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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독파민’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부터 그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 있었다.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주신, 번개의 신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저승의 신 하데스, 전쟁의 신 아테나 등을 비롯한 수많은 신들과, 그들과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던지(바람둥이라는 단어를 제우스에게서 배운 것 같다), 그때는 신화 곡 인물들의 이름을 공룡이름 외우듯 외우고 다녔었다. 물론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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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은 지금은 오히려 신화와 멀어졌다. 근친상간(!), 불륜과 같은 어른들이 더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신화는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않는 신들의 이야기일뿐,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쓸데없는 것일 뿐이다.
그러다 문득 책을 읽자 싶어 고른 두툼한 그리스 로마신화를 펼치면 인물도 많고 이름도 어렵고 스토리도 아주 난리부르스다. 결국 덮고 또 거리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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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간혹 신화를 잘못 차용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대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과잠’에서 의대생들 마크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지팡이에 뱀이 똬리를 틀고있는 심벌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로 죽은자까지 되살려냈던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서 유례했다.
‘치유의 지팡이’라고 불리는데 서양권과는 달리 신화가 일상이 아니다보니 다른 지팡이로 오용하는 경우가 더럿있다. 뱀 두마리가 지팡이를 감고있고 그 지팡이에 날개가 달려있는 로고를 쓰는 곳들이 있는데 이것은 도둑의 신이었던 헤르메스의 심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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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녹아들어있지않은 신화를 가져다가 사용하다보니 이런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이상 인세와 동떨어진 신화가 아니라 우리가 모든 드라마의 설정만큼 막장이라 사람냄새나고 친근한 사람사는 이야기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일상이그리스로마신화 (#한호림 씀 #책읽는고양이 출판)시리즈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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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은 그 시리즈의 두번째, #저항의계보 이다.
신화 속 절대왕좌의 세대교체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1대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 의해 거기(!)를 싹둑(?)당해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이야기(심지어 우라노스는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와 그 크로노스도 자신의 아들인 제우스에게 제압당하는 이야기까지 3대에 걸친 왕좌쟁탈전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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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 속에는 신들의 ‘관계’가 자연스래 녹아있는데 신화로 읽었을 때는 복잡했던 그들의 관계가(어떤 신의 부모인데 원래 부모자식간이었다거나 조손관계였다거나😂)
이런 이야기들을 어머어머 세상에 걔가 그랬데~라며 따라가다보면 더이상 신화가 아니라 우리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세상 사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렇게 친숙해지고 우리주위에 알게모르게 숨겨져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점점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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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자리에 있었으나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반대로 묻고 싶다. 도움되고 유익한 것만 하고 있는가? 인생이 성공적인가? 즐거운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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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려면 휴식도 해야하고 스트레스를 낮추고 행복감을 주는 관심사나 취미가 있어야 한다.
행복은 성과주의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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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갖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군인 시절 월급보다 비쌌던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신화를 몹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애써 찾지 않아도 모든 페이지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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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한 농담 같아도 짙은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무언가를 쉽고, 재밌게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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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랑했기에 전문가가 되었고, 모두가 좋아해줬으면 좋겠기에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꼭 신화가 아니더라도 이처럼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면 좋겠다. 그러고 싶게 만드는 유쾌하면서도 행복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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