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박찬원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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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이 #폭풍의언덕 일까?
<폭풍의 언덕> (#에밀리브론테 지음 #윌북 출판)을 덮을 때 까지도 제목이 의아했다. 이 책의 원제는 워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저택의 이름이다.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저택과 세트처럼 등장하는 집으로, 그 저택 간의 거리는 대략 6km정도이다.

하지만 이 두 저택은 보란 듯이 분위기가 다르다. 한 곳은 이승 한 곳은 저승(심지어 지옥)이라 여겨질만큼.
그 두 저택의 괴리감만큼 같은 인물이라도 어떤 저택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도 다른 인물이라 할 만큼 180도 달라진다. 아마 폭풍의 언덕이란, 워더링 하이츠가 있는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장소를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언덕보다는 자택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더링 하이츠는 2대에 걸쳐 복수를 꿈수는 히스클리프를 말그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곳이고, 헤어턴에게는 삐뚫어진 부정을 못박게했음에도 세상의 전부였던 곳이다.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불만은 날이 곤두선채 동거동락한 오랜 시간 앞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서로에게 고운 말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으면서도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서로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히스클리프에게 사랑이자 삶 그자체였던 캐서린에게서 태어난 캐시는 유순하고 정많은 아버지에게서 스러시크로스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할 줄 알았으나 워더링 하이츠의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자신의 가장 큰 사랑의 대상은 아버지를 헤친 원수로 여겼기에.

세대를 대물림하며 희대의 복수를 꿈꿨던 히스클리프는 어느날 자신의 복수의 완성을 더이상 바라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스로도 그 이유를 정의하지 못한다. 배운 적이 없었기에. 다만 헤어턴을 보면 그에게 그러고 싶지 않음은 느낀다.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지도, 부르지도 못하고.

결국 히스클리스가 허망하고도 측은하며, 악마같은 모습으로 새상을 떠나고 남겨진 젊은 세대 캐시와 헤어턴은 미래를 약속하고 웨더링 하이츠를 뒤로하고 스러시크로스로 떠나갈 준비를 한다.
두 세대에 걸친 워더링 하이츠와 스러시크로스를 드리웠던 어둠은 마침내 걷혀질 준비를 한다.

<폭풍의 언덕> 초반을 읽는 동안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와 워더링 하이츠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스러시크로스는 응당 그래야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곳, 워더링 하이츠는 그러지 못한 곳으로.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이었다.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찐사랑(!)을 버리고 스러시크로스로 떠난 어떤 이에게는 워더링 하이츠가 돌아가고 싶은 사랑이 흐르는 곳이었고, 원치 않게 워더링 하이츠에 갇힌 어떤 이에게는 스러시크로스가 향수를 일으키는 고향이었다.

하지만 지옥같은 워더링 하이츠에서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곳에서 세상 그 어떤 곳도 줄 수 없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며 ’진짜 내집‘으로 여기는 인물들도 있었다.

결국 건물House가 집Home이 되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이러한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 ’사람과 살을 부대끼며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랑을 말하고 있는 책이지만 연인끼리의 사랑보다 가족끼리의 사랑에 가깝다. 배우지 못해 깨닫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도 모르는 무언가가 싹튼다.
무덤을 다시 파내도 풀리지 않는 평생의 복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그도 자신이 그러한 이유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결국 알았을 것이다. 평생에 걸쳐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의 평생을 부정하는 길이라 여겼을 것이다.
다만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자신의 전부였던 그녀를 혼자 느끼며 평생 거의 없던 기쁨을 느꼈던 것을 보아 그녀가 그것이 사랑임을 알려준 것이 아니었을까.
비록 그의 그런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스러웠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요치않다.

