근친상간(!), 불륜과 같은 어른들이 더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신화는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않는 신들의 이야기일뿐,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쓸데없는 것일 뿐이다.
그러다 문득 책을 읽자 싶어 고른 두툼한 그리스 로마신화를 펼치면 인물도 많고 이름도 어렵고 스토리도 아주 난리부르스다. 결국 덮고 또 거리감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간혹 신화를 잘못 차용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대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과잠’에서 의대생들 마크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지팡이에 뱀이 똬리를 틀고있는 심벌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로 죽은자까지 되살려냈던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서 유례했다.
‘치유의 지팡이’라고 불리는데 서양권과는 달리 신화가 일상이 아니다보니 다른 지팡이로 오용하는 경우가 더럿있다. 뱀 두마리가 지팡이를 감고있고 그 지팡이에 날개가 달려있는 로고를 쓰는 곳들이 있는데 이것은 도둑의 신이었던 헤르메스의 심벌이다.

일상에 녹아들어있지않은 신화를 가져다가 사용하다보니 이런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이상 인세와 동떨어진 신화가 아니라 우리가 모든 드라마의 설정만큼 막장이라 사람냄새나고 친근한 사람사는 이야기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일상이그리스로마신화 (#한호림 씀 #책읽는고양이 출판)시리즈가 그것이다.

내가 읽은 책은 그 시리즈의 두번째, #저항의계보 이다.
신화 속 절대왕좌의 세대교체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1대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 의해 거기(!)를 싹둑(?)당해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이야기(심지어 우라노스는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와 그 크로노스도 자신의 아들인 제우스에게 제압당하는 이야기까지 3대에 걸친 왕좌쟁탈전을 들려준다.

그 이야기 속에는 신들의 ‘관계’가 자연스래 녹아있는데 신화로 읽었을 때는 복잡했던 그들의 관계가(어떤 신의 부모인데 원래 부모자식간이었다거나 조손관계였다거나😂)
이런 이야기들을 어머어머 세상에 걔가 그랬데~라며 따라가다보면 더이상 신화가 아니라 우리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세상 사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렇게 친숙해지고 우리주위에 알게모르게 숨겨져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점점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항상 그자리에 있었으나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반대로 묻고 싶다. 도움되고 유익한 것만 하고 있는가? 인생이 성공적인가? 즐거운가? 행복한가?

나아가려면 휴식도 해야하고 스트레스를 낮추고 행복감을 주는 관심사나 취미가 있어야 한다.
행복은 성과주의가 아니지 않나.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갖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군인 시절 월급보다 비쌌던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신화를 몹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애써 찾지 않아도 모든 페이지에서 보인다.

시시껄렁한 농담 같아도 짙은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무언가를 쉽고, 재밌게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너무나 사랑했기에 전문가가 되었고, 모두가 좋아해줬으면 좋겠기에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꼭 신화가 아니더라도 이처럼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면 좋겠다. 그러고 싶게 만드는 유쾌하면서도 행복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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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K-POP 작사가가 되는 법
김윈디 외 지음 / 샘터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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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K POP전성시대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울려퍼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로 나아가고있다.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졌던 빌보드 차트에도 K POP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서양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그래미에서도 우리나라 가수들의 무대가 생중계되는 세상이다.

이것은 가수들 뿐만 아니라 작곡가, 그리고 작사가에게도 큰 기회이다. 시장이 커지만 청취자의 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같은 시간에 생산되는 곡의 수도 많아진다.
그만큼 나의 곡, 나의 가사로 데뷔하는 것도 막연한 꿈이 아닌 것이다.

작곡은 전공을 하기도 하고, 악기를 다룰 수 있으면 좋고, 고가의 장비도 있어야하고. 진입장벽이 높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바로 작사다.

그렇다고 작사가 쉽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너무나 치열해서 시안을 만들어 제출하는데에는 아무런 수입도 발생하지 않는다. 나의 가사가 선택되더라도 그때부터 시작이다. 끝없는 수정이 기다리고 있고 오랜 시간 끝에 가사가 완전히 ‘픽스’되었으나 바로 세상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미뤄지다 결국 발매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작사가를 막연히 생각해본 사람들에겐 이것마저 먼 이야기이다. 막연하게 판타지, SF처럼 상상만 해오던 있는 줄은 아는데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전혀 모르는 작사가의 세계와 작사가 되는 법.

#프로KPOP작사가되는법 (#김윈디 봉은영 서로 장정원 황지원 지음 #샘터 출판)에 알기쉽게, A부터 Z까지 담겨있다.

동방신기, 엑소, 태연, NCT, 더보이즈, 빅스 등등 이름만 들어도 대표곡이 줄줄 나오는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작사한 현 프로 작자가들이 그들의 세계에 대한 안내서를 만들어냈다.

작사가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의뢰를 받는지(지원하는지)와 같은 업계의 소개부터 작사하는법, 작사를 더 잘할 수 있는법을 따라해보면서 손에 익힐 수 있게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사가 글을 만드는 것보다 곡을 만드는 것에 더 가까운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가수의 캐릭터, 곡의 성향, 아이돌이라면 가지고 있는 세계관까지 모두 담아내야함은 물론, 가수의 발성에 맞는 어휘선택, 가이드의 음절 수를 맞춰 가사를 탑라인에 맞게 만들어야한다.

