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루프테일 소설선
왕후민 지음 / 루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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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가지의 이야기가 #내입으로나오는말까지만진짜 (#왕후민 지음 #미디어샘 출판)에 담겨있다. 여섯개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 같은 인물들의 다른 시선, 다른 시간대의 ‘같은‘ 이야기이다.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평범하다‘이다.
책 속의 인물들의 일상은 평범하다.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도 그렇다. 나부터가 그러하니까.

재수하고,학교 기숙사에서 낯선 룸메이트를 만나고, 알바하고, 자취하고, 연인과 동거하고, 옛 동창을 오랜만에 만나고, 마음이 담긴 (또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사랑을 나누고. 놀랄 것 없는 일들이 주된 스토리다.

’블랙 유머‘라는 책 소개에 걸맞는 장면들도 나온다. 실제로 저항없는 웃음이 단말마처럼 터져나온다. 하지만 이내 정신차리고 웃음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는지, 아니 이 글에 이렇게 웃은 적이 아예 없다는 듯이 시치미를 뗀다.
그래서 아마 유머 앞에 ‘블랙’이 붙은 것이 아닐까.
모두가 공감하고 익숙한 것이지만 이런 것을 즐겼다는 사실 그 자체가 왠지 부끄럽고 약점같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 아이러니 하게도 ‘블랙’이라 이름 붙은 것이 그냥 유머보다 더 생활밀착형인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 우리는 우리의 일상과 가장 닮은 것을 외면하려 하는 것일까. 실제로는 어느하나 빼고 살아가기란 쉽지않은 것을 각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텐데.
그만큼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빛 하나 보이지 않고 어둡고 막막하기 때문일까?

분명 익숙한, 그래서 더 공감하고 재미있게 느껴짐에도 ‘블랙’이라는 단어를 하나 덫씌움으로 나와는 관계없는 ‘어둠’으로 만들고 싶은 것일까.

나도 그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일들따위 나라는 사람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나를 꾸미고 다른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간다. 속인다기보다는 뭐랄까.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분명 나의 약점이 될 것들인데.
속이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 있는 이유는 내사람이라는 바운더리에 들어있는 사람은 모두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을 읽으면서는 그런 것들을 ‘진짜’가 아닌 것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간다면 ‘진짜 나’는 누가 알아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스스로가 자기자신에게 엄격하고 까칠하지만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고 엇나감에도 묵묵히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니까.

있음직한, 있었던, 그러나 숨기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보면 결국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지면에 글자 대신 떠오른다.

달구어진 도장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 마냥 생생하게 떠오르는 나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대로 책을 덮어야할까. 그냥 나와는 상관없는 ‘소설’로 스스로를 속이고 읽어야할까.
내가 택한 방법은 등장인물의 이름 대신 내 이름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그렇게 외면하지 않고 ‘그래 그랬던 적도 있었지.’ ‘그래, 나도 지금 그래.’라고 맞장구치며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나니 속이 후련해졌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랄까.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것에 매몰되어 오늘을, 내일을 말아먹을 수는 없다.
결국 내 스스로가 그것을 소화해내야하는 것이다.

한발 앞으로 내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힘차게, 제대로 발을 디뎌 밝고 뒤로 밀어내는 힘이다.
그것이 현실에 단단히 두발 붙여 살아가게 한다.

책을 읽으며 또렷해지는 나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수긍하고, 소화하여 덜 어둡고 칙칙하게 만든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면서도 유머를 잃지않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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