평생 대부분을 집에서만 보냈던 작가가 사랑했던 황야와 집 그곳을 가득채웠던 사랑이 <폭풍의 언덕>에 가득 담겨있다. 에밀리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이야기 끝에 남겨진 두 남녀는 오래동안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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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 - 세계를 바꾼 결정적 장면들
이영숙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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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우주의 역사에 비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하루의 마지막 일분정도이지만 수만세대가 전해내려와 이룩한 유의미한 시간임에는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짧지만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급격한 사회의 변화가 발생한 시대가 바로 20세기이다.
1차 세계대전이라 불릴 줄 몰랐던 대전쟁Great War, 유럽의 몰락, 미국의 황금기, 대공황, 뱅크런,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이스라엘과 이란, 중동의 끝없는 전쟁 소비에트연방 등 그 역사는 안타까운 전쟁으로 인한 피로 쓰여진 혈서라는 점이 가슴아프지만.

#한번은꼭읽어야할20세기세계사 (#이영숙 지음 #블랙피쉬 출판)은 1910년대에 벌어졌던 러시아 혁명부터 시작해서 소수의 욕망과 다수의 자유와 처절하게 맞부딪힌 100년의 역사를 보여준다.
19세기에도 전쟁이 활발했지만 과학의 발달로 피해가 더 극심했고 최초로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하고 나라간의 연합과 국제연맹의 창설로 어느 한 나라의 전쟁이었던 적이 없던 20세기를 보고있으면 두 눈을 질끈 감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진과 글을 두 눈에 마음에 담았다.

혁명과 전쟁의 고유한 이름과 연도만 바뀌었을 뿐, 어느것 하나 완전히 해결이 되어서 과거가 된 지나간 역사는 이 책에 없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중동, 여기저기 참전하고 있는 미국, 그로인해 친미국가로의 전쟁 확대가 우리가 매일보고 듣는 뉴스에서 여전히 송출되고 있는 현재의 역사다.

기술이 발달하고 수많은 제도들이 생겨나도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끝없이 갈등이 생겨난다. 잘살기위해 만들어놓은 것들이 오히려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삭막해진 사회는 회색지대에 놓은 사람들의 분노를 조장한다.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의 시발점이자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사다.

예전에는 자기나라의 역사만 알아도 충분한 세상이었으나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이제는 물리적 국가경계가 모호해진 말그대로 글로벌사회가 되어서 세계의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그 나라를 존중할 수 있고 무지에서 나오는 실례를 방지할 수 있다.

사실 다툼은 아무리 크더라도 시작은 사소할 수 있다.
그 사소한 시작을 얼마나 적절한 방법으로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는가가 아픔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더군다나 20세기는 자료로 아니라 실제로 몸으로 겪었던 세대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끝나지 않은, 살아있는 시대이다.

21세기 대부분의 갈등들이 이 책에 담긴 20세기에서 유례되어 온 것들이 상당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첫째이고, 왜 그 문제가 발생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둘째이다.

<한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하고, 그렇게 된 배경을 이해 할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바쁜 학업으로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없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 바쁜 와중에 이 책을 읽어햐하는 이유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확장을 말하고 싶다. 연고지보다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수도권을, 수도권보다 세계로 나가라고 어른들이 말하는 이유와 같다. 몰랐던 더 큰 세상을 알면 나의 앞으로의 진로는 물론, 세계 속의 한국을 보며 글로벌시대에서 나라는 개인이 ‘잘’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와 태도를 배울 수 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긴, 남은 인생의 방향을 잡는 것은 학업보다 중요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책이 세계로 시야를 확장시켜 수십년의 인생을 더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나처럼 이미 성인임에도 세계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방대한 세계사를 입문하기에 아주 좋은 친절한 책이다.

생생하면서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사진 한두장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자상한 문체 자체로 읽는 즐거움은 당연히 보장하는 책이다.

부디 실패로 끝난 ‘헝가리의 봄’과 여전히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달라이라마의 모습에서 실패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음 세대로 전달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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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지현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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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스콧 피츠제럴드의 모습은 영화 속 모습으로 강렬하게 박혀있다. 젤다와 함께 낭만의 도시 파리의 밤을 파티 이곳저곳을 다니며 즐기는 늘씬하고 세련된 모습.
그 모습에 반해 그제서야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영화를 보며 함께 잔을 들었었다.
그래서 그는 고생따위 없는 구김살없는 작가인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그는 생계형 작가였고 단편을 이십년동안 백이십여편을 써냈다. 길게 쓰는 것 보다 짧게 쓰는 것이 어렵다며 쓴 글을 또 손보고 손보기를 반복하는 완벽추구형 작가가 그렇게 많은 글을 써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을까.