게다가 인트로-벌스-프리코러스-코러스-벌스2-프리코러스2-코러스2-브릿지-코러스3라는 곡의 구조가 밑그림이 그러져있기 때문에 그것에 어우러지게 맞춰나가야 한다.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야기보다 그려져있는 그림(곡)을 이해하고 맞춰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글보다는 곡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곡에 가깝지만 화자와 배경, 기-승-전-결, 담긴 메시지 처럼 소설을 쓰기위해 준비해야하는 것들도 신경써야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또 엄연한 글인 것이다.

<프로 K-POP 작사가가 되는 법>에서 내가 본 가사는 ‘다리’였다. 멜로디만 있는 곡과 부르는 사람, 듣는사람을 연결해주고, 멜로디와 이야기를 이어주는 다리말이다.

물론 가사없이 멜로디만으로 하고픈 이야기를 전하는 곡들도 있다. 하지만 4분 아니 그마저도 길어서 2분 30초 정도의 길이가 주류를 이루는 K-POP의 길이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다. 하고자하는 말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찰떡같이 멜로디에 붙으면서 하고자하는 말을 깔끔하게 다 전하고, 심지어 귀에 쏙쏙 박혀 금방 따라부르게 하는 중독성, 후킹까지 모두 가사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없이 곡에 가깝지만 그러나 에세이, 소설과 한없이 닮아있다. 운율과 라임까지 고려해야하니 시와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것을 만들어내고, 해내는 것이 작사가다.

나때는 장래희망 1등이 과학자였더랬는데 이제는 아이돌이 1등이라더라.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이 모두 꿈을 이루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대에 서는 것만큼 멋진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또다른 세계가 있다. 가보지 않은 길들도 많이 있다.
그 길들 중의 하나의 친절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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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관하여 - 시몬 베유와의 대화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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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이 침략하고 부족간 전쟁이 발발하고 땅이 초토화된다. 그런 흉흉함을 견뎌내고 승자에게 권력이 안전하게 집중되게 하는 힘. 바로 종교이다.

인류에게 수많은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럴 때 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종교덕에 인류가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만큼 종교가 사람들의 삶에서 의미없는 적이 있었을까. 종교는 예전의 영광을 그리워하여 천국에 이르는 길이라며 포섭을 하고, 사람들은 종교가 있다는 사람을 같은 종교가 아니라면 썩 반기지 않는다.

‘쓸모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 태평성대인가. 그렇지 않다.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고, 사람들의 삶이 퍽퍽한 정도도 극에 치달았다. 역사에서 살펴보자면 종교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종교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의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현대를 대표하는 지성 #시몬베유 와의 학문적 교류(시대를 초월한 텍스트로 나누는 우정으로)의 흔적인 #종교에관하여 (#김영사 출판)에서 종교와 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얄팍한 나의 이해력으로 받아들인 정도는 종교는 수직의 주의, 채움이 아닌 관조, 영혼의 비움, 우정을 기반으로 한 사랑, 순수하고 참된 아름다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와 같은 성질을 지닌다.

시몬 베유의 사유가 깊이 담긴 문장에서 한병철 작가가 공감하며 길어올린 것들인데 결국 종교는 순수해야한다.
순수하다는 것은 무언가 의도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들어주고, 바라봐주고 이해해주며, 스스로를 아름답게 여기도록 하고, 그러한 심적 충만함에서 감사와 사랑, 우정이 샘솟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를 보면 어떤가.
우리는 무언가를 관조하고 진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소모한다. 모든 것에 원인과 결과, 이해타산을 따지며 SNS와 인터넷 세상을 멍하니 향유하며 스스로도 이 세상도 바라보지 않는다. 스스로를 비워 영적인 무언가가 채워질 틈을 주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소비하며 스스로 안을 가득가득 채운다.

그러니 종교도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어버렸다.
종교도 기꺼이 사랑하는 것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너무 가까이 있었기때문일까. 자기들만의 영성을 돌보기보다 포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 강요받는다.

진정으로 우러나는 말보다 사람을 꿰어내기위한 감언이설을 뱉어낸다. 의도가 있어 의도적으로 뱉어낸 말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모은다. 그렇게 사람들을 모으면 자신의 세勢를 불려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이해타산의 극치, 정치로.

물론 이런 모습이 종교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옳은 종교적 사명을 가진 종교인이 있을 것이고, 깊이 받아들여 내적 안정감과 충만함을 가득 채운 행복한 신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이제는 극히 일부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의도, 이해관계, 물욕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쉼을 제공해 주어야할 종교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에 관하여>를 읽다보면 분명 흔히 사용하는 단어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뜻과 다른 단어들이 등장한다. 솔직히 책 속 대부분의 단어가 그러하다.

그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의도’인 것 같다.
시몬베유와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에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다. 그저 받아들인다. 받아들이기위해 비운다. 수동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그 단어들에는 의도가 담겨있고 스스로 배불리기에 급급하다. 능동적이다.

능동, 수동. 우리는 능동이 ‘좋은 것’이라 교육받는다.
그리하지 않음으로 깨닫고 우정이 샘솟고 영적 충만함을 얻는 제대로 된 종교를 삶에 받아들이는 방법은 ‘수동적인‘삶이다.

아마 그래서 우리사회에서 종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종교를 무조건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종교라는 말을 ’믿음‘으로 바꿔보라. 그러면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욕심내지 않고 응당 그래야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것이 믿음이다. 스스로를 향한, 또는 종교를 향한.

욕심내지 않고 응당 그래야하는 쪽으로 기꺼이 흘러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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