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관하여 - 시몬 베유와의 대화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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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이 침략하고 부족간 전쟁이 발발하고 땅이 초토화된다. 그런 흉흉함을 견뎌내고 승자에게 권력이 안전하게 집중되게 하는 힘. 바로 종교이다.

인류에게 수많은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럴 때 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종교덕에 인류가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만큼 종교가 사람들의 삶에서 의미없는 적이 있었을까. 종교는 예전의 영광을 그리워하여 천국에 이르는 길이라며 포섭을 하고, 사람들은 종교가 있다는 사람을 같은 종교가 아니라면 썩 반기지 않는다.

‘쓸모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 태평성대인가. 그렇지 않다.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고, 사람들의 삶이 퍽퍽한 정도도 극에 치달았다. 역사에서 살펴보자면 종교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종교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의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현대를 대표하는 지성 #시몬베유 와의 학문적 교류(시대를 초월한 텍스트로 나누는 우정으로)의 흔적인 #종교에관하여 (#김영사 출판)에서 종교와 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얄팍한 나의 이해력으로 받아들인 정도는 종교는 수직의 주의, 채움이 아닌 관조, 영혼의 비움, 우정을 기반으로 한 사랑, 순수하고 참된 아름다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와 같은 성질을 지닌다.

시몬 베유의 사유가 깊이 담긴 문장에서 한병철 작가가 공감하며 길어올린 것들인데 결국 종교는 순수해야한다.
순수하다는 것은 무언가 의도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들어주고, 바라봐주고 이해해주며, 스스로를 아름답게 여기도록 하고, 그러한 심적 충만함에서 감사와 사랑, 우정이 샘솟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를 보면 어떤가.
우리는 무언가를 관조하고 진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소모한다. 모든 것에 원인과 결과, 이해타산을 따지며 SNS와 인터넷 세상을 멍하니 향유하며 스스로도 이 세상도 바라보지 않는다. 스스로를 비워 영적인 무언가가 채워질 틈을 주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소비하며 스스로 안을 가득가득 채운다.

그러니 종교도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어버렸다.
종교도 기꺼이 사랑하는 것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너무 가까이 있었기때문일까. 자기들만의 영성을 돌보기보다 포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 강요받는다.

진정으로 우러나는 말보다 사람을 꿰어내기위한 감언이설을 뱉어낸다. 의도가 있어 의도적으로 뱉어낸 말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모은다. 그렇게 사람들을 모으면 자신의 세勢를 불려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이해타산의 극치, 정치로.

물론 이런 모습이 종교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옳은 종교적 사명을 가진 종교인이 있을 것이고, 깊이 받아들여 내적 안정감과 충만함을 가득 채운 행복한 신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이제는 극히 일부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의도, 이해관계, 물욕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쉼을 제공해 주어야할 종교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에 관하여>를 읽다보면 분명 흔히 사용하는 단어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뜻과 다른 단어들이 등장한다. 솔직히 책 속 대부분의 단어가 그러하다.

그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의도’인 것 같다.
시몬베유와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에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다. 그저 받아들인다. 받아들이기위해 비운다. 수동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그 단어들에는 의도가 담겨있고 스스로 배불리기에 급급하다. 능동적이다.

능동, 수동. 우리는 능동이 ‘좋은 것’이라 교육받는다.
그리하지 않음으로 깨닫고 우정이 샘솟고 영적 충만함을 얻는 제대로 된 종교를 삶에 받아들이는 방법은 ‘수동적인‘삶이다.

아마 그래서 우리사회에서 종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종교를 무조건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종교라는 말을 ’믿음‘으로 바꿔보라. 그러면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욕심내지 않고 응당 그래야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것이 믿음이다. 스스로를 향한, 또는 종교를 향한.

욕심내지 않고 응당 그래야하는 쪽으로 기꺼이 흘러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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