<위대한 개츠비>도 줄일 수 있을만큼 줄였더라면 지금의 절반도 되지 않았을 거라고 고백하는 서신도 있었다.
절반 분량의 개츠비도 물론 훌륭했을 것이다.
그의 단편들을 읽어보고 확신했다.

#사랑에관한짧은이야기 (#F스콧피츠제럴드 씀 #머묾 출판)은 피츠제럴드의 단편 중에서 ‘사랑’에 관한 작품들을 추려 만든 단편선이다.
단편을 왕성하게 써내려갔던 20년대 작품이 주를 이루고, 그가 갑작스래 세상을 떠나고 나서 발표된 40년대 작품까지 작가가 생각했던 사랑이 흡입력 있으며 군더더기없는 문체로 다뤄지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겨울 꿈’을 비롯해 주인공의 인생이 급진적으로 한순간에 바뀌는 ‘개츠비’계열 이야기들이 다루고 있는 사랑은 낭만적이지 않다. 성공한 후에 멋진 결혼을 하려고 타지로 떠났다가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능력은 뛰어나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상대방 부모가 반대하기도 하고, 수없이 남자를 바꿔가며 변덕을 부리지만 그럼에도 헤어나올 수 없는 여자에게 빠져 결혼식을 취소하기도 한다.(그리고 물론 그 마성의 여성은 너무나 당연히 그를 떠나간다.)
사후에 발표된 작품에서는 수십년 전 사랑을 전화번호부를 뒤져 찾아가서 야릇한 분위기를 피워내지만 기억의 오류로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식어버린다.

이렇게 피츠제럴드의 단편 속 사랑은 뜨거우나 허망하고 아련하나 생생하다. 그러나 해피엔딩은 없다. 내가 있어야할 곳은 여전히 그녀의 옆임을 깨달으면서 한번 더 이별하고, 결혼까지 파투내면서까지 매달렸던 여성에게 또 버림받고 독신으로 살아가면서도 이제 더이상 그녀가 ‘아름답지’않다라는 것을 깨닫고는 더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이세상에 없다며 이별보다 더 쓸쓸해한다.

모두가 어찌보면 뻔한 사랑을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뻔한 사랑이 평생 잊지못할 진짜 사랑이었다. 희극보다 비극에서 더 무언가를 깨닫고 성숙해진다던가. 사랑에 실패한 주인공들이 그래도 언젠가는 결국 좋은 사랑을 만날거라는 응원을 하게 된다. 사랑은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그들의 인생의, 사랑의 끝은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열렬히 진심으로 했던 사랑은 평생 잔향이 남으니까.

솔직히 인생에서 우리는 어찌보면 결과적으로 딱 한번 사랑의 성공(결혼)을 이룬다. 그 당시에는 성공이었던 사랑들도 결국엔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마음 찢어지는 사랑을 기꺼이 다시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그 사람을 만나고 대화가 끊기는 어색한 시간을 버텨내고 썸을 타고 연인이 되어 영원한 미래를 약속한다.

대부분 아픈 경험이 됨에도, 우리는 다시 기꺼이 사랑한다. 인생을 말할 때 사랑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원래 우리는 둘이서 하나였다는 신화가 사실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또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다.

실제로 가난해서 거절당하고, 직업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파혼했다 다시만나 결혼하고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의 정신건강문제로 고통스러워했던 피츠제럴드가 생계를 위해 글을 씀에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이토록 많이 써낸 것은 특별하면서도 보통의 평범한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루어진 사랑이 없지만 그래도 마음에서 사랑이 샘솟는다. 꺼져버린 줄 알았던 재 속에서 잔불이 남아 다시 불을 키우듯이 삭막한 우리 마음 속에서 다시 사랑을 불피우게 하는 짧지만 그것으로 완벽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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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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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부와 명예, 모든 측면에서 그만큼 성공한 작가가 또 있을까. 작가의 작가로, 많은 음악가와 미술가에게 장르를 넘어서 끝없는 영감을 안겨주는 뮤즈로 살았고 정치적 활동도 했던 단테는 작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지만 그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대중에게 돌려주려는 연민의 마음이 강했기에 직접 정치를 했지만 결국 고향에서 쫓겨나 정처없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망명을 떠났다.
이집 저집,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아다니며 떠돌이라는 현실을 잊기위해 책상에 앉아 펜을 들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천국을 보기위해 기꺼이 지구 중심을 지나 지옥과 연옥을 지나는 방대한 이야기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간다. <신곡>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의 원래 이름은 영어로 코미디를 뜻하는 코미디아이다. 지옥같은 현실에서도 천국과 같은 희망을 꿈꾸기를, 가만히 있으면 지옥에 계속 머무르니 끝이 보이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 길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그 스스로도, 이 책을 읽을 수많은 사람들도)연민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신곡>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니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떠올랐다. 그도 유배지에서의 16년 생활동안 목민牧民, 백성을 이끄는 올바른 길에 대해 생각하며 쓴 48권에 달하는 <목민심서>를 썼다. 지방 수령이 자신의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위해 알아야 할 내용을 연민의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책에는 더이상 실제로 뜻을 펼칠 수 없어 마음만 담는다는 심서心書가 마음을 애틋하게 하지만 뜻을 실제로 펼치지 못한 것도 단테의 <신곡>과 닮았다.

사람을 연민하고 그 마음을 담은 <신곡>과 <목민심서>를 닮았다고 인식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신곡>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목민심서>도 20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심지어 근래의 시국과 너무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신곡>도 당장 눈을 감고 쉬고 싶지만 눈뜨면 다가올 내일이 두려운,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천국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무한경쟁, 잔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매우 필요한 책인 것이다.

#단테신곡인문학 (#박상진 씀 #문예출판사 @ 출판) 은 이렇게 유의미한 <신곡>이 널리 읽히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꽉꽉 눌러 담겨져있는 책이다.

<신곡>을 ‘읽는 책’이 아닌 ‘사는 책’으로 만든 주된 요인인 방대한 분량과 높은 난도를 없애고, 우리나라 최고의 단테 권위자인 저자답게 <신곡>의 13세기와 오늘날의 21세기를 하나로 연결시킨다. 이 시도 자체가 완성도 높은 하나의 번역이다. 촘촘히 나누어져있는 <신곡>속 연옥처럼 저자도 <신곡>속에 숨겨져있는 이야기들을 키워드별로 구분해 원문과 그 문장에 담겨있는 인문학적 의미들을 군더더기 없는 설명으로 담아낸다.

<신곡> 속 단테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베르길리우스처럼 저자는 우리의 <신곡>이해하기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철학,예술,중교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지식이 담겨있는 책이지만 그것을 넘어 <신곡>자체를 하나의 흥미로운 인문서적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우리 마음 속에 <신곡>에 대한 장벽을 허물어서 책을 손에 쥐지않으면 베길 수 없게 만든다.

AI의 시대가 오면서 수백년이 지난 고전을 읽는 것은 허세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읽는 것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수고로움을 자처해서 번역이 넘쳐남에도 새로운 번역을 하고, 번역가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중점으로 여겨 번역을 했는지 설명해주는 에세이도 같이 출간한다. 초장편 고전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항상 곁에두는 애호가들이 어떻게 고전이 요즘의 삶에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애정이 가득담긴 앤솔러지를 내기도하고. 이런 책들을 읽으면 그 원문 고전을 읽고싶어 견딜 수가 없다. 이 좋은 것 함께 읽지않을래? 라는 다정함과 자랑스러움이 줄줄 흘러나온다.

<단테 신곡 인문학>도 자신이 너무나 애정하는 책을 권하면서 그와 동시에 모두 빛나는 희망을 갖기를 바라는 따뜻함이 담겨있는 책이다.
<신곡>의 훌륭한 해제解題임과 동시에 이 자체로 완벽한 독립적인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이 뿌듯하고 <신곡>을 아직 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읽어야 할 좋은 책이 너무나 많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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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인 능력 - 경험 빈곤 시대,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12가지 능력
그레이엄 리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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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치였다.(여전히)
한 지역에서 삼십년 가까이 살았지만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나를 놀리는 말은 “여기 버려두고 간다?”였다.
빠져나올수는 있으나 아마 몇시간 걸릴 것이란걸 나도, 그 친구놈들도 알고 있었다.(실제로는 삼십분도 걸리지 않는 길이다.)

하지만 이제 친구들은 그런 것으로 나를 협박(?)하지 못한다. 나의 훌륭한 길잡이 네비게이션 기능이 스마트폰에 들어있기 때문이다.(물론 휴대폰을 뺏고 버리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친구랍시고 그렇게까진 하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길치임에 틀림없다.)

나는 낯선 길을 걸어갈 때도, 운전을 할 때도 항상 네이게이션 앱을 이용한다. 얼마나 편한지 이 앱이 없었더라면 나는 절대로 타지의 여행도, 낯선 곳으로 혼자 나서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네이게이션 앱을 이용하니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몇 번을 왔다갔다 한 길임에도 길을 외우지 못했다. 네이게이션이 없으면 몇 번을 다녔음에도 나에겐 여전히 낯선 길, 모르는 길이었다.

#이토록인간적인능력 (#그레이엄리 지음 #더퀘스트 출판)은 나의 사연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편리해지면서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기술의 도움으로 사용하지 않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핵심능력‘ 12가지를 다루고 있다.

내가 하지않고 있는 길 찾기부터 걷고 달리기, 혼자 있기, 읽고 쓰기, 만들기, 기억하기, 생각하기와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스마트폰과 교통의 발달로 이동은 차가 대신해주고,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은 스마트폰 영상으로 대신한다. 기억하는 것도 스마트폰에 저장해두면 된다.

엄청 대단한 능력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근육과 같은 능력들이다.

우리 몸의 바른 자세와 움직이는 기본적인 능력들응 모두 근육에 달려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튼튼하지만 사용하지 않다보면 점점 근육이 빠져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자세가 무너져 허리가 아프로 목이 아프다. 걷는데에도 관절이 삐그덕거리고 힘들어진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지도, 걷지도 못하는 삶이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신의 근육’이랄까. 무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고 정리해보지 않는다면 하루하루가 무의미 하지 않을까.

이처럼 몸에도, 마음에도 쓰지 않으면 소실되어 ‘인간다움’을 유지하지 못하는 필수 근육들을 너무 기술들에 외주outsourcing하지말고 ‘주도적’으로 꾸준히 단련하라고 말하는 <이토록 인간적인 능력>을 보면서 인간다움과 주도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루 24시간에서 온전히 내가 주도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해야하는 시간과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이 별로없다. 그 남은 시간이 너무나 귀하지만 쉬기 바쁘다. 집에가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휴대폰을 열면 어느덧 잘 시간이다.

그런 삶을 살아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미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그런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의 시작으로 내가 ‘직접’ 생각하고, 움직이고, 쓰고,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익혀보는 것은 어떨까.

길을 걷고, 뛰다보면 지도만 보고 걸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맛있어 보이는 가게들은 물론, 앙상했던 나뭇가지와 텅빈 밭이 초록초록해졌고, 하늘도 바라보게 된다. 무채색이었던 일상이 총천연색으로 뒤덮인다.
그 일상의 감동들이 생각하게 만들고 쓰게 만들고 그리게 만든다.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샘솟게 한다.

내 주변과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것. 그것이 위에서 언급한 인간 고유의 핵심 역량을 가꿔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느리면 어떤가. 돌아가면 어떤가.
그로인해 비로소 보이고 느끼는 것들이 있는데 말이다.

내 안을 살피고 그로인해 나를 둘러싼 세상과 공존하는 것을 깨닫고 만끽하는 것. 그것이 인간다움이 아닐까.

인간다운 일상을 막연한 꿈이 아닌 내 삶으로 들